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경보 발령-재난문자 발송 무려 9분 차이

그나마 발령이유도, 대피방법도 없는 맹탕문자

행안부 "오발령"…대통령은 긴급NSC회의 불참

시민들 "진짜 큰일 터졌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31일 오전 서울시청 태평홀에서 열린’ 효자·효부·효손 표창 수여식'에 참석해 축사 후 인사를 하고 있다. 2023.5.31. 연합뉴스
오세훈 서울시장이 31일 오전 서울시청 태평홀에서 열린’ 효자·효부·효손 표창 수여식'에 참석해 축사 후 인사를 하고 있다. 2023.5.31. 연합뉴스

31일 오전 6시 41분. “오늘 6시 32분 서울지역에 경계경보 발령. 국민 여러분께서는 대피할 준비를 하시고, 어린이와 노약자가 우선 대피할 수 있도록 해 주시기 바랍니다.” 서울시의 위급재난문자를 받은 ‘국민 여러분’들은 우왕좌왕 속에 전전긍긍했다. 서울시는 9분 전인 오전 6시 32분부로 경계경보를 발령한 상태였다.

문자에는 “대피하라” 내용 외에 아무런 정보가 없었다. 도대체 무슨일이 생긴 건지 알 수 없었다. 어디로 대피하라는 건지 알 수 없었다. 어떻게 대피하라는 건지 알 수 없었다. ‘대피할 준비’를 하라는데 어떻게 준비를 해야 한다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서울시는 ‘정보 없는 재난문자’에 대해 “서울의 경우 대피소는 각 자치구 홈페이지에 안내돼 있고, 재난문자에는 각 지역별 대피소를 기재할 수 없는 실정”이라고 해명했다. 그렇다면 이 정보라도 문자에 담으면 되지 않았나. 게다가 이날 네이버는 한동안 접속도 되지 않았다.

공포는 아무것도 알 수 없는 어둠 속에 있다. 사이렌 소리와 대피 안내 방송은 호러 영화의 배경 음악처럼 공포를 가중시켰다.

아무런 정보 없는 재난문자에 시민들 갈팡지팡

북한은 31일 오전 6시 29분쯤 남쪽 방향으로 우주발사체 1발을 발사했다. 서울시의 문자는 6시 41분에 발송됐다. 북한이 우주발사체를 발사한 뒤 무려 12분 뒤에 문자를 발송했다는 얘기다.

12분이면 이미 뭔가 떨어져 터졌을 시간 아닌가. 설사 얼마간의 시간이 남았다 해도, 그 짧은 시간에 어떻게 대피를 할 수 있을까. 일반 국민으로서는 우주발사체의 사정거리가 얼마나 되고, 그래서 어느 지역이 사정권에 들어 있는지도 알 수 없다.

 

시민언론 민들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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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몽의 44분…사람들은 극도로 혼란스러웠다

새벽 7시 3분. 행정안전부는 ‘06:41 서울특별시에서 발령한 경계경보는 오발령 사항임을 알려드림’이라고 정정하는 문자를 보냈다. 서울시는 이로부터 무려 22분 뒤인 오전 7시 25분 ‘북한 미사일 발사로 인해 위급 안내문자가 발송되었습니다. 서울시 전지역 경계경보 해제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시민 여러분께서는 일상으로 복귀하시기 바랍니다’라는 문자를 재발송했다.

22분 동안 오세훈 서울시장과 시 공무원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긴급 상황에서 단순히 사태 파악을 하는 시간치고는 터무니 없이 긴 시간이다. 어차피 사태 파악은 군(軍)의 몫이기도 하다.

서울시의 ‘위급재난’ 문자부터 ‘해제’ 문자까지 걸린 시간은 44분이다. 사람들은 혼란스러웠다. 행안부가 ‘오발령’이라고, 서울시가 ‘해제’라고 한 뒤로도 안절부절이었을 뿐이었다. 서울시의 메시지가 늦어지자 사람들은 ‘오발령’이 오발령이었다는 문자가 또 오는 것은 아닐까, 불안에 떨어야 했다. 제대로 된 설명과 해명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서울시나 다른 어떤 정부 기관도 몇 글자 사과나 설명 메시지를 보내지 않았다.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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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와 행안부의 엇갈린 해명

31일 오전 6시 29분쯤, 북한은 평안북도 동창리 일대에서 남쪽 방향으로 북한이 우주발사체를 발사했다. 한국군 합동참모본부(합참)가 밝힌 내용이다. 6시 30분, 행안부 중앙통제소는 ‘현재 시각, 백령면 대청면에 실제 경계경보 발령. 경보 미수신 지역은 자체적으로 실제 경계경보를 발령’이라는 내용의 지령 방송을 보냈다. 6시 32분, 합참은 “북한이 남쪽 방향으로 위성발사체를 발사했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이 상황을 두고 서울시와 행안부는 ‘국민 여러분’이 보기에 딱한 공방전을 펼치고 있다.

