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관할권’? 군사법원법은 경찰 수사 허용
경찰의 군인 체포, 현실 사건에서 비일비재
검찰, 스스로 문상호 체포할 수 있는데도 방치
선관위 작전 최종 주역 검찰이 선관위 수사 방해
‘내란 피의자’ 검찰은 내란 수사 완전히 손떼야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지난 16일 오후, 검찰은 경찰 국수본이 전날 긴급체포했던 문상호 국군정보사령관에 대해 체포를 불승인한다고 발표했다. 현행 형사소송법상 긴급체포는 검사와 경찰이 모두 할 수 있지만 경찰이 긴급체포를 했을 경우 즉시 검사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이에 따라 경찰은 어쩔 수 없이 문상호를 석방해야 했다.
지난 15일에 문상호와 전직 정보사령관 노상원을 동시에 긴급체포했던 것은 정보사 정 대령의 진술에 따른 것이었다. 정 대령은 문상호가 민간인인 노상원과 함께 지난 11월부터 자신들을 회유하고 계엄 계획에 따른 요원 동원 지시를 단계적으로 내렸다고 경찰에 세세하게 진술했다. 그런 심각한 혐의자 문상호를 검찰이 풀어주도록 한 것이다.
하지만 이런 검찰의 불승인 조치는 법적, 현실적 근거가 없는 엉터리로서, 검찰이 선관위 작전에 대한 수사를 방해하려는 의도라는 의혹이 점점 커지고 있다.
검찰의 이런 수사방해 행위에 부딛힌 경찰은 17일 저녁 공수처로 사건을 이첩했고, 공수처는 지체 없이 18일 낮 문상호를 체포했다.
‘재판관할권’? 군사법원법, 경찰 수사 허용
정보사령관 문상호에 대한 경찰의 긴급체포를 승인하지 않겠다는 검찰의 명분은, 경찰이 현역 군인에 대해서는 ‘재판 관할권’이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검찰이 이런 주장과 함께 내세운 군사법원법의 긴급체포 관련 조항들은 군검사 또는 군사경찰이 수사할 경우에 대한 조항들이지 군 바깥의 경찰의 수사를 제한하는 내용이 전혀 아니다.
군사법원법의 전문 어디에도 군사경찰이 아닌 일반 경찰은 군인에 대한 수사를 할 수 없다고 명시한 조문이 없다. 오히려, 군사법원법은 여러 조항들에서 구속영장 집행, 압수수색영장 집행 등의 수사 행위에 대해 군사경찰(‘군사법경찰관’, ‘군사법경찰관리’) 외에 일반 경찰을 의미하는 ‘사법경찰관리’의 수사도 명문화하고 있다.
군사법원법에서 말하는 ‘사법경찰관리’는 일반사법경찰관리(경찰청, 해양경찰청의 경찰과 검찰수사관) 외에 타 기관에 소속된 특별사법경찰(특사경)까지도 포함된다. 군사법원법의 수사 관련 조항들의 내용은 형사소송법에 대응하는 내용이면서 형사소송법에는 규정되지 않은 군검사나 군사경찰의 수사 등을 규정하는 것일 뿐, 일반 경찰과 특사경의 수사권을 제한하는 것이 아닌 것이다.
‘재판 관할권’을 들고 나온 검찰의 주장도 말도 안되는 억지 끌어다 붙이기에 불과하다. 글자 그대로 ‘재판’ 관련의 관할권이기 때문이다. 누구나 알고 있듯이 경찰은 재판에 관여하지 않는다. 재판에 관여하는 것은 기소권을 가진 검찰이다. 검찰은 자신들이 기소 단계에서 제한되는 문제를 경찰의 수사를 차단하는 목적으로 끌어다 붙인 것이다.
군사법원의 관할권은 군사법원법 제2조에 따라 군사법원이 군인에 대한 재판권을 갖는다는 것이지 수사 단계에서 경찰청 경찰이나 지방검찰청 검사의 수사를 막거나 제한하는 조항은 군사법원법 어디에도 없을 뿐더러, 오히려 구속과 압수수색 등 경찰과 검사의 수사 행위를 군사법원법 조문 곳곳에서 규정하고 있다.
요컨대 군사법원법의 조문들에 따르면 경찰은 현역 군인에 대한 구속도 압수수색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긴급체포는 할 수 없다는 검찰의 주장은 수사의 기본 상식을 한참 벗어난 어불성설이다.
따라서 군사법원법에 따르면 경찰은 현역 군인 문상호에 대한 수사를 진행한 후 기소 단계에서만 군검찰로 넘겨 군사법원에서 재판 받도록 하면 되는 것이다.
