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촛불 시민혁명 차단 위한 선제공격용 쿠데타

'준비 부족하고 어설펐다'? 정해지지 않았던 실패

목숨 걸고 민주주의 지켜낸 야당과 시민들의 승리

쿠데타의 성공을 응원하거나 방조 동조한 세력들

이들을 결집하기 위한 윤석열의 무기는 남아있다

윤석열 내란집단 처단하고 2차 촛불시민혁명으로

50년 전의 쿠데타와 민주주의 말살을 이야기한 한강 소설가가 노벨문학상을 받은 바로 그 해에 또 다른 쿠데타와 민주주의 말살 시도가 일어난 초현실적 상황이 벌어졌다. 무엇보다 이번에 일어난 것은 지금의 반윤석열 투쟁이 2차 촛불 시민혁명으로 발전하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선제공격이었다고 볼 수 있다.

2016년 촛불혁명 당시에 기득권 우파와 권력 카르텔의 일부에서는 '촛불 반란을 사전에 진압하며 계엄령을 선포했어야 하는데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라며 후회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따라서 이번에는 후회하지 말고 사전에 먼저 싹을 잘라야 한다는 것이 윤석열 측의 계산이었을 법하다.

하루가 멀다고 터져 나오는 정권의 부패와 비리, 국정 농단 속에서 대학교와 종교계로까지 들불처럼 번져가는 시국선언과 매주 주말마다 수십만 명이 모이는 촛불시위와 행진의 규모는 '더 늦으면 손을 쓸 수 없다'라는 초조감을 낳았을 것이 분명하다. 그래서 윤석열 집단은 2차 촛불 시민혁명이 본격 등장하기 전에, 그 싹을 자르기 위한 친위쿠데타를 시도했다.  

 

12.3 쿠데타는 한국 민주주의의 절체절명의 위기였다. 
12.3 쿠데타는 한국 민주주의의 절체절명의 위기였다. 

그것은 '다수 야당이 반대하면 계엄은 곧바로 해제되고, 실시간으로 모든 게 SNS에서 생중계되는 데 무슨 계엄이냐'라던 수많은 지식인과 자유주의적 개혁, 중도 언론들의 나이브한 생각과 태도가 얼마나 잘못된 것이었는지 입증하고 있다. 계엄을 선포한 직후에 조선일보에서 '가장 많이 본 뉴스' 4위를 차지한 것은 바로 "국민을 바보로 아는 계엄령 괴담"이었다.

3개월 전의 이 사설에서 조선일보는 "민주당은 … 상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고개를 갸우뚱할 수밖에 없는 괴담을 근거도 없이 막무가내로 주장한다. … 그런 자해 행위를 할 정부가 어디에 있겠나"라고 말하고 있는데, 조선일보가 만들고 지지해 온 윤석열 정부가 바로 그런 상식을 넘어서는 반역사적인 쿠데타를 시도한 장본인이었다.

이번 쿠데타가 '준비가 부족하고 어설펐다'라는 지적들은 반만 맞는 말이다. 윤석열 집단은 거의 1년 전부터 이것을 준비한 것으로 보인다. 2년 연속 '국군의 날 시가행진'을 한 것에는 이유가 있었다. 다만 정보가 새고 반대가 심할 것을 대비해서 좁은 범위에서만 논의해 왔고, 그것이 충분한 병력 동원을 제한하고 지휘체계 혼선을 낳아 스스로 발목을 잡은 셈이다.

하지만, 계엄 선포 직후에 전투 헬기와 장갑차를 국회로 보내고, 국회에 특수부대를 투입해서 여야 정당 대표와 국회의장의 체포를 시도한 것이 뜻대로 됐다면 쿠데타 성공 가능성은 충분히 높아질 수 있었다. 하지만 즉시 국회로 모인 야당 의원들, 온몸으로 군대 투입에 맞선 보좌관들, 새벽까지 국회 앞으로 달려와 투쟁한 시민과 노동자들이 그것을 막았다. 

 

목숨을 건 시민들의 행동이 쿠데타를 막았다. 
목숨을 건 시민들의 행동이 쿠데타를 막았다. 

이 중에 어떤 것도 자동적인 것도 정해진 것도 아니었다. 이 모든 사람은 그야말로 목숨을 걸고 민주주의를 지키겠다는 마음과 용기로 역사적 반동을 막아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나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진보정당 지도자들이 절체절명의 순간에 사태의 핵심을 간파하고 지적하며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모든 시민의 저항을 호소한 것도 중요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국회가 비상계엄 해제 의결을 해야 하는데 군대를 동원해서 국회의원들을 체포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라고 예측하고 "'검찰 지배국가'에서 '군인 지배국가'로 전환될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모두 국회로 와 달라'고 호소했다. 바로 이 때문에 계엄군은 제일 먼저 이재명 대표를 체포하려 시도했던 셈이다.

