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 재판] 남욱, 김만배에게 "이재명 관련 진술 맞춰달라"
"2020년, 정영학·남욱에 먼저 얘기하고 유동규에 부탁"
"2016년 6월, 지분 주기로 했다"는 유동규 진술 반박
재판장 "구속 피의자 간 소통 이례적…확인할 것"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대장동 사건의 핵심인 '천화동인 1호의 절반은 유동규 몫'이라는 의혹은 김만배 씨가 자신의 비용 부담을 부풀리기 위해 유동규 씨에게 "천화동인 1호의 반은 네 것이라고 얘기해달라"고 부탁한 것에서 출발한 것이라는 김만배 씨의 증언이 나왔다. 지금까지 소위 '700억 혹은 428억 약정설'에 대해서는 그것이 어떻게 제안되고 합의됐는지에 대한 어떤 근거도 없이 누구 것이냐는 논란만 산더미처럼 불어나있는 상황이었다.
"2020년, 정영학·남욱에 먼저 얘기하고 유동규에 부탁"
21일 서울중앙지법(형사합의 23부, 조병구 부장판사)에서 열린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정치자금법 위반 등 사건 공판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김만배 씨는 '700억 혹은 428억 약정설'에 대해 "처음에는 2020년 9~10월 경 정영학과 남욱에게 얘기한 것이고, 그 뒤에 유동규에게 구체적으로 금액을 얘기한 적은 없고 천화동인 1호가 네 것이라고 좀 얘기해줘라, 그 다음에 형(김만배) 것 반, 네 것 반이라고 얘기해달라고 했다"고 증언했다.
김만배 씨는 "유동규가 처음에는 자기 것이 아니라는 걸 알았지만, 나중에 네 것이라고 얘기해주라고 하니까 본인도 만배 형이 주지 않을까 생각했을 수는 있다"고 덧붙였다.
김 씨는 "유동규의 몫이 700억에서 428억으로, 결과적으로 300억 가까이 줄었는데 유동규가 화낸 적이 있는가? 상식적으로 700억에서 400억으로 줄어들면 화가 많이 났을 텐데"라는 김용 전 부원장 측 변호인의 질문에 "본인 것이 아니니까 화낼 일이 없고, 금액이 줄어드는 데 대해서 특별한 불만이 없었다"고 답변했다.
이와 같은 김만배 씨의 진술은 김만배 씨의 '허언', 유동규 씨의 '농담' 주장과, 법정에서 제시된 김만배 검찰 조서의 "유동규가 처음에는 기대만 갖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가 2020년 10월 이후에는 정말 자기 것인 것처럼 생각했다"는 취지의 진술, 그리고 최근 뉴스타파가 보도한 유동규의 검찰 조서 "김만배가 진짜 주려고 했겠습니까. 그런데 저도 김만배한테 자꾸 얘기를 하다 보니까 저도 진짜라는 생각은 들었죠"라는 진술과 일맥상통한다.
"2016년 6월, 지분 주기로 했다"는 유동규 진술 반박
다만 유동규 씨는 지난 3월 9일 김용 전 부원장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2014년 6월 지방선거 직후 본인과 김만배, 김용, 정진상이 만나 의형제를 맺고, 이재명 시장의 재선에 기여한 공로로 김만배 등 민간업자들을 대장동 개발 사업자로 내정해주기로 하고 김만배 지분의 절반을 받기로 했다"고 진술한 바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도 김만배 씨는 21일 공판에서 2014년 6월 회동에 대해 "유동규가 김용·정진상과 함께 만나자고 하도 졸라서 만났을 뿐 그런 얘기를 나눌 자리는 아니었다"며 "특히 정진상 실장은 딱딱한 성격이라 서먹서먹한 분위기였고 그날 완전히 장벽 없이 소통하는 그런 관계로 넘어가지는 않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씨는 검사가 제시한 "2014년 6월 4인 식사모임에서 의형제를 맺었다"는 유동규의 법정 진술에는 "저는 누구하고 의형제를 맺는 사람이 아니라서요", "그 얘기를 김만배로부터 들었다"는 남욱의 법정 진술에 대해서는 "그건 남욱의 생각이고 나이 50 가까이 돼서 의형제 맺는 게 쉬운가요"라며 반문했다.
