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 첫날 코스피 2.7% 급등…원화도 강세
외국인·기관 쌍끌이 매수로 주가지수 급등
경제단체들도 "투자 확대로 경제 위기 극복"
상법 개정되면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될 듯
역대 정부 출범 직후 9번 중 6번 상승 랠리
내수 침체·관세 전쟁 대응이 방향성 가를 것
이재명 정부 출범에 금융시장도 환호했다. 내란 종식 등 정치적 불확실성이 사라진 데다 이 대통령의 상법 개정 공약이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증시 저평가)를 해소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졌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이재명 대통령 취임 첫날인 4일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는 큰 폭으로 뛰었다. 특히 외국인과 기관이 쌍끌이 매수에 나선 점이 눈에 띈다.
경제단체들도 새 정부 출범을 반기는 분위기다. 민주적 절차에 따라 정치적 불확실성이 제거됐기 때문이다. 다만 이재명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철강·알루미늄 관세를 25%에서 50%로 올리는 등 관세 압박 수위를 높인 것은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이재명 정부 출범 첫날 코스피 지수 2.7% 급등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과 동시에 업무를 시작한 4일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는 큰 폭으로 올랐다.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2% 넘게 상승하며 연중 최고치를 찍기도 했다. 코스닥 지수도 장 내내 1%대 상승률을 보이며 새 대통령의 등장을 반겼다. 외국인과 기관이 순매수에 나서며 지수 상승을 이끌었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71.87포인트(2.66%) 오른 2770.84에 거래를 마쳤다. 외국인 순매수가 1조 원을 훌쩍 넘었다. 코스닥 지수도 9.92포인트(1.34%) 오른 750.21를 기록했다.
눈길을 끈 대목은 지주회사들 주가가 큰 폭으로 오른 점이다. 이는 이 대통령이 공약한 증시 부양 기대감을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특히 이사의 충실의무를 주주로 확대하는 상법 개정은 지주사의 가치를 올리는 기폭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주사 이사회는 지배주주의 입감이 강한 편이다. 지배주주인 총수 일가의 이익을 위해 일반주주가 손해 보는 의사결정이 종종 이루어지곤 한다. 상법 개정은 이런 폐단을 차단하기 위한 것이다.
이 대통령, 상법 개정과 기업 지원 약속이 호재로 작용
이재명 대통령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기업가치를 높이려면 상법 개정과 주가 조작 같은 불법 거래행위를 근절해야 한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대통령에 당선되면 2~3주 안에 상법 개정을 처리할 것이라고도 했다. 국회에서 상법 개정안을 처리하면 이 대통령은 즉시 공포할 것이다. 상법 개정으로 이사회의 독립성이 강화되면 기업가치와 주가가 상승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 대통령 취임 첫날 코스피와 코스닥이 상승세를 탄 것도 이런 호재가 반영된 것이다.
경제단체들은 일단 의례적인 반응을 보였다. 기업에 대한 규제 완화와 대미 관세 협상의 원만한 타결 등 상투적인 논평이 주를 이뤘다. 다만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연설에서 기업을 뒷받침하겠다고 한 것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 대통령은 “창의적이고 능동적인 기업 활동을 보장하기 위해 규제는 네거티브 중심으로 변경하겠다”며 “기업인들이 자유롭게 창업하고 성장하며 세계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든든하게 뒷받침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에 대해 재계는 트럼프 발 관세 전쟁과 글로벌 공급망 재편 등으로 대외 환경이 급격히 변화하는 상황에서 경제 파트너로서 투자와 해외시장 개척, 일자리 창출 등을 통해 새 정부를 돕겠다고 화답했다.
이재명 정부 ‘코스피5000 시대’ 공약 기대감 높아
주식시장과 재계의 기대가 얼마나 충족될지는 좀 더 두고 봐야 한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직후 증시는 상승세를 탄 적이 더 많았다. 연합뉴스가 4일 유진투자증권이 최근 발표한 ‘대선과 주식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1981년부터 지난 2022년까지 9번의 대통령 선거에서 선거일 한 달 후 주가가 선거일 전날 대비 오른 경우는 6번으로 더 많았다.
지수 상승 폭이 가장 컸던 때는 노태우 전 대통령이 당선된 1987년 13대 대선으로 한 달 동안 주가가 24.1% 올랐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된 1997년 15대 대선 때는 16.6% 상승했고, 김영삼 전 대통령(1992년 14대)과 전두환 전 대통령(1981년 12대) 때도 각각 4.9%와 2.1% 올랐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당선된 2017년 19대 대선과 윤석열 전 대통령이 당선된 2022년 20대 대선에서도 3%대 상승률을 보였다. 반면 노무현 전 대통령(2002년 16대 -10.3%), 이명박 전 대통령(2007년 17대 -6.8%), 박근혜 전 대통령(2012년 18대 -0.3%) 때는 지수가 하락했다.
주가지수가 ‘새 정부 출범’이라는 단일 변수로 움직이는 건 아니다. 당시 경제 상황이 더 큰 영향을 미친다. 다만 새로 정부가 출범하면 경제 활성화를 위한 정책을 추진하기 때문에 증시에 호재로 작용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코스피5000 시대 달성’이라는 구체적 공약을 제시했다. 상법 개정을 비롯해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대책이 핵심이다. 이 정책이 실행되면 저평가된 주가가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주가 상승 여부 내수 경기 회복·대미 관세 협상이 관건
내란 사태로 급등했던 원/달러 환율도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 이후 달러당 1500원선을 위협했던 환율은 현재 1300원대 중후반을 맴돌고 있다. 올해 말에는 1300원대 초중반이나 1200원대로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새 정부 출범 첫날인 4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화는 강세를 보였다. 이날 원/달러 환율의 주간 거래 종가는 전 거래일보다 3.6원 내린 1369.5원을 기록했다.
이재명 정부 출범으로 증시와 경제 회복 기대감이 커졌으나 내수 경기 침체와 관세 전쟁이라는 걸림돌을 제거하지 못한 상황이라 낙관하기에는 이르다. 내수 경기를 살리고 대미 관세 협상을 원만하게 해결하지 않으면 ‘새 정부 출범’이라는 호재가 단기 효과로 끝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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