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일의 지역 소멸 대처법 ② 부동산 정책
이번 대선에 걸린 경기침체기 부동산정책 향방
역대 대선을 좌우한 가장 뜨거운 경제 쟁점은 단연 부동산이다. 이번 대선에서도 각종 공약이 난무하고, 미래의 한국을 구원할 정책들이 쏟아져 나오겠지만, 결국은 기승전 부동산으로 단연 부동산 정책이 주목을 끌 것이다. 대개의 사람들에게 부동산이란 거의 전 재산이자 삶의 바탕이며, 우리나라 부동산은 무려 1경 2000조 원, 국내총생산(GDP) 또는 총증권가치의 무려 6∼7배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역대 정권의 부동산정책이 전 국민을 만족시켰다는 소리는 잘 들리지 않는다. 부동산 지역 격차, 부익부 빈익빈의 소유 격차라는 두 가지를 해결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서울 강남 3구의 30평짜리 아파트 한 채에 수십 억씩 하는데 지방은 하물며 광역시급이라도 그 10분의 1에도 못 미치는 격차가 현실이다. 하나마나한 1% 성장이니 하는 판에 유예되었던 트럼프 상호관세가 7월쯤 재개되면 부동산 가격은 요동칠 일만 남았다. 이번 대선에 경기침체기 부동산정책 향방이라는 타이틀이 걸리는 이유다.
부동산정책 방향은 크게 부동산 부양과 규제-가격안정화의 두 가지로 압축된다. 부동산 부양이란 건설경기 활성화, 교통인프라 등 각종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결국 부동산개발로 수익을 자극하며 경기부양을 도모하는 대표 정책을 말한다. 토지거래허가제(토허제) 등 각종 규제책 해제는 부동산 부양의 통상적 수순이며 함께 종합부동산 부양의 한 세트를 이룬다.
결과는 어땠을까. 부동산 부양은 대개 착한 당나귀다. 단기적으로 20~30% 부동산 상승은 기본이고, 심지어 문재인 정부 기간(2017~2022년)에는 온갖 규제에도 불구하고 거꾸로 2배 폭등하기도 하였다. 역설적으로 부동산 부양에 집중한 이명박 정부 기간은 부동산가격이 상대적으로 안정화하는 경향을 보이는데, 이는 외부효과(2008년 서브프라임모기지 미국발 세계적 금융침체) 영향이며, 특별한 정책효과라고 볼 수는 없다.
부동산정책에 시행착오가 잦고 예측이 어려운 이유
부동산정책은 시행착오가 잦다. 대내외적 변수의 개입으로 예측도 어렵다. 게다가 폭등락도 잦다. 왜 그런가. 일반적으로 부동산 가격 폭등이란 수급에 민감한 부동산 특유의 투기적 성격과 주택 자가보유율이 60%에 불과해 항상 부족한 상태가 결합된 현상을 말한다. 거품이 자주 낀다. 그러나 비정책적 요소가 개입되면 정책결정자의 의지 밖에서 거품이 터진다. 가령 세계적인 10년 주기 경제폭락 현상이 발생하면 경기부양을 위한 정부개입은 벽에 가로막힌다. 이 주기는 충분히 예측가능함에도 불구하고 종종 망각된다. 둘째, 부동산 건설자본은 항상 과잉설비 위험이 커 안정수익 지향, 즉 특정 지구 중심 공급에 주력하기 때문에 특정지역과 비특정지역간 가격 이원화 현상을 유발한다. 그 특정 지역이 바로 수도권이고 강남 3구이다.
셋째 도시부동산은 금융자본화를 수반한다. 즉 도시 토지가격은 자연 가치보다는 지대/이자(율)의 금융공식을 따라 작동한다. 정부 정책은 전 국민 대상이라는 탈을 쓰지만 사실은 부동산 소지자 또는 금융자본의 이해득실 편으로 움직이는 편향을 보이며, 무토지/소토지자를 압박한다. 도시 격차, 중심지 이탈, 도시 궁핍화 현상이 발생한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도시 토지 투자는 투자 지역을 중심으로 버는 자와 잃는 자, 이른바 부동산 로또, 부동산 격차 등의 불합리를 낳는다. 근본 철학을 어느 쪽에 두는가에 따라서 정책 방향이 전혀 달라질 수 있다.
