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의 '윤석열 직무 정지' 발언으로 폭풍
수족처럼 부리던 검경은 특별수사본부 차리고
쿠데타 동원된 사령관의 양심고백까지 이어져
다급한 윤석열, 국회 찾으려 했지만 야당 저지
반성없는 윤석열…2차 계엄시도설까지 나돌아
이제 남은 건 '탄핵'뿐…촛불의 물결 탄핵으로
12·3 쿠데타(군사반란) 내란죄 피의자 윤석열의 탄핵소추안 표결이 임박해진 6일, 여의도는 긴박한 상황들의 연속이었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의 '윤석열 직무 정지' 언급로 시작된 '탄핵 폭풍'은 오전부터 국회의사당에 직격타를 날렸다. 이러한 가운데 쿠데타에 가담했던 사령관들이 줄줄이 양심 고백을 하고, 검·경은 특별수사본부를 꾸려 윤석열 내란죄 수사를 공식화했다. 수족까지 잘리고 탄핵 위기 몰린 내란죄 주범 윤석열은 마지막 발악을 하듯 국회를 찾았지만, 이마저도 야당 의원들의 저지로 무산됐다. 이제 남은 것은 국민의 심판과 표결뿐이다.
한동훈의 '윤석열 직무정지' 발언
이날 오전 9시 25분 국회 본청, 이른 오전부터 긴급 최고위원회의 개최 공지를 받은 기자들이 국민의힘 회의실에 분주하게 몰려들었다. 이어 굳은 표정의 한동훈 대표와 국민의힘 지도부가 자리에 앉았고, 한 대표의 입에서 나온 말은 여의도를 일순간에 탄핵의 태풍 한가운데로 몰아넣었다.
한 대표는 "대통령이 정치인들 체포를 위해서 정보기관을 동원했던 사실을 신뢰할 만한 근거를 통해서 확인했다"면서 "대한민국과 국민을 지키기 위해서 윤석열 대통령의 조속한 직무집행 정지가 필요하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그는 "윤 대통령이 대한민국의 대통령직을 계속 수행할 경우에는 이번 비상계엄과 같은 극단적인 행동이 재연될 우려가 크다"면서 "지금은 오직 대한민국과 대한민국의 국민만을 생각해야 할 때"라고 했다.
한 대표의 발언은 국민의힘이 당론으로 채택한 '탄핵 반대' 기조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것이었다. 한 대표의 '직무정지' 발언으로 대통령실과 여당은 충격에 휩싸였다.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도 한 대표의 발언 직후,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의 직무 정지를 빨리 해야 한다"면서 탄핵 찬성의 뜻을 밝혔다. 같은 당 안철수 의원도 "내일 본회의 표결 전까지 윤 대통령이 퇴진 계획을 밝혀야 한다"며 "그렇지 않을 경우 탄핵안에 찬성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충격에 휩싸인 여당은 오전 11시부터 긴급 비상 의원총회(의총)을 열고, 탄핵안에 대해 논의했다. 민주당 역시 오전 11시 30분부터 의원총회를 열고 탄핵안 표결 및 대응전략 등에 논의했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탄핵의 기회를 잡았지만,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한민수 대변인은 한 대표가 명백하게 탄핵이라고 밝히지 않은 만큼 "탄핵을 통한 직무 배제에 찬성하는지 확인한 다음에 판단키로 했다"며, 한 대표를 향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라"고 했다. 원내 3당인 조국혁신당은 탄핵안 처리를 압박했다. 조국 대표는 우원식 국회의장과 이재명 대표를 만나 신속히 적법절차에 따라 해결해달라고 요구했다.
검경 특수본과 사령관들의 양심 고백
이러한 가운데, 오전 10시 55분쯤 수사기관의 속보가 들려왔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수본) 안보수사단은 12·3 쿠데타와 관련해 오전 120여 명의 전담 수사팀을 구성했다고 밝혔다. 비슷한 시각, 윤석열이 임명한 심우정 검찰총장도 대검찰청에 12.3 쿠데타와 관련 내란죄 혐의를 수사할 특별수사본부(특수본) 구성을 지시했다. 박세현 서울고검장을 본부장으로 하는 특수본은 검사 20명과 검찰수사관 30명, 군검찰 파견인원으로 구성했다. 윤 대통령의 휘하에 있던 검경까지 나서서 내란죄 수사를 공식화한 것이다.
