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들레 사랑방] 검찰 주장 뒤집는 증언 이어져
정민용 "김용 돈 들고 가는 것 못 봤다"
정영학 "김만배, 20억 요구에 못 준다고 했다"
A씨 "이름 특이하고 중앙대 동문이라 기억"
B씨 "김문기 수행, 검찰이 그렇게 물어본 것"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현재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직간접적으로 관련되어 진행 중이거나 시작될 재판이 모두 8개 재판부 12개 사건에 이르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직접적인 사건은 이재명 대표에 대한 선거법 사건과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정진상 전 민주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 대한 정치자금법 등 사건입니다.
지금은 검찰의 공소 사실을 입증하기 위한 '검찰 측 증인'들의 증인 신문이 진행 중입니다. 따라서 언론에는 주로 피고인에게 불리한 내용들이 보도되는 시기입니다. 그런데 이 사건에서는 검찰 측 증인들이 검찰의 주장을 뒤집거나 꼬이게 하는 경우가 빈발하고 있습니다. 어떤 경우는 검찰이 무슨 생각으로 저 사람을 증인으로 불렀을까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습니다.
정민용 "김용 돈 들고 가는 것 못 봤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이미 널리 보도된 정민용 변호사의 "김용 전 부원장이 돈을 들고 가는 것을 보지는 못했다"는 증언입니다.
오로지 '유동규의 말' 외에는 아무런 증거가 없는 이 사건에서 정민용 변호사는 유동규가 말하는 '돈 전달' 현장에 함께 있으면서 그것을 목격했을 수도 있는 유일한 '제3자'였습니다. 따라서 진실 여부와는 별도로 정민용 변호사가 "김용이 돈(이 든 것으로 보이는 쇼핑백 등)을 들고 가는 것을 봤다"고 증언했다면, 불법 정치자금이 전달됐다고 하는 검찰의 주장에 힘이 실릴 가능성이 높았습니다.
그런데 정 변호사는 검사와 변호사의 몇 차례 반복되는 질문에도 "블라인드 때문에 하반신 밖에 볼 수 없어서 허리를 굽혀 보려고 했다"고 강조하면서 "돈을 들고 가거나 코트 안에 숨겨 가는 것은 볼 수 없었다"고 증언했습니다. 자신이 '돈 전달의 목격자'가 될 수도 있는 가능성을 전면적으로 부인한 것입니다.
정영학 "김만배, 20억 요구에 못 준다고 했다"
이처럼 검찰의 주장을 뒤집는 '검찰 측 증인'의 증언은 '정영학 녹취록'을 통해 검찰에게 가장 우호적인 인물로 얘기되는 정영학 회계사를 통해서도 나왔습니다. 정 회계사는 지난 13일 김용 전 부원장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2021년 2월 1일 김만배가 시청에 다녀왔다며 정진상이 20억을 요구했다면서 화를 냈고, 자신은 돈 줄 생각이 없다고 얘기했다"고 진술했습니다.
이에 대해 재판장은 "428억을 주기로 했다면 정진상에게 140억원 정도는 가야 한다는 것인데 20억을 안 주겠다는 건 안 맞는 얘기 아니냐"고 반문했습니다. 소위 428억은 대장동 민간업자들이 대장동 개발수익 중 이재명 대표 측의 몫으로 주기로 했다는 의혹으로 대선 판도를 뒤흔들었던 바로 그 돈입니다. 정영학 회계사의 증언은 대장동 사건의 가장 기본이 되는 의혹이 완전한 허구일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한 것입니다.
정 회계사는 한 발 더 나갔습니다. 검찰은 428억에 대해 대장동 사업에 있어서 정진상, 김용 등이 해온 '역할'에 대한 대가라고 주장해왔습니다. 그 근거로 제시한 것이 '노래방 녹취록'으로 알려진 2020년 10월 30일 녹취록의 "우리는 50%에 상당하는 거를 계속 하고 있어"라는 대목입니다. 검찰은 여기에서 '우리'는 '김용+정진상+유동규+김만배'를 말하는 것이고, '50%에 상당하는 것'을 '인허가를 비롯한 대장동 사업에서의 역할'이라고 해석했습니다. 실제로 김만배 씨도 '역할'이라는 말을 쓰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정 회계사는 "50%에 상당하는 것"이 '역할'이 아닌 '비용'에 대한 것이라고 진술했습니다. 정 회계사는 자신을 포함해 김만배와 남욱 등의 지분 비율이 '사업에 지출한 비용'을 기준으로 한 것으로, 예를 들어 남욱은 '대장동 주민들에게 쓴 돈', 자신은 '정재창에게 지급한 비용', 그리고 김만배는 '천화동인 직원 인건비와 50억 클럽 등에 지출한 돈'을 말하는 것이라고 증언했습니다.
