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대혼란 44분동안 뭘 했는지 아무런 설명 없어
"송구하지만 오발령 아니다" 초기대응 책임 회피에 급급
민방위 공습훈련까지 하더니 문자도 똑바로 못 보내
수해, 이태원 참사, 재난문자 발송까지…총체적 난국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31일 출근길 '대혼란'을 초래한 경계경보 오발령 사태와 관련, 오세훈 서울시장이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오 시장은 "혼선을 빚어 송구하다"고 사과하면서도 "오발령은 아니었다고 판단한다"고 했다. 사과를 하긴 했으나, 사과인 듯 사과도 아닌, 사과 같은 사과를 한 셈이다.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고 대량 혼란을 겪은 사태임에도 오 시장은 다음 일정이 있다며 '5분 브리핑'에 질문은 단 '2개'만 받았다.
전시·사변에 준하는 비상사태나 재난에 책임이 있는 서울시장이자 서울시 통합방위협의회 의장으로서 '성의있는' 조치라고 보기 어려웠다.
오 시장은 이번 사태에 대해 '과잉이다 싶을 정도로 대응한 것'이라고 설명했으나, 서울시는 경계경보 문자 발송 뒤 대혼란이 있었던 44분 동안의 조치 사항에 대해서 아무런 대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오세훈 "과잉대응이다 싶을 정도 대응하는게 원칙"
오 시장은 이날 오후 시청에서 긴급 브리핑을 열고 "오늘 새벽 북한 우주발사체 관련 서울시 경계경보 문자로 많은 분께 혼란을 드려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경위를 파악해보니 북한이 우주발사체를 발사한 급박한 상황에서 행정안전부의 경보 발령을 전파받은 서울시 소방재난본부 민방위경보통제소 담당자가 상황의 긴박성을 고려해 경계경보 문자를 발송했다"고 말했다.
오 시장은 "북한이 통상 동해로 발사하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남쪽으로 발사한 상황에서 1000만 시민의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서울시로서는 즉각 조치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경보를 발령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서해상으로 로켓을 발사했을 때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일대가 상황을 예의주시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라며 "이번 긴급 문자는 현장 실무자의 과잉 대응이었을 수는 있지만 오발령은 아니었다고 판단한다"고 했다.
그는 "안전에는 타협이 있을 수 없고 과잉이다 싶을 정도로 대응하는 것이 원칙"이라며"서울시는 시민 혼선을 막고 신속 정확한 안내를 위해 경보 체계, 안내 문구, 대피 방법 등에 대해 더욱 다듬고 정부와 협조해 발전시켜나가겠다"고 했다.
과잉대응?…'부실대응' 으로 출근길 44분 대혼란 초래
오 시장의 설명은 시의 대응이 '과잉대응'이었다는 것에 방점이 찍힌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실제 내용을 들여다보면 과연 '과잉대응'이라고 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책임 회피를 위한 변명으로 읽힌다.
이날 사태의 핵심은 행정안전부와 서울시 간 부정확한 교신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행안부 중앙통제소는 오전 6시 30분 '현재 시각, 백령면 대청면에 실제 경계경보 발령. 경보 미수신 지역은 자체적으로 실제 경계경보를 발령'이라는 내용의 지령 방송을 보냈다.
서울시 민방위경보통제소는 경보 내용 확인차 행안부에 전화를 걸었지만 받지 않아 2분 뒤 자체 판단에 따라 서울지역을 대상으로 경계경보를 발령하고 오전 6시 41분 문자를 보냈다.
하지만 22분 뒤인 오전 7시 3분 행정안전부는 '06:41 서울특별시에서 발령한 경계경보는 오발령 사항임을 알려드림'이라는 내용의 위급재난 문자를 보내 서울시의 경계경보 발령을 정정했다.
이어 서울시는 오전 7시 25분 '북한 미사일 발사로 인해 위급 안내문자가 발송되었습니다. 서울시 전지역 경계경보 해제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시민 여러분께서는 일상으로 복귀하시기 바랍니다'라는 안전안내 문자를 다시 발송했다.
출근을 준비하던 시민들은 서울시와 행안부가 44분간 번갈아 보낸 경계경보(오전 6시 41분)→오발령(오전 7시 3분)→경계경보 해제(오전 7시 25분) 문자로 불안과 대혼란을 겪어야만 했다.
경계경보 발령 뒤 일부 주택가에서는 민방위 사이렌이 울리고 대피 안내 방송까지 나오면서 불안이 고조했다.
그러나 서울시는 시민들이 대혼란을 겪은 뒤인 오전 8시 31분에도 보도참고자료를 내고 "상황이 정확히 파악되기 전에는 우선 경계경보를 발령하고, 상황 확인 후 해제하는 것이 비상상황 시 당연한 절차"라고 주장했다.
반면 행안부는 "서해상 북한 정찰위성이 발사됨에 따라 6시29분 백령지역에 경계경보가 발령됐다"며 "서울시 경계경보 오발령은 행안부 요청에 따른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재난 대응을 두고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간 총체적 난맥상을 보여준 것이다.
아울러 서울시는 오전 6시 32분부로 발령된 경계경보 문자가 9분이나 지난 뒤에야 시민들에게 발송됐고, 해당 문자에서 경계경보 발령의 이유가 설명되지 않은 점도 비판을 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오 시장이 스스로 오발령 사태를 '과잉대응'했다고 포장하는 것이 적절한지 의문이다.