한편 그 반대의 임대차 3법, 다주택자 중과세, 종부세, 초과이익환수제 등의 규제책은 이번 대선에서 특별히 더 소환될 것 같지 않다. 총괄적으로 규제보다는 부동산 성장론 쪽이 유력하고, 부동산 가격하락, 안정화는 당분간 실종될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말하면 강남 진입의 벽은 다시 높아지고, 강북 또는 수도권 외곽은 더 이상 하락하지 않아 부동산 격차가 유지된다는 것이다. 각 후보별 100만∼250만호 공약, 대출규제 조정 등 선심성 경쟁이 대세다. 공급이 가격을 낮춘다는 바로 그 논리지만 문제의 핵심지역은 우회할 것으로 예상되어 얼마나 통할지 의문이다.
저출생 인구소멸 대비 청년 신혼부부 주택 공급 및 1억 원 자녀 양육지원, 각 당별 세종시 이전 공약도 기억해 둘만한 소재다. 그런데 나름 훌륭한 이 정책선상의 주택공급지역은 어디인가. 전국 미분양은 2만 4000가구(4월 현재)로 역대급이며, 그중 80%가 지방, 특히 광역시급인 대구, 부산 등이 주력인데 경상권이 선정될 수 있을까? 한편 수도권도 평택 이천 등에서 10% 미분양 비중인데 여기는 어떤가. 이 지역은 트럼프 관세 도발 전후 디지털 반도체 투자가 중단된 산업공동화 지역이다. 후보 지역 선정과 후보별 산업공동화 대처 공약이 궁금한 대목이다.
토지사유제 하에서 합리적 부동산 격차 해법은 있나
결론적으로 말해서 부동산 해법을 재산권 소유 규제 방식으로 접근하면 부동산 격차라는 불합리를 해결할 방법을 찾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가령 지대를 불로소득으로 간주하고 전액 국고 환속을 주장하는 헨리 조지(H. George)의 토지공개념을 적용한다면 아마도 전국적으로 거대한 난리통을 보게 될 것이다. 그러면 토지사유제 하에서 합리적인 부동산 격차 해소의 어려운 길을 어떻게 찾을 것인가.
문제는 왜 정부 주도 부동산 부양과 규제가 그렇게 무력한가에 있다. 재산권이 개입하는 한 부동산은 누구나 만족하는 이해조정이 어렵다. 앞의 부동산 식 ⓵을 정부가 개입하는 경우로 조정하면 식 ⓶ 부동산가격=지대/(이자(율)+세금+유지관리비) + 개간비 + 기대치(이윤)로 바꿀 수 있다. 즉 부동산가격은 이자, 세금, 유지관리비에 반비례하며 임대료, 개간비, 기대치에 비례한다. 이자, 세금이 오르면 부동산 가격이 내리고 반대면 오른다. 세금은 정부 통제영역이나 이자는 정부+시장 몫이다. 즉 이자를 통한 정부 통제는 기껏해야 반만 가능하다. 개간비는 정부몫인 교통 등 SOC와 민간투자로 이루어지며 이 또한 반반 영역이다. 문제의 부동산 기대치인 입지, 교육환경, 의료, 문화, 금융 등은 정부개입이 가능하나 정부 목표 완전 달성이란 거의 불가능하다. 이른바 강남 3구는 부동산 3대 요소로서, 물(한강변 입지), 교육, 제도(1가구 1주택 정책)의 복합 산물이다. 즉 부동산정책이란 자연입지, 교육, 제도까지 고려하는 종합능력이 요구되므로 적어도 10년 대계 장기 전략 수립, 임기에 관계없는 지속성 유지, 협력이 필요한 어려운 일이다.
후보마다 지역균형발전을 외치지만, 서울에 주요 대학, 5대 병원, 금융 유통 교통 인프라, 디지털 인터넷 첨단 산업과 전 인구의 절반 인구집중 현실을 해체할 수 없다면 서울은 오히려 지방보다 우선할 수 밖에 없다. 우리 국토는 좁다. 어느 지역에서든 2시간 내에 서울 접근이 가능하다. 주요 관공서 지방분산을 강제해도 정작 당사자들은 자녀교육, 의료환경, 똑똑한 놈 한 채의 명분을 걸고 고속철로 서울 오가는 1인 가구 분산을 감행한다.
상상하기 싫지만 지역별 도시소멸 혹은 슬럼화를 고민해야 한다. 우리 도시의 발달은 휴전 후 집중개발기인 1970년대, 50여 년의 시간에 불과하다. 100년이 넘은 도시발달을 경험한 미국은 도시 빈민화(슬럼화)와 리모델링 현상, 우리보다 20여 년 앞선 도시경력의 일본은 인구감소와 노령화, 빈집 양산이 사회적 문제로 나타난다. 간단히 말해서 다주택자 재산권 규제는 더 이상 지방소멸의 대책이 되지 못한다. 결국 강남 3구로 상징되는 부동산 격차만 키울 뿐이다. 환경이 성숙했다. 다른 대안, 재산권 중심이 아니라 부동산 서비스화, 또는 주택임대 중심의 주거서비스화로의 전환을 검토할 때이다.
