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덩이 부실에 고금리 상품 계약해지 호소

농·수·신협 부실 채권 1년 새 10兆 폭증

새마을금고 연체율 10%이상도 4배 급증

고금리 예금 상품을 판매했다가 감당을 못하고 상품계약 해지를 호소하는 단위농협이 등장했다. '풀뿌리 금융'으로 불리는 상호금융의 부실채권이 지난 해 27조 원을 돌파한 것으로 확인됐다. 불과 1년 만에 무려 10조 원 이상 폭증한 것인데 부동산에 몰빵했다 물린 액수가 너무 크다. 새마을금고 역시 연체율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등 위태롭기 그지 없다. 온 나라가 부동산에 올인하는 사이 서민금융의 대명사라 할 상호금융과 새마을금고가 심각하게 망가지고 있다.  

 

새마을금고 자금 이탈 사태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불안감을 자극할 가능성이 점쳐지며 채권시장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7일 오전 서울 시내 한 새마을금고 지점에 예금을 안전하게 보호하겠다는 내용의 안내문이 붙어있다. 2023.7.7. 연합뉴스
새마을금고 자금 이탈 사태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불안감을 자극할 가능성이 점쳐지며 채권시장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7일 오전 서울 시내 한 새마을금고 지점에 예금을 안전하게 보호하겠다는 내용의 안내문이 붙어있다. 2023.7.7. 연합뉴스

고금리 예금 상품 계약해지 호소 중인 동경주농협

4일 농협중앙회 등에 따르면 동경주농협은 최근 예금 가입자에게 보낸 호소문을 통해 "고객과 약속을 지키고자 비상경영체제 수립을 통해 업무에 매진했으나 고금리 적금의 이자부담과 부동산 경기 침체로 인한 부실채권 증가로 더 이상 감당하기엔 한계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이 농협이 지난 2022년 11월 비대면으로 특별 판매한 연 8.2% 금리의 적금은 애초 목표인 100억 원을 훨씬 넘어선 약 9000억 원이 몰렸다고 한다. 목표액이 훌쩍 넘었음에도 비대면 계좌 개설을 조기에 차단하지 못해 전국적으로 고금리 상품에 가입하려는 사람들이 모였기 때문이다.

소규모 농협인 동경주농협은 1년 이자 비용만 수백억 원에 달해 경영난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에 농협은 2022년 12월부터 가입자를 대상으로 해지를 호소했으나 2년여가 지난 현재까지 만기해지와 중도해지 외에도 계약금을 기준으로 1850억 원이 남았다. 여기에 지급해야 할 이자만 해도 수백억 원에 이른다.

동경주농협이 최근 공시한 재무현황에 따르면 손님이 맡긴 예금을 가리키는 금융업예수금 부채는 2023년 1658억 원에서 2024년 1885억 원으로 늘었다. 반면 영업이익은 8억 4600만 원에서 6억 8600만 원으로 줄었다. 그런 만큼 이 농협은 현 상태라면 앞으로 경영이 갈수록 어려워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동경주농협은 "현재 2년차 적금의 만기해지, 고객의 중도해지로 많은 금액이 감소했으나 아직 계약금액이 1850억 원으로 그 중 대부분 5년 만기 적금이어서 향후 이자 역마진으로 인한 농협 손실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컨설팅을 통해 예측한 결과 향후 3년간 적자 규모는 144억 원을 상회하고 2025년말 기준으로 부실농협으로 지정될 것이 확실하다"고 강조했다.

동경주농협은 이어 "올해 11월 26일 36개월 초과 계좌에 대해서는 정상이자 지급을 못 할 수도 있는 상황에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비대면적금 상품 해지를 호소할 수밖에 없다"며 "49개월 이상 계좌에 대해서는 중도해지 이자와 별도로 추가 해지 보상금을 드리니 제발 도와달라"고 덧붙였다.

 

5대 시중은행 본점의 로고, 위에서부터 국민은행, 신한은행, KEB하나은행, 우리은행, 농협은행. 연합뉴스
5대 시중은행 본점의 로고, 위에서부터 국민은행, 신한은행, KEB하나은행, 우리은행, 농협은행. 연합뉴스

부실채권 27조 돌파한 농협·수협·신협·산림조합

동경주농협이 부동산 경기침체로 인한 부실채권 증가를 호소한 것에서 잘 드러나듯 상호금융사들의 부동산에 대한 과도한 신용제공이 재앙적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 1일 한국경제신문이 금융감독원 금융통계를 통해 전국 상호금융 단위조합 2164곳의 실적과 자산 건전성 등을 분석한 결과, 이들이 보유한 부실채권은 지난해 말 기준 27조 3517억 원으로 파악됐다. 2023년 말 17조 3535억 원 대비 57.6% 급증했다.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이 본격화하기 전인 2022년(9조 1339억 원)에 비하면 세 배 가까이 늘었다.

