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 대형 은행 중 의무 고용률 이행 한 곳도 없어

하나, 신한 1% 미달…작년 부담금 200억원 초과

2017~21년 148개 사립대 장애인 고용률 1.9%

작년 상위 10개 사립대 고용부담금 930억원 넘어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제43회 장애인의 날 기념식이 20일 서울 영등포구 63컨벤션센터에서 열렸다. 2023.4.20. 연합뉴스
제43회 장애인의 날 기념식이 20일 서울 영등포구 63컨벤션센터에서 열렸다. 2023.4.20. 연합뉴스

20일 제43회 장애인의 날을 맞아 곳곳에서 기념식이 열리고 후원 행사가 이어졌지만, 정작 장애인들의 고용 현실은 그리 녹녹지 않다.

유경촌 주교(천주교 서울대교구 사회사목담당)는 이날 '장애인의 날' 담화문을 통해 "인간은 누구나 생애주기에 맞는 복지 욕구를 누리며 살아갈 수 있어야 한다"며 "장애인 복지도 더 이상 소극적 구제나 보호가 아닌 권리로서 체험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장애인 복지에 근간이 되는 고용에는 높은 장벽이 여전했다.

국내 대형 은행 중에서 장애인 의무 고용 비율을 지킨 곳은 한 군데도 없다. 6대 은행이 지난해 납부한 장애인 고용부담금이 200억 원이 넘는다. 장애인 고용에 노력하기보다 부담금을 내고 때운 셈이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신한, 우리, KB국민, NH농협, 기업, 하나 등 6개 은행이 지난해 장애인 의무 고용 미달로 인해 납부한 장애인 고용부담금은 총 206억 9000만 원에 이른다.

은행들이 지난해 납부한 장애인 고용부담금은 신한이 45억 원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국민(44억 8000만 원), 우리(43억 5000만 원), 하나(39억 6000만 원), 농협(30억 9000만 원), 기업(3억 1000만 원) 순이었다.

지난해 기준 장애인 의무 고용률은 국가와 지자체, 공공기관은 전체 인력의 3.6%, 민간기업은 3.1%다. 장애인 의무 고용률을 달성하지 못한 고용 사업주(상시 근로자 100인 이상)는 미달 인원에 비례해 장애인고용부담금을 내야 한다.

지난해 장애인 고용률은 하나은행이 0.87%로 가장 저조했고 신한은행도 0.91%로 1%를 넘지 못했다. 우리은행(1.00%)과 국민은행(1.39%), 농협은행(1.74%)도 1%대에 머물렀다.

 

IBK기업은행이 장애인 복지 전문기관인 밀알복지재단과 'IBK드림윙즈(Dream Wings)' 후원 식을 갖고 성인 발달장애 작가 육성 프로젝트를 진행한다고 20일 밝혔다. 사진은 지난 19일 서울 중구 기업은행 본점에서 진행된 협약식에서 기념 촬영하는 김성태 IBK기업은행장(왼쪽), 김기정 교육생(가운데), 밀알복지재단 정형석 상임대표. 2023.4.20. 연합뉴스
IBK기업은행이 장애인 복지 전문기관인 밀알복지재단과 'IBK드림윙즈(Dream Wings)' 후원 식을 갖고 성인 발달장애 작가 육성 프로젝트를 진행한다고 20일 밝혔다. 사진은 지난 19일 서울 중구 기업은행 본점에서 진행된 협약식에서 기념 촬영하는 김성태 IBK기업은행장(왼쪽), 김기정 교육생(가운데), 밀알복지재단 정형석 상임대표. 2023.4.20. 연합뉴스

기업은행이 그나마 지난해 장애인 고용률이 3.42%로 의무 고용률에 근접했다.

지난해 이들 은행의 장애인 직원은 기업은행이 436명으로 가장 많았고 농협은행이 284명, 국민은행이 227명, 우리은행이 131명, 신한은행이 118명, 하나은행이 97명이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등 금융당국은 은행 등 금융회사들에 대해 사회공헌 활동의 일환으로 장애인 등 취약계층 고용 확대를 요구하고 있지만 급격히 개선되는 모습은 보이지 않고 있다.

사립대학교들의 장애인 고용률도 2%에 못미치는 한심한 수준이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수진(비례) 의원이 이날 고용노동부와 장애인고용공단 등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2017∼2021년 사립대학교 148개 법인의 평균 장애인 의무 고용률은 1.9%에 불과했다. 법정 의무 고용률(3.1%)에 40%나 미달한 수준이다.

특히 상위 10개 사립대학은 지난해 930억 2200만원의 장애인 고용부담금을 냈다. 148개 사립대 전체가 낸 부담금의 54%나 된다.

연세대학교가 2017∼2021년 5년간 가장 많은 장애인 고용부담금을 물었다. 연세대는 이 기간 중에 241억 원의 장애인고용부담금을 냈고, 이는 전체 부담금(1720억 원)의 14%였다.

장애인 고용부담금 납부액 순위 2위는 한림대(123억 원)였고, 3위는 한양대(91억 원), 4위는 고려대(87억 원), 5위는 건국대(66억 원), 6위는 가톨릭대(64억 원), 7위는 동국대(64억 원), 8위는 울산대(57억 원), 9위는 인제대(45억 원), 10위는 인하대(40억 원)로 나타났다.

윤창현 의원은 "금융업과 은행에는 장애인이 재택근무로도 수월하게 해낼 수 있는 다양한 업무가 있다"면서 "은행들은 모집공고를 내고 지원서를 기다리는 소극적 자세에서 벗어나 장애인 교육기관을 찾아다니면서 인재를 발굴하는 노력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수진 의원은 "법정부담금의 절반 이상을 낸 상위 10개 대학들이 고용 의무를 이행할 의지가 없거나 법정부담금을 냈으니 책임을 다했다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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