또, 지금까지 확인된 바로 이번에 계엄 발령 이후 실제로 군대를 투입해 제일 먼저 체포하려 시도한 언론인은 김어준 씨였다. 지금 윤석열 정권이 가장 입을 막고 싶어 하는 언론인이었던 셈이다. 이것은 오세훈 서울시의 김어준 방송 폐쇄를 방조하며 '김어준이나 극우 유튜버들이나 다를 게 없다'라던 지식인과 언론인들이 얼마나 어리석었던 것인지 다시 보여 준다.

또한 계엄 포고문 발표 20분 만에 현대차의 자동차부품업체가 파업 중인 노동조합에게 '계엄령으로 파업은 불법이 됐다'라며 복귀를 요구한 것도 매우 의미심장하다. 윤석열 정권의 쿠데타는 바로 이처럼 노동조합과 단체 행동을 파괴하려는 재벌과 대기업들에 무기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계엄군은 이재명 대표, 조국 대표, 김재연 진보당 대표 등의 체포를 추진했다. 
계엄군은 이재명 대표, 조국 대표, 김재연 진보당 대표 등의 체포를 추진했다. 

지금 우리는 도저히 안심할 수가 없다. 왜냐하면 이번 윤석열 정권의 쿠데타 시도에서 기득권 카르텔의 상당 부분이 그것을 방조하거나 동조하는 것을 목격했기 때문이다. 예컨대 KBS는 쿠데타가 시작되자마자 계속해서 윤석열의 계엄 선언과 계엄포고령의 내용만을 반복해서 방송했다. 그것은 마치 시청자들에게 겁을 주는 것 같았다. 야당 대표들의 비판 목소리와 국회 앞 시민들의 항의 소식들을 보도한 MBC와는 달랐다.

'계엄령은 괴담'이라던 조선일보도 어떤 비판적 코멘트도 없이 계엄이 얼마나 무시무시한 것인지를 해설하는 기사들만 줄줄이 내보냈다. 쿠데타의 실패가 확실해지고 나서야 비판한 사설을 쓰기는 했지만, 논조는 거의 양비론에 가까웠다. "대통령 선거 결과를 인정하지 않은 채 윤석열 정부를 무력화하고 사실상 ‘민주당 정부’로 뒤집겠다는" 야당도 문제였다는 논리였다.

동시에 실은 칼럼들에서는 민주당이 "간첩법에 걸릴까 두려워"하면서 "국보법 폐지라는 종착지로 향하고 있다"라는 주장도 폈다. 이것은 윤석열이 계엄을 선포하면서 내놓은 '민주당은 체제 전복을 노리는 반국가 종북세력'이라는 논리와 똑같다. 결국 조선일보가 비판하고 아쉬워하는 것은 쿠데타가 아니라 철저한 준비 부족과 실패가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국민의힘의 태도와 구실이었다. 국민의힘 지도부와 의원들 대다수는 계엄 해제 투표에 참여는커녕 국회에 오지도 않았고, 당사에 머물면서 사태를 지켜보기만 했다. 사실상 정족수 미달로 국회 투표가 무산되며 쿠데타가 성공하길 기대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이것은 국민의힘이 이대로 가면 당 해산의 위기에 시달릴 수 있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사실상 쿠데타의 성공을 기대했던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국민의힘은 사실상 쿠데타의 성공을 기대했던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이번에 명태균 게이트의 진실이 밝혀지면 국민의힘의 거의 모든 주요 정치인과 지난 선거 과정이 모두 부정과 조작이었다는 것이 드러나면서 당을 유지할 수 없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지고 있었다. 따라서 자신들의 추악한 범죄 행위들을 덮어버리고 정치 생명을 지키기 위해서 윤석열의 쿠데타가 성공하기를 바라고 측면 지원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다.

더구나 윤석열 정권을 구성하는 주요한 정치적 기둥 중 하나인 극우 뉴라이트 인사들과 극우 유튜버들은 노골적으로 쿠데타 시도를 지지하고 성공을 응원했다. 계엄 선포 직후부터 황교안 등의 정치인과 극우 유튜브 방송들은 "구국의 결단"이라며 쿠데타를 지지하고 '이재명과 문재인을 즉각 체포해서 군사재판으로 처형해야 한다'라는 주장들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이들에게 이번 쿠데타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정신 나간 시도'가 전혀 아니었다. 지금의 모든 골치 아픈 문제들을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최고의 방법으로서 오래전부터 윤석열을 향해 기대하고 촉구하던 가장 합리적인 대안이었다. 윤석열의 두뇌와 사고방식, 어법이 이들과 동기화되어 있다는 것은 거듭해서 증명돼 왔고, 이번 사태에서 그것은 절정에 이르렀다.