경찰의 군인 체포, 현실 사건에서 비일비재
검찰의 주장대로라면 현역 군인이 저지르는 범죄는 군사경찰이 올 때까지 ‘재판 관할권’이 없는 경찰들은, 현역 군인이 범죄를 저지르는 현장에 출동하더라도 체포하지 못한다는 억지 논리가 된다. 나아가 범죄자가 현역 군인인지 아닌지 불확실한 상황에서도 체포를 망설일 수도 있게 된다. 검찰의 이번 주장은 이런 게 당연하다는 것이다.
이는 당연하게도 있을 수 없는 일이고 실제 과거 현실 사건들에 비춰봐도 전혀 사실이 아니다. 지난 11월 전국을 떠들썩하게 흔들었던 여성 군무원 살해 사건이 있었다. 용의자는 피해자와 불륜 관계였던 같은 부대 동료 양광준으로, 현역 육군 중령이었다. 이 양광준을 체포한 것은 강원경찰청이었다. 강원경찰청 형사기동대가 서울 강남까지 추적해 양광준을 긴급체포 했고 이어 강원경찰청이 신상공개까지 진행했다.
이 사건은 군무원 포함 군인이 사망한 사건은 군사법원이 아닌 법원이 재판권을 가진다는 개정 군사법원법 제2조제2항에 따라 현재 춘천지법에서 재판이 진행중이다. 하지만 만약 피살자의 신원이 밝혀지지 않은 상태로 수사가 진행됐더라면 경찰은 현역 군인이라는 이유로 양광준을 체포조차 할 수 없었을까?
지난 8월에 헤어진 여자친구 부모에게 흉기를 휘두르고 달아난 국방부 직할부대 소속 중사는 일산서부경찰서 경찰에 의해 긴급체포 됐다. 경찰은 도망간 군인을 강원도까지 쫓아가 체포했다. 2023년 10월에는 파주 시내에서 장갑차에서 뛰어내려 대검을 휘두르며 시민들을 위협하던 모 상병이 경찰에 긴급체포 됐다.
또 2023년 6월에는 술에 취해 택시기사를 폭행한 현역 해군 부사관을 경찰이 긴급체포 했다. 다만 이 사례들에서는 경찰은 체포 후 관행에 따라 군에 신병을 인계했다.
이 사건 피해자들은 부상을 입었지만 사망하지는 않았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재판 관할권이 없는 경찰은 이군인들을 체포하지도 말았어야 했단 말인가? 혹은 체포했더라도 그냥 풀어줘야 했다는 것인가? 검찰은 이번처럼 즉각 풀어주라고 불승인 조치를 하지도 않았다.
이렇게 보다시피 경찰은 현역 군인을 체포할 수 없다는 검찰의 주장은 과거 사례들만 살펴봐도 그야말로 황당무계한 주장인 것이다.
상식적으로도 법률상으로도 억지 투성이인 이런 검찰의 조치에도 어처구니 없게도 경찰이 문상호를 풀어줄 수밖에 없었던 것은, 형사소송법에 검사가 경찰의 긴급체포를 불승인할 수 있는 구체적인 사유도, 그에 대한 경찰의 항변 수단도 규정되어 있지 않기 때문으로 보인다. 검찰이 억지를 쓰면 경찰은 부글부글 끓으면서도 따를 수밖에 없는 게 현행법이고, 검찰은 그것을 악용한 결과다.
체포 불승인 검찰, 문상호 인계도 체포도 않고 방치
더욱 이해할 수 없는 것은, 검찰이 정말 경찰의 긴급체포가 위법하다고 여겼던 게 긴급체포 불승인의 이유라면, 앞서 살펴본 과거 여러 사건들에서처럼 체포 불승인이 아니라 군검찰에 인계하라고 하는 게 당연했다는 것이다.
특히 검찰은 특별수사본부에 군검사 5명을 파견받은 상태다. 검찰은 이를 이용해 현역 군인들인 계엄 당시 계엄사령관이던 박안수 육군참모총장, 곽종근 특전사령관, 이진우 수방사령관, 여인형 방첩사령관을 이미 구속했다. 군사법원에 구속영장을 청구해 발부받은 것인데, 파견된 군검사들이 청구한 것으로 보인다.
