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방한'과 '윤석열 1년'을 덮은 '코인 의혹'

아니면 말고 보도에도 피할 수 없는 도덕적 책임

문제는 선택적 유출‧보도‧수사…철저한 이중잣대

조선일보 등 기득권 카르텔에 놀아나는 '찍어내기'

부의 집중, 일관된 기준으로 구조‧제도 개혁해야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가상자산 보유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김남국 의원이 9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의원실을 나서고 있다. 2023.5.9. 연합뉴스
가상자산 보유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김남국 의원이 9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의원실을 나서고 있다. 2023.5.9. 연합뉴스

일본 기시다 총리가 한국에 와서 식민지배와 전쟁범죄에 대한 반성과 사과는커녕 임박한 방사능 오염수 방류를 위한 결정적 도움을 선물 받고서 돌아갔다. 이 며칠 동안만이 아니라 윤석열 취임 1년의 각종 악재들도 가리며 이 나라 족벌언론들의 헤드라인과 메인 지면을 장식한 것은 지금도 계속되는 '김남국 코인 사태'다.

이미 1년 전에 몇 번이나 법원에 영장을 신청했다가 기각당했던 '한동훈' 검찰(검찰총장 이름은 기억이 안 난다)이 하필 이 시기에 캐비닛을 열어 <조선일보>에 정보를 넘겨주면서 시작됐다고밖에는 설명이 어려워 보이는 이 사태는 족벌언론들이 수많은 관련 기사와 사설과 칼럼을 계속 쏟아내면서 확대됐다.

그리고 모든 '사태'가 그렇듯이 단지 족벌언론들의 집중 취재와 보도만으로 이것을 설명할 수는 없다. 다른 주요 언론들만이 아니라 <한겨레>와 <경향신문> 같은 개혁언론들도 족벌언론들이 시작한 보도들을 이어받으면서 전국민적 관심사와 분노가 불러일으켜졌다. 민주당 내 일부도 나서서 출당, 탈당, 사퇴를 말하며 '손절'에 나서기 시작했다.

이런 '이어달리기'는 김건희 여사의 주가조작이나 대장동 정영학 녹취록에 대한 <뉴스타파>의 보도에서는 거의 나타나지 않지만, 역시 이번에도 민주당 개혁파 정치인의 '내로남불과 위선'이 쟁점이 되면서 순식간에 거대한 산불처럼 열띤 경쟁적 취재와 협력적 보도와 반응이 이어졌다.

먼저 코인 투자 자체를 보자면 초기에 다수 언론에 의해 마구 던져진 '아니면 말고'식 보도 – 불법으로 60억의 거대한 수익을 얻었고, 실명제 실시 전에 인출했고, 불법 대선자금으로 흘러갔다 – 는 아직 어느 것 하나 사실로 입증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사과나 정정보도는 없고 이제 '입법로비와 뇌물 수수' 등 새로운 의혹들로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 실제 가치와 가격이 아니라 코인의 최고점을 기준으로 계속 '60억'을 강조하더니 이제는 '100억'이 됐다.

 

더불어민주당 박광온 원내대표와 김남국 의원 코인 진상조사단 팀장인 김병기 수석사무부총장이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당대표 회의실에서 열린 진상조사팀 중간보고에 참석하고 있다. 2023.5.12.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박광온 원내대표와 김남국 의원 코인 진상조사단 팀장인 김병기 수석사무부총장이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당대표 회의실에서 열린 진상조사팀 중간보고에 참석하고 있다. 2023.5.12. 연합뉴스

그러나 이 모든 의혹과 추정들이 사실이 아니어도 도덕적 책임까지 피할 수는 없다. 물론 민주당은 원래부터 자유시장경제를 옹호하는 자유주의적 중도정당으로 재산이 많고 재테크에 친숙한 정치인들이 많았다. 민주당 의원들의 평균 재산(21억)은 국민의힘(56억)의 절반이기는 하지만 보통 시민들에 비하면 상당히 많은 편이다.