실제 서울시의 대응도 의문이 있다. 서울시가 오전 6시 41분부터 행안부의 오발령 문자가 발송된 22분 동안 시민들을 위해 적극적으로 취한 조치가 무엇인지 설명을 내놓지 않고 있다.
행안부가 오발령으로 판단하고 서울시가 자체적으로 경계경보를 해제한 오전 7시 3분부터 오전 7시 25분까지 나머지 22분도 시민들에게 납득할 만한 즉각적인 설명은 이뤄지지 않았다.
이동률 서울시 대변인에게 오전 6시 41분부터 7시 25분까지 서울시에서 실제로 재난과 관련해 조치한 사항이 있는지를 물었지만 "총리실에서 경위와 조치 내용을 점검하고 있으니 기다려달라"는 답만 돌아왔다.
경계경보 문자 발송부터 해제까지 상황을 종합해보면 '과잉대응'이 아니라 '부실대응'이라고 표현해야 더 적절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의 재난문자 오발송 문제가 이번이 처음도 아니다. 종로구는 지난달 28일 오후 9시 39분 '21시5분 지진발생/추가 지진 발생상황에 유의 바람'이라는 긴급재난문자를 발송했다.
종로구는 8분 후인 오후 9시 47분 '지진발생 재난 훈련 메시지 전달되었습니다. 훈련 메시지입니다. 실제상황이 아닙니다. 지진실제 상황이 아닌 훈련 메시지 전파중 착오사항입니다. 정정합니다'라는 정정 문자를 보냈다.
이로 인해 종로구민들과 종로구를 방문한 시민들이 10분 가까이 두려움에 떨어야만 했다. 당시 문자 발송은 당직 직원의 실수로 밝혀졌다.
서울시가 반복해서 재난경보와 관련해 문제를 일으켰음에도 오 시장은 이날 5분만에 브리핑을 끝내고 다음 일정을 이유로 2명의 기자에게만 질문을 받았다. 시민들이 납득할 만한 상세한 설명은 없었다.
오 시장은 경보 발령 책임자를 문책하냐는 질문엔 "이런 긴급한 위기 상황에서 다소 과잉 대응을 했다고 문책 얘기가 먼저 나온다면 앞으로 실무 공무원들을 상당히 위축시킬 가능성이 있다"며 "섣불리 말씀드리기에 이른 시점이고 정확한 경위 파악이 선행돼야 한다"고 했다.
행안부와 대통령실이 서울시 책임이라고 지적한 데 대해서도 "법률적인 판단이나 가치 판단은 뒤로 하고 무엇이 객관적 진실인지, 어떤 경위에 의해 사태와 절차가 진전됐는지를 파악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생각한다"고 원론적인 답변만 했다.
오세훈 서울시, 재난에 사과, 또 사과 하지만…
이번 경계경보 오발령 사태로 또다시 윤석열 정부와 오세훈 서울시의 총체적인 재난 대응 시스템 부재가 도마에 오르고 있다. 대통령실과 행안부, 서울시는 그동안 각종 재난마다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못해 논란을 키웠다.
서울시는 지난해 8월 9~10일 기록적인 폭우에 5명이 사망하고 4명이 실종되는 인명피해가 났다. 2963가구의 침수와 3032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당시 윤 대통령이 아크로비스타 자택에서 수해를 대응한 것이 알려지면서 시민들의 비난이 쏟아졌다. 오 시장은 수해 책임을 인정하고 고개를 숙였다.
이 때문에 재임 기간 유독 물난리가 많았던 오 시장의 '오세이돈(오세훈+포세이돈)'이라는 별명이 회자되기도 했다. 오 시장 임기 중 강남역 일대는 2006년, 2010년, 2011년 침수 피해를 봤다. 특히 2011년에는 우면산에서 폭우로 산사태가 발생하면서 다수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159명의 안타까운 희생자가 발생한 10·29 이태원 참사 역시 서울시를 비롯해 대통령실, 행정안전부, 경찰청, 소방청, 용산구청 등이 빚어낸 대참사였다.
참사 당시 해외출장 중이었던 오 시장은 참사 이후에야 용산경찰서가 작성한 핼러윈 관련 보고 문건을 확인했다고, 서울시 의회에서 밝힌 바 있다. 압사 사고에 대한 행정의무를 다하지 못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경찰청 특별수사본부는 재난안전법 시행령에서 시장이 응급조치를 해야 하는 경우와 관련해 '인명 또는 재산 피해정도가 매우 크고 그 영향이 광범위할 것으로 예상될 때'로 규정했음에도 응급조치 1차 책임을 용산구에만 국한하고 오 시장에게는 면죄부를 줬다.
시민들은 이번 서울시의 경계경보 오발령 사태로 정작 중요한 순간에 경계경보를 포함한 재난문자에 시민들이 대응하지 않는 '양치기 소년' 효과를 불러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한다.
전임 정부가 "가짜 평화에 기댔다"면서 이번 달 '80년대 방식으로' 대대적인 공습 대비 민방위 훈련을 실시한 윤 정부와 오 시장의 서울시가 재난문자 하나 제대로 보내지 못했다는 사실에 뒷맛이 씁쓸하다.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고 "출범 1년이 지나도 조금도 실력이 늘지 않는 아마추어 정권이 오히려 국민의 불안을 키우고 있다"며 "말끝마다 안보를 강조하지만 정작 어설픈 대응으로 국민을 불안에 빠뜨리는 아마추어 정부를 어찌해야 할지 참담하다"고 했다.
관련기사
개의 댓글
댓글 정렬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