즉 검찰이 스스로 문상호에 대한 수사 의지가 얼마라도 있었다면 검찰 특수본에 파견된 군검사들에게 넘기라고 하거나 불승인 조치 이후 검찰 특수본이 체포할 수도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검찰은 경찰의 문상호 긴급체포를 불승인 통보해 풀어주도록 강제하고도, 스스로 문상호를 체포도 구속도 하지 않고 있다. 현재 자유로운 몸인 문상호는 얼마든지 증거인멸도 도주도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까지 하는 검찰의 행위를 도대체 뭐라고 부를 수 있을까? ‘극한의 인권보장’? ‘전례 없는 방어권 행사 보장’? 검찰이 경찰 수사를 방해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지 않은가.
선관위 작전 최종 주역 검찰이 선관위 수사 방해
이쯤 되면, 검찰이 내란 사건 수사의 중요한 한 축인 선관위 부분 수사를 아예 차단하려는 것이 아닌지 의심할 수밖에 없게 된다.
문상호는 계엄 당시 현직 정보사령관으로서 선관위 점령 작전과 HID 요원 동원을 군령으로 직접 지시한 자다. 경찰이 전직 정보사령관 노상원은 체포해 수사하고 있지만 정보사 수사 부분에서 현직 사령관 문상호에 대한 직접 수사 없이 수사를 더 진전시키기는 난점이 많을 수밖에 없다.
정보사 요원들은 계엄군의 선관위 점령 및 서버 확보 작전의 첫 단계를 맡아 계엄령 선포 두 시간 전부터 선관위 주변에 은신하고 계엄령 선포를 기다리다 선포 불과 2분 후에 선관위에 난입했다. 이 다음 단계는 방첩사 요원들이 인계 받을 예정이었지만 방첩사 법무관들이 강력하게 반대해 선관위로 출동했던 방첩사 병력들은 선관위에 진입하지 않고 인근에서 시간을 끌다 돌아왔다.
그런데 방첩사 현장 지휘관들은 계엄 당시 여인형 방첩사령관이 정성우 1처장을 통해 “선관위에 검찰과 국정원이 올 것", "중요한 임무는 검찰 등에 맡기고 이후에 지원하면 된다”는 명령을 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즉 선관위 점령의 최종 목표가 검찰과 국정원의 선관위 서버 수사였다는 것이다.
요컨대, 12.3 내란의 선관위 작전 부분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예정이었던 검찰이, 해당 부분 범죄에 핵심 연결고리인 문상호 정보사령관에 대한 긴급체포를 차단함으로써 스스로 수사 방해 의혹을 키운 것이다.
이런 의혹이 더욱 커지는 것은, 검찰 특수본의 수사가 유독 선관위 부분으로는 거의 진척이 없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선관위 관련으로 밝혀진 주요한 진실들은 모두 경찰 국수본의 수사와 야당 의원들의 조사 결과들에서 나온 것들이다. 검찰은 이렇게 밝혀진 내용을 매우 소극적으로 쫓아가며 수사를 하는 시늉만 하고 있는 것이다.
‘내란 피의자’ 검찰, 내란 수사에서 손떼라
필자는 이미 수차에 걸쳐 검찰은 내란 수사에서 손을 떼야 한다고 반복해 주장해왔다. 생뚱맞게도 ‘재판 관할권’까지 들이대며 정보사 수사를 막아선 검찰이야말로, 내란죄 수사에 관할권이 없다. 또 조국혁신당 박은정 의원의 지적에 따르면, 군검사들까지 파견 받아 군사반란죄 수사도 가능한 검찰은 정작 군사반란 혐의는 수사하지 않고 있다.
더욱이, 온 국민이 다 알고 있다시피 이번 내란의 우두머리인 윤석열이 검찰총장이었던 시절 자신을 임명한 대통령과 상급자 법무부장관들에게 반기를 들고 거꾸로 칼을 들이댔을 때, 검찰은 조직 전체가 일치단결해 윤석열을 옹호하고 지지한 바 있다.
이렇게 검찰의 수사 의지와 의도를 당연히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계엄 쿠데타 당시 선관위 작전의 최종 주역이 검찰과 국정원으로 계획되어 있었다는 사실까지 드러난 것이다.
이쯤 되면 검찰은 내란의 ‘수사 주체’가 아니라 ‘수사 대상’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이런 검찰이 윤석열 수사를 맡겠다고 고집하는 것이 말이나 되는 일인가?
한편, 경찰은 이렇게 검찰이 수사를 방해하고 나서자 17일 저녁 문상호를 공수처에 이첩했다. 공수처는 공수처법에 따라 현역 ‘장성급 장교’에 대한 명시적인 수사권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공수처는 지체 없이 체포영장을 발부 받아 18일 낮 12시20분께 경찰 국수본과 함께 문상호를 체포했다. 경찰과 공수처가 공조해 검찰의 수사방해 행위를 넘어선 좋은 사례로 평가될 수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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