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평등·성교육 관련 부서와 예산 없애 온 윤 정부

논설위원 성희롱 문자 은폐 급급한 조선일보 위선

딥페이크 문제 과소평가하는 이준석의 이중잣대

이준석에 부화뇌동하던 '페미니스트' 정치인들

여성과 피해자들 용기가 만들어낸 변화의 희망

사회적 구조와 문화, 규범 직시하고 바꿔나가야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이번 딥페이크 성착취와 성범죄에 대한 보도들은 충격적이다. 여성 지인들의 얼굴을 포르노적 사진이나 동영상과 결합한 불법 합성물을 만드는 텔레그램방이 지역별·대학별·미성년까지 세분돼 수천수만 명씩 참가해 운영되고 있다는 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것은 한국 사회의 뿌리 깊은 여성 차별적 성폭력 문화가 이제 최신 디지털 기술, 플랫폼 경제와 결합해 수익구조까지 갖춘 성착취 범죄의 산업화한 대량생산과 소비 시스템을 만들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전 세계 피해자의 53%가 한국에서 나왔다는 것도 충격적이다. 이번에 MBC와 한겨레 등의 끈질긴 취재와 보도는 상당히 인상적이고 평가받아 마땅하다. 이런 노력들 덕분에 이 문제가 사회적 이슈가 될 수 있었다. 무엇보다, 꼭 기억하고 기록해야 할 것은 이 지경이 되도록 지금 사태의 뿌리를 방치하고 악화시킨 책임자들이다. 그것은 '구조적 성차별은 사라졌고 여성가족부를 해체하자'라고 앞장서던 윤석열 대통령과 이준석 의원 같은 정치인들이다.  

 

평화나비네트워크 회원 등이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딥페이크' 성범죄대응 긴급 대학생 기자회견에서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2024.8.29. 연합뉴스.
평화나비네트워크 회원 등이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딥페이크' 성범죄대응 긴급 대학생 기자회견에서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2024.8.29. 연합뉴스.

성평등과 성폭력 관련 부서를 없애고 예산을 삭감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등 이 정부의 책임자들이다. 예컨대 성폭력 피해자이기도 한 서지현 검사는 지난 정부에서 디지털 성범죄 대응 TF 책임자로서 이미 2년 전에 구체적 방안들을 제시했지만, 윤석열 정부와 한동훈 법무장관은 취임하자마저 검찰 개혁과 젠더 평등을 분쇄하기 위해 서지현 검사 같은 이들을 책임 있는 자리에서 몰아냈다.

또 윤석열 정부의 교육부는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 '성소수자', '성평등', '재생산', '섹슈얼리티' 등을 삭제했고, 여성가족부는 '성인권 교육' 사업 예산을 삭감하고 폐지했다. 학교와 도서관에서는 성평등이나 청소년 성교육 관련 도서들을 퇴출하는 일까지 벌어져 왔다. 곳곳에서 '인권조례'가 폐지됐다. 그 결과가 오늘날의 사태와 결코 무관하다고 할 수가 없다.  

 

윤석열 정부는 이번 사태의 뿌리를 방치하고 확대한 책임이 있다/ 관련 기사 화면 갈무리 
윤석열 정부는 이번 사태의 뿌리를 방치하고 확대한 책임이 있다/ 관련 기사 화면 갈무리 

마침, 최근에 조선일보 논설위원과 국정원 간부가 함께 여기자들의 사진을 공유하며 저열하게 성희롱하는 문자("맛나보여요", "핥고싶다", "가만두면 안됨요", "함 가시조")를 주고받는 것이 들통난 것도 상징적이다. '1등' 족벌언론 논설위원과 비밀 공안기구의 구성원이 저지른 이 범죄는, 권력-언론 카르텔은 성착취로도 이어진다는 것을 증명할 뿐 아니라, 지금 벌어지는 딥페이크 성착취 범죄들의 뿌리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보여지는 기성세대 권력자들의 성착취적 문화와 규범이 세대를 넘어서 이어지고, 새로운 기술과 접목된 것이 지금의 사태 배경이다. 그래서 이번에 한겨레가 딥페이크 성범죄의 이슈화에 가장 적극적이고 기여를 했다면, 초기에 가장 소극적인 것은 조선일보인 게 당연했다. 그러면서 조선일보는 내부에서 벌어진 성폭력을 덮는 데 급급했다. 조선일보는 아직까지 이 내부 사건을 보도조차 하지 않고 있다. 

