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인천 10% 이상 하락…서울 비강남 7%↓
공급 핑계로 부동산 규제 풀고 대출 확대한 탓
서울 강남-비강남 격차 15억→20억으로 벌어져
노동자 숨만 쉬고 74년 모아야 강남 아파트 장만
집값 부양 정책은 한국 경제 망하게 하는 지름길
개발이익환수·후분양·장기 공공주택 확대가 해법
윤석열 정부는 2022년 5월 출범하자마자 집값 부양을 위한 거의 모든 정책을 쏟아냈다. 부동산 세금의 기준이 되는 공시가격을 2020년 수준으로 환원하고 일시적 2주택자의 취득세와 양도세 중과제를 없앴다. 분양가 상한제 거주의무를 완화하는가 하면 재건축 부담금 면제 금액을 상향하고 안전진단 구조의 안정성 기준을 낮췄다.
2023년에는 강남 등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 부동산 규제를 다 풀었다. 작년에는 30년 이상 아파트에 대해 안전진단 없이 재건축할 수 있도록 규제를 풀었고, 비싼 값에 임대주택을 매입하는 식으로 하락하는 아파트값을 부양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한술 더 떠 강남 3구(강남·송파·서초)에 대한 토지거래허가제를 해제했다. 그 결과 강남 3구 아파트 가격은 급등세를 보였다.
강남 3구에 수혜 집중된 윤석열 정부 부동산 정책
윤석열 정부는 부동산 규제 완화와 함께 빚내서 집을 사게 하는 정책자금 대출도 확대했다. 출범과 동시에 생애 최초로 집을 살 때 담보인정비율(LTV)을 60~70%에서 80%로 높이더니 보금자리론과 신생아 특례대출 등 정책금융을 대폭 늘렸다. 그 결과 고금리 시기인데도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가계대출이 급증했고 서울 인기 지역 집값이 오르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더 심각한 문제는 윤석열 정부 3년 동안 집값 부양정책의 수혜가 강남 3구에 아파트를 보유한 ‘집 부자’에 집중됐다는 사실이다. 윤석열 정부 들어 집값은 대부분 하락했으나 강남 3구만 18% 올랐다. 강남과 비강남 아파트 시세 격차도 2.3배에서 거의 3배 수준으로 벌어졌다. 서울 외에 다른 지역의 하락 폭은 더 컸다. 경기도는 11%, 인천은 12% 하락했으며 5대 광역시는 13%나 추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5대 광역시 집값 13% 빠질 때 강남은 18% 상승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28일 이런 내용의 ‘윤석열 정부 임기 중 서울 아파트 시세 분석’ 자료를 공개했다. 서울 25개 구별 4개 단지씩 1000세대 안팎의 대단지 아파트 100개 단지 22만 8000세대의 가격 변동을 기본 데이터로 삼았다. KB부동산 시세정보를 활용해 아파트 평균 평당가격을 구한 뒤 30을 곱해 30평형 가격을 산출했으며 이를 토대로 강남 3구와 비강남권 아파트값 비교를 통한 자산 격차를 분석했다.
경실련에 따르면 전국 평균 아파트 매매가는 윤석열 정부 3년간 5억 6000만 원에서 4000만 원(-8%)가량 하락했다. 경기도는 6억 2000만 원에서 5억 5000만 원으로, 인천은 4억 7000만 원에서 4억 1000만 원으로, 5대 광역시는 4억 1000만 원에서 3억 6000만 원으로 각각 하락했다. 전국 주요 지역 아파트는 대부분 매매가격이 10% 이상 하락했다. 서울 아파트 시세는 2000만 원(-2%) 하락에 그쳤다.
