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 경선자금 요구 시점〓유 "2월 이후", 남·정 "1월 이전"
김용 유원 사무실 첫 방문〓유·정 "4~5월", 남 "2월 4일"
요구 자금〓유 "선 10억, 후 10억", 남·정 "처음부터 20억"
스피커폰〓유 "함께 들어", 정 "못 들어", 남 "돈 얘기 없어"
유 "라이센스·박달동 조건", 정 "아닐 것", 남 "대가 없어"
29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정치자금법 재판에서는 남욱 변호사에 대한 증인신문이 진행됐다. 이로써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정민용 변호사와 함께 이 사건의 핵심 관계자 3명에 대한 증인신문을 모두 마쳤다.(이하 직함 및 존칭 생략)
앞으로 여러 증인들에 대한 신문이 예정되어 있지만, 김용에 대한 최종 전달 단계에서 유동규의 주장 외에 뚜렷한 물증이 없는 이 사건에서 유동규·남욱·정민용에 대한 증인 신문은 이 사건 심리에 있어 거의 전부를 차지할 만큼 중요한 부분이었다.
그러나 이들 3인은 핵심적인 쟁점들에 대해 서로 다른 증언을 내놓아 “김용에게 경선자금을 제공했다”는 유동규의 주장을 뒷받침하기는커녕 오히려 가장 중요한 심리 대상인 ‘유동규 증언의 신빙성’을 더욱 떨어뜨렸다.
김용 경선 자금 요구 시점〓유 "2월 이후", 남·정 "1월 이전"
김용이 유동규에게 경선자금을 요구했다고 하는 ‘시점’은 이 사건의 출발점이다. 유동규는 “김용이 대선자금을 요구해 남욱에게 부탁하여 자금을 만들어 전달했다”는 혐의 사실을 처음 밝인 2022년 10월 8일 자필진술서에서 김용이 ‘대선자금’을 준비해달라고 한 시기를 “2021년 초”라고 썼다.
지난 14일에 있었던 유동규에 대한 증인신문에서 김용 측 변호인의 “2021년 초라는 것이 정확하게 언제냐”는 질문에 대해 유동규는 처음에 “2월에서 4월 사이”라는 광범위한 대답을 내놓았다가 “설 연휴 이전이냐 이후냐”고 묻자 유동규는 “설 이후였던 것 같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정민용은 21일에 있었던 증인 신문에서 “유동규는 설 이후라고 하지만 내 기억에는 남욱이 미국에 있던 1월에 유동규로부터 김용이 경선자금을 요구한다는 말을 들었던 것 같다”고 답변했다. 정민용은 “미국에 있던 남욱과 연락하면서 ‘유동규가 형(남욱)에게 대선자금을 달라고 할 것 같다’고 얘기했는데, 유동규가 내게 그 얘기를 언제 어떻게 했는지는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지만, 그 시기에 유동규가 얘기를 했기 때문에 그랬을 것”이라고 답변했다.
28일 있었던 증인신문에서 남욱은 “미국에 있을 때 정민용이 전화할 때마다 김용이 요구하는 경선자금을 유동규가 나(남욱)에게 요청할 것 같다”고 얘기했다며 “김만배가 돈을 안 줘서 유동규가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도 했다”고 답변했다. 또한 “2021년 1월 21일 귀국해 자가격리를 마치고 2월 4일 유원홀딩스 사무실에 갔을 때도 유동규가 김용이 경선자금을 요구한다는 말을 할 것으로 미리 생각하고 갔었다”고 말했다.
김용 유원 사무실 첫 방문〓유·정 "4~5월", 남 "2월 4일"
유동규는 “2021년 4월 말이나 5월 초에 김용을 유원홀딩스 사무실로 불러 1억 원을 전달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유동규가 김용에게 세 차례에 걸쳐 6억 원을 전달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중에서 1차 전달에 해당하는 내용이다. 유동규는 “그 이전에 김용이 유원홀딩스 사무실을 방문한 적이 있느냐”는 변호인의 질문에는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는다”면서 “어쨌든 1차 전달 외에도 김용이 두세 번 사무실에 왔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민용은 21일에 있었던 증인신문에서 “5월 초로 추정되는 1차 전달 때가 김용이 사무실을 처음 방문한 것이며, 그 이전에는 방문한 적 없고, 내가 없을 때 따로 방문한 적이 있다는 말을 들은 적도 없다”고 밝혔다. 특히 정민용은 “2020년 11월 유원홀딩스 사무실을 준비할 때 유동규가 김용과 정진상이 자주 올 것이니 냉장고에 맥주를 채워놓으라고 했었다”며 “그러나 그 이후 1차 전달 이전에 김용이 온 적은 없다”고 말했다.
정민용이 이런 내용을 얘기하는 중에 남욱은 변호인을 통해 “그 이전인 2월 4일에 김용이 유원홀딩스 사무실에 온 것을 정민용과 함께 봤다”고 증언했다. 남욱은 지난 1월 대장동 재판에서도 정민용에 대한 증인신문을 통해 이 사실을 얘기한 바 있다. 이때 정민용은 별다른 부정 없이 대체로 수긍하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지난 21일의 증인신문에서는 “남욱의 얘기가 맞긴 한데 그 시기가 1차 전달 전인지 후인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곤혹스러운 표정으로 답변했다.
스피커폰〓유 "함께 들어", 정 "못 들어", 남 "돈 얘기 없어"
유동규는 “김용이 전화로 여러 차례 독촉을 했고, 그런 통화를 정민용이 옆에서 들은 적도 많고, 유원홀딩스 고문실(유동규 사무실)에서 남욱과 정민용이 함께 있는 자리에서 스피커폰으로 같이 듣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이것은 “김용이 경선자금을 요구했다”는 것이 유동규 혼자만의 주장이 아니라 남욱과 정민용을 통해 객관적으로 입증할 수 있다는 말이었다.
