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정치인들 주축 '세번째 권력' 출범식에 초대

박지현 "서로를 악마화하지 말자"…문제의식 전무

이준석이 정치개혁‧세대교체 하다 쫓겨난 희생양?

여성‧소수자 혐오, 경쟁지상주의, 성비위 의혹은?

윤 정부 탄생 앞장…국힘 본질 희석, 이미지 포장

공격받던 이들 상처…정치적 냉소‧허무주의 불러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15일 정의당 주도의 정치그룹 '정치유니온 세번째 권력'의 출범식에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와 더불어민주당 박지현 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나란히 함께해 눈길을 끌었다. 2023.4.15 ['정치유니온 세번째 권력' 제공] 연합뉴스
15일 정의당 주도의 정치그룹 '정치유니온 세번째 권력'의 출범식에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와 더불어민주당 박지현 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나란히 함께해 눈길을 끌었다. 2023.4.15 ['정치유니온 세번째 권력' 제공]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의 눈 밖에 나면서 당대표 자리에서 쫓겨난 이후 정치인 이준석은 사람들의 시선에서 멀어지는 듯 보였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이 지지율 추락의 위기에 처하면서 이준석의 몸값은 다시 올라가는 것처럼 보인다. 주류매체나 언론들은 아무래도 클릭수와 시청률에 매달리다 보니까 정치적 부활을 노리는 이준석의 말과 행동을 잘 받아 써주는 것 같다.

그런데 얼마 전 정의당의 청년 정치인(장혜영, 류호정 등)이 주축이 된 정치 그룹 '세번째 권력'이 출범식에 이준석 전 당대표를 초대해 축사를 들은 것은 여러모로 실망스러웠다. 양당 구도 속에서 진보정치의 몫은 여전히 중요하고, 특히 청년세대의 진출은 필요한 일이고, 더구나 서로 다른 정치적 견해를 가진 사람들이 소통하는 게 낫다는 점을 인정하더라도 말이다.

같은 자리에 초대된 박지현 전 민주당 공동비대위원장은 "우리는 서로를 악마화하지 말자"고 했는데, 여기서 '악마화'라는 용어는 대표적으로 별 의미 없이 남용되고 있다. 기존의 보수정치인과 다른 세대교체를 상징하면서도, 그 장점들을 상쇄하고도 남을 이준석의 문제점들을 비판하며 거리를 두는 것은 '악마화'와 아무 상관이 없다.

이준석은 정치에 입문한 이후 계속해서 경쟁지상주의와 능력주의를 퍼트려왔고, 무엇보다 여성과 장애인 등 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편견을 부추기며 정치적 기반을 넓혀온 정치인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정치인과도 무조건 벽을 쌓기보다 때에 따라 얼마든지 같은 자리에 앉아 토론할 수도 있는 일이다.

그러나 굳이 중요한 자리에 초대해서 위상을 높여주며 축사를 듣는 것은 그것과는 달리 보일 수밖에 없다. 이는 그동안 이준석이 대표해 온 능력주의, 경쟁지상주의, 여성과 소수자에 대한 혐오정치 등을 강력하게 비판하며 반대한다고 주장해 온 진보적 청년 정치인들의 진정성을 의심하게 만들고 있다.

기성 정치인들의 특권과 반칙을 한 치도 용납할 수 없다며 혹독하게 비판해 오다가 하필 '성비위와 뇌물 입막음 시도' 의혹을 계기로 물러난 사람을 초대한 것도 너무나 역설적이며 정치적 냉소와 허무주의를 부추기는 점이 있다. 무엇보다 이준석에게 공격받고 고통받아온 사회적 소수자들에게 쓰라린 상처를 주었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이다.

 

15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정의당 주도의 정치그룹 '정치유니온 세번째 권력'의 출범식에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와 더불어민주당 박지현 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나란히 함께해 눈길을 끌었다. 사진은 박지현 전 민주당 공동비대위원장이 축사하는 모습. 2023.4.15 ['정치유니온 세번째 권력' 제공] 연합뉴스
15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정의당 주도의 정치그룹 '정치유니온 세번째 권력'의 출범식에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와 더불어민주당 박지현 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나란히 함께해 눈길을 끌었다. 사진은 박지현 전 민주당 공동비대위원장이 축사하는 모습. 2023.4.15 ['정치유니온 세번째 권력' 제공] 연합뉴스

여기에는 이준석을 무슨 '기득권 정치인들에 맞서 소신 있게 정치개혁과 세대교체를 추구하다가 꼬투리가 잡혀서 쫓겨난 억울한 희생양'으로 보는 관점이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준석의 정치 입문부터 지금까지의 궤적을 찬찬히 살펴보면 사실에 바탕하지 않는 중대한 오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먼저, 이준석이 젊은 나이에도 정치인으로 급성장하게 된 것에 '부모 찬스'나 하버드 학벌이 일부 작용했다는 점을 부정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박근혜 키즈'로 한나라당 비대위원이 된 이준석이 정말 몸집을 키울 수 있었던 기회는 2016년 촛불과 박근혜 탄핵 이후에 찾아왔다.

위기와 분열에 빠져들던 보수우파는 새로운 의제와 세력으로 얼굴, 간판을 교체하면서 외연 확장과 부활을 시도할 수밖에 없었다. 그 과정에서 목소리를 높인 것이 반페미니즘, 중국혐오 등을 이용해 청년층을 파고든 이준석, 하태경 등이었다. 이준석은 그 후 '문재인 정부가 친중국 사대를 하고 있고 중국몽을 꾼다'며 혐중 선동을 하는 데서도 두드러졌다.