또 김남국 의원은 고소득 전문직 출신일 뿐 아니라 청년세대의 유행을 좇아서 코인 투자를 하고 있다고 스스로 공공연히 밝혀 왔다. 하지만 이런 것들로 모든 게 덮어질 수는 없다. 부와 권력이 없는 보통 시민들 입장에서는 많은 재산을 가진 사람들이 정치인이 되고 투자(투기)와 재테크를 통해 더욱더 증식하는 것이 반가울 수 없는 일이다.

부동산, 주식, 코인 등이 더 많은 사회적 규제를 받고, 불로소득에 대해 더 많은 세금이 부과되고, 보통 시민들과 비슷한 재산과 소득 수준을 가진 사람들과 그런 정치인들로 구성된 진보적 정당이 더 많은 정치적 힘을 키우는 것이 유리한 일이기도 하다. 그래야 보통 시민들의 이해관계를 더 많이 대변하고 부의 재분배와 사회적 평등으로 나갈 테니 말이다.

따라서 '재산이 많은 것이 무조건 잘못이냐?' '국회의원은 재테크도 하면 안 되는 것이냐'라며 감싸려는 시도는 적절하지 않다. 그런 말들은 전세 사기로 희망을 잃은 청년들과 '건폭' 공세 속에 절망에 빠진 건설노동자가 죽어가는 상황에서 마음에 다가오기 어렵다. 김남국 의원처럼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았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고 코인을 처분하는 게 적절하다.

'부동산, 주식, 코인 등에 투자해서 큰 수익을 얻었다는 이준석 같은 국민의힘 인사들은 놔두고 왜 김남국만 문제 삼냐'는 항변도 마찬가지다. 이 나라의 족벌언론과 주류언론, 정치검찰 등이 국민의힘이 아닌 민주당(과 진보정당)에 대해서는 철저히 엄격한 이중잣대를 적용하기 위해 눈에 불을 켜고 있다는 것을 아직도 깨닫지 못하고 조심하지 못한 이들이 순진했다.

이러한 잣대에 따르면 민주당 정치인들은, 특히 족벌언론들이 증오하는 개혁파 의원들은 다주택은 물론 (김의겸처럼) 부동산으로 돈 벌 생각을 해서는 안 된다. (조국처럼) 펀드에 투자해서도 안 된다. (박주민처럼) 전월세 가격을 함부로 올려서도 안 된다. (평산책방처럼) 정직원이 아닌 자원봉사를 써서도 안 된다. (윤미향처럼) 나중에 문제가 없다는 사실이 밝혀져도 소용없다.

자유로운 시장과 투자, 노동유연화를 철저히 신봉하던 이들의 원래 관점과는 모순되는 이러한 엄격한 기준은 앞서 말했듯이 보통의 시민들에게는 나쁘지 않은 것이다. 문제는 이런 기준이 돈과 권력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는 오히려 적용되지 않거나 느슨해진다는 데 있다. 철저한 이중잣대에 따른 선택적 정보 유출, 선택적 보도, 선택적 분노, 선택적 수사라는 말이다.

 

국민의힘 전주혜 원내대변인과 지성호 원내부대표가 8일 국회 의안과에 민주당 김남국 의원 징계안을 제출하고 있다. 2023.5.8. 연합뉴스
국민의힘 전주혜 원내대변인과 지성호 원내부대표가 8일 국회 의안과에 민주당 김남국 의원 징계안을 제출하고 있다. 2023.5.8. 연합뉴스

따라서 김남국 의원의 많은 재산과 코인 투자에 실망하거나 분노한 시민들과 '국민 눈높이'를 말하며 보도를 쏟아냈던 개혁언론들은 이제부터 더 강하고 분명하게 묻고 요구하고 취재하고 보도해야 한다. 국회의원 재산 최상위 10위 중 8명을 차지한 국민의힘 의원들의 100억에서 1000억 원에 이르는 재산들은 과연 어떻게 증식된 것인지, 거기서 부동산과 주식과 코인의 비중은 얼마인지를 밝히라고 말이다.

