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불확실성 해소…외국인 주식 순매수

계엄 여파로 지난달 외국인 자금 5.7조 이탈

인플레이션 우려에 미국 금리 인하 멈칫

한국은행 내수 진작 vs 환율 안정 ‘진퇴양난’

김동연 “이젠 경제의 시간”…슈퍼 추경 촉구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윤석열 체포 소식에도 15일 금융시장은 차분한 흐름을 보였다. 윤석열 체포가 임박하자 주가는 뛰고 환율은 떨어지는 듯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주가는 상승 폭을 반납하고 약보합세로 장을 마쳤다. 원/달러 환율도 등락 폭이 크지 않은 상태로 거래가 이루어졌다. 내란 사태 주범인 윤석열 체포로 시장의 최대 불확실성이 해소됐으나 한국 경제의 기본 체력이 약해진 영향 탓인지 주가는 상승 탄력을 받지 못했다.

 

코스피가 2500선 아래에서 약보합 마감한 15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직원이 업무를 보고 있다. 이날 코스피 종가는 전 거래일 대비 0.59포인트 내린 2496.81로 집계됐다. 2025.1.15. 연합뉴스
코스피가 2500선 아래에서 약보합 마감한 15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직원이 업무를 보고 있다. 이날 코스피 종가는 전 거래일 대비 0.59포인트 내린 2496.81로 집계됐다. 2025.1.15. 연합뉴스

윤석열 체포에도 담담했던 금융시장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장 대비 0.55% 오른 2511.07에 거래를 시작했으나 기관의 매도 물량이 쏟아지며 2500선 밑으로 떨어졌다.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0.02% 내린 2496.81에 장이 종료됐다. 코스닥 지수도 0.57% 상승한 722.16에 장을 열었으나 전 거래일보다 0.90% 하락한 711.61로 거래를 마쳤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환율은 달러당 3.2원 하락한 1460.0원에 개장해 1461원 선에서 등락을 반복했다.

윤석열 체포는 가장 큰 불확실성이 사라졌다는 점에서 국내 금융시장에는 분명 호재였다. 하지만 윤석열 체포 이전에 이미 헌법재판소가 탄핵 시계를 신속하게 돌리고 있고, 가담자의 내란 혐의가 짙어지는 만큼 수사도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전망이 시장을 지배했다. ‘윤석열 체포 요인’이 선반영 된 셈이다. 

지난달 계엄 선포에 주식과 채권자금 5조 7000억 순유출

하지만 비상계엄 사태는 국내 금융시장에 큰 상처를 남겼다. 한국은행이 15일 발표한 ‘국제금융·외환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한국 주식시장과 채권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금이 6조 원 가까이 이탈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외국인 증권투자자금은 38억 6000만 달러 순유출됐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인 2020년 3월(-73억 7000만 달러) 이후 가장 많은 규모다. 지난달 말 원/달러 환율(달러당 1472.5원)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약 5조 7000억 원에 달한다.

지난달 외국인 주식자금은 25억 8000만 달러 순유출됐다. 지난해 8월(-18억 5000만 달러)과 9월(-55억 7000만 달러), 10월(-41억 7000만 달러), 11월(-29억 5000만 달러)에 이어 다섯 달 연속 순유출을 기록했다. 한국은행은 “반도체 기업 성장성에 대한 우려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과 글로벌 금리 인하 지연 우려 등으로 주식자금 순유출이 지속됐다”고 설명했다. 

채권자금은 지난달 12억 8000만 달러가 빠져나갔다. 지난해 11월 8억 1000만 달러 순유입에서 순유출로 전환됐다. 채권자금 유출은 국내 정치적 불안에 더해 국고채 만기상환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한국은행은 분석했다.

 

2024년 12월 외국인 자금 흐름. 연합뉴스
2024년 12월 외국인 자금 흐름. 연합뉴스

트럼프 2기 출범으로 늦어지는 미국 금리 인하

윤석열이 체포된 15일 전후로 금융시장에서 외국인 이탈 자금은 다소 줄었다. 이날도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는 485억 원 순매수했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2기 출범을 앞두고 달러 강세가 지속되고, 미국의 금리 인하 속도가 느려질 것으로 전망되는 등 대외 악재가 변수다. 한국은행 뉴욕사무소가 내놓은 ‘최근의 미국경제 상황과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투자은행(IB) 10곳 중 2곳이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올해 금리 인하 횟수를 제로로 전망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지난해 12월 연준이 올해 2회 인하할 것이라고 했다가 한 달 만에 “없을 것”으로 변경했다. 도이치뱅크는 지난해 12월에 이어 올해 1월에도 올해 금리 동결 전망을 유지했다. 바클리와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와 JP모건 등 다른 투자은행들도 금리 인하 횟수가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올해 미국의 최종 기준금리도 연 4.00~4.50%로 높은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커졌다. 한국은행은 “미국 연준이 향후 기준금리를 더 신중하고 천천히 인하할 것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2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4.8.22. 연합뉴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2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4.8.22. 연합뉴스

내란 종식 고비 넘겼지만 경기 부양책 시급

미국이 금리 인하 속도를 늦추면 우리도 금리를 낮추기 어렵다. 원/달러 환율이 높은 상황에서 우리만 금리를 낮추면 한국과 미국의 금리 차이가 더 벌어지며 환율 급등을 초래할 수 있다. 그렇다고 금리를 동결할 수만도 없는 처지다. 금리를 내려야 가계의 이자 부담과 기업의 투자 비용을 줄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16일 올해 첫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기준금리를 결정할 예정인데 내수 진작과 환율 방어라는 상반된 목표를 놓고 고심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현재 한국의 기준금리는 연 3.00%로 미국과의 격차는 1.50%포인트다.

경기 부양을 위해 금리를 내리기 힘든 실정이라 재정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윤석열 체포가 성공한 직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에서 “앞으로는 법치의 시간이며 이제 시급한 것은 경제의 시간”이라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이대로 시간을 허비한다면 경제 퍼펙트스톰이 현실이 될 것이다. 설 연휴 전 50조 원 규모 슈퍼 추경 합의와 트럼프 2기 대응 비상 체제 마련 등 과감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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