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상 재판] CCTV 이어 유동규 진술조서로 격돌

변호인 "신빙성 핵심인데 번복 후 진술만 제출"

검, 수사팀 개편 이유 들어 "다 갖고 있지 않아"

'가짜 CCTV' 주장 근거는 2018년 근무자 증언

"뇌물 줬다는 시점 4~5년 뒤 근무자가 어떻게 아냐"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최측근 정진상 전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의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4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법정으로 들어가고 있다. 2023.4.4. 연합뉴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최측근 정진상 전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의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4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법정으로 들어가고 있다. 2023.4.4. 연합뉴스

정진상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 재판에서 변호인과 검찰이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의 진술 번복 전 증거 제출 문제를 두고 또다시 격돌을 벌였다.

유동규는 구속 수감됐던 지난해 9월부터 진술을 번복해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과 정 전 실장 등에게 돈을 줬다거나 개발이익을 약속받았다고 말해온 만큼, 이번 재판에서는 말을 바꾼 그의 증언에 대한 신빙성이 핵심이다.

정 전 실장 변호인은 이에 검찰이 유동규 진술 중 유리한 부분만 취사 선택해 제출했다며 방어권 보장을 위해 유동규 진술 조서 전체를 요청했지만, 검찰은 수사팀 개편 등을 이유로 조서를 다 가지고 있지 않다며 사실상 거부했다.

"유동규 진술 신빙성이 핵심…조서 모두 제출돼야"

정 전 실장  변호인은 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조병구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2차 공판에서 "이 사건 증거 자료는 유동규가 진술을 번복한 2022년 9월 이후 피의자 신문 조서가 대부분"이라며 "이전 진술 내용과 함께 봐야 진술의 핵심 신빙성이나 모순을 충분히 확인할 수 있는데, 현재로서는 이런 진술조서가 모두 누락됐다"고 밝혔다.

이어 "유동규에 대한 진술의 신빙성을 탄핵하기 위한 목적이나 객관적으로 진술의 진실성을 확인하기 위해 같은 사업에 대해 같은 수사기관에서 어떻게 진술했는지는 당연히 증거로 제출돼야 한다"면서 "검사 측이 공소 사실과 부합되지 않는다고 제출 안 해도 적어도 그 자료는 모두 이 법정에 제출되어야 한다는 말씀을 강하게 드린다"고 말했다.

변호인은 특히 "이 사건은 유동규 증인 신문 내용이 가장 핵심적 증거로 알려져 있어 이 부분을 탄핵하는 것은 변호인 방어권의 핵심"이라며 "번복 전 진술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하고 반대 신문이 이뤄지면 대법원 판례가 인정하는 피고인의 실질적 방어권 행사에 중대한 타격을 입는다"고 말했다.

 

정진상 전 민주당 대표 정무실장이 지난 해 11월 18일 서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2022.11.18. 연합뉴스 자료사진
정진상 전 민주당 대표 정무실장이 지난 해 11월 18일 서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2022.11.18. 연합뉴스 자료사진

아울러 검찰이 유리한 증언만 취사 선택 했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변호인은 "(검찰은) 이 사건에 있어 직접 진술 조서를 받은 것뿐만 아니라 다른 수사팀에서 받은 것도 첨부해서 증거로 내는 경우도 많다. 검사가 취사 선택을 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공소 사실과 모순되거나 양립하지 않은 내용은 반드시 법정에서 현출되어야(드러나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재판부도 "처음 대장동 수사가 진행될 때 있었던 진술조서, 피의자 신문 조서에 대해서는 충분히 제공되는 게 법정에서도 전체 상황을 확인하기 위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같은 반부패 1부인데…검찰 "조서 모두 갖고 있지 않아"

그러나 검찰 측은 변호인의 지적에 "이전 다른 시기 수사했던 모든 유동규 조서 내용을 모두 목록화해서 가지고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용이나 유동규 등 다른 사건마다 수사기록 목록이 있기에 수사팀에서 선별해서 나눌 이유도 없고 그럴 필요도 없다"며 "변호인이 말한 모든 증거가 이 법정에서 현출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또 검찰 측은 "2022년 7월 수사팀이 개편됐다"며 "변호인이 말하는 것은 수사기록에 없는 것도 다 내놓으라는 것밖에 안 된다"고도 했다. 하지만 정 전 실장을 기소한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부장 엄희준)는 수사팀만 바뀌었지 같은 부서에서 공소를 유지하고 있다. 수사팀이 재편돼서 제출하지 못한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주장이다.