 

미디어오늘 관련 기사 화면 갈무리 
미디어오늘 관련 기사 화면 갈무리 

김수진 전국언론노동조합 성평등위원장은 조선일보와 국정원의 대응을 두고 "기본적으로 회피이고 조직적으로 은폐한다고 볼 수밖에 없다"라고 지적했다. 이 '가해자 보호'에는 조선일보 자신만이 아니라, 모른 척해주는 대부분의 주류 언론사도 포함돼 있다. 단지 문자만 주고받은 게 아니라 행동을 도모한 흔적까지 보이는데도 수사할 의지가 없어 보이는 수사기관들도 마찬가지다.  

이런 상황이니 조선일보는 '어차피 다른 언론과 정부와 수사기관들이 우리의 문제는 알아서 다 덮어줄 텐데 우리가 왜 스스로 찔려하면서 딥페이크 이슈에서 소극적으로 머물러 있어야 하지?'라고 자문했을 법하다. 그래서인지, 조선일보는 초기의 소극적 태도를 벗어나 곧 '딥페이크 성범죄에 대한 정의로운 심판자'로 신속한 태세 전환을 했다.

심지어, ‘여성단체들이 성폭력 문제에 소극적이다’라고 호통까지 치고, 사설에서도 "(딥페이크 성범죄는) 영혼을 파괴하는 중범죄"라고 준엄하게 꾸짖었다. 이것은 뒤늦게나마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이 딥페이크 성범죄에 대해 '강력 대응과 처벌 강화'를 말하고 나선 것과 발을 맞춘 것이다. 하지만, 지금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이 내놓고 있는 대책은 몇몇 가해자들만 악마, 괴물로 만들면서 도려내는 것이 그 방향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은 성폭력, 성착취를 만들어내는 사회적 구조와 규범은 그대로 둘 뿐 아니라 지금까지처럼 계속 더 강화할 것이 분명하다. 이것이 차별금지법을 반대하고 여성가족부 폐지를 찬성한 '페미니스트' 이수정 교수 등이 '성범죄자 처벌 강화', '사형제 도입' 등을 말하는 윤석열과 손을 잡을 수 있었던 배경과 맥락이기도 하다.  

 

내부 성폭력 사건은 모르쇠하면서 딥페이크 성범죄의 정의로운 심판자로 신속한 태새 전환한 조선일보/ 조선일보 홈페이지 대문 갈무리 
내부 성폭력 사건은 모르쇠하면서 딥페이크 성범죄의 정의로운 심판자로 신속한 태새 전환한 조선일보/ 조선일보 홈페이지 대문 갈무리 

물론 이런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의 태도조차 이준석 의원이나 개혁신당의 태도에 비교하면 더 나아 보인다. 이준석 의원은 "위협이 과대평가 되고 있다", "과잉 규제로 결론이 날까 봐 (우려된다)"면서 어깃장을 놓고 나섰다. 개혁신당 대표 허은아는 분노하고 비판하는 사람들에게 "급발진 젠더팔이"라고 낙인을 찍었다.

심각한 수준의 성폭력 문화와 구조가 드러난 상황에서 피해자들의 편이 아니라 가해자들의 편에서 문제를 과소평가하고 덮어버리려는 태도이다. 이것은 게임이나 광고 등에서 별 의미도 없는 '집게손' 모양만 보면 밑도 끝도 없이 '남성혐오'라고 과장해서 호들갑을 떨며 마녀사냥을 일삼던 이준석 의원 등의 그동안 행태에 비추어 봐도 기막힌 이중잣대와 반응이 아닐 수 없다.

같이 '양두구육' 사기극을 펼치고 여가부 폐지를 주장하던 윤석열 정부와 이준석 세력의 이번 사태에서 보이는 반응의 차이는 이준석 세력이 훨씬 더 젠더 갈라치기와 여성혐오를 통한 신우파의 재구성과 지지기반 확대에 적극적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이준석과 개혁신당이 이처럼 노골적으로 자신들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상황에서 스스로 돌아봐야 할 사람들이 있다.