A씨 "이름 특이하고 중앙대 동문이라 기억"
이와 같은 '검찰 측 증인'들의 '엇박자 증언'은 이재명 대표의 선거법 공판에서도 등장했습니다. 검찰은 지난 14일 이재명 대표의 공판에 2015년 1월 호주 뉴질랜드 출장에 동행했던 성남시 공무원 2명을 증인으로 불렀습니다. 편의상 A씨와 B씨라고 부르겠습니다.
첫 번째 공무원 A씨는 출장 당시 출장 계획 업무를 맡았던 주무관이었습니다. 검찰은 이 공무원에 대해 아래와 같이 질문했습니다.
검사 증인은 검찰 조사에서 "별로 교류가 없었던 피고인(이재명)이 몇 년 후 자신의 이름을 정확히 불러서 놀랐다"고 진술한 적이 있지요? 피고는 "나는 머리가 좋고 기억력이 좋아 몇 번 안 봐도 이름을 기억한다"고 말한 적도 있는데 증인의 이름도 그렇게 해서 기억을 한 것이죠?
A씨 다른 사람은 모르겠고 저는 아마 이름이 특이해서 기억을 하신 것 아닌가 생각합니다.
이 공무원의 실명을 공개할 수는 없지만, 이름이 유명한 역사적 인물과 비슷했습니다. 그래서 자신을 소개할 때 그 역사적 인물에 빗대어 소개하고, 이 대표에게도 그렇게 소개한 적이 있다고 합니다.
지난 번 [민들레 사랑방]에서도 얘기했지만, 이재명 대표의 선거법 사건의 공소사실은 "고 김문기 씨를 시장 시절에 알았냐, 몰랐냐"가 아닙니다. 공소사실은 이 대표가 "시장 시절 고 김문기 씨로부터 보고를 받거나 보좌를 받은 사실이 없고, 호주 출장에서 골프를 친 사실이 없다"는 취지로 발언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검찰은 계속 이 대표의 '기억'에 대해 신문을 하고 있고, 이에 따라 변호인도 '기억'에 대해 반대 입증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A씨에 대한 변호인의 반대 신문에서 이재명 대표가 시장 시절 A씨의 이름을 기억하게 된 배경이 밝혀졌습니다.
변호인(이하 '변') 증인은 어느 대학을 졸업하셨죠?
A씨 중앙대학교를 졸업했습니다.
변 성남시청에 중앙대 동문이 몇 명이나 계셨고, 동문회를 하면 몇 명이나 참석하나요?
A씨 20~30명 정도 되고, 동문회를 하면 7~8명에서 5명 정도 참석합니다.
변 증인은 동문회를 하면 빠짐없이 참석하는 편이죠?
A씨 네.
변 피고인(이재명 대표)은 동문회에 자주 참석하는 편인가요?
A씨 네. 시장님도 거의 빠짐없이 참석하셨습니다.
변 아까 자신의 이름이 특이해서 역사 인물에 빗대어 소개한다고 했는데 피고인을 동문회에서 봤을 때 그렇게 소개하신 것 아닌가요?
A씨 아, 그런 것 같네요. 그때 그렇게 인사를 드렸고 몇 년 뒤에도 그래서 기억을 하신 것 같습니다.
변 증인 정도 돼야 피고인이 실무 공무원의 이름을 기억할 수 있는 것 아닐까요?
A씨 다른 사람 경우는 모르겠지만, 저는 시장님 수행해서 해외 출장도 여러 번 갔고, 동문회에서도 따로 뵙기도 해서 기억을 했을 것 같습니다. 특별히 자기 소개를 하지 않는 한 이름을 기억하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검찰은 A씨가 이재명 대표가 실명을 기억하는 실무 직원이라는 점에서, 이 대표가 A씨의 경우처럼 김문기 씨의 이름도 기억했을 것이라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 A씨를 증인으로 불러온 것인데, 엉뚱하게도 A씨는 그야말로 이름을 기억하지 않을 수 없는 특별한 인연과 배경을 가진 인물이었던 것입니다.
B씨 "김문기 수행, 검찰이 그렇게 물어본 것"
다른 공무원 B씨는 호주·뉴질랜드 출장에 동행했던 관계자 중 가장 고위급에 해당하는 공무원으로 인솔단장 역할을 하면서 식사 때에는 항상 이재명 당시 시장의 옆자리에 배석했던 사람입니다. 따라서 출장 당시 이 대표와 고 김문기 씨와의 관계를 잘 지켜볼 수 있는 위치에 있었습니다.
