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권 들어 소수자 인권 더 악화, 차별 선동

이주민 편견 등 확산시켜…종북몰이 바람잡이도

보수우파, 색깔론과 갈라치기로 세력 확대·유지

차별금지법, 논의조차 막혀…민주당은 책임 방기

혐오 타파 출발점…'나중에'가 아니라 '지금 당장'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 관계자들이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차별금지법 제정 요구 단식투쟁을 마무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지난달 11일 차별금지법제정연대 미류 책임집행위원은 차별금지법 제정을 요구하며 단식을 시작한 바 있다. 2022.5.26. 연합뉴스
차별금지법제정연대 관계자들이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차별금지법 제정 요구 단식투쟁을 마무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지난달 11일 차별금지법제정연대 미류 책임집행위원은 차별금지법 제정을 요구하며 단식을 시작한 바 있다. 2022.5.26. 연합뉴스

한국 사회에서 혐오와 차별에 반대하며 민주주의와 인권, 평등을 염원하는 사람들에게는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면 차별금지법 등 소수자 인권과 반차별에 대한 논의 자체가 사라져버리고 종북 혐오 등을 이용한 마녀사냥이 횡행하던 '이명박근혜 10년'이 재반복될 것이라는 위기의식이 존재했다. 차별금지법이 제정될 것이라는 기대가 실망으로 변해가던 문재인 정부 5년의 희망고문에 이어서, 희망조차 사라진 암흑의 5년이 올 수 있다는 걱정이었다.

이런 걱정과 우려는 현실이 됐다. 여성가족부 폐지를 공약하고서 집권한 윤석열 정부가 집권 초부터 가장 강력하게 공격했던 표적 중 하나는 장애인 차별에 맞서던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였고,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논의는커녕 기존에 존재하던 학생인권조례나 지역인권조례들이 곳곳에서 사라지거나 개악될 위기에 처해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정부와 야당의 주요 정치인들이 앞장서서 차별을 선동하고 혐오를 부추기고 있다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더 이상 구조적인 성차별은 없다", "차별은 개인적 문제" 등의 주장을 펼쳐왔다.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지방선거에서 경기도지사 후보로 출마했을 때 '외국인(중국인)의 투표권 축소'를 주장했다. 당시 보수진영을 대표해 서울시 교육감에 출마한 조전혁 후보는 "반동성애"를 주장하며 지지를 모았다.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은 대구 이슬람 사원 건립 문제에 끼어들어서, 무슬림 때문에 유럽이 "살인과 테러의 온상"이 됐다며 "민주주의는 분명 일부의 이슬람에 의해 위협을 받고 있다"라는 글을 SNS에 올렸다. 보수언론들은 '불법체류자가 40만 명을 넘었고 외국인 범죄도 증가했다'며 불안감을 유포했다.

이처럼 집권 세력과 그 지지 세력들이 나서서 소수자와 낯선 타자, 이주민 등에 대한 차별과 편견을 확산시키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 곳곳에서 우울한 소식들이 들려온다. 대구에서는 교회 예배 중이던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을 경찰이 수갑을 채워 체포했고, 인천에서는 가수의 공연을 관람하려고 모인 이주민 80여 명을 출입국관리소가 강제로 끌고 갔다.

안산에서는 좁은 빌라에서 힘들게 살던 어린 나이지리아 4남매가 불에 타서 죽는 비극이 벌어졌다. 타이에서 온 이주노동자가 10년 넘게 돼지우리 옆에서 먹고 자며 일하다가 숨진 채 발견된 소식도 충격적이었다. 대구에서 이슬람 사원이 건립되고 있는 현장 바로 앞에 잘린 돼지머리를 전시해 놓는 폭력적 행위도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탈이념'을 내걸고 '거대 양당에 맞선 제3의 길'과 실용주의적 '생활정치'를 주장하던 시대전환 조정훈 의원이 '최저임금을 적용하지 않는 월 100만 원의 외국인 가사도우미' 법안을 발의한 것도 놀라운 소식이었다. 노골적인 인종차별이면서 여성 노동자들의 가사노동에 대한 차별적 편견을 드러낸 것이었기 때문이다.

