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철 칼럼]에코 메갈로폴리스의 생명돌봄 공화국
고출산 성장중심 압축성장지대의 종말
저출산+초고령화+지역소멸= 압축붕괴
직접민주주의 자치분권 민치체제가 해법
지역통합 돌봄체제로 농산어촌 살리기부터
자치분권적 지역통합 돌봄 위한 정치개혁 서둘러야
한국은 30여년만에 근대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이룬 압축성장의 나라다. 그런 나라가 30여년만에 저출산과 초고령화, 지역소멸이라는 압축붕괴의 길을 걷고 있다.
저출산+초고령화+지역소멸= 압축붕괴
기존의 한국의 국가 행정체제는 농산어촌과 지역을 희생시키고, 대도시를 키우며 고도성장을 지원하고 고효율을 조직하는 체제였다. 즉 산업화시대의 국가행정 체제는 고출산과 고도경제 성장의 시대에 최적화한 성장중심의 압축성장시대를 이끌어왔던 것이다. 이제 그러한 패러다임이 더 이상 먹히지 않고 저출산 초고령화 지역소멸이라는 압축붕괴의 길로 치닫고 있다. 이대로 가다가는 국가 멸절의 벼랑 끝으로 내몰릴 수도 있다는 위기감을 체감하고 있다.
직접민주주의 자치분권 민치제제가 해법
저출산과 초고령화, 지역소멸이라는 이 압축붕괴소멸을 막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것은 어렵지 않다. 이전부터 걸어 온 ‘대의민주주의 중앙집권통치체제(대의정치+관치)’의 길과는 거꾸로 ‘직접민주주의 자치분권민치체제(시민정치+주민자치+공론정치)’의 길로 국정의 방향과 시스템을 전환하는 일이다. 이러한 국정방향과 시스템으로 저출산과 초고령화, 지역소멸문제를 잘 극복하고 선진화한 정치를 운영하는 나라들이 있다. 스위스와 프랑스가 대표적이다.
직접민주주의 자치분권민치체제모델에 가장 근접한 나라는 스위스다. 스위스는 꼬뮨(마을자치정부) 기반의 마을연방민주공화국체제이다. 그런데 한국같은 중대형 국가가 급박하게 스위스 모델로 전환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기에 대의민주주의 중앙집권통치체제와 직접민주주의 자치분권민치체제를 혼융하여 국정을 운용하는 프랑스 모델을 우리나라 상황에 맞도록 탐구해 볼 필요가 있다.
지역통합 돌봄체제로 농산어촌 살리기부터
지금 한국사회는 저출산, 초고령화와 더불어 심각한 것이 농산어촌 공동화의 자연스러운 귀결이랄 수 있는 지역소멸 현상이다.
이러한 지역소멸을 극복하는 방안은 무엇인가? 지역소멸은 농산어촌 공동화의 자연스러운 귀결로서 생긴 것이기에 농산어촌을 살리면 된다. 먼저 농산어촌을 살리는 일이 급선무다. 그 살리는 구체적 일은 지역통합 돌봄체제(아이와 노인 돌봄, 어린이와 청소년 키움, 장애인과 사각지대 돌봄) 구축을 통해서이다.
2024년 2월 29일 「의료·요양 등 지역 돌봄의 통합지원에 관한 법률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되었다. 이로써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노인, 환자, 장애인 등이 살던 곳에서 건강하고 인간다운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통합 지원해야 한다는 근거법이 마련된 것이다. 지역돌봄이 국가의 의무임을 명확히 하고 전국 모든 지자체가 해야 할 임무로 부각됨으로써, 이는 복지 분야의 큰 진전이자 사회경제적으로도 큰 변화를 불러올 것으로 판단된다.
