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잠실 등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조기 대선 염두에 둔 지지층 다지기”

지방과 수도권 외곽은 찬바람 부는데

규제 풀린 강남 아파트만 수억씩 올라

부동산 투기 자극하고 양극화 부추겨

오세훈 서울시장의 부동산 정책이 거꾸로 가고 있다. 전국 집값이 급락하고 서울과 수도권에서도 외곽 지역 주택시장은 찬바람이 불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뜬금없이 고가 아파트 단지가 몰려 있고 집값이 많이 떨어지지도 않은 서울 강남 지역의 부동산 규제를 전격적으로 푼 것이다.

부동산 규제 완화는 시장이 침체한 곳을 대상으로 하는 게 정상이다. 고금리 영향으로 서울과 수도권을 포함해 전국 집값이 하락하고 있다. 그러나 서울 강남의 주요 단지의 경우 지방은 물론 서울 외곽 지역에 비해 여전히 비싼 편이다. 그런데도 이 지역 부동산 규제를 푼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1월 14일 서울시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규제 풀어 민생 살리기 대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5.1.14 [서울시 제공] 연합뉴스
오세훈 서울시장이 1월 14일 서울시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규제 풀어 민생 살리기 대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5.1.14 [서울시 제공] 연합뉴스

잠실·대치…알짜 지역 토지거래허가구역 빗장 풀어

서울시는 12일 송파구 잠실동과 강남구 삼성·대치·청담동 등에 대한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을 해제했다. 서울시는 이날 제2차 도시계획위원회를 열고 이런 내용이 담긴 토지거래허가구역 조정(안)을 승인했다. 조정안은 13일 공고 후 즉시 효력을 발휘한다. 이번에 해제된 곳은 국제교류복합지구 인근 지역이다. 부동산 가격이 전국에서 최고로 높은 지역 중 한 곳이이다. 투기 과열을 우려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어두었는데 오세훈 시장이 전격적으로 해제를 결정한 것이다.

현재 서울 시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곳은 국제교류복합지구 일대(14.4㎢)와 압구정동(강남구)·여의도동(영등포구)·목동(양천구)·성수동(성동구) 등 주요 재건축·재개발 단지(4.58㎢)와 신속 통합기획과 공공재개발 후보지(7.75㎢) 등 총 65.25㎢ 규모다. 토지거래허가구역은 일정 규모 이상의 주택·상가·토지 등을 거래할 때 관할 구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직접 거주하거나 운영 목적이 명확하지 않으면 매수할 수 없도록 설정한 구역이다. 투기를 막기 위한 강력한 부동산 규제에 속한다. 그만큼 해제에 따른 파급력도 클 수밖에 없다.

 

국제교류복합지구 인근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지역. 연합뉴스
국제교류복합지구 인근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지역. 연합뉴스

규제 풀린 지역 매물 사라지고 가격 급등

실제로 오 시장이 지난달 14일 ‘규제 풀어 민생살리기 대토론회’에서 “강남 지역의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적극 검토 중”이라고 밝힌 뒤 집값이 뛰기 시작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송파구 잠실동 리센츠·엘스 아파트 일대 집주인들은 매물을 거둬들이고 호가를 수억 원씩 높였다. 잠실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전용 84㎡ 집주인들이 30억 원이 넘으면 팔겠다고 매물을 회수했다고 밝혔다. 강남구 대치·삼성동 등 다른 지역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압구정과 목동, 성수동, 여의도 등 아직 해제가 결정되지 않은 후보 지역 집값도 들썩이고 있다.  매물이 회수되고 호가가 오르는 것이다. 서울시는 이들 지역에 대해서도 재건축 단지 조합설립 인가 여부에 따라 오는 2027년까지 총 59곳에 지정된 토지거래허가구역을 순차적으로 해제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세훈 표 부동산 규제 완화는 서울 아파트값을 다시 자극할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퇴행적인 정책이다.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해제되면 실거주 등 허가받은 목적대로 토지를 이용해야 할 의무가 사라진다. 전세를 끼고 주택을 사는 ‘갭투자’가 가능해진다. 투기꾼에게 기회를 주는 셈이다. 서울에서 가장 노른자위 지역에 대한 규제 완화는 쏠림 현상을 부추길 게 분명하다. 특히 이 지역에 몰려 있는 재건축 단지가 가장 큰 수혜를 보게 돼 있다.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부동산 투기 과열이 일어날 위험이 크다는 뜻이다.

 

상공에서 바라본 서울 강남구, 송파구 등 서울시내 아파트 단지 전경. 연합뉴스
상공에서 바라본 서울 강남구, 송파구 등 서울시내 아파트 단지 전경. 연합뉴스

거꾸로 가는 오세훈의 부동산 규제 완화 정책

서울시도 이 점을 고려해 이번 해제에서 안전진단이 통과된 재건축 아파트 14곳(1.36㎢)은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을 현행과 같이 유지하기로 했다. 강남구 대치동 개포우성 1차와 2차, 선경과 미도, 쌍용 1, 2차, 은마아파트, 삼성동 진흥아파트, 청담동 현대1차아파트, 송파구 잠실동 주공5단지·우성 1, 2, 3, 4차·아시아선수촌 아파트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추후 해제를 검토하고 있는 압구정과 여의도, 목동, 성수동 등에서도 주요 재건축과 재개발구역을 비롯해 공공재개발 34곳, 투기과열지구 내 신속 통합기획 대상지 14곳은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을 유지하고, 투기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판단된 곳만 해제를 추진하기로 했다. 서울시는 “이번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통해 지역단위로 광범위하게 지정했던 허가구역을 핀셋(선별) 지정으로 전환해 시민 재산권을 보호하고, 부동산 시장에 활력을 가지고 올 것을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서울 강남 지역의 토지거래허가제 해제는 부동산 시장 과열 등 부작용을 일으킬 소지가 있다. 청년과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해 지금은 집값이 어느 정도 조정을 받아야 하는데 이를 거스르는 정책이다. 오 시장은 12·3 내란 사태 이전만 해도 토지거래허가제 해제를 언급한 적이 없다. 그만큼 위험한 정책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올해 들어 느닷없이 부동산 규제 완화를 외치고 있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파면 이후 있을 조기 대통령 선거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핵심 지지층을 다지려는 숨은 의도가 있다는 이야기다. 최근 들어 잦아진 오 시장의 ‘정치적 발언’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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