며칠 전부터 예고된 북 정찰위성 발사인데도

느닷없는 대피령에 '북 공격' 오인하게 만들어

정보공유 안됐나? 합참-서울시-행안부 따로따로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31일 시청 브리핑실에서 이날 오전 북한이 주장하는 우주발사체 발사와 관련해 서울시가 발송한 '경계경보' 위급재난 문자 관련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23.5.31. 연합뉴스
오세훈 서울시장이 31일 시청 브리핑실에서 이날 오전 북한이 주장하는 우주발사체 발사와 관련해 서울시가 발송한 '경계경보' 위급재난 문자 관련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23.5.31. 연합뉴스

31일 이른 아침 북한의 ‘미사일 공격’으로 오인하게 만들어 서울 시민들을 일시 공황상태로 몰아넣은 서울시의 긴급 대피 준비 ‘경계경보 발령’은 북한이 지난 29일 일본 해상보안청에 사전통지한 ‘군사정찰위성 1호기’ 발사 사실에 대해 전혀 인지하고 있지 못한 상태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사전통보 사실이 며칠 전부터 이미 구체적으로 언론에 보도까지 된 상태에서 벌어진 이번 소동을 두고, 당국이 이를 사전에 알고도 의도적으로 연출한 게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북한이 31일 오전 6시 29분께 평안북도 동창리 일대에서 남쪽 방향으로 북한이 주장하는 우주발사체를 발사했다고 합동참모본부가 밝혔다. 이날 오전 서울역 대합실에 학생들이 수학여행을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 행안부는 "서울특별시에서 발령한 경계경보는 오발령"이라고 정정했다. 2023.5.31. 연합뉴스
북한이 31일 오전 6시 29분께 평안북도 동창리 일대에서 남쪽 방향으로 북한이 주장하는 우주발사체를 발사했다고 합동참모본부가 밝혔다. 이날 오전 서울역 대합실에 학생들이 수학여행을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 행안부는 "서울특별시에서 발령한 경계경보는 오발령"이라고 정정했다. 2023.5.31. 연합뉴스

전후관계 드러내는 일본매체 보도

<아사히신문>과 <NHK> 등 일본 언론매체들의 보도를 보면 이번 사태 전후관계가 좀 더 분명하게 드러난다.

<아사히신문>은 일본 방위성이 이날 오전 6시 반께 “북조선(북한)에서 탄도미사일일 가능성이 있는 물체가 발사됐다고 발표했다”면서 “정부는 오키나와 현을 대상지역으로 보고, 전국 긴급경보시스템(J얼러트)으로 피난을 당부했으나, 오전 7시 바로 지나 ‘우리나라(일본)에는 날아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해제했다”고 이날 오전 7시 22분에 올린 온라인 기사로 전했다. 이에앞서 일본 해상보안청은 오전 7시 5분 방위성으로부터 이미 문제의 물체가 낙하한 것으로 보인다는 통보를 받고 이를 공표하면서, 낙하물에 접근하지 말라는 당부까지 했다.

공영방송 <NHK>는 이날 6시 30분쯤, 북한이 6시 28분께 오키나와 쪽을 향해 ‘미사일’을 발사했다고 보도했다.

일본 매체들의 이런 보도내용은 합참과 서울시, 행정안전부 조치와 시간상 거의 일치해 한일 두 나라가 지소미아(GSOMIA 한일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 등을 통해 북의 로켓 발사 정보를 공유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한국군 합동참모본부(합참)는 오전 6시 32분에 ‘북한이 남쪽 방향으로 ’위성발사체‘를 발사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아사히> 보도에 따르면, 합참은 이날 오전 6시 29분께 북한 평안북도 동창리에서 남쪽방향으로 ’우주발사체‘가 발사됐다는 사실을 파악해 이를 공표했다.

합참 발표 약 9분 뒤인 오전 6시 41분에 서울시는 ’위급 재난 문자‘라는 제목을 달아 서울시 전역을 대상으로 요란한 경보음과 함께 모바일 폰에 다음과 같은 긴급경보 메시지를 내보냈다.