 

'정권 위기 탈출용 공안 탄압 저지 국가보안법 폐지 경남대책위원회'가 30일 오후 경남 창원시 국가정보원 경남지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체포된 '창원 간첩단 사건' 관련자 4명에 대해 석방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2023.1.30. 연합뉴스
'정권 위기 탈출용 공안 탄압 저지 국가보안법 폐지 경남대책위원회'가 30일 오후 경남 창원시 국가정보원 경남지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체포된 '창원 간첩단 사건' 관련자 4명에 대해 석방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2023.1.30. 연합뉴스

한편에서는 박근혜 정부와 함께 몰락할 것 같았던 종북몰이도 시즌2로 돌아왔다. 국가정보원과 검찰은 민주노총과 진보정당 활동가들을 계속 압수수색하고 체포하면서 과장되고 왜곡된 피의사실을 유포해 간첩단 사건을 조작하고 있다는 의심을 사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나라에 간첩이 이렇게나 많나"라면서 직접 바람잡이로 나서고 있다.

이런 상황은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으로 이어진 이 나라의 전통적 보수우파 정치 세력이 종북몰이 색깔론과 타자와 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갈라치기를 기반으로 세력을 확대하고 유지해 왔다는 사실을 확인시켜 준다. 이들은 영남에 지역적 기반을 가지고 있으면서 극우개신교와도 연결돼 있다. 최근에 전광훈 목사를 둘러싸고 벌어진 해프닝도 이들의 쉽게 끊어질 수 없는 관계를 재확인시켜주는 계기가 됐다.

이들은 전통적으로 반공주의나 지역주의를 기반으로 종북 혐오나 전라도 혐오 등을 이용해 왔지만, 지난 몇 년간에는 변화가 나타났다. 여성, 성소수자, 이주민과 난민, 무슬림에 대한 혐오도 여기에 결합되기 시작한 것이다. 종북몰이를 낡은 것으로 비판하며 이러한 새로운 혐오정치를 주도한 것은 원래 이준석, 하태경 같은 새로운 우파 정치인들이었다.

알다시피 대선 이후 이들 사이에는 갈등과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고, 이제 이들은 '윤핵관'에서 멀어졌다. 하지만 종북몰이와 같은 기존의 의제에 머물지 않고 새로운 의제들을 결합시켜서 혐오와 차별을 부추기는 혐오정치의 양상은 달라지지 않았다. 여전히 여성가족부 폐지는 사라진 쟁점이 아니고 호모포비아나 이슬람포비아는 이제 극우개신교의 핵심 의제로 굳어진 상황이다. 보수우파의 본거지인 대구에서 이슬람 사원 건립 반대가 시작된 것도 상징적이다.

혐오와 차별에 맞서서 소수자들의 인권을 지키기 위한 법적 장치인 차별금지법 제정은 지금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이 가장 반대하는 개혁과제 중 하나이다. 윤석열은 대선 후보 때부터 '다수자 역차별의 위헌적 요소가 있다'며 차별금지법에 반대했고, 이준석 전 대표는 "이름만 좋은 법이고 독소조항이 있다"고 했다. 현 김기현 대표는 원내대표 때부터 차별금지법이 "성경적 원리의 근본을 침해"한다며 반대했다.

또 국민의힘은 차별금지법 국회 공청회가 열린 지난해 5월 극우개신교 단체들과 함께 "차별금지법이 동성애자와 이슬람 등을 특권층으로 격상시킨다"는 주장을 펴며 반대 기자회견을 열었다. 현재 국회 법사위원장을 국민의힘 김도읍 의원이 맡아 버티고 있는 상황에서 차별금지법은 논의조차 가로막혀 있는 상황이다.