이와 함께 쿠데타에 가담한 사령관들의 양심 고백이 이어졌다. 곽종근 특전사령관은 오전 경기도 이천에 있는 육군 특수전사령부에서 민주당 김병주·박선원 의원을 만나 쿠데타 지시를 "거부했어야 했다"면서 "국민들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곽 사령관은 특히 윤석열이 직접 전화해서 "707특임단이 어디쯤 이동하고 있느냐"고 물었다고 밝혔다. 윤석열이 직접 병력 이동 상황을 확인하는 등 내란 지시를 내린 정황이 추가로 확인된 것이다. 이진우 수도방위사령관도 양심 고백을 통해 "수방사 장병들의 부모님들께 다시 한번 사과드린다"고 했다. 그 역시 윤석열이 4일 0시쯤 전화해 "거기 상황이 어떻냐"고 물었다고 밝혔다. 이들의 양심 고백은 모두 유튜브를 통해 생중계됐다.
양심고백이 이어지던 시각, 국방부 장관 직무대행을 맡고 있는 김선호 차관은 고개를 숙였다. 김 차관은 오전 국방부 청사에서 긴급 브리핑을 열고 "지난 12월 3일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국민 여러분께 우려와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책임을 통감한다"면서 "다시 한번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김 차관은 "최근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국방부는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할 것"이라며 "군검찰 인원도 파견해 합동수사가 이루어지도록 조치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오전 국회에서 제기된 윤석열의 '2차 계엄 정황'에 대해 "전혀 사실이 아니"라며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는 이를 절대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낮 12시를 넘어서는 홍장원 국가정보원 1차장이 국회 정보위원장실을 방문했다. 이날 오전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당시 홍 차장에게 방첩사령부와 협조해 우원식 국회의장,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 민주당 이재명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 김민석 수석최고위원, 정청래 법제사법위원장,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 뉴스공장 겸손은 힘들다 진행자 김어준 씨, 김명수 전 대법원장, 권순일 전 대법관(선관위원장), 김민웅 촛불행동 상임대표 등 정치인들을 체포하라고 직접 지시했다는 보도가 나온 뒤였다. 정보위 야당 간사인 민주당 김병기 의원은 홍 차장이 "윤석열 대통령이 '이번 기회에 잡아들여, 싹 다 정리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검경의 전담수사팀 및 특수본 구성과 사령관들의 양심 고백, 국정원 고위간부의 폭로, 국방부의 사과 및 계엄 출동 거부는 윤석열이 군통수권자와 행정부 최고수반으로서 사실상 지위를 잃은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이후 오후 4시 20분쯤에는 계엄군 핵심인 이진수 수방사령관과 곽종근 특전사령관, 여인형 방첩사령관 등 3명에 대해 직무정리를 위한 분리파견을 단행했다. 분리파견이란 다른 부대로 전출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사실상 관련 직무를 할 수 없도록 한 것이다. 이로써 윤석열이 추가로 계엄을 할 수 없도록 수족까지 모두 잘라냈다.
다급해진 윤석열, 국회 찾으려 했지만…
낮 12시 50분 무렵부터 다급해진 윤석열이 한동훈 대표와 면담을 가졌다는 소식이 언론을 통해 전해졌다. 이들은 정국 수습 방안을 논의했지만, 윤석열은 여전히 아무런 반성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한 대표가 윤석열과의 면담을 마친 뒤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의원총회에 참석해 "윤석열이 현재로선 특별한 조치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며 "윤석열을 만났지만 제 판단을 뒤집을만한 말은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고 당 관계자들이 전했다. 한 대표는 거듭 윤석열의 직무 집행 정지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윤석열-한동훈 회동 보도가 나온 직후, 윤석열이 국회를 찾아 국민의힘 의원총회에 참석한다는 소문이 국회 보좌진들과 기자들 사이에서 퍼지면서 국회에는 또다시 긴장이 고조되기도 했다. 군홧발로 국회를 처참하게 짓밟은 지 단 사흘 만에 아무런 사과도 없이 방문하려는 무례함과 뻔뻔함의 극치였다. 정치권에서는 윤석열이 탄핵을 막기 위해 의원들을 설득하고 타협안을 내놓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또 윤석열이 국회에서 2차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경호처 인력으로 국회를 점거하려는 의도라는 말까지 나돌았다. 이에 야당 의원들도 발빠르게 움직였다.