검찰 측은 오히려 전체 조서를 요구하는 정 전 실장 측을 향해 "재판을 지연하려는 방법이냐"면서 "이전 공판에도 충분히 의견을 제시할 수 있었음에도 서증 설명하는 중간에 이런 말을 하는 것은 도대체 이해가 안 간다"고 했다.

재판부는 양측의 주장이 대립하고 다른 재판부에서도 대장동 사건과 관련해 원본 증거를 보고 있는 만큼, 유동규 측이 번복 전 조서의 사본을 제출하는 쪽으로 중재안을 냈다.

유동규 측도 처음엔 재판부의 중재안에 협조적인 태도로 나왔지만, 검찰이 정 전 실장 측 요구에 강력하게 반발하자 "(정 전 실장 측이) 절차 지연 목적이 강한 것 같다"며 "이런 식이면 협조하는 게 옳은지 의문"이라고 태도를 바꿨다.

구속 기소 뒤 검찰과 '수사 거래' 의혹을 받고 있는 유동규 측의 태도 변화는 이와 비슷한 맥락에서 읽혔다.

 

검찰 관계자들이 지난해 11월 9일 오후 국회 본청에 있는 더불어민주당 정진상 당대표 정무조정실장 사무실에서 압수수색을 마친 뒤 압수품이 든 박스를 들고나오고 있다. 2022.11.9 연합뉴스
검찰 관계자들이 지난해 11월 9일 오후 국회 본청에 있는 더불어민주당 정진상 당대표 정무조정실장 사무실에서 압수수색을 마친 뒤 압수품이 든 박스를 들고나오고 있다. 2022.11.9 연합뉴스

언론 플레이 남발하는 검찰이 변호인 기자회견도 '태클'

이와 함께 검찰은 변호인의 기자회견에 대해서도 시비를 걸었다. 그동안 대장동 수사와 관련해 피의사실을 공표하며 '언론 플레이'를 해온 검찰이 적반하장격으로 나온 것이다. 법정에서는 고성 직전까지 설전이 오가며 공방이 벌어졌다.

검찰 측은 오전 공판 말미에 정 전 실장 측의 기자회견에 대해 "공정히 이뤄져야 하는 공방을 공판장 밖으로 끌고 나와 여론재판을 하자는 것"이라며 "공판 직후 기자회견이 실시되면 일방적 주장으로 왜곡돼 중계되는 것을 막고 오보 방지를 위해 부득이하게 변호인 행위에 상응조치를 할 것"이라고 변호인 측을 압박했다.

이에 정 전 실장 변호인은 "지난 번 검찰이 서증조사 당시 폐쇄회로(CC)TV 조작을 했다고 굳이 하는 걸 보고, 저희로선 검찰이 언론을 의식한 서증조사가 아닌가 했다"며 "그간의 트라우마 때문에 걱정했는데, 그게 아니나 다를까 언론에 도배되다시피 했다"고 했다.

이어 "우리가 입장을 발표하기보단, 기울어진 언론 지형에서 사실관계가 지나치게 왜곡되거나 편파적으로 진행하게 되면 우리 나름으로도 언론과 소통하는 게 어떻겠느냐 내부 논의를 했다"며 "우리로선 바로 잡아야 하는 내용들을 코멘트하는 것"이라고 했다.

재판부는 "장외전에 대해서 재판부가 하라 마라 하긴 어렵다"고 했다. 이어 표현의 자유, 언론의 자유 등을 거론하며 "재판에 영향 미치지 않는 범위에서 하는 것은 상관없다"고 말했다.

"실체 진실을 위한 재판인가, 재판을 위한 재판인가 의문"

정 전 실장 측은 이날 오후 1시 30분 서울중앙지법 서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유동규 진술 번복 전 조서를 내주지 않는 검찰의 행태에 대해 재차 지적했다.