서울 강남-비강남 아파트값 격차 3배 가까이 벌어져
경실련이 조사한 강남 3구 아파트 평균 시세 변동을 보면 윤석열 정부 들어 더 심해진 집값 양극화의 현실을 확인할 수 있다. 강남 3구의 30평형 아파트 시세는 26억 2000만 원에서 30억 9000만 원으로 상승했다. 강남 3구에 아파트를 보유한 집 주인은 아파트 가격만 고려했을 때 3년 동안 4억 7000만 원(18%)의 불로소득을 거둔 셈이다. 반면 강남 3구를 제외한 비강남 22개 구 30평형 아파트 평균 시세는 윤석열 정부 임기 초보다 9000만 원(-7%) 떨어졌다. 전체 서울 아파트 가격 하락률이 2%로 소폭에 그친 건 강남 3구 집값이 크게 오른 결과다.
강남과 비강남의 아파트 시세 격차도 2022년 5월 14억 6000만 원(2.3배)에서 지금은 20억 2000만 원(2.9배)으로 벌어졌다. 경실련은 “이는 똘똘한 한 채 수요의 궁극적 목표가 강남 아파트였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강남과 비강남 자산 격차가 확대된 것보다 서울과 지방, 강남과 지방 간의 격차는 더 심각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노동자는 숨만 쉬고 74년 벌어야 살 수 있는 강남 아파트
경실련은 노동자 평균임금과 아파트 시세를 비교, 분석한 자료도 내놨다. 통계청 노동자 평균임금은 2023년까지 발표됐다. 2024년과 2025년 평균임금은 2022년 대비 2023년 임금 상승률인 3.15%를 적용해 산출했다. 이에 따르면 평균임금을 받는 노동자가 숨만 쉬고 임금을 모은다는 가정 하에 강남과 비강남 30평형 아파트 매입까지 걸리는 시간이 각각 74년과 26년 걸렸다. 윤석열 정부 초기인 2022년 5월과 비교하면 강남은 5년이 늘었고, 비강남 지역은 4년 줄었다. 이에 대해 경실련은 “강남 유주택자가 엄청난 불로소득을 거두는 사이에 임금이 낮은 서민 계층은 서울 외곽으로 밀려나는 사회 양극화가 더욱 심각하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강남 3구와 비강남 22개 구 아파트 시세의 임기 초 대비 변동률 변동 추이도 눈길을 끈다. 윤석열 정부 1년 차인 2022년 12월까지만 해도 강남 아파트값은 10%, 비강남 아파트값은 8% 떨어져 강남 아파트값의 하락 추세가 더 컸다. 그러나 2023년 비강남 아파트 시세는 계속 하락한 데 비해 강남 아파트는 상승하기 시작했다. 그 이후 이런 추세는 더욱 빨라져 올해 4월 현재 강남과 비강남 아파트 변동률 격차는 25%까지 벌어졌다.
대선 후보들, 규제 완화보다 장기 공공주택 공급에 집중해야
경실련은 대선 후보자들의 부동산 공약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대부분 윤석열 정부와 유사한 기조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경실련에 따르면 가장 강력한 대선 주자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서울의 노후 도심 재개발·재건축 진입장벽을 낮추고 용적률 상향과 부담금 완화 등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실련은 “공급 확대 과정에서 벌어질 부작용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 두고 있는 것인지 크게 우려된다”고 짚었다. 한동훈 김문수 홍준표 안철수 등 국민의힘 예비후보들 역시 부동산 규제 완화를 통한 공급에만 방점을 두고 있다.
경실련은 대선 후보들에게 집값 안정을 위해 후분양제와 개발이익 환수제, 공공택지 매각 금지, 분양원가 공개, 분양가상한제 등 개혁 방안을 공약으로 내놓을 것을 촉구했다. 후분양제는 무분별한 주택 사업을 막고 분양 피해도 차단할 수 있다. 개발이익 환수제는 부동산 불로소득으로 생기는 양극화를 막을 수 있고, 공공택지 매각 금지는 토지임대부 분양주택과 영구·50년·국민·장기전세 같은 장기 공공주택 공급 확대로 이어진다. 경실련은 “부동산 가격을 자극해 경기를 부양시키거나 소수 부자들에게 이익을 안겨주는 정치인은 결코 국민으로부터 지지를 받을 수 없다”며 “21대 대선후보의 부동산 정책을 주시하며 서민을 위한 정책들이 공약화되고 실현될 수 있도록 지켜볼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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