한편, 검찰대란('조국대전') 국면에서 문재인 정부를 '반칙과 부패'로 몰면서 '공정과 정의'의 회복을 말하며 중도층을 흡수하려는 윤석열, 김종인, 금태섭 등으로 상징되는 세력도 있었다. 이런 흐름들이 주로 종북몰이에 의존했던 기존의 보수우파와 결합하면서 보수정치의 재구성과 기반 확대가 벌어질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이준석(또는 하태경)은 종북몰이 자체를 반대하지는 않았다. 다만 아무나 종북으로 몰아가는 방식은 더 이상 약발이 떨어져서 효과적이지 않고, 확장성이 떨어진다는 게 이들 입장의 핵심이었다. 그러면서 '종북'을 넘어서 '여성'이나 '중국' 등으로 공격할 의제를 확장하고 '혁신'했다.

또, 이준석은 2011년 정치 입문 초기만 해도 전국철거민연합을 "진짜 미친놈들"이라고 매도했지만, 시간이 가고 경험이 쌓일수록 거친 표현이나 막말 등은 절대 피하면서 소수자에 대한 부정적 편견을 부추기고 혐오의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데 능숙해졌다.

물론 이준석은 이미 대선 선거운동 때부터 윤석열 세력과 갈등을 일으켰다. 하지만 그것은 누가 더 주도권과 권력을 가질 것인가를 둘러싼 다툼이었다. 여기서 윤석열 세력의 경쟁력은 그들이 막강한 정보력과 수사‧기소권을 가진 전현직 특수통 정치검사들이라는 점에 있었다.

이준석의 '성비위와 뇌물 입막음 시도' 의혹은 그렇게 시작됐고, 그때 상대방이 이용한 무기는 대전지검의 캐비닛에 박혀 있던 특수 수사 자료에서 나왔다. 문제는 의혹의 근거가 매우 구체적이고, 특히 고발자들의 입을 막기 위해 써준 '7억 각서'는 뭐라고 변명하고 빠져나가기 어렵다는 점이었다.

 

15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정의당 주도의 정치그룹 '정치유니온 세번째 권력'의 출범식에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와 더불어민주당 박지현 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나란히 함께해 눈길을 끌었다. 사진은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축사하는 모습. 2023.4.15 ['정치유니온 세번째 권력' 제공] 연합뉴스
15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정의당 주도의 정치그룹 '정치유니온 세번째 권력'의 출범식에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와 더불어민주당 박지현 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나란히 함께해 눈길을 끌었다. 사진은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축사하는 모습. 2023.4.15 ['정치유니온 세번째 권력' 제공] 연합뉴스

결국 이준석 당대표는 몇 차례의 충돌 이후에 윤석열 후보 앞에 납작 엎드렸다. 윤석열과 이준석은 갑자기 극적인 화해와 포옹의 장면을 연출했고, 며칠 후에 윤석열 후보는 "여성가족부 폐지"와 "멸공"을 SNS에 올리며 우파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 이준석은 윤석열 후보의 '멸공 챌린지'에 뒤따라 동참하는 데 아무런 거리낌이 없었다.

윤석열 후보가 "더 이상 구조적인 성차별은 없다", "차별은 개인적 문제"라고 나서자 하태경은 "페미니즘 자체가 반헌법적 이념" "여가부는 헌법을 짓밟는 무도한 이념적 폭력 기구"라며 맞장구를 쳤다. 이렇게 이준석 등은 스스로 자처하듯 윤석열 정부 탄생에 앞장선 주요 공신이 됐다.

윤석열 정부 탄생 이후에 또 다시 두 세력의 갈등이 불거지고 자신이 퇴출 위기에 직면했을 때 이준석이 꺼낸 카드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를 표적으로 삼아서 장애인에 대한 혐오와 편견을 부추기는 것이었다. 이준석은 SNS에 하루에도 몇 개씩 글을 올리며 장애인 활동가들의 권리 요구와 투쟁을 '불법' '민폐'로 낙인찍었다.

집권여당의 대표가 쏘아올린 이런 신호탄은 온라인 공간에서 전장연과 장애인 활동가들에 대한 혐오에 찬 온갖 막말, 욕설이 폭증하는 결과로 나타났다. 결국 어느 모로 봐도 이준석은 '기득권 정치인들에 맞서 소신 있게 정치개혁과 세대교체를 추구하다가 쫓겨난 억울한 희생양'과 거리가 멀다.

윤석열 정권의 위기가 더 심각해지면 이준석은 이를 정치적 부활의 기회로 삼으려 하겠지만, 그때 이준석에게 부여될 과제는 국민의힘의 본질을 희석하고 이미지를 다시 잘 포장해서 위기에서 벗어나게 하는 데 있다. 이준석은 또다시 세대간, 젠더간 대립이 본질인 것처럼 몰아가면서 희생양을 찾을 수 있다.

그것은 종북몰이에 기반한 전통적 보수우파의 혐오정치와는 좀 다르겠지만, 더 나은 것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그렇게 '혁신'하며 더 강해진 보수우파는 더 위험한 측면마저 있을 수 있다. 이준석을 초대하고 대접하면서 축사를 들으며 청년층으로의 외연 확대를 추구하거나 세대교체의 동력을 얻으려는 사람들은 크게 착각하면서 더 중요한 지점을 놓치는 셈이다.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가 26일 오후 경기도 안산시 한 공유공간에서 열린 저서 '이준석의 거부할 수 없는 미래' 독자와의 만남 행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3.3.26. 연합뉴스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가 26일 오후 경기도 안산시 한 공유공간에서 열린 저서 '이준석의 거부할 수 없는 미래' 독자와의 만남 행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3.3.26.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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