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리의 선관위 점령 배경, ‘부정선거’ 음모론
김용현, '윤 총선 부정선거 의혹' 신봉 사실 확인
합수부 수사로 여소야대 정국 단번에 뒤집으려
국회 '계엄해제 차단', 선관위 '총선 뒤집기' 목적
선관위 해커 병력 투입, 자료 조작 시도 의심도
지난 3일 저녁 SBS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의 메신저 인터뷰에서 김 전 장관이 계엄 선포 당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계엄군을 보낸 이유에 대해 “선관위 부정선거 의혹 관련 수사의 필요성을 판단하기 위해”라고 답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다른 언론들도 지난 밤부터 오늘 아침까지 연달아 비슷한 인터뷰 내용들을 보도하고 있는데, 특히 동아일보와의 인터뷰 답변이 더욱 주목된다. ‘부정 선거 의혹 조사를 위해 계엄군의 선관위 진입을 지시한 것이 윤 대통령의 뜻이었느냐’는 질문에 “예. 많은 국민들이 부정 선거에 대해 의혹을 가지고 계신다. 이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한 것”이라고 답했다는 것이다.
요컨대 선관위를 점령해 ‘부정선거 의혹을 해소’하는 것이 국방부 장관이었던 자신이나 계엄군 지휘부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윤 대통령 개인의 직접 지시였다는 것이다.
이는 지난 4월 총선 결과에 대해 극소수 극우세력들이 고집하고 있는 ‘총선 부정선거’ 음모론과 직결되는 것으로 대통령이 이런 음모론에 경도되어 있음을 보여줘 경악스러운 일이다. 더 나아가서, 국회 점령보다 선관위 점령에 더 큰 노력을 기울였던 사실에 비춰보면, 이번 12.3 계엄 쿠데타의 근본적 목적이 총선 결과를 뒤집어 여소야대 정국을 근본적으로 뒤집으려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일으키고 있다.
계엄군 산하에 대규모 합동수사본부를 꾸리려 했던 정황들도 연달아 파악되고 있다. 전날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긴급 현안질의에서 조지호 경찰청장은 “(방첩사가) 경찰과 합동수사본부를 꾸릴 일이 있을 수 있으니 ‘수사관을 준비해달라’는 이야기를 들어 ‘오케이’ 했다”고 답했다. 또 SBS는 이날 아침 보도에서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계엄 포고령 전후에 육해공 각 군 군사경찰단에 수사인력을 보내달라는 지시가 하달됐다는 소식을 전했다.
이렇게 경찰과 육해공의 수사인력을 차출해 계엄사 산하에 대규모 합수부를 구성하려 했던 사실이 연이어 확인되고 있는 것이다. 경찰과 군 경찰을 아우르는 이런 대규모 수사 조직 구성의 목적이 ‘부정선거 의혹’을 수사하기 위해서였다는 관측이 지배적인 상황이다. 또 계엄법에 따라 계엄 합수부는 방첩사가 지휘하는데, 방첩사령관은 윤 대통령의 ‘충암파’ 라인인 여인형이 맡고 있다. 부정선거 의혹 수사를 윤 대통령의 군내 최측근이 직접 총괄하게 되는 것이다.
미스터리의 선관위 점령 배경, ‘부정선거’ 음모론
지난 3일 밤 국민 모두를 충격에 빠뜨렸던 비상계엄 선포 직후 온 국민과 정계의 시선은 온통 국회에 쏠렸지만, 이후 계엄군 측이 계엄 선포 직후 국회보다 먼저, 또 더 많은 병력을 선관위로 보냈다는 사실이 밝혀져 의구심이 폭증하고 있던 중이었다. 당장 계엄 쿠데타의 성패 여부가 달려 있는 국회보다 선관위를 먼저 점령했던 급박한 이유가 도대체 뭐냐는 것이다.
그런데 김 전 장관이 ‘부정선거 의혹’ 때문이었다는 답을 내놓음으로써, 윤 대통령이 국회보다 선관위를 더 우선했던 윤 대통령 나름의 ‘합리적인’ 이유가 해석되기 시작한 것이다.
극우세력 일각의 부정선거 음모론은 지난 4월 총선에서 야권이 압승을 한 선거 결과가 부정선거로 인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윤 대통령이 이런 부정선거 음모론에 몰두해 있다는 증언은 이미 오래전부터 여럿 나왔지만, 이 음모론이 윤 대통령의 주요 의사 결정의 배경이 될 것이라 여기는 국민은 많지 않았다.
설사 윤 대통령이 개인적으로 일부 극우세력의 부정선거 음모론에 기울어져 있다고는 해도, 이번 계엄 쿠데타 직후 보여준 행태는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국회 점거와 본회의 차단이 최우선 과제가 되어야 당연한 상황에서 한정된 동원 병력을 둘로 나누고 심지어 더 많은 병력을 더 급하게 선관위로 보내 점거한 것이다.
하지만 김 전 장관의 답변으로 윤 대통령이 부정선거 의혹 때문에 선관위 점령을 직접 지시할 정도로 음모론에 깊숙히 빠져 있었다는 사실이 현실로 확인된 만큼, 건전한 상식과 합리적인 이성을 한참 뛰어넘는 일임에도 얘기는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지난 4월 총선에서 부정선거가 있었음을 증명함으로써 총선 결과로 만들어진 압도적 여소야대의 국회 상황을 뒤집으려 했을 수 있는 것이다.
'4월 총선은 부정선거', 여소야대 단번에 뒤집으려?
