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순구 시민기자의 '동그라미 생각'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혁신위원장 제안을 고사하고 당 대표 출마를 선언했다. 집권 여당의 총선 참패 이후 당 쇄신의 불씨를 되살릴 혁신위원장을 두고 ‘당을 위한 책임정치’가 아닌 ‘자기 정치’의 계산부터 앞세운 모습이다.
정치인이 권력과 명분 사이에서 어떤 선택을 하느냐는 국민이 그 정치인의 진정성을 판단하는 잣대다. 그러나 안 의원은 이번에도 그 시험대에서 고개를 돌렸다.
교토삼굴(狡兎三窟)이란 말이 있다. 교활한 토끼는 세 개의 굴을 파서 위기에서 벗어날 길을 마련한다는 뜻인데 안철수 의원의 행보는 마치 이러한 교활한 토끼를 연상시킨다. 혁신의 칼날을 쥐는 것은 부담스럽고, 자칫 본인의 정치적 자산에 흠집을 낼 수도 있기에 한발 물러서는가 싶더니, 곧바로 당의 수장이라는 더 큰 권력의 굴로 몸을 옮긴다. 혁신의 고통을 분담하기보다, 당의 얼굴로서 미래 권력의 발판을 다지는 데 주력하겠다는 계산으로 읽히는 것은 비단 나만의 생각일까.
당의 환골탈태를 바라는 당원들의 바람과 달리, 그 자리에서 개인의 안위를 위한 '굴'을 파는 모습은 개혁의 열망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나 다름없다. 위기의 시대일수록 정치인은 선당후사의 각오로 임하면서 국민으로부터 잃어버린 신뢰를 찾아야 한다. 그러나 지금 보이는 모습은 여러 개의 굴 중에서 어떤 굴이 가장 안전하고 유리할 지 계산하는 듯하다.
혁신이 두려워 굴을 판다면, 그 정치의 끝은 자충수다. 국민은 이제 안철수가 어디로 가는지를 궁금해하지 않는다. 민심이라는 가장 큰 굴이 있음을 망각하고서 아무리 많은 굴을 파 보았자 결국 스스로 길을 잃게 될 것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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