전체 대출에서 부실채권이 차지하는 비중(고정이하여신비율)은 5.26%로 전년(3.41%) 대비 1.85%포인트 뛰었다. 전체 대출 중 5%는 회수가 쉽지 않은 채권이라는 의미다. 금융감독원이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11년 이후 가장 높은 부실률이다. 수협(7.20%), 신협(7.08%), 산림조합(6.58%), 농협(4.53%) 등 개별 조합들도 모두 최고치였다.

상호금융 부실의 심각성은 은행과 비교하면 쉽게 파악된다. 국내 20개 은행의 작년 말 부실채권은 14조 8000억 원으로 상호금융의 절반 수준이다. 하지만 은행의 고정이하여신비율은 0.53%로 상호금융의 10분의 1에 그쳤다. 중저신용자 대출을 주로 취급하는 상호금융이 은행에 비해 부실채권이 많이 발생하긴 하지만, 부실채권비율이 10배에 달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지적이 많다. 상호금융이 고수익을 노리고 부동산PF에 앞다퉈 뛰어든 결과가 천문학적 부실채권 폭증으로 나타난 것이다.

 

부동산 관련 대출 현황
부동산 관련 대출 현황

적자와 부실채권 폭증 늪에 빠진 새마을금고

상호금융만 문제가 아니다. 서민금융의 첨병이라 할 새마을금고 역시 상황은 심각하다. 지난 2일 한국경제신문이 전국 1276개 개별 새마을금고의 경영공시를 분석한 결과 연체율이나 부실채권 비중이 큰 금고는 대부분 부동산 PF 등 기업대출 비중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새마을금고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유동성이 확대된 동안 고위험·고수익 사업인 부동산 PF 대출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었다. 지식산업센터와 생활 숙박시설 등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큰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 앞다퉈 대출을 내주다가 부실을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동산 경기침체가 이어지면서 부실에서 탈출하지 못하는 새마을금고는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두 자릿수 연체율을 기록한 새마을금고는 전체 1276곳 중 176곳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체율이 10% 이상인 새마을금고는 2022년 44곳에서 2023년 80곳 등으로 매년 급증하는 추세다. 연체율 20%를 넘긴 금고도 9곳에 달한다. 대구의 B금고는 연체율이 49.9%에 육박한다. 전체 대출금 중 절반이 연체됐다는 뜻이다.

특히 눈길을 끄는 건 새마을금고가 적자와 부실의 늪에 완벽히 빠졌다는 통계다. 적자를 낸 새마을금고 수는 2022년 45개였는데 2023년 431개를 거쳐 지난해 772개까지 늘어났다. 고정이하여신비율 10% 이상 금고의 경우 2022년 29개에서 2023년 99개를 거쳐 지난해 336개까지 늘었다. 불과 2년 사이에 10배 이상 폭증한 것이다.

 

최근 연체율 급등으로 촉발된 새마을금고 뱅크런 사태는 지난 주말을 지나면서 일단 진정세를 보이고 있다. 9일 비내리는 서울의 한 새마을금고 점포 앞을 우산을 쓴 행인이 지나고 있다. 2023. 7. 9. 연합뉴스
최근 연체율 급등으로 촉발된 새마을금고 뱅크런 사태는 지난 주말을 지나면서 일단 진정세를 보이고 있다. 9일 비내리는 서울의 한 새마을금고 점포 앞을 우산을 쓴 행인이 지나고 있다. 2023. 7. 9. 연합뉴스

부동산에 몰빵한 상호금융과 새마을금고의 위기는 계속될 듯

문제는 상호금융과 새마을금고의 위기가 지속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사실이다. 이미 만신창이 신세인 한국 경제에 더해 트럼프가 야기한 관세전쟁의 쓰나미가 막 시작됐다. 관세전쟁을 시작으로 트럼프가 앞으로 일으킬 통화전쟁과 국채전쟁 등이 글로벌 경제와 한국 경제를 어디까지 몰아부칠지 누구도 알 수 없다.

경제가 좋아지기 어려운 조건인데 부동산PF 등을 위시한 부동산 경기가 활력을 찾기란 난망이다. 부동산경기가 살아나지 않는 한 상호금융과 부동산금고의 위기는 지속될 것이다. 이런 점에서 상호금융과 새마을금고 빙하기가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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