그러나 정민용은 “김용의 통화를 스피커폰으로 함께 들은 적이 없다”고 얘기했고, 남욱은 “스피커폰을 함께 들은 것은 맞는데 그때 김용이 돈 얘기를 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직접 증거가 전혀 없는 이 사건에서 1차 전달 때 정민용이 직접 목격했을 가능성이 깨진 데 이어 그나마 스모킹건이 될 수 있는 또 하나의 주장이 부인된 것이다.
남욱은 이런저런 근거를 바탕으로 “그날이 5월 30일 일요일이었다”고 날짜까지 특정하면서도 통화에서 김용이 돈 얘기를 했는지에 대해서는 “김용이 돈을 재촉한다는 얘기를 듣긴 했는데, 스피커폰 통화에서 들었는지 김용이 얘기를 해서 들었는지는 정확히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러다 김용 변호인의 거듭되는 확인에 “(김용이 통화에서) 돈 얘기를 했을 텐데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아 얘기를 못하겠다”는 오묘한 답을 내놓더니 결국은 “통화에서 들었는지 유동규로부터 들었는지 중에 후자가 맞는 것 같다”고 후퇴했다.
요구 자금〓유 "선 10억, 후 10억", 남·정 "처음부터 20억"
유동규는 2022년 10월 8일 작성한 자필진술서의 첫머리에 “2021년 초에 김용이 이재명 대선 자금 10억 정도 준비해 달라고 했습니다”라고 썼다. 그러나 그 뒤 뚜렷한 이유 없이 요구금액이 20억원으로 올라갔다.
유동규는 “9월 26일 검찰에 심경의 변화를 밝힌 뒤, 10월 8일 있는 그대로 얘기한다면서 20억이라는 요구금액을 10억으로 적은 이유가 뭐냐”는 김용 변호인의 질문에 “우선 10억을 요구했고 나중에 10억을 달라고 했다는 얘기”라고 답변했다. 그러나 유동규는 같은 날 증인 신문에서 “올해 10억, 내년 10억이라는 뜻”이라며 말을 바꾸는 등 이 부분에 대해 시종 오락가락했다.
이에 대해 정민용은 2021년 2월 경 유동규가 “김용이 이재명 캠프의 조직부장을 맡게됐다”며 “돈이 필요할 텐데”라고 말하고 “20억 정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또한 남욱은 “2월 쯤 유동규가 불러서 갔더니 20억을 얘기해서, 20억은 어렵고 15억은 해보겠다고 얘기했다”고 진술했다. 정민용과 남욱은 처음부터 “김용이 20억을 요구한다”는 말을 유동규로부터 들었다는 것이다.
이는 실제로 전달됐다는 돈과는 별도로 김용이 최초에 요구했다고 하는 금액 자체가 유동규의 단계에서 창조되거나 가공된 것일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여러 경우를 가정해보더라도 “되는 대로 해달라”는 식으로 얘기한 것이 아니라 어떤 식으로든 금액을 특정했다면 그것이 10억인지 20억인지 헷갈릴 가능성은 별로 없기 때문이다.
유"라이센스·박달동 대가", 정 "아닐 것", 남 "대가 없어"
기본적으로 정치자금법 위반은 뇌물죄와는 달리 ‘대가성’을 따지지 않는다. 그러나 제공자의 입장에서 부정한 방법으로 정치자금을 제공하기 위한 동기는 범죄 구성에 있어 중요한 요소다. 규모가 거액일 경우 아무런 대가 없이 자금을 제공한다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유동규는 2022년 10월 8일 자필진술서에서 “남욱이 부동산 신탁회사 라이센스와 안양 개발사업을 위한 군부대 탄약고 이전에 도움을 달라고 하면서 선거자금을 제공하겠다고 말했다”고 적었다. ①김용이 대선자금 요청 ②남욱에게 문의, 남욱 제공 의사 표시 ③자금 전달 집행 등 세 문단으로 잘 구성된 자필진술서에서 두 번째 문단에 ‘자금제공 조건’을 적시한 것이다.
정민용은 “신탁회사 라이센스는 모르겠는데 박달동 군부대 이전은 아닐 것”이라고 진술했다. 남욱이 이미 사업을 많이 진행해놨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또한 유동규는 2020년 10월 경 남욱에게 그 사업에 자신도 껴달라고 얘기하고 정진상 실장에게 얘기해 대선에서 승리하면 국방부를 통해 처리하겠다는 답을 얻어놨었다고 말했다. 유동규의 진술에 따르면 이미 약속돼 있는 민원을 조건으로 남욱이 대선자금을 제공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남욱은 ‘조건’에 대해 완강히 부인했다. 남욱은 유동규로부터 직접 자금 요구를 받기 전에 이미 자신이 제공하기로 결심하고 있었으며, 2021년 2월 말 쯤 유동규가 경선자금을 얘기했을 때 아무 조건 없이 받아들였다고 진술했다. 신탁회사 라이센스와 박달동 문제는 그 이후에 여러 차례 유동규와 만나 얘기하면서 “이재명이 대통령이 되면 도와주면 좋겠다는 정도로 얘기한 것이지 대가나 조건으로 얘기한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남욱은 유동규가 말도 하기 전에 경선자금 제공 의사를 가졌던 이유에 대해서는 “김만배가 돈을 못 주겠다고 한다는 얘기를 듣고 괘씸해서 나라도 해줘야겠다고 생각했다”는 다소 엉뚱한 답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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