재산이 256억 원이라고 신고하면서도 16억 원을 축소하고 누락했던 대통령실 김은혜 홍보수석은 불법이 없었는지, 왜 경찰은 불송치하고 넘어가 버렸는지를 따져야 한다. 김건희 여사의 주가조작 의혹은 왜 아직도 덮고 있는지 물어야 한다. 코인 투자해서 선거를 3번이나 치를 정도로 큰돈을 벌었다는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는 그 과정에 아무 문제가 없었는지 경위와 내역을 전부 공개하고 코인을 처분할 것을 요구해야 한다.

한참 가상화폐 투자 붐이 일어나고 있을 당시 이준석 전 대표만이 아니라 국민의힘 전체가 민주당 정부의 규제 시도에 부정적이거나 반대했던 것에 대해서도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조선일보> 등 족벌언론들은 'MZ세대'를 핑계 대며 코인 투자를 적극 옹호하고 독려했다. 자신들이 코인을 투자하고 돈을 벌면서 그랬던 것이면, 이것은 전형적 '이해충돌'이 된다.

 

TV조선은 지난 2018년 1월 1일 '2030 부글부글…국정농단보다 코인규제 더 나빠'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가상화폐 주된 투자자인 이삼십대 청년층"이 문재인 정부에 분노하고 있으며 일각에서는 "가상화폐 규제를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과 비교"까지 하고 있다는 내용을 담았다.
TV조선은 지난 2018년 1월 1일 '2030 부글부글…국정농단보다 코인규제 더 나빠'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가상화폐 주된 투자자인 이삼십대 청년층"이 문재인 정부에 분노하고 있으며 일각에서는 "가상화폐 규제를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과 비교"까지 하고 있다는 내용을 담았다.

부동산이나 주식과 마찬가지로 전형적인 불로소득의 수단이지만, 새롭게 등장해서 제도적 통제 밖에 있었던 가상화폐와 코인 시장은 투기적 성격과 급등과 급락의 변동성이 훨씬 더 극심했다. 따라서 국민의힘과 족벌언론들이 이런 투기적 시장을 옹호하고 민주당이 그것에 타협하면서 지금 '김남국 찍어내기'가 일어날 수 있는 조건과 기반이 마련된 셈이다.

공직자 재산공개 대상에 가상자산도 포함하자는 민주당 의원들이 발의한 법안에 그동안 국민의힘이 소극적이었거나, 당장 모든 국회의원의 가상자산 보유 현황을 전수조사해 공개하자는 제안에 부정적인 이유가 무엇인지도 밝혀내야 한다. 최근에 한동훈 법무부도 관련된 업무를 하고 있는 공무원의 가상자산 보유 현황 공개를 '사생활'이라는 이유로 거부했다.

이미 법무부에서 일하던 검사가 가상자산 거래소로 직장을 옮기거나, 테라-루나 폭락 사건을 수사하던 검사가 피의자를 변호하는 로펌으로 이직하는 일도 있었다. 결국, 우리는 국민의힘과 족벌언론과 정치검찰에게 '어찌하여 형제의 눈 속에 있는 티는 보고 네 눈 속에 있는 들보는 생각지 않느냐'(마태복음)고 물어야 한다.

이 모든 것이 좀 지난 이야기 아니냐고? 그러면 최신 소식들도 살펴보자. 당장 사상 최대 규모의 주가조작 사건이라고 불리는 'SG발 주가 폭락'을 보면, 이 사건은 3년 동안 10배 가까이 주가를 서서히 끌어올리며 재미를 보다가 막판에 누가 손실을 떠안을지 폭탄 돌리기를 하던 일당들의 아귀다툼 속에서 터져나왔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그 일당 중에 한 명으로 최근 구속된 라덕연 투자자문사 대표 뒤에는 거액을 받고 자문을 해준 박영수 특검, 거액의 고문료를 받은 <조선일보>의 전 대표이자 발행인이던 김문순 이사장이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하지만, 이 사건에서 정말 궁금한 점은 폭락 직전에 주식을 매도해 5배~10배의 수익을 올렸다는 재벌 오너들에 대한 취재나 수사는 어디 갔냐는 데 있다.