주택 가격 상승 기대치 떨어지면 공공임대주택에 눈 돌리지 않을까?
채무상환불능의 고위험가구가 38만, 가계채무 1900조 원 시대에 주택담보채무 1120조 원이면 59% 비중이다. 1인당 1억 원, 가구당 3억~4억 원 채무, 월 평균 100만∼150만 원 이자를 충당해야 한다. 코로나 사태 이후 전국 월세 비중 44%, 서울 51%이며, 수도권 평균 월 소득 대비 주택임대료(RIR)는 20% 비중이다. 이걸 감당할 가구는 얼마나 되나.
보완 대책은 주택공급 공약들이 주류이며, 수십 년 전 신도시 주택 200만호 공약의 숫자만 바꾼 판박이다. 전 정부 공약인 위례 김포 남양주 파주 대곡 신도시 계획도 이 부류에 속하며 결국 수도권 공약, 서울 확산에 불과하다. 생색내기용으로 지방에 얼마나 떨굴지는 몰라도 이걸로 과연 지방균형발전이 달성되나. 청년주택, 토지임대부 분양주택, 지분모기지주택 등 제법 괜찮은 이름의 공약들도 결국 수도권이 대상이라면 마찬가지 가계부채 올림 대상이며, 강남 3구로부터 멀어질수록 가격상승 기대치는 감소할 것이며, 도시쇠퇴를 먼저 경험한 일본이 그렇듯 자산상승으로 한몫 잡을 확률은 낮아질 것이다. 그러므로 집없고 가계부채 많은 자, 전국 전월세 4-50% 1000만 가구주, 약 2000만 선거인단은 당장에 돈 덜 드는 정책, 결국 공공성이 가미된 공공임대주택의 향방에 집중하게 될 것이다.
임대주택은 크게 민간임대와 공공임대로 구분된다. 민간임대는 개별적인 임대주택자와 대형 주택임대사업자인 기관투자자, 임대주택 사업자로 구분되며, 이중 민간임대 양성화의 허점을 노린 갭투자 전세사기의 개별 중형 임대사업자가 화제였다. 그러나 이는 주택임대차 제도 정비 과제로, 큰 공약화하기에는 약한 소재다. 핵심 문제는 공공임대와 민간 임대시장의 관계, 또는 부동산 격차를 제어하는 수준으로 공공임대를 어디까지 위치 지울까 하는 것이다. 이 분야 공약은 어느 후보라도 아직 명쾌하지 않은데 현재 시점(2023년)으로 말하자면 기존의 공공임대주택은 9.8% 재고율 175만호 현황이고 2032년까지 265만호 대략 20% 재고율 목표가 설정되어 있다. 여기에 관심있는 후보라면 아마도 2030년경 300만호 목표가 최대치로 제시되지 않을까 한다.
흙수저 청년, 무주택자 위한 통큰 공공임대주택서비스를
문제는 공공임대 주택이란 대개 40㎡ 안팍 서민형이라는 약점, 5년 또는 10년 후 분양절차를 거치면 결국 다시 재산권의 문제로 환원되고 공공성을 상실한다는 것이다. 입지 여하에 따라서 로또 입주 또는 부동산 격차에 한 몫할 뿐, 지속적인 주택임대차 서비스가 될 수 없다. 현실의 지속적 임대주택 주거서비스는 공공주도 혹은 영구임대주택 또는 50년 장기 공공임대주택이다. 장기 공공주거 서비스를 표방하는 이 주택들은 약 총 2만 채, 공공임대의 1%로 너무 작아 민간 임대주택시장의 대항마로 자격 미달. 둘째 그중 70% 대부분 수도권 위치, 셋째 선별적 사회복지 차원의 입주 자격(영세빈민)의 엄격성, 넷째 통합적 서비스 관리 시스템 미비 등이 취약점으로 꼽힌다. 한 마디로 거국적이지 못하고 다양성이 부족해 민간 임대주택 대비 총임대시장의 주력이 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공공 주거서비스 시장은 상황이 바뀔 것이고 그에 대한 전략이 서지 않으면 부동산시장은 잃어버린 30년의 일본처럼 격변의 상황에 처할 것이다. 한국은 65세 인구 1000만 명으로 노인인구 증가속도가 빠르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고의 노인 빈곤율 40%이다. 흙수저, 금수저 청년 간 자산 격차는 38배, 평균 대출 1억 1000만 원, 평균적인 주택 취득기간 20여 년 이상이다. 부모찬스가 없다면 수도권 주택취득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서울은 더 이상 집 지을 땅이 없거나 쳐다보지 못할 고가다. 공공이 해결하지 못하면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이 무주택, 소주택, 빈곤노인, 흙수저 청년, 신혼부부 주택문제 해결의 길은 재산으로서의 주택소유에 대한 무책임한 희망고문이 아니라, 경쟁력 있는 장기 주거임대서비스를 제공하는 길이다. 기왕에 통 크게 장기 공공임대주택서비스 300만호쯤 공약하는 후보가 나오면 좋겠다. 이 장기 공공임대주택서비스가 정착되면 민간임대와 상호 협력하거나 경쟁할 수 있으며, 장기적으로 임대료 안정에 기여할 것이다. 임대료가 안정되면 토지가격 급등을 제어하며 나아가 부동산 격차도 통제될 수 있다. 이걸 못하는 것은 부동산 이해관계 관리에 게으른 낡은 관료제가 작동하거나 이해관계자가 개입하기 때문일 것이다.
