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순구 시민기자의 '동그라미 생각'
고무호스 체벌이 그에겐 고통이 아닌 단련으로 각인되었을지도 모르겠다. 이런저런 체벌로도 통하지 않으니 끝내 고무호스로까지 매질을 가했을 텐데, 그런 고통을 통해 잘못이 개선된 게 아니라 오히려 더 고집스럽고, 불통하며, 타협 없는 '꼴통'으로 성장하는 계기가 되었던 것 같다.
아홉 번의 사법고시 도전은 결코 일반적인 도전이라 할 수 없다. 우악스러운 고집을 통해 이뤄낸 성과이지만, 그동안 경험했어야 할 보편적 정서와 사회적 공감은 결핍되었고, 그 결핍은 법을 무기로 삼아 스스로를 집념과 확신의 망상에 가둬버렸다.
윤석열에게 술은 단순한 기호품 이상의 '동지'로 보인다. 처음엔 고통에서 벗어나고자 마셨겠지만, 이후로는 사람을 파악하고 감정을 해소하는 수단이 되었다. 나아가 서민적 애주가임을 외부에 노출시켜 친근함을 포장하는 도구로도 활용했다. 결국 술은 인간 윤석열을 이해하는 열쇠이자, 동시에 정치인 윤석열이 계엄 선포라는 리스크를 만들게 된 공범이자 장본인이었다.
윤석열에게 김건희는 개인 삶의 동반자이자 정치의 동기부여자, 그리고 가장 강력한 조력자였다. 그리고 동시에 윤리적 정당성에 대한 공격의 출발점이 되었고, 그의 정치 인생에서 가장 큰 정치적 리스크로 자리 잡았다. 그의 삶에서 김건희는 ‘운명적인 사랑’이었을지 모르나, 그의 정치에서 김건희는 절대 떼어낼 수 없는 숙명적 그림자다.
윤석열의 부동시로 인한 군 면제는 그에게 검찰 조직 내의 소외감, 보수 진영 내 정통성 결핍을 불렀다. 이러한 결핍을 메우기 위해 그는 ‘힘의 언어’와 ‘단호한 리더십’으로 포장했지만, 그 결과는 강하지만 공감받지 못하고, 권위는 있으나 정당성은 불안한 리더로 박제되었다.
그의 계란말이, 김치찌개 퍼포먼스는 권위주의적 이미지를 상쇄하고 특정 리스크를 봉합하려는 시도였지만, 결국 보여주기식 형식주의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었다. 요리로 몇몇 기레기들의 허기를 달랠 수는 있어도,국가가 직면한 본질적 정책의 허기까지 해결할 수는 없을 테니까.
과거 박근혜에게 씌워졌던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사람'이라는 뜻의 '귀태(鬼胎)'가 윤석열에게 더 합당한 표현이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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