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4 후 '엘리트' 거래 멸종…5억 하락도
서초구도 4월 들어 아파트 거래량 제로
전국 악성 미분양 11년 5개월만에 최대
느려도 확실히 변하고 있는 부동산 시장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구역) 재지정 후 강남 아파트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잠실을 호령하는 잠실 3대장 '엘리트'(엘스·리센츠·트리지움)가 3월 24일 이후 거래 멸종사태에 직면했고, 그 직전에 이뤄진 거래에선 5억 원 이상 하락한 거래가 등장하기도 했다. 강남 3구도 거래가 증발 중인데 서초구는 4월 들어 거래신고가 제로다. 그런 가운데 전국의 악성 미분양 물량은 2013년 9월 이후 최대치를 찍었다. 부동산 시장이 느리지만 확연히 변하고 있다.
토허구역 재지정 후 '엘리트' 거래 0건
23일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달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 재지정 이후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감소하고, 집값 상승폭도 축소됐다.
강남구 주택 가격 상승률은 3월 셋째 주 0.83% 에서, 이달 둘째 주 0.16%로 오름폭이 축소됐다. 같은 기간 서초구는 0.69%에서 0.16%로, 송파구는 0.79%에서 0.08%로, 용산구는 0.34%에서 0.14%로 각각 상승폭이 줄었다. '풍선 효과' 우려가 있던 마포구 주택 가격 상승률도 0.29%에서 0.13%로, 성동구는 0.37%에서 0.23%로, 강동구는 0.28%에서 0.09%로 상승폭이 줄었다.
거래량도 급감했다. 특히 눈에 띄는 건 토허구역 해제 이후 재지정 전까지 통제불능 기관차처럼 폭주를 거듭하던 이른바 '엘리트'다. 이른바 '잠실 3대장'으로 불리는 '엘리트'는 토허구역 해제 후인 2월13일부터 지난달 23일까지 ▲엘스 49건 ▲리센츠 71건 ▲트리지움 45건 등 총 165건의 실거래가 일어났다. 하지만 토허구역으로 재지정된 지난달 24일부터 이달 22일까지 단 한 건도 거래되지 않았다.
잠실을 호령하는 '엘리트'는 엘스 5678세대(2008년 9월 준공), 리센츠 5563세대(2008년 7월 준공), 트리지움 3696세대(2007년 8월)로 합하면 1만 5000세대에 육박한다.
'엘리트'는 가격도 제법 빠졌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3월 23일 송파구 ‘잠실리센츠’ 국민 평형 매물이 28억 원에 거래됐다. 3월 12일 동일한 조건 매물이 33억 원으로 신고가를 경신한 것과 비교하면 열흘새 5억 원 하락했다.
같은 단지 전용 124㎡는 3월 22일 33억 9000만 원에 거래됐는데, 이 역시 기존 신고가(40억 2500만 원) 대비 6억 원 낮은 금액이다.
인근 ‘잠실엘스’ 국민 평형도 3월 21일 신고가 대비 3억 원가량 하락한 28억 3000만 원에 거래됐다.
서초구 4월 들어 아파트 거래 하나도 없어
토허구역 재지정 후 강남 3구의 아파트 거래는 증발했다고 말할 수 있다. 강남구의 경우 3월에 771건을 찍었던 거래량이 4월 들어 11건으로 급락했다.
송파구도 사정은 비슷하다. 3월에 737건을 기록했던 아파트 거래량이 4월 들어 14건으로 떨어졌다.
서초구는 더 극적이다. 3월에 272건을 찍었던 아파트 거래량은 4월 들어서는 0건이다.
전국 준공후 미분양 2013년 9월 이후 최대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이른바 악성 미분양이라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은 지난 2월 말 기준으로 전국 2만 3722가구로 전년 동기(1만 1867가구) 대비 99.9%(1만 1855가구) 증가했다. 전월(2만 2872가구)과 비교하면 6.1%(1392가구) 늘었다. 이는 2013년 9월(2만 4667가구) 이후 11년 5개월 만에 최대 규모다. 전국 악성 미분양의 80.8%는 지방(1만 9179가구)에서 나왔다.
전국의 일반 미분양은 7만 61가구로 전년 동기 대비 8.0%(5187가구) 증가했다. 다만 전월과 비교하면 3.5%(2563가구) 감소했다.
미분양 문제가 심각해지자 정부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준공 후 미분양 주택 약 3000가구를 매입하고, 디딤돌 대출 우대금리를 지원하는 등 추가 대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는 미봉책에 불과할 뿐이다. 경제전반이 무너지는 마당에 집을 살 여력이 있는 가계가 급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느리지만 하락 쪽으로 확실히 방향 튼 시장
부동산 시장에는 악재만이 가득하다. 시장이 유일하게 기대했던 금리도 내려오지 않고 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지난 17일 기준금리를 동결한데다 시중은행 대출금리도 '4%대'를 유지하고 있다.
가뜩이나 가계소비, 민간투자, 정부지출, 순수출의 모든 부문에서 추락을 거듭 중인 한국 경제는 트럼프발 관세전쟁의 격랑 앞에 갈피를 못 잡고 있다. 차기 정부가 이미 임계점을 넘어선 가계대출을 풀 가능성도 희박하다.
토허구역 해제 이슈에 반짝하던 강남권역이 소강상태에 빠지고 전국의 악성 미분양이 11년 5개월 만에 최대치를 찍은 건 이 같은 거시 경제 상황이 반영됐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부동산 시장은 느리고, 울퉁불퉁하긴 하지만, 확실히 하락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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