“[서울특별시]오늘 6시 32분 서울지역에 경계경보 발령. 국민 여러분께서는 대피할 준비를 하시고, 어린이와 노약자가 우선 대피할 수 있도록 해 주시기 바랍니다.”

같은 시각 서울시는 중구 등 시 전역에 민방위훈련 때와 같은 경보 사이렌을 약 1분간 울리게 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31일 시청 브리핑실에서 이날 오전 북한이 주장하는 우주발사체 발사와 관련해 서울시가 발송한 '경계경보' 위급재난 문자 관련 입장을 밝힌 뒤 인사하고 있다. 2023.5.31. 연합뉴스
오세훈 서울시장이 31일 시청 브리핑실에서 이날 오전 북한이 주장하는 우주발사체 발사와 관련해 서울시가 발송한 '경계경보' 위급재난 문자 관련 입장을 밝힌 뒤 인사하고 있다. 2023.5.31. 연합뉴스

공포 부른 합참 발표와 서울시 대피 경계경보

북한이 남쪽으로 위성발사체를 발사했다는 합참의 공표 내용과 대피 준비를 하라는 서울시의 경계경보 발령을 알리는 위급 재난 문자와 난데없는 경보음과 사이렌 소리. 이 조합은 미처 잠에서 깨어나기도 전인 이른 아침의 서울시민들에게 순간적으로 ‘북한이 남쪽을 미사일로 공격한 것인가?’라는 생각을 불러일으키면서 그들을 일시 공황상태에 빠뜨렸을 가능성이 높다. 최근 관광 온 외국인 투숙객들이 많아진 을지로 4가 등 서울시 중구 일대의 소형 오피스텔 밀집지역 빌딩들에서는, 경보음과 사이렌 소리가 울리면서 잠에서 깨거나 모바일에서 경보음과 함께 대피 준비 문자를 확인한 사람들의 동요로 짐작되는 쿵쾅거리는 소리와 진동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일시 공황상태가 조성된 것 같다고 그 지역 거주인들은 얘기했다.

서울시가 경보음과 함께 경계경보를 발령한 지 22분이 지난 뒤인 7시 3분, 그것이 ‘오발령’이었다는 행정안전부의 긴급 통보가 문자로 전해지면서 소동은 진정됐다.

“[행정안전부] 06시 41분 서울특별시에서 발령한 경계경보는 오발령 사항임을 알려드림.”

서울시는 거기서 다시 22분이 더 지난 7시 25분에야 다음과 같은 경계경보 해제 문자를 내보냈다.

“[서울특별시] 북한 미사일 발사로 인해 위급 안내문자가 발송되었습니다. 서울시 전지역 경계경보 해제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시민 여러분께서는 일상으로 복귀하시기 바랍니다.”

서울시도 행정안전부도 소동의 자초지종에 대한 아무런 설명도 없이 모든 것이 “북한 미사일 발사”로 인한 “위급”사태 때문이었다고만 문자로 알렸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31일 도쿄 총리 관저에서 북한 미사일 관련 기자회견 하고 있다. 기시다 총리는 "북한으로부터 탄도미사일로 판단되는 물체가 발사됐다"며 "피해 상황은 보고되지 않았으며, 상세한 내용은 분석 중"이라고 말했다. 2023.05.31. AP 연합뉴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31일 도쿄 총리 관저에서 북한 미사일 관련 기자회견 하고 있다. 기시다 총리는 "북한으로부터 탄도미사일로 판단되는 물체가 발사됐다"며 "피해 상황은 보고되지 않았으며, 상세한 내용은 분석 중"이라고 말했다. 2023.05.31. AP 연합뉴스