먼저, 이준석을 초청해 연설을 듣고 '제3지대 신당'을 같이 떠들던 사람들이다. 구체적으로 보자면 스스로 차별금지를 이야기하고 페미니스트라고 자처하더니 이준석과 손잡고 개혁신당으로 갔던 류호정, 조성주, 금태섭 같은 정치인들이 있다. 또 이준석과 제3신당을 같이할 듯 하다가 민주당으로 옮아온 정치인들과 툭하면 이준석을 칭찬하던 정치인들도 돌아봐야 한다.

'민주당이나 국민의힘이나 똑같다'라면서 이준석과 3지대 신당을 희망처럼 묘사하고 띄워주던, 그러면서 거꾸로 진보당이나 조국혁신당은 무시하기만 하던 많은 언론도 돌아볼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우울한 소식들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이번에 딥페이크 성범죄에 고통받고 분노하던 피해자와 여성들이 스스로 나서고 목소리를 내면서 진보정당들과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나섰고, 더 나아가 전 세계 언론까지 주목하게 만들었다. 

민주당에서 며칠 만에 5개의 관련 법안이 발의되기도 했다. 이것은 정말 대단한 힘과 성과라고 할 수 있다. 이미 지난 십여 년간 유럽과 남미에서는 이런 일로 분노한 여성들이 '한 명도 더 잃을 수 없다'라며 거리로 나서고, 남녀노소가 손을 잡고 거기에 함께하고, 정부와 정당이 움직이고, 법과 제도가 바뀌는 일이 벌어져 왔다. 이제 한국에서도 그 일이 벌어질 차례이다.  

 

이미 지난 대선 때 이 문제를 공약으로 제시한 바 있는 민주당은 다른 진보정당들과 손 잡고 더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 관련 기사 화면 갈무리 
이미 지난 대선 때 이 문제를 공약으로 제시한 바 있는 민주당은 다른 진보정당들과 손 잡고 더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 관련 기사 화면 갈무리 

그것은 여가부 폐지를 추진하고 성차별, 성폭력 관련 부서와 예산을 삭감하고, 심지어 성평등과 성교육 책까지 학교와 도서관에서 다 없애려 하던 윤석열 정부와 정책을 전부 되돌리고 뒤집는 방향으로 나아갈 필요가 있다. 윤석열 집권 이후 지난 2년간 이런 방향에 따라서 시도와 구청 차원에서 ‘성평등’이 금기어처럼 취급되고 관련 사업까지 모조리 중단되고 가로막히는 일까지 벌어져 왔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대표적인 페미니스트 활동가이자 학자인 벨 훅스가 주장했듯이 가부장적 자본주의가 만들어내는 유독하고 뒤틀린 남성성(남성다움)을 '페미니즘적 남성성'으로 재구성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필요가 있다. 지금 분노한 여성들은 모든 남성이 다 가해자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이 사태는 이제부터 여성들이 SNS에 자신의 어떤 사진도 올리지 않는 방식으로 해결될 수도 없고 해결돼서도 안 된다.

그렇다고 모든 남성의 휴대전화를 수시로 검사하는 것이 해결책일 수도 없다. 왜 여성 지인들을 '몸평/얼평'의 대상으로 삼고서 그 얼굴을 포르노적 사진과 합성하는 것이, 결코 적지 않은 남성들 사이에서 거대한 하나의 놀이 문화가 되고, 서로 간의 동료 의식과 연대를 다지는 통로가 돼버렸는지 그 사회적 구조와 규범, 문화를 직시하거나 바꿔야 한다는 말이다.

바로 이런 점을 지적하면서 벨 훅스는 "단 한 번도 페미니즘 운동이 여성들만의 것이라고도 그래야만 한다고도 생각해본 적이 없다. 여성이든 남성이든, 소녀든 소년이든 모두가 페미니즘에 한 발 더 다가오게 설득하지 못하면 페미니즘 운동이 성공할 수 없다"라며 '모두를 위한 페미니즘'을 주장했다.

"이 세상에 페미니즘을 더 많이 알려야 한다. 옥외광고판을 세워야 하고, 잡지에 광고를 실어야 하며, 버스와 지하철, 기차에서도 광고해야 한다. 텔레비전으로 우리의 메시지를 널리 퍼뜨려야 한다…. 이런 노력을 통해 페미니즘을 널리 알려야 하고, 이 운동이 모두의 머리에 가닿고 마음을 울리게 해야 한다." 그럴 때 여성을 성적 대상이나 물건이 아닌 같은 인간으로 보는 게 너무 당연한 사람들로 가득 찬 세상이 만들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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