 

SG(소시에테제네랄)증권발 폭락 사태와 관련해 주가조작을 주도한 의혹을 받는 투자컨설팅업체 H사 라덕연 대표가 11일 오전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2023.5.11. 연합뉴스
SG(소시에테제네랄)증권발 폭락 사태와 관련해 주가조작을 주도한 의혹을 받는 투자컨설팅업체 H사 라덕연 대표가 11일 오전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2023.5.11. 연합뉴스

더욱 궁금한 것은 이미 한 달 전에 신고를 접수하고 조사를 시작했다는 금융위와 남부지검은 주가 폭락 사태를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는 금융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안 그래도 금융감독기구나 검찰 출신이 투자자문사나 금융회사들로 유입되는 '회전문 현상'은 악명 높았다. 이것은 '내부정보 이용'이나 '이해충돌' 등이 제기될 수밖에 없는 민감한 이야기다.

하지만 아직 의혹일 뿐이지 않냐고? 이런 파편적인 사실을 검증도 없이 대서특필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예단하지 말고 당사자의 충분한 반론을 반영해야 하지 않냐고? 어느 한쪽 주장에 의존하지 않는 독립적 취재와 검증을 통한 보도가 중요하다고? 마구잡이 보도를 통해 의혹을 부풀리며 수사에 이용하고 영장 발부를 압박하는 것은 문제라고?

다 맞는 말이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김남국 의원에 대한 (족벌언론만이 아니라 개혁언론까지) 대부분의 취재와 보도, 검찰 수사에서 나타나고 있는 문제이다. '알려졌다' '전해졌다' '추정된다' '사실이라면' 등 최악의 시나리오를 추정한 다음에 그런 의혹을 바탕으로 정치적 판단과 결론을 내리고 있다.

그 점에서 이것이 '제2의 조국 사태'라는 <조선일보>의 희망 섞인 주장은 언론의 부풀리기와 마녀사냥 방식에서는 틀리지 않아 보인다. 김남국 의원에게 하듯이 그 반대편에도 해야 한다고 말하는 게 아니다. 김남국 의원에게도 공정한 잣대가 적용돼야 한다는 말이다. 윤석열 대통령 일가, 국민의힘, 정치검찰, 족벌언론이 관여된 여러 의혹에 대해서도 제대로 된 취재와 보도, 수사와 기소가 진행돼야 한다는 말이다.

최영희 의원의 업무상 배임, 태영호 의원의 보좌관 채용 비리, 김현아 전 의원의 돈봉투 사건 등에 관한 의혹도 철저한 취재와 수사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조선일보>가 터트리면 대부분의 주류 언론이 받으면서 사회적 의제로 떠오르고 검찰의 선택적 수사가 힘을 얻는 현상이 아니라, <뉴스타파>가 터트리면 나머지 언론들도 받으면서 사회적 의제로 만들어지고 특검과 철저한 진상 규명과 제도 개선이 뒤따르는 현상이 보고 싶다는 말이다.

그래서 단지 족벌언론과 정치검찰에 밉보인 누군가만 찍어내는 게 아니라, 투기적 재테크를 가능하게 하고 부의 집중과 불평등을 낳을 수밖에 없는 구조와 제도를 개혁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이런 것이 뒤따르지 않고서 또다시 기득권 카르텔의 선택적 유출, 선택적 보도, 선택적 수사에 우리 모두 놀아난 꼴이 돼버리며 <조선일보>가 승리의 기쁨을 만끽하는 결말은 이미 충분히 지겹도록 많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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