변호인은 B씨가 검찰 조사에서 "김문기가 시장을 바짝 따라다니는 것을 보고 유동규가 시장을 잘 모시라고 지시한 것 같다"고 진술한 부분에 대해 질문했습니다. 이 부분은 "고 김문기 씨가 호주 출장에서 이 대표의 수행비서 역할을 했다"는 검찰의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변 (진술 내용을 제시한 뒤) 이와 같이 진술한 적이 있지요?
B씨 기억 안 납니다.
변 검찰에서 그렇게 진술하신 건 맞는 것 같은데 지금 생각은 어떤가요?
B씨 어떤 맥락에서 나온 진술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변 김문기 씨가 시장의 수행비서인 김 모 비서의 역할을 대신 하는 것을 본 적은 없지요?
B씨 잘 모르겠습니다.
검찰은 변호인 반대신문 뒤에 "그 진술은 '사진을 보면 김문기가 시장 뒤에 바짝 붙은 사진이 많은데 왜 그런지 아시나요?'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고 진술의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그러자 변호인이 이 부분에 대해 다시 물었습니다.
변 검사님이 이 진술의 배경에 대해 설명해주셨는데, 이 진술은 "모르겠습니다"라고 시작합니다. 즉 추측이라는 건데 왜 그런 추측을 하신 거죠? 실제로 그렇게 추측을 하신 건가요, 아니면 검사님이 그런 거 아니냐고 해서 그렇다고 답을 하신 건가요?
B씨 검사님이 그렇게 물어봐서 잘 모르겠지만 그런 것 같다고 대답한 겁니다.
이재명 대표 선거법 재판의 첫 공판에서 검찰은 고 김문기 씨와 이 대표가 함께 찍힌 사진들을 제시하며 "수행 비서 역할을 했다"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이에 대해 변호인단은 "신기하게도 이 대표의 시선이 김문기 씨를 향하는 장면이 단 하나도 없다"고 반박했습니다.
검찰은 B씨를 통해 "고 김문기 씨가 출장에서 이 대표의 수행비서 역할을 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받아 조서에 기록했지만, 사실은 그게 검찰의 유도 질문을 B씨의 진술인 것처럼 기록해놓은 것에 불과했던 것입니다.
또한 검찰은 B씨에게 출장 당시 고 김문기 씨의 행적에 대해 꼬치꼬치 캐물었지만 B씨는 다른 부분에 대해서는 자세히 답변하면서도 가장 핵심적인 부분인 김문기 씨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모른다"는 답변으로 일관했습니다.
이처럼 검찰이 공소사실을 뒷받침하기 위해 재판에 소환한 증인들로부터 검찰의 의도에 어긋나는 증언이 계속해서 나오는 것은 검찰의 수사가 부실했거나, 혹은 특정한 방향으로 몰아가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드러내보이는 것이기도 합니다.
앞으로도 이재명 대표와 관련된 재판에는 수많은 관련자들의 증언이 이어질 계획입니다. 앞으로의 증언은 어떤 방향으로 이루어질지 계속 지켜보도록 하겠습니다.
관련기사
- "몰랐다" vs "그런 적 없다"…이재명 선거법 재판의 진짜 쟁점
- 이재명 시장 집무실 CCTV가 가짜?…"검찰 또 조작 수사"
- [김용 재판] 유동규·남욱·정민용 3인3색 엇갈린 증언
- 황당한 배임 금액, 428억은 어디로?…이재명 불구속 기소
- 김만배 "유동규에 '천화동인 1호, 네 것이라 말해달라' 했다"
- 정진상, 기소 4개월반 만에 석방…법조계 "검찰의 완패"
- 유동규 "김문기 대면 보고"…이재명이 묻자 "명확하지 않아"
- 검사와 사흘 면담 뒤…"봉지"→"쇼핑백" "5층"→"1층"
- 김용 "유동규 회사에서 1억 줬다는 날, 다른 곳 방문"
- 유동규 "'동생' 칭호가 뇌물 대가"…재판정의 허무 개그
- [윤석열 1년] '망나니 칼춤'에 스스로 무너진 '검찰 신화'
- "검찰이 기가 막혀"…일주일 만에 들통난 얄팍한 거짓말
- 혼돈 빠진 유동규 '막 던지기'…재판장, 검찰에 '엄중 경고'
- 근본부터 허물어진 정진상 재판…유 "금액·출처 기억 못해"
- 김용·정진상 재판, "차고 넘친다"던 증거 어디로 갔나?
- "기록 20만쪽, 증인 300명"…검이 만든 '이재명 개미지옥'
개의 댓글
댓글 정렬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