“위급재난 문자는 행안부와 지자체가 모두 발송할 수 있는데 이번에 서울시 전역에 전송된 문자는 서울시가 오발송한 것이다. 지령 방송의 ‘미수신 지역’이란 백령·대청면 지역 중 기술적 결함 등으로 경보를 못 받은 지역이다. 이 방송은 전국 17개 시도에 공통으로 보낸 거라 ‘자동 송출’의 개념이지, 서울시를 특정해서 보낸 건 아니다. 저 지령 방송이 오해의 소지가 크다면 17개 시도 중 왜 서울시만 오해했겠나. 문구를 제대로 읽었어야 한다.” 행안부의 해명이다.

“지령 방송에서는 경보 미수신 지역이 백령·대청면에 국한한다는 내용이 없다. 수신처가 모호한 상황에서 연락도 되지 않으니 자체 판단할 수밖에 없었다.” 서울시의 해명이다. 서울시는 “지령 방송이 떨어진 지 2분 뒤인 오전 6시 32분 시 민방위경보통제소에서 행안부 중앙통제소로 확인을 요청했지만, 연락이 되지 않았다”는 해명도 덧붙였다. 서울시는 오전 8시 31분 배포한 보도 참고자료에서 “상황이 정확히 파악되기 전에는 우선 경계경보를 발령하고, 상황 확인 후 해제하는 것이 비상 상황 시 당연한 절차”라는 주장도 펼쳤다.

군 통수권자인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북한이 우주발사체를 발사하고 국민이 혼란의 도가니에 빠졌는데 긴급 NSC(국가안전보장회의) 상임위원회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대통령도, 서울시와 행안부도 국민의 놀란 가슴을 헤아릴 생각은 없어 보인다. 중앙부처와 지자체는 엇갈리고 국민은 헷갈린다.

시민들 반응 “내 목숨 내가 지켜야”

대혼란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시민들은 총체적 책임을 정부에 돌리고 있다. 대한민국은 정부가 없는 ‘무정부’요, 내 목숨은 내가 지켜내야 한다는 ‘각자도생’이란 말이 온라인을 뒤덮고 있다.

“한참 오락가락 하다 이제 '네탓 공방'까지 하는 걸 지켜보니 한숨만 나온다.” “재난문자와 공습경보가 장난인가. 서로 말도 안 맞고 대응도 뒤죽박죽이고, 일부러 이렇게 하라고 해도 힘든 오합지졸.” “진짜 전쟁이 났는데 정부가 이러고 있다면…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7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열린 불기 2567년 부처님오신날 봉축법요식에서 축사에 앞서 합장하고 있다. 2023.5.27.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7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열린 불기 2567년 부처님오신날 봉축법요식에서 축사에 앞서 합장하고 있다. 2023.5.27.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전쟁나면 그냥’이라는 여섯 글자가 실시간 트렌드에 오르기도 했다. ‘전쟁나면 그냥 죽는다’는 말이다. “북한 발사가 예고돼 있었는데 어떻게 긴급 문자가 9초도 아니고 9분 뒤에야 오나. 그 시간에 다 죽으라는 건가” 같은 글도 적지 않았다. 앞에서 말한대로, 서울시가 6시 32분부로 경계경보를 발령하고 9분 뒤에 뒷북 경보를 울린 것을 비판한 글이다.