국민의힘이 오후 2시부터 의원총회를 재개한다고 밝힌 가운데 윤석열 방문을 대비한 듯 국회 출입구에서 일반인 출입을 통제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지자, 야당 의원들은 오후 3시부터 국회 로텐더홀에서 인간띠를 형성하며 격렬하게 저항했다. 의원들은 "내란 주모자인 윤석열의 국회 출입은 현시점에서 허용할 수 없다"며 "윤석열을 탄핵하라"고 외쳤고, 우원식 국회의장은 오후 3시 20분 긴급성명을 발표하고 "대통령에 국회 방문 계획을 유보해 달라"라고 요청했다. 이와 더불어 국회의장실은 2차 계엄에 대비해 헬기 착륙을 막을 목적으로 국회 잔디광장과 운동장에 대형버스를 배치했다.
결국 대통령실은 국회의 거센 저항에 부딪혀 "국회 방문계획이 없다"고 공식입장을 내고 꼬리를 내렸다. 자신의 수족처럼 부리던 경찰과 검찰이 내란죄 혐의에 대한 수사를 본격화하고, 12·3 쿠데타에 병력을 동원한 주요 사령관들이 모두 직무정지된 상태에서, 마지막 카드였던 국회 방문까지 막히면서 윤석열은 '사면초가'의 상태에 놓이게 됐다. 그에게 이제 남은 카드는 '탄핵'과 '하야'뿐이다. 어느 쪽을 선택하든 윤석열 본인뿐 아니라 부인과 처가의 각종 비리 범죄도 다시 수면 위로 오를 전망이다.
여의도에선 오늘도 윤석열 탄핵 촛불
윤석열 탄핵 표결을 앞둔 이날 각계각층에서 윤석열 퇴진을 촉구하는 시국선언이 이어지는 가운데, 오후 6시부터는 여의도 국회 앞 일대에서 '윤석열정권퇴진운동본부'가 주최한 집회가 열리고 있다. 국회의사당 앞 대로는 수만 명의 촛불을 든 시민이 인산인해를 이뤄 발 디딜 틈도 없다. 시민들은 "국민의 명령이다 윤석열은 퇴진하라" "시민의 힘으로 민주주의를 지켜내자" 등의 구호를 외치고 있다. 지난 3일 밤 군홧발이 짓밟은 민주주의 전당을 맨몸으로 지켜낸 시민들이 이제 탄핵의 물결을 만들고 있다. 표결이 예정된 내일(7일)도 오후 3시부터 국회 앞에서 집회가 예정돼 있다.
탄핵 표결까지 만 하루도 남지 않은 이 시각, 시민들의 눈과 귀는 탄핵 표결에 쏠려 있다. 민주당은 오후 8시부터 다시 비상 의원총회를 열고 내일 예정된 윤석열 탄핵안 표결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민주당 박성준 원내수석부대표는 오후 기자들과 만나 표결 시점에 대해 "7일 오후 5시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때 민주당 일각에서는 "여당 쪽 10표 확보 시 바로 진행할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왔지만, 국민의힘이 마라톤 회의를 하고 있고, 여러 의견들이 제시되면서 여유를 두는 분위기다. 다만 여전히 여러 가능성이 열려있기 때문에 늦은 밤까지 긴장을 늦추긴 어렵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내일 표결할 것으로 보이지만, 아무것도 정해진 게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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