1가구 1주택 해제하고, 다주택 규제 중심에서 총주택금액 규제로
노인복지주택은 임대형(2015년)과 분양형(비수도권)으로 분류되는데 민간 사회복지법인이 운영하는 실버타운과 대비된다. 실버타운은 주거서비스 비용이 높고 서비스 질이 좋으며, 노인복지주택은 상대적으로 낮은 서비스와 관리 취약의 차이가 있다. 선택은 자유다. 빈곤한 자 또는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후자는 장차 보편적 복지로 격상을 염두로 하기 때문에 지속적 제도 정비의 과제가 있다.
이번 대선의 부동산정책이란 짧은 선거 일정 때문에 쟁점이 활발하지 못한 것이 특징이다. 그러나 가령 인공지능(AI) 100조, 200조 원 투입이 현실화되면 특정 투자지역 선정 문제로 비화할 것이며, 결국 사필귀정 지역 부동산을 자극할 것이다. 공약이란 공약(空約)일 뿐이라는 말도 있지만, 심각한 경기침체가 사실이라면 비생산적 비용의 감축과, 내수의 실속 성장으로 방향 전환은 시급한 것이다.
당면한 과제 중 1가구 1주택 제도는 만인에게 평등한 주택 소유의 이상이 아니라 특정 부동산 계급에게 고소득을 안겨주는 비생산비용의 고도화로 변질되었다. 똑똑한 놈 한 채가 더 이상 통하지 않도록 과감한 정책 전환이 필요한 때다. 부동산 불로소득 규제가 여전히 필요하다면 금융자산화한 도시주택의 특성을 따라 허접한 주택 수가 아니라 차라리 총주택금액 규제로의 전환이 효과적일 것이다. 시골집이나 서울집이 어떻게 똑같은 한 채인가. 서울집을 두세 채 또는 그 이상 살 능력은 극소수에 불과하며 총액을 넘긴다면 기존의 무수한 투기억제책으로 충분히 통제 가능하다.
우리는 정부 규제가 부동산 폭등락을 훌륭하게 관리하지 못하는 사례를 그간 숱하게 보아왔다. 시장조정능력을 잠궜기 때문이다. 가령 토지가격을 제어할 시장 수단은 금리 인상인데, 이를 포기하고 토지허가제 등등 다른 정책규제를 동원해서 문제를 키운다. 재산권 이해관계가 개입되면 시장은 끊임없이 혼돈된다. 재산권이 아니라 주거서비스화로 부동산정책 근본 전환의 동력이 필요한 것은 이 때문이다.
미래 성장동력은 가난과 싸울 자에 대한 신뢰로부터 나올 것
재산권 약화, 주거서비스 강화라는 부동산 정책 전환 시도는 인기가 없을지 모른다. 수십 년간 지속해서 오르는 부동산 가치에 익숙한 환경에 따르면 부동산 인상 중단, 도시 슬럼화 운운, 재산권 무력화 방지 주거서비스 개념을 동원하자는 주장이 얼마나 설득력 있을지 알 수 없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정책을 전환하지 않으면 안 되는 노령화, 노인빈곤화, 인구소멸, 청년 주거 부실, 지방소멸 등으로 미래 부동산 환경이 바뀌었다는 것이 이 주장의 요체이다. 다른 무엇보다도 적어도 이런 부동산정책 시대전환의 실태가 이번 대선에서 어떤 징후로 반영되는 지를 꼭 지켜보고 싶다. 프란체스코 교황님은 가난과 싸워야지 가난한 사람들과 싸워서는 안 된다는 말씀을 남기셨다. 미래 경쟁력은 가난과 싸울 자에게 보내는 신뢰로부터 생성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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