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우두머리 제거 기대에 증시 훈풍
체포 무산 소식 전해지자 상승 폭 줄어
헌재 탄핵 속도 내자 금융시장 안정세
외국인 투자자 순매수…환율도 약보합
윤석열 빠른 구속이 시장 안정에 도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윤석열 대통령 체포에 나서고, 헌법재판소가 8인 체제 구성 이후 처음으로 오는 6일 재판관 회의를 연다는 소식이 전해진 3일 금융시장에는 모처럼 훈풍이 불었다. 그러나 이날 오후 1시 30분 이후 대통령 경호처의 방해로 윤석열 체포가 무산됐다는 뉴스가 나오자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의 상승 폭이 확 꺾이며 민감하게 반응했다. 12.3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이 대통령 관저에 있는 한 안심할 수 없다는 것을 이날 금융시장이 다시 한번 환기시켰다.
윤석열 체포 시도와 무산에 요동친 금융시장
대통령 윤석열을 비롯한 내란 세력이 극우 유튜버를 동원하면서까지 저항하고 있으나 탄핵과 단죄는 기정사실이다. 그 일정이 어느 정도 윤곽이 잡히며 금융시장은 빠르게 안정을 되찾는 모습이다. 3일 국내 증시는 체포영장 집행이 무산되는 우여곡절이 있었으나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 모두 큰 폭으로 올랐다.
미국 증시에서 엔비디아를 비롯한 미국 반도체주의 주가가 오르는 등 대외 호재도 작용했다. 하지만 새해 들어 국내 정치 불안이 해소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전날 미국의 고용 상태가 양호하다는 것을 알리는 지표가 발표돼 달러가 강세인 상황에서도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지는 않았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장보다 3.64포인트(0.15%) 오른 2402.58로 거래가 시작됐다. 공수처의 윤석열 체포 가능성이 커지면서 코스피는 상승 폭을 키웠다. 오후 1시 30분 무렵에는 55포인트 이상 뛰며 2454를 돌파하기도 했다. 5포인트만 더 오르면 내란 사태 이전 수준까지 상승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공수처가 체포영장 집행을 중단했다는 소식에 상승세가 꺾였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42.98포인트(1.79%) 오른 2441.92에 장을 마쳤다.
코스닥 지수는 더 극적인 흐름을 보였다. 전장보다 1.41포인트(0.21%) 오른 688.04에 개장했고 1시 30분 무렵에는 18.92포인트 오른 705.55로 치솟았다. 하지만 윤석열 체포영장 집행이 무산되자 잠시 700선이 무너지기도 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헌재가 탄핵 심판에 속도를 내는 등 내란 세력이 저항해도 헌법적 절차에 따라 이번 사태가 종료될 것이라는 인식이 다시 시장을 지배했다. 그 결과 전장보다 19.13포인트(2.79%) 오른 705.76에 장을 마치며 3거래일 연속 상승했다. 종가 기준으로 700선을 회복한 것은 지난해 11월 12일(710.52) 이후 약 2개월 만이다.
내란 우두머리 제거 가능성에 돌아온 외국인 투자자
이날 주식시장에서는 외국인과 기관이 쌍끌이 매수에 나섰다. 외국인은 2800억 원 이상, 기관은 3100억 원 이상 순매수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장 초반 전날보다 2.4원 상승한 1469.0원으로 출발한 후 1470대를 재차 돌파했으나 1460원대로 다시 안정세를 찾았다.
윤석열 체포 시도와 헌재의 탄핵 심판 시계가 빨라진다는 기대가 없었다면 환율은 더 올랐을 가능성이 크다. 전날 미국 주요 경제지표가 긍정적으로 나왔기 때문이다.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지난주(12월 22~28일)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전주보다 9000건 줄며 시장 전망치인 22만 5000건을 밑돌았다. 이 영향으로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는 장중 109.55까지 치솟았다. 달러 강세 속에서 원/달러 환율이 약보합세를 보인 것이다.
헌재 탄핵 심판 속도 내자 금융시장 안정세
12.3 내란 사태 이후 정치 불안에 대한 우려로 금융시장에서 주가와 환율의 변동성이 확대됐다.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는 비상계엄 선포 직전 각각 2500과 690선이었다. 통상 주가는 연말을 앞두고 오르는 양상을 보인다. 연말연시 모임 등으로 소비가 늘고 새해에 대한 기대감이 지수를 밀어 올린다. ‘산타 랠리’라는 말이 나온 배경이다. 미국 증시만 해도 테슬라와 브로드컴, 넷플릭스 등 주요 종목의 주가가 오르면서 투자자들은 산타 랠리를 즐겼다.
하지만 윤석열 내란 사태로 국내 증시는 산타 랠리는커녕 국회의 탄핵소추안 불발과 가결 등 정치 상황에 따라 요동쳤다. 국민의힘이 표결에 불참하며 1차 윤석열 탄핵소추안이 불발된 직후인 12월 9일 코스피는 2360, 코스닥는 621까지 급락했다. 내란 사태 이전과 비교해 하락률은 코스피가 5~6%, 코스닥은 10%에 달했다. 주가가 가장 많이 하락했을 때 시가총액은 100조 원 가까이 증발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13일 윤석열 탄핵안의 가결 가능성이 커지면서 증시는 내란 사태 이전으로 회귀하는 흐름을 이어갔다. 대통령 경호처 방해로 체포가 무산됐으나 윤석열 구속은 시간문제다. 내란 혐의가 사실로 속속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헌재도 탄핵 심판에 속도를 내고 있으니 시간이 갈수록 정치적 불안 요인은 제거될 것이다.
박근혜 탄핵 인용된 이후에도 유사한 패턴
지난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과정을 돌아봐도 정치 불안이 해소되면 금융시장이 제자리를 찾아가는 경향을 확인할 수 있다. 헌재가 박근혜 탄핵안을 인용했던 2017년 3월 10일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는 각각 6포인트 이상 뛰었다. 외국인도 국내 증시에서 2000억 원가량 순매수했다. 원화 가치는 올랐고 국가부도 위험을 평가하는 지수(CDS 프리미엄)도 하락했다.
다만 박근혜 탄핵이 인용된 2017년 당시에는 대외 여건이 지금보다는 우호적이었다. 미국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성장하며 주가 상승을 견인했다. 이는 한국을 비롯한 주요국 증시에도 영향을 미쳤다. 이에 비해 지금은 정치 불안이 해소된다고 해도 증시를 추동할 동력이 약하다. 고물가와 고금리, 고환율로 내수 경기 회복을 기대할 수 없는 데다 수출 전망도 좋지 않다. 정부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6개월 전에 예측한 것보다 0.4%포인트나 내린 1.8%로 하향 조정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하지만 당면한 내란 사태를 잘 해결하면 전화위복이 될 수도 있다. 헌법적 절차에 따라 탄핵과 내란 책임자 처벌 등을 끝내고 대선을 통해 새로운 정부가 출범하면 새로운 전기가 마련될 수도 있을 것이다. 체포영장 집행이 무산됐음에도 안정세를 보였던 3일 금융시장은 가장 먼저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다. 하루빨리 내란 사태를 끝내고 정치적 안정을 이루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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