윤석열은 자신이 일으킨 친위쿠데타가 이들의 열광적인 지지와 응원을 받을 것이고, 광화문에서 매주 시위와 행진을 하며 계엄령을 촉구하던 '태극기부대'가 행동으로 자신을 뒷받침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을 법하다. 쿠데타 발동과 동시에 계엄군이 투입된 곳 중의 하나가 중앙선관위인 것도 결코 우연이 아니다. '부정선거 척결'은 이들의 핵심적 요구였다.  

 

극우 유튜버들은 쿠데타를 환영하고 성공을 응원했다. 
극우 유튜버들은 쿠데타를 환영하고 성공을 응원했다. 

정리하자면, 이번 윤석열의 쿠데타 시도는 결코 단지 '김건희를 지키기 위해 술 먹고 저지른 한 밤의 해프닝'이 아니다. 쿠데타를 촉구해 온 세력이 있었고, 자기 일처럼 함께한 세력이 있었고, 성공을 바라고 응원한 세력이 있었고 방관하며 은근히 성공을 기대한 세력이 있었다. 이 세력들은 무시할 수 없는 정치경제적 힘을 가지고 중요한 권력기관에 기반을 두고 있다.

더구나 마녀사냥과 여론 조작 등을 통해서 윤석열 신검부 정권이 탄생하는 과정에 함께 손을 잡았고 그 일부였던 다양한 인물과 세력들도 존재한다. 한동훈, 이준석, 오세훈, 진중권 등으로 대표되는 정치세력, 친검찰 지식인과 언론인들이 그들이다. 이들은 지금 윤석열과 갈라졌고 싸우고 있지만, 힘의 균형이 기울면 언제든지 다시 손을 잡을 수 있다.

'문재인 정부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를 만들었고 무슨 일이 있어도 이재명, 조국 같은 범죄자들이 권력을 잡아서는 안 된다'라는 기본적 논리를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함께 권력을 잃고 처벌받을 수 있다는 위기의식과 공동의 이해관계로도 엮여있다. 윤석열은 이번의 실패를 뒤집고 이들 모두를 다시 결집하고 싶어 한다. 몇 가지 카드가 여전히 남아있다.  

그 하나는 어떤 식으로든 북한과 군사적 대치나 충돌을 유발해서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를 핑계로 다시 계엄령 선포를 시도하는 길이다. 또 하나는 '내란을 획책했던 통합진보당의 후신인 진보당과 간첩 소굴인 민주노총'이라던 오랜 타령을 반복하면서 간첩단 사건을 터트려 공안정국으로 사람들을 얼어붙게 하고 반대 세력의 손발을 묶는 길이다.  

 

민주당 안귀령 대변인이 쿠데타 군의 총에 맨 몸으로 맞서는 장면은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한국 시민들의 목숨을 건 용기를 보여 주는 상징적 장면이 됐다.  
민주당 안귀령 대변인이 쿠데타 군의 총에 맨 몸으로 맞서는 장면은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한국 시민들의 목숨을 건 용기를 보여 주는 상징적 장면이 됐다.  

따라서 지금 민주당과 진보정당들이 윤석열의 탄핵을 추진하고, 시민사회 단체들이 힘을 합쳐서 시위와 행진을 지속하며 뼈대를 세우고, 민주노총이 정치 총파업으로 굳건한 바닥을 다지는 것의 역사적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그것은 12.3 쿠데타의 새벽에 우리가 목격한 군대와 장갑차를 막아선 시민들의 용기와 힘을 더욱 강하게 만들 수 있다.

그 용기와 힘만이 내란수괴 윤석열과 반역 집단을 '처단'할 수 있다. 이제 다시 이 나라의 보통 사람들이 역사의 무대에 주인공으로 올라가서 행동하기 시작했다. 싹을 자르고 싶었던 윤석열의 선제공격이 거꾸로 2차 촛불 시민혁명의 방아쇠를 당겼다. 2차 촛불 시민혁명은 8년 전에 우리가 멈춘 곳에서 시작해 더 나아갈 수 있다. 사람들은 모든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며 새로운 꿈을 꾸기 시작할 것이기 때문이다. 태풍이 불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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