남욱, 구치감에서 '김용 사건' 자세히 설명
김만배 씨는 특히 이날 남욱 변호사가 구치소와 구치감(법원에서 미결수들이 대기하는 장소)에서 마주칠 때 김 씨에게 이재명 대표와 김용, 정진상 씨에게 자금을 제공한 사실을 진술할 것을 종용했다는 사실을 밝혔다.
김 씨는 "위례 사건으로 죽게 생겨서 유동규를 통해 김용에게 돈을 줬다고 진술했으니 동규 형도 못 견딜 것"이라며 형(김만배)도 진술을 좀 맞춰달라"고 얘기했다고 증언했다.
김 씨는 유동규와 남욱을 자주 마주쳤다며 검찰이 위례 사건으로 수사를 확대하자 남욱이 처음에는 묵비권을 행사하겠다는 입장에서 점차 변화하더니 법원에서 만났을 때 자신의 손으로 목을 치는 시늉을 하며 수사로 어려움에 처했다는 사인을 보내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 이후 유동규는 "남욱과 정민용이 자기 살려고 (나를) 떠밀고 있다"며 "저도 힘들어요, 대장이 나서줘야 할 것 같아요"라고 말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이는 정치자금 및 뇌물과 관련된 유동규의 진술 변경이 남욱에 대한 검찰의 압박으로 비롯된 것일 가능성을 시사한다.
김 씨는 모친상을 당한 2022년 10월 12일 오전 공판 후 오후 반나절 남욱과 함께 있었는데 그때 "김용에게 전달하기 위해 유동규에게 8억 얼마를 줬는데 유동규와 정민용이 그 중 일부를 닦아먹었다"는 등의 내용을 자세히 들었다고 말했다. 이때 남욱은 김 씨에게 "이재명 지사나 정진상에게 돈 준 것 있으면 검찰에 얘기하라"며 "동생(남욱) 좀 살려달라. 형(김만배)이 진술 좀 맞춰달라"고 사정했다고 말했다.
재판장 "구속 피의자 간 소통 이례적...확인할 것"
이에 대해 검찰은 "어떤 구체적인 혐의에 대해 진술을 맞춰달라는 게 아니고, 돈 준 사실이 있으면 얘기해달라는 뜻이 아니냐"고 물었지만 김 씨는 "돈 준 적이 없으니 없다고 했는데도 자기(남욱)이 김용, 정진상을 끌어들여 진술하고 있으니 맞춰달라고 얘기했다"고 답변했다.
김용 전 부원장 측 변호인은 "김용 사건을 특정하지 않고 동생 살아야 하니 진술을 맞춰달라고 얘기한 것인가"라고 질문했고, 이에 김 씨는 "맞춰주세요라고 하지는 않고 그렇게 해달라고 했다. 맞춰달라는 취지였다" 답변했다.
재판장은 "구치감이나 구치소에서 공범이면서 주요 사건의 구속 피고인들 간에 소통이 이루어지는 것이 이례적이라는 느낌이 든다"면서 "증인이 들었다는 게 있고 말했다는 사람이 있으니 확인하면 될 것"이라며 앞으로의 공판 과정에서 이를 확인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관련기사
- 이재명 재판, 검찰 뜻과 거꾸로 가는 '검찰 측 증인들'
- 정진상 측 "말 바꾸기 전 유동규 진술서 보자"…검 "없다"
- [김용 재판] 유동규·남욱·정민용 3인3색 엇갈린 증언
- "유동규, 관용차로 시청 갔다"는 날, 근무기록은 '병가'
- 검찰 언플에 장외 공방으로 번진 정진상 재판
- 유동규 "김문기 대면 보고"…이재명이 묻자 "명확하지 않아"
- 검사와 사흘 면담 뒤…"봉지"→"쇼핑백" "5층"→"1층"
- 김용 "유동규 회사에서 1억 줬다는 날, 다른 곳 방문"
- 유동규 "'동생' 칭호가 뇌물 대가"…재판정의 허무 개그
- "검찰이 기가 막혀"…일주일 만에 들통난 얄팍한 거짓말
- 검찰, 총선 의식?…이재명 재판 '뭉그적', 조국 재판 '후다닥'
- 근본부터 허물어진 정진상 재판…유 "금액·출처 기억 못해"
- 대장동 428억, 줄 생각도 받을 생각도 없었다
- "기록 20만쪽, 증인 300명"…검이 만든 '이재명 개미지옥'
개의 댓글
댓글 정렬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