<아사히> 등 며칠 전부터 북 로켓 발사예고 보도

<아사히>는 이날 기사에서, 북한이 5월 31일 0시에서 6월 11일 오전 0시 사이에 ‘인공위성’을 황해, 동중국해, 필리핀 북부 루손섬 동쪽 방면으로 쏘겠다고 지난 29일 일본에 사전 예고했다고 보도했다. 북한은 이틀 전인 29일 이런 사실을 일본 해상보안청에 통보했다. 마쓰노 히로카즈 일본 관방장관은 기자회견에서 북한 미사일이 발사될 경우 “난세이제도(오키나와와 그 남서쪽 섬들)를 포함한 우리나라 영역을 통과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의 수로(水路)당국이 일본 해상보안청의 수로 통보관에게 전자 메일로 로켓 발사에 관한 정보를 알려 왔다고 밝혔다.

<아사히>는 29일 기사에서 이런 사실과 함께 북한이 이번 달에 “군사정찰위성 1호기의 탑재준비가 완료됐다”고 공표한 사실을 전했다.

그리고 기시다 후미오 일본총리가 “위성이라고 해도 이 탄도미사일 기술을 사용한 발사는 안보리 결의 위반이며, 국민의 안전에 관한 중대한 문제”라고 비난하고, “정보수집, 감시에 전력을 기울이고, 동시에 일본 미국 또는 일본 미국 한국이 긴밀히 제휴해 나가겠다”고 말한 사실까지 보도했다.

이에 앞서 지난 16일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조선노동당 총비서가 군사정찰위성 1호기의 발사준비 현장을 시찰하고 이후의 행동계획을 승인했다고 보도했다.

 

합동참모본부는 북한이 발사한 이른바 우주발사체 일부를 해상에서 인양하고 있다고 31일 밝혔다. 사진은 '북 주장 우주발사체' 일부로 추정되는 물체. 2023.5.31. 연합뉴스
합동참모본부는 북한이 발사한 이른바 우주발사체 일부를 해상에서 인양하고 있다고 31일 밝혔다. 사진은 '북 주장 우주발사체' 일부로 추정되는 물체. 2023.5.31. 연합뉴스

참으로 알 수 없는 사태가 벌어졌다

북한과 일본 매체들의 이런 보도 내용들은 합참은 물론이고 서울시도, 행정안전부도 사전에 파악하고 있었거나, 파악하고 있었어야 한다.

그럼에도 서울시는 31일 많은 시민들이 미처 잠에서 깨지도 못한 새벽에 요란한 경보음과 사이렌을 울리며 긴급 대피 준비를 하라고 문자로 긴급 통보했다. 서울시는 6시 32분 북한이 위성발사체를 남쪽방향으로 쏘았다는 합참의 발표 9분 뒤인 6시 41분에 발령한 경계경보에서는 아무런 설명도 없이 영문도 모르는 ‘국민 여러분께’ ‘대피’ 준비를 하라면서 특히 어린이와 노약자가 우선 대피할 수 있게 해달라고 당부했다. 그것이 ‘북한의 미사일 발사’로 인한 ‘위급’사태 때문이었음을 밝힌 것은 7시 25분 경계경보 발령 해제 문제에서였다. 서울시 위급 재난 문자와 그것이 ‘오발령’임을 알린 행정안전부의 문자 메시지만 본 사람들은 그때까지도 도대체 왜 그러는지 영문을 몰랐을 것이다.

예고된, 그래서 일본도 며칠 전부터 대비하고 있던 북한의 ‘위성발사체’에 대해 서울시는 전혀 알지 못하고 있었던 것인가? 그래서 북한이 남쪽방향으로 위성발사체를 쏘았다는 합참 발표를 보고서야 깜짝 놀라 당혹 속에 그것을 북의 미사일 공격으로 오인하고 사이렌까지 울리며 서울시민들에게 피난 준비를 하라고 긴급 경계경보까지 발령한 것인가?

아니면 알고 있었으면서도 차제에 서울시민 또는 ‘국민 여러분’의 안보태세를 점검해 보려고 그런 것인가? 그도 아니면 또 다른 이유가 있어서 그런 것인가? 참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사태가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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