이건태 변호사(법무법인 우송)는 "검사는 당연히 대장동 본류 사건에서 증거로 제출한 유동규 등 조서 일체를 제출하는 게 마땅한데 수사팀이 변경됐기 때문에 가지고 있지 않다는 이유로 제출하지 않고 있다"며 "수사 검사가 바뀌었지만 동일한 검찰청의 반부패 수사1부인데 진술 번복 전 유동규 등 대장동 일당 조서를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재판장도 공판 준비기일에 다 수긍했고 검사 측에서 애초에 반박하지 않았다. 검찰이 조금만 협조하면 확보할 수 있고 제출될 수 있는 증거인데, 변호인이 다른 재판의 증거를 사실상 뺏어서 제출하지 않으면 할 수 없다는 취지인가"라며 "이러면 과연 재판을 위한 재판인지 실체 진실 발견을 위한 재판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조상호 변호사(법무법인 파랑)는 "검찰은 과거에 대장동 본류 사건이라 일컬어지는 대장동 사건 기록을 제출했고, 일부를 취사 선택했다. 수사팀에서 취사 선택했다는 건 기록 전체를 보지 않고는 불가능하다"며 "유리한 증거만 일부 취사 선택해서 제출하지 말고 진술이 계속 바뀌고 있는 주요 피고인 내지 증인이 있다면 그 증인들의 진술에 관련된 조서 전체 내달라는 취지"라고 말했다.

그는 "같은 수사팀이고, 같은 부에 있는데, 수사 기록을 어떻게 편제하느냐에 따라 본인들이 보관하지 않다는 취지라면 옹색한 말씀"이라며 "같은 반부패 1부·3부이고, 다른 재판에서 다뤄진 사건이다. 본인들이 기록 갖고 있지 않다고 제출할 수 없다면, 누가 재판 지연 목적으로 조서나 증거 자료 제출에 비협조적인 것이냐"고 말했다.

 

 2011년 6월 13일 MBC 보도. 맨 아래 화면은 MBC 기자(왼쪽)이 이재명 시장(오른쪽)을 만나고 있는 모습을 TV 카메라(왼쪽 위)와 CCTV(오른쪽 아래) 화면으로 각각 촬영한 화면.
 2011년 6월 13일 MBC 보도. 맨 아래 화면은 MBC 기자(왼쪽)이 이재명 시장(오른쪽)을 만나고 있는 모습을 TV 카메라(왼쪽 위)와 CCTV(오른쪽 아래) 화면으로 각각 촬영한 화면.

"CCTV 가짜? 은수미 시절 직원 진술…5년 전을 어떻게 아나"

시장실에 설치된 CCTV가 가짜라는 검찰 주장에 대한 반박도 이어졌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29일 1차 공판에서 이재명 성남시장 시절 시장실 CCTV가 촬영되지 않는 '모형'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당시 1차 공판에서 정 전 실장 변호인은 "소리까지 녹음되는 폐쇄회로 TV를 설치했고, 정씨 사무실은 시장실 앞 열린 공간에 있었다"며 "위치상 다른 직원들에게 포위돼 있던 정씨가 사무실에서 뇌물을 받았다는 것은 상식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했었다.

이 변호사는 기자들의 관련 질문에 "2018년부터 성남시 근무한 분 진술 근거로 검찰이 그런 주장했는데, 이 사건에서 유동규가 뇌물을 줬다는 시점은 2013년, 2014년"이라며 "4~5년 후에 근무한 사람이 4~5년 전에 있었던 일을 알 수 있다는 건 있을 수 없고, 증거 가치가 없다"고 말했다.

조 변호사는 "은수미 시장 시절 근무한 분의 진술 청취된 걸 근거로 2013년도에 CCTV가 작동하지 않는 '가짜다' '모형이다' 표현은 부적절하다"며 "2011년도와 2016년도 영상에서 CCTV 영상이 노출되는데, 그때만 잠깐 선을 연결했다는 취지인가. 그때 정상 작동 되는 것을 달고 이후로 장난감을 달았다는 것인가.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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