한편 촛불행동은 이날 성명서를 통해 “있지도 않은 위급상황을 사실로 인식한 것도 문제일 뿐만 아니라 대피는 또 어디로 어떻게 하라는 것인지 알 수도 없는 문자를 보낸 것도, 오발령이라고 해놓고 북한 미사일 발사 때문에 보낸 것이라는 앞뒤가 맞지 않은 주장을 내놓은 것도 모두를 기만한 것”이라며 “이 자(윤석열)가 권력을 쥐고 있는 한 우리는 매일이 경계경보 발동상태”라고 규탄했다. (아래, 전문)

 

김민웅 촛불행동 상임대표 페이스북
김민웅 촛불행동 상임대표 페이스북

[촛불행동 성명] 분단은 위험하고 윤석열은 화약고다

- 국민의 생명을 농락한 위급재난문자 -

오늘 새벽, 서울시민들은 대피경계경보 문자에 놀랐고 오발령 통보로 부아통이 터졌으며 급기야 북한 미사일 발사때문에 보낸 위급안내문자였다는 거짓말에 기겁을 하였습니다. 우선 있지도 않은 위급상황을 사실로 인식한 것도 문제일 뿐만 아니라 대피는 또 어디로 어떻게 하라는 것인지 알 수도 없는 문자를 보낸 것도, 오발령이라고 해놓고 북한 미사일 발사 때문에 보낸 것이라는 앞뒤가 맞지 않은 주장을 내놓은 것도 모두를 기만한 것입니다. 매우 엄중한 사태입니다.

정부가 실체 없는 북한 미사일을 끌어댄 것은 그야말로 엄중한 분단현실을 가지고 농락한 것이며, 인공위성을 미사일로 둔갑시킨 것은 국민들에게 가짜뉴스를 퍼트린 것입니다. 하지만 합참은 이를 우주발사체라고 했고 수도권과는 무관하다고 밝혔습니다. 뒤늦게 책임을 북에게 돌리려 했지만 그것도 통하지 않았고 오발령이라면서 북한 미사일 발사라는 가짜 뉴스로 문자발송을 정당화하려 했으나 더 많은 거짓말을 하고 만 셈입니다.

이번 사건은 우선, 위급재난에 대한 판단과 정보공유체제가 얼마나 엉망진창인가를 고스란히 드러냈습니다. 서울시민 대상의 문자발송은 서울시와 행안부가 주축이 되는 것인데 자연재난인지 미사일 발사에 따른 전쟁대피인지 아무런 갈피도 잡지 않고 이와 같은 대피 경계경보를 발동했다는 것은 그 자체로 대혼란을 가져올 위험한 행위입니다.

더군다나 미사일 발사에 따른 피해와 대피수준의 경계경보는 우선 그 범위가 서울시에 한하지 않고 판단과 결정의 수준도 서울시, 행안부 수준이 결코 아닙니다. 합참이 자신의 책임이 연루될 것을 우려해 우주발사체를 명확히 하고 수도권은 영향권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은 이와 관련된 정보가 군에서 나오지 않았음을 말해줍니다.

마사일 발사와 같은 중대 군사상황은 중앙정부, 특히 대통령실의 고도의 집약된 정보를 근거로 한 판단에 따른 결정대상입니다. 정부가 오발령이라고 밝혔고 미사일 발사에 따른 경계경보 통보와 해제가 서울시와 행안부 소관사항도 아니기 때문에 이에 대한 경위를 철저하게 조사하고 그 책임을 따지는 일은 대단히 중대합니다.

이와 함께 국가안보에 대한 통괄책임이 이렇게 구멍이 뚫린 것에 대한 대통령실의 작동문제를 치밀하게 따져야 합니다. 자칫 오발령을 넘어 오판에 따른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을 보여주었기 때문입니다. 윤석열 정권이 얼마나 허술하고 엉터리며 국가안위에 대한 책임감이 없으며 국민생명과 안전에는 무능하기 짝이 없는지가 증명된 것입니다.

이러한 사태가 발생하는 본질은 분단체제가 가지는 일상적 위험성입니다. 이걸 넘어서려는 노력과 의지, 실행이 우리 모두에게 얼마나 절박한 지를 깨우치고 있는 요즘입니다. 그런 판국에 윤석열은 한미일 전쟁동맹을 밀고 나가고 있고 일본 해상자위대를 부산항과 제주도 앞바다에 끌어들였습니다. 일본은 북과 대화를 하자고 제안한 상태입니다.

분단과 그에 따른 민족분열이 가져오는 현실을 극복하려 들지 않고 전쟁으로 치닫고 있는 윤석열은 그야말로 화약고입니다. 이 자가 권력을 쥐고 있는 한 우리는 매일이 경계경보 발동상태입니다. 하루라도 빨리 이 자를 몰아내야겠습니다.

2023년 5월 3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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