자치분권적 지역통합 돌봄 위한 정치개혁 서둘러야
조안 C. 트론토는 그의 저서 <돌봄민주주의>(Caring Democracy, 2024)에서 “돌봄을 제공할 권리와 돌봄을 받을 권리는 동전의 양면과 같다”면서, “돌봄을 실천하기 위해 상호 노력함으로써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천하며 구현할 수 있게 된다”고 했다. 돌봄의 상호 주고받는 행위와 민주주의와의 상관성을 잘 말해주고 있다. 그러기에 이러한 지역통합 돌봄체제(COMMUNITY CARE) 구축은 그 상호성 때문에 주민자치와의 결합 없이는 불가능한 영역이다. 왜냐하면 돌봄은 능력으로만 되지 않으며, 사회적 우정의 휴머니즘과 함께 자발적 상호부조와 연대의식이 동반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돌봄문제는 일방적인 톱다운 행정으로는 되지도 않을 뿐더러 그 효율도 지극히 낮을 수밖에 없다. 직접민주주의 주민자치 없는 톱다운 행정이 10억 원 가지고도 해낼수 없는 일을 상호성과 쌍방향적인 주민자치기반의 지역통합 돌봄자치행정은 1억 원 가지고도 해낼 수 있다. 이러한 실천적 사례들은 스위스와 프랑스 등 주민자치가 잘 이루어지는 나라들에서는 보편적 현상이다. 직접민주주의 자치분권의 제도적 뒷받침이 없이 무늬만 주민자치인 작금의 대한민국 현실에서는 꿈같은 이야기일 것이다. 그러나 저출산 초고령화 지역소멸이라는 압축붕괴 상황을 시급히 돌파해내기 위해서는, 지역통합 돌봄체제 구축과 풀뿌리 주민자치 제도와 시스템으로 뒷받침하기 위한 정치개혁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지금껏 대한민국은 복지는 국가가 담당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그렇게 복지정책을 수행해 왔다. 동시에 노인복지 등 상당부분(요양원과 요양병원 등)을 시장에 맡겨 왔다. 그런데 돌봄 영역이 돈벌이 산업화되어 갈 때 그 과정에서 나타나는 삭막함과 폐해가 심각함을 똑똑히 인식하기에 이르렀다. 지역통합 돌봄이 온전한 커뮤니티 케어가 되려면, 읍면동 단위에서 업자(業者)나 공무원 주도가 아닌 주민 주도가 되어야 하고 주민 주도가 되려면 풀뿌리 주민자치가 제도화되어야 한다.
메가시티가 아닌 에코 메갈로폴리스로
다음으로 주민자치와 결합된 지역통합 돌봄체제를 통하여 농산어촌과 지역을 살리는 정도를 훨씬 넘어서서 농산어촌을 유토피아로 만들겠다는 발상의 전환이 요청된다. 이러한 발상의 전환이 가능하려면, 오늘날 대한민국은 도래하는 초록문명 생명사회와 저성장 수축사회에 대응하는 급진적인 자치분권의 기획과 새로운 혁신적 국가론이 필요하다. 그것은 전국 3500개 읍면동 마을자치정부(Town Republics) 네트워크와 초광역 지방정부를 기반으로 한 도농 상생 에코 메갈로폴리스(Eco-Megalopolis) 연방국가론이다. 이는 수도권 부동산 기득권 체제에서 지역자치분권 경제민주화체제로 전환하는 것을 핵심내용으로 한다.
한국은 인구에 비해 국토가 좁다. 그런데 설상가상으로 수도권 집중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국토 전체를 비효율적으로 사용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비좁은 국토 전체를 대도시-중소도시-농촌을 연계 융합하며 농촌을 도시의 정원으로 만드는 초록문명 생명사회(네오 수렵채취농업 문명사회)의 에코 메갈로폴리스 개념으로 재설계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요즘 한국에서는 메가시티 열풍이 불고 있다.
여야 정당모두 이구동성으로 메가시티를 국가균형발전과 저출산, 지역소멸 극복의 해법으로까지 제시하고 있다. 동아일보 2023년 11월 07일 기사 “여(與) ‘뉴시티 프로젝트’ 특위 출범…초강력 메가시티로 국가 균형발전”에서 보듯이, 국힘당은 한술 더 뜬다.
메가시티(Megacity)란 무엇인가? 이는 핵심도시를 중심으로 일일 생활이 가능하도록 기능적으로 연결된, 글로벌 비즈니스 창출이 가능한 경제규모를 갖춘 인구 1000만명 이상의 거대도시를 지칭한다.
메가시티와 메갈로폴리스는 비슷한 것같지만 다르다. 메가시티는 중심도시를 중심으로 한 인구 1천만 이상의 단일 대도시권을 의미하지만 메갈로폴리스는 여러 개의 대도시 또는 대도시-중소도시-농산어촌지역이 서로 연결되어 상호작용하며 형성된 광역 폴리스권을 의미한다.
자연과 사회가 하나의 흐름 속에 있는 ‘생명지역’
여기서 에코-메갈로폴리스는 생명지역주의에 기초한 광역 폴리스권을 의미한다. 생명지역주의(Bioregionism)는 “자연과 사회는 하나의 흐름 속에 있으며, 그 흐름 속에 천착하여 사는 것이 제대로 된 자연친화적 삶”이라고 생각하는 사유체계이다. 자연과 사회가 하나의 흐름 속에 있는 체계가 바로 ‘생명지역(Bioregion)’이며, 이는 대체로 수계(Watershed)로 구성되어 있다.
산업화 이전의 인류는 수계 중심으로 마을과 도시를 만들어 수계 안에서 조화로운 삶을 살아왔다. 그러나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사람들은 산과 강이 만들어 낸 자연의 흐름보다는 경제적 효율성에 따른 지역 분할을 추구하면서 생태적 균형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지금은 이마저도 몇몇 대도시에 모든 것이 집중되면서 균형이 완전히 무너져버렸다.