단 한 번도 반성과 성찰 비슷한 것을 보여준 적이 없는 윤 대통령의 고집스런 태도에 비추어보면, 자신이 현재의 총체적 난국에 몰린 이유를 자신과 김건희 씨의 죄과 탓보다는 ‘192 대 108’이라는 압도적 여소야대 정국만을 문제로 여겼을 것은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윤 대통령의 비상식적인 사고방식에 비추어보면, 총선에서 부정선거가 있었다는 수사 결과를 내놓음으로써 지난 총선 결과로 만들어진 여소야대의 상황을 어떤 방식으로든 뒤집으려 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또한 자신을 사로잡고 있는 부정선거 음모론을 현실로 만들어냄으로써 비상계엄의 명분으로 사후 정당화를 하려 시도했을 개연성도 충분해 보인다.
즉 윤 대통령에게는 당장 국회를 점거해 계엄해제 표결을 차단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리한 계엄 쿠데타를 정당화하는 명분으로 선관위 점거와 수사를 서둘렀을 수 있는 것이다.
또 국회 점거는 절차적으로 단순하고 단시간 내에 성공 가능하다고 판단했을 수 있는 반면, 부정선거 음모론의 현실화는 단순히 선과위 장악만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방첩사가 실제 그랬던 것처럼 합수부를 구성해야 하고 그 이후에도 바로 수사 결과를 내놓을 수 있는 것도 아닌 만큼, 총 소요 시간이 국회 점령보다 훨씬 더 많이 걸린다는 점에서 선관위 점거를 더 서둘렀을 수 있다. 이는 계엄 쿠데타를 정당화할 명분으로 내세울 초기 수사 결과를 내놓는 데에 걸릴 시간을 우려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극도로 비정상적인 윤 대통령의 사고방식에서는, ‘4월 총선은 부정선거’라는 수사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기만 하다면 ‘부정선거 확인’ 선언을 하고 계엄 치하에서 전면 재선거를 실시하든, ‘부정선거로 당선된’ 야당 의원들만을 의원직 박탈하든 어떤 극단적인 상황도 연출할 수 있다는 현실 개연성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요컨대, 윤 대통령에게 국회 점령과 주요 정치인 체포는 당장의 계엄령 지속이라는 단기적 목표를 위한 행동이었던 반면, 선관위 점령은 자신이 극단적인 정치적 위기에 몰린 정국을 단번에 뒤집어버릴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해결책이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양면 작전'이 윤 대통령에게는 계엄 쿠데타를 벌인 배경에서 나름의 '회심의 한 수'였다는 얘기다. 물론 이 양면의 공격 모두 국회를 겨냥한 것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계엄 선포 직후 대규모 합수단을 꾸리려 했던 것도 평생 특수부 검사로 살아왔던 윤 대통령의 지난 전력에 비추어보면 이해가 될 수 있다. ‘조국 사태’ 이후로 줄곧 이어진 사례들에서 그는 시작이 어쨌든, 또 어떤 수단을 동원하든, 최종 수사 결과만 유리하게 내놓으면 한번에 다 정당화할 수 있다는 태도로 일관해왔다. 불법적이고 위헌적인 명분과 수단으로 비상계엄을 벌이더라도 ‘4월 총선은 부정선거’라는 공식 수사 결과만 발표하면 다 덮고 넘어갈 수 있다고 믿었을 수 있는 것이다.
선관위 '해커' 병력 투입, 조작 시도 의심도
한편, 선관위에 투입된 계엄군 병력은 주로 3공수특전여단이었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방첩사 산하 ‘정보보호단’ 인력들도 함께 투입된 사실도 밝혀졌다.
이런 정보보호 인력은 해킹 대응 등이 주된 업무이지만 관점을 뒤집으면 그대로 ‘해커’이기도 하다. 이들 해커 병력들이 왜 함께 선관위에 투입됐느냐, 선관위 점령 이후 3시간 이상 점거하는 동안 이들이 무엇을 했느냐 역시 의혹의 대상일 수밖에 없다.
선관위에서는 ‘서버 탈취는 없었다’는 정도의 기초적인 입장만 내놓고 있는데, 서버 반출이 목적이 아니라 합수부 수사 착수 이전에 선관위 서버에 저장된 데이터들을 조작하려 했을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더 나아가면, 윤 대통령의 계엄해제 선언 전까지 3시간 이상 선관위를 점거하고 있었는데, 당시 선관위에 있던 5명의 선관위 인력이 수백 명의 계엄군 병력이 무슨 작업을 하는지 감시를 할 수 있었을 리도 당연히 없다. 이미 조작 시도를 했거나 일부 조작을 했을 개연성도 무시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따라서 선관위 점령의 실질적 주도 역할을 했을 것으로 보이는 방첩사에 대한 전면적인 수사가 시급한 상황이다.
한편 선관위에 따르면 계엄 선포 직후 불과 몇 분 후인 밤 10시 30분에 계엄군 일부가 선관위에 진입했다. 과천에 위치한 선관위에 몇 분 이내로 도착할 수 있는 군 부대는 없는 만큼, 이 병력은 계엄령 선포 이전에 이미 출동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선관위 초기 진입 병력은 ‘계엄군’조차도 아니라고 할 수 있다. 계엄령이라는 억지 명분조차도 없이 평시에 군 병력이 출동해 국가 주요 헌법기관을 침탈한 것으로, 즉 부정선거 음모론과 별개로도 매우 심각한 군 범죄라고 보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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