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심장·머리만 커지면 성장도 멈춰”

취업자 증가율 상위 20곳 중 12곳이 수도권

전체 취업자 수 증가분의 46.8% 달해

수도권-비수도권 상대임금 격차도 확대

파편적·분절적·한시적 정책만으론 한계

인재·자본 모일 수 있는 구조 개편 필요

“지금 제일 우려되는 것은 우리나라가 수도권과 힘센 사람들을 중심으로 똘똘 뭉친다는 것이다. 심장과 머리만 커진다고 살 수 없다. 골고루 균형 발전을 할 수 있도록 더 어려운 지역에는 추가로 특별지원을 해서 함께 잘 살아야 한다. 나라가 한쪽으로 몰리면 양극화와 불평등이 심화해 경제 성장을 멈추게 된다. 더 어렵고 힘든 지역에 더 많은 혜택을 주는 것이 바로 정치가 해야 할 일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지난 7일 전북특별자치도 진안군 진안읍 시외버스터미널 앞 새참거리에서 지역 주민들을 만나 한 이야기다. 이 후보가 지적한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양극화와 불평등을 보여주는 통계가 또 나왔다. 한국고용정보원이 9일 공개한 ‘지역노동시장 양극화와 일자리 정책과제’ 연구 보고서다.

 

통계청이 '9월 고용동향'을 발표한 16일 서울의 한 고용센터에서 구직자들이 일자리정보 게시판을 보고 있다. 지난달 취업자 수가 14만여 명 늘며 석 달째 증가 폭이 10만 명대에 머물렀다. 청년층 '쉬었음'은 44개월 만에 최대 폭 늘었다. 통계청이 이날 발표한 '9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15세 이상 취업자는 2884만 2000명으로 작년 같은 달보다 14만 4000명 증가했다. 산업별로는 건설업 일자리가 10만 명 줄었다. 10차 산업 분류로 개정된 2013년 이후 역대 최대 폭 감소다. 2024.10.16. 연합뉴스
통계청이 '9월 고용동향'을 발표한 16일 서울의 한 고용센터에서 구직자들이 일자리정보 게시판을 보고 있다. 지난달 취업자 수가 14만여 명 늘며 석 달째 증가 폭이 10만 명대에 머물렀다. 청년층 '쉬었음'은 44개월 만에 최대 폭 늘었다. 통계청이 이날 발표한 '9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15세 이상 취업자는 2884만 2000명으로 작년 같은 달보다 14만 4000명 증가했다. 산업별로는 건설업 일자리가 10만 명 줄었다. 10차 산업 분류로 개정된 2013년 이후 역대 최대 폭 감소다. 2024.10.16. 연합뉴스

보고서의 주요 내용은 지난 10년간 수도권 신도시에서 늘어난 일자리가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에 육박한다는 것이다. 이상호 연구위원이 2013~2023년 통계청의 지역별 고용조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다. 이 연구원은 162개 시군 수준에서 반기별로 패널화하고 다양한 지표를 활용해 지역 간 일자리 불평등 현황을 조사했다. 고용 부문 주요 지표는 전체 취업자 수와 취업자 증가율, 청년과 여성 고용률 변화 등을 중심으로 분석했고, 임금 부문 주요 지표는 월평균 임금 위주로 살펴봤다.

분석 결과 수도권 신도시로 일자리가 집중되는 현상이 확인됐다. 지난 10년간 취업자 수가 증가한 전국 상위 20개 시군 중 12곳은 수원시를 비롯한 수도권 신도시였다. 이곳에서 증가한 취업자 수 규모는 전체 취업자 증가의 절반에 가까운 46.8%에 달했다. 전체 취업자 수 증가분 331만 명 중 150만 명이 수도권 신도시 차지였다. 수원시와 화성시, 용인시, 시흥시 등 경기 남부권 일자리가 눈에 띄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비수도권 중에서 취업자가 증가한 상위 도시는 세종시와 전남 나주시와 전북 완주군 등 혁신도시 또는 수도권에 인접한 충남·북 산업도시들이었다.

 

자료 : 한국고용정보원. 수도권과 비수도권 청년 고용률 및 명목임금 격차 추이
자료 : 한국고용정보원. 수도권과 비수도권 청년 고용률 및 명목임금 격차 추이

청년 취업자도 수도권·대도시에서는 늘어난 반면, 지방 인구소멸위험 지역에서는 줄었다. 조사 기간의 마지막 해인 2023년 1분기 전체 취업자 중 청년층 비중이 가장 높은 곳은 경기 안산시(17.4%)와 충남 천안시(16.6%)였다. 이에 반해 전국에서 청년 취업자 비중이 가장 낮은 곳은 1.8%를 기록한 전북 순창군이었는데 10년 전보다 청년 취업자 수가 무려 70% 감소했다.

조선업 밀집 지역을 포함한 영호남 산업도시의 일자리 특성이 바뀐 실태도 눈길을 끈다. 한국의 주력 산업이 쇠퇴하며 기존에 남성 중심의 고용구조를 보였던 도시에서 여성 고용률이 증가했다. 광양시와 거제시, 여수시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상대임금 격차도 확대돼 2013년에는 임금이 높은 상위 지역에 비수도권 산업도시들이 20곳 중 8곳이 포함됐으나 10년 뒤인 2023년에는 6곳으로 줄었다. 2023년 비수도권 지역 중에서는 세종시가 3위로 유일하게 상위 10위 안에 들었다.

 

자료 : 한국고용정보원. 취업자 수 증감 상위 20개 시군.
자료 : 한국고용정보원. 취업자 수 증감 상위 20개 시군.

보고서는 수도권과 지방 간 일자리 양극화가 확대된 원인으로 지역의 인재 유출과 제조업 쇠퇴를 꼽았다. 그러면서 비수도권에서 일자리를 늘리려면 지금처럼 정부 정책 사업이 파편적, 분절적, 한시적으로 진행되어서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상호 연구위원은 5가지 정책과제를 제시했다. ▲사람의 연결망을 조직하고 연쇄 효과를 일으킬 것 ▲지역 중소기업 일자리의 질을 개선해 생산성과 혁신의 잠재력을 높일 것 ▲양질의 일자리와 고학력-고숙련의 선순환이 이루어지는 지역 인재 전략 ▲지역 스스로 발전의 대안을 수립할 수 있도록 중층적 거버넌스 구축 ▲기존 정책의 문제점 발견을 위한 모니터링과 평가 시스템이 그것이다. 다소 이상적인 제안이기는 하지만 일자리마저 양극화가 심해져 지방이 소멸하는 사태를 막으려면 새겨들을 만한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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