<야생초 편지>의 저자 생명평화운동가 황대권은 시민언론 민들레 칼럼 “생명지역주의-지속불가능 문명 넘어설 확실한 해법”에서 기후위기의 궁극적 대안으로 생명지역주의를 제시했다. 그러면서 수계 중심으로 사회를 재구성하는 것이야말로 자연회복의 끝판왕이 될 것이고 생명지역주의의 완성을 의미하는 것이라 했다.
읍면동장 선출제와 재정분권 기반 주민자치부터
메가시티가 겉으로 보면 되게 멋있어 보인다. 그러나 이는 반지역생명주의적일 뿐더러 일반시민에게는 실효성 있는 지역발전 전략이 아니다. 왜냐하면 강력한 교통망과 통신인프라를 구축하고 대규모 산업기반과 주거 아파트단지를 건설해도 당장 수요가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시설이 있으면 수요가 따라온다는 시대는 지났다. 메가시티를 조성한다고 하면 향후 20~30년 동안 부동산 토건만 해댈 것인데, 이 기간 동안 저출산과 더불어 지역소멸은 더욱 가속화할 것이다. 그러기에 향후 10년 안에 급박하게 진행되는 압축붕괴 소멸상황에 쐐기를 박으며 대안을 마련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그럴려면 제도혁신과 국가예산 조정으로 가능한 소프트한 지역발전전략과 솔루션을 먼저 마련하고 실행해야 한다. 그 첫 번째는 주민 스스로 상호부조와 연대협동의 힘으로 풀뿌리 단위에서 해결해 나갈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읍면동장 선출제와 재정분권 기반의 주민자치 분권체제의 확립이다. 보충성의 원리와 주민자치로 기초 풀뿌리지역을 튼튼히 하고 정주 여건과 공공서비스를 작게나마 강화하는 버텀업 작업이 필요한 것이다.
사회적 경제의 전면적 실현
두 번째는 주민 스스로 상호부조와 연대협동의 힘을 자립경제와 지역순환경제 차원에서 구축할 수 있는, 사회적 경제의 전면적 실현이다. 이는 중앙정부 차원에서는 협동조합청(협동사회경제부)을 신설하고, 광역 지역별로 공공은행을 설립하며, 읍면동 단위에는 마을기금을 만들어 추진해야 할 것이다.
세 번째는 풀뿌리 주민자치와 사회적 경제와의 전면적 결합을 통한 모심과 살림의 지역통합 돌봄체제(아이와 노인 돌봄, 어린이와 청소년 키움, 장애인과 사각지대 돌봄)의 구축과 생명지역주의 지역발전전략의 수립과 실행이다. 지역통합 돌봄체제는 인간을 살리는 것을 넘어 지역의 자연까지도 살리는 생명돌봄민주주의 마을연방민주공화국의 전망을 가지고 지역발전 전략을 짜나가야 할 것이다.
환경문제에 일찍 눈을 뜬 나라일수록 수계 중심의 생명지역주의에 기초하여 다양한 자연회복 정책과 지구 재야생화 프로젝트를 실시하고 있다. 생태하천 복원하기, 생물보호구역 만들기, 야생동물 이동통로 만들기, 자연 식생(植生) 조성하기, 토종 씨앗 보급하기, 유기농업 면적 확대하기, 생물다양성 협약 준수하기 등등이다.
재난 자본주의적 ‘메가시티’론자들에 속지 말자
현재 한국의 메가시티정책은 균형발전 지방분권론의 옷을 입고 있다. 하지만 직접-숙의민주주의와 주민자치 그리고 사회적 경제가 빠진 메가시티정책은 그 본질로 파고들어가 보면 ‘복제판 서울’을 각 지방마다 만드는 수도권 일극 기득권체제의 지방분봉왕체제 구축이자 이와 맞물리는 매머드 도시 개발 기획부동산 프로젝트에 다름 아니다.
재난자본주의(disaster capitalism)라는 게 있다. 이는 자연재난과 사회경제적 위기 그리고 전쟁 등을 돈벌이 기회로 삼는 자본주의적 행위를 일컫는다.(자본주의는 어떻게 재난을 먹고 괴물이 되는가?, 나오미 클라인, 2021) 이런 개념 규정에서 볼 때, 한국의 메가시티론 역시 저출산 지역소멸이라는 국가공동체적 위난과 위기를 활용하여 떼돈을 벌겠다는 재난자본주의의 궤도 안에서 크게 벗어나 있지 않다. 직접민주주의 자치분권 운동세력들이 메가시티론자들의 그럴듯하고 교묘한 교언영색(巧言令色)의 학술담론과 정책농간에 놀아나거나 휘둘려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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