물론, 차별금지법을 결사반대하는 극우개신교 쪽의 목소리 큰 사람들은 결코 기독교인들 전체를 대표하지도 않는 소수이다. 그러나 그 줄기를 따라가 보면 우리 사회의 부와 권력을 독점한 사람들과 연결성을 확인할 수 있다. 강남 대형 교회들은 기득권 카르텔의 일부일 뿐 아니라 우리 사회 파워 엘리트들의 사교와 친목을 위한 허브 구실도 한다.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은 이들 극우개신교 지도자들의 복음주의적 주장들을 진지하게 믿지는 않을 것이다. 차별금지법은 차별과 혐오를 통해서 부와 권력을 늘려온 세력의 이해관계를 위협한다는 게 문제의 본질이다. 교육, 고용, 재화, 용역 등에서 성별, 학력, 고용 형태, 종교, 인종 등에 따른 차별을 유지하고 이용해서 이익을 얻는 일을 어렵게 할 수 있는 것이다.

즉, 진정한 이해관계는 차별과 혐오를 통해서 기득권과 보수적 질서를 유지하려는 것에 있고, 종교적 논리는 그것을 포장하고 지지자들을 묶어세우는 이데올로기이다. 이것이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국민의 70~80%가 찬성하는데도 차별금지법 통과가 여전히 어려운 이유이고,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과 주요 경제단체들이 차별금지법을 한사코 반대하는 이유이다.

그래서 김건희 여사는 장애인 예술가들의 전시회에 가서 수어 인사를 하고,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자녀가 '차별금지와 소수자 연대'를 위한 미술 전시회로 입시 스펙을 쌓도록 지원했지만, 차별금지법 제정은 다른 이야기가 된다. 과거에 차별금지법을 대표 발의한 적도 있는 김한길 국민통합위원회 위원장과 퀴어퍼레이드 참가 인증샷을 올리며 인권 감수성을 과시하던 금태섭 전 의원도 윤석열과 손을 잡고 나서는 절대 차별금지법을 말하지 않는다.

 

물론, 국회 다수당이고 차별금지법(평등법)을 발의까지 했으면서 계속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의 눈치를 보며 책임을 방기해온 민주당의 책임도 결코 작지 않다. 민주당의 진정한 문제는 족벌언론들이 비난하는 '개혁입법 독주'가 아니라 국민의힘 핑계 대며 차별금지법 같은 개혁입법을 5년 내내 미뤄온 것에 있다.

민주당에는 차별금지법을 노골적으로 반대하는 소수의 세력들(대표적으로 호남의 검사 출신 김회재 의원)과 대다수의 무관심하거나 소극적인 세력들이 있다. 그나마 차별금지법을 발의하고 추진해 온 박주민, 이상민, 권인숙 의원 등이 존재하지만 '노력하고 있다'는 말로 넘어가기엔 너무나 실망이 많았고 더 기다릴 수 없는 상황이다.

얼마 전 기자간담회에서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차별금지법은 필요한 법안이다. 그러나 이게 새로운 사회적 갈등의 단초가 되고 있다 … 사회적 합의를 위한 노력을 계속 해나가고 가능한 빠른 시간 내 입법하는 게 필요하지만 무리해서까지 밀어붙일 사항은 아니"라고 한 것도 큰 실망과 비판을 일으키고 있다. 개혁을 포기하고 뒤로 미루는 전형적인 논리이면서, 도대체 얼마나 더 많은 소중한 사람들이 우리 곁을 떠나가야 정신을 차릴까 싶은 것이다.

하루아침에 모든 것을 해결하진 않겠지만 차별금지법은 우리 사회에 만연한 소수자들에 대한 일상적 차별과 혐오를 줄여나가는 데 중요한 출발점이 될 수 있다. 혐오, 차별, 낙인, 편견 속에 상처받고 죽어가는 사람들을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만들어야 한다는 진보정당과 시민사회의 요구를 더 이상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 차별금지법 제정은 검찰개혁이나 노란봉투법, 양곡관리법만큼이나 '지금 당장' 추진하고 이뤄야 할 개혁이다.

☞ [참여신청] 차별금지법/평등법 발의 3년, 대한민국 혐오차별 현실 진단 대토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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