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은행들 상반기 이자이익 30조 육박…역대 최대

이자마진 줄었지만 가계대출 늘어 이자이익은 폭증

침체 막는다며 풀었다가 가계빚 줄인다며 죄었다가

당기순익은 감소…비이자이익 줄고 영업외손실 발생

내집 마련 걱정한 서민들이 은행 경영 헛점 메운 셈

5대 시중은행 본점의 로고, 위에서부터 국민은행, 신한은행, KEB하나은행, 우리은행, 농협은행. 연합뉴스
5대 시중은행 본점의 로고, 위에서부터 국민은행, 신한은행, KEB하나은행, 우리은행, 농협은행. 연합뉴스

올해 상반기 국내은행들이 거둔 이자이익이 30조 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자마진은 조금 축소됐지만, 이자수익자산이 크게 늘어 역대 최대 이자이익을 냈다. 정부의 각종 대출 규제 완화로 은행의 가계대출이 크게 늘었고, 가계부채가 위험 수위에 이르자 이번에는 대출금리를 올리는 냉온탕 정책이 반복됐다. 그 과정에서 은행들은 반사이익을 톡톡히 챙긴 셈이다.

금융감독원이 22일 발표한 '2024년 상반기 국내은행 영업실적'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은행의 이자이익은 29조 8000억 원으로 작년 상반기(29조 4000억 원) 대비 4000억 원(1.4%) 증가했다. 상반기 기준 역대 최대 이자이익을 냈던 지난해 상반기 기록을 1년 만에 경신했다.

 

국내은행 이자이익 및 순이자마진(NIM) 현황. 자료 : 금융감독원
국내은행 이자이익 및 순이자마진(NIM) 현황. 자료 : 금융감독원

그러나 국내은행의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12조 6000억 원으로 지난해 상반기(14조 1000억 원)보다 1조 5000억 원(11.0%) 줄었다. 이자이익 증가에도 불구하고 비이자이익이 감소하고 영업외손실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시중은행과 지방은행 등 일반은행의 당기순이익은 지난해 상반기 7조 7400억 원에서 7조 8500억 원으로 100억 원(0.1%) 소폭 증가했지만, 특수은행이 1조 6000억원(-24.5%)이나 큰 폭 감소했다.

올해 상반기 국내은행의 이자이익이 역대 최대로 발생한 것은 이자수익자산이 큰 폭 늘어났기 때문이다. 은행의 수익성을 나타내는 순이자마진(NIM)은 오히려 하락했다. 국내은행의 상반기 이자수익자산은 3248조 원으로 전년 동기(3119조 원)보다 129조원(4.1%) 늘어났다. 순이자마진은 지난해 상반기 1.68%에서 0.06%p 줄어든 1.62%에 머물렀다.

 

국내은행 당기순이익 현황. 자료 : 금융감독원
국내은행 당기순이익 현황. 자료 : 금융감독원

은행권 이자수익자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대출자산의 증가는 정부의 오락가락 부동산 정책이 낳은 부산물이다. 정부가 부동산시장 침체를 막는다고 각종 규제를 풀면서 은행들의 가계대출은 급속히 증가했다. 지난 2분기말 기준 가계대출은 1780조 원으로 전 분기보다 13조 5000억원이나 증가했다. 신용대출 등의 감소에도 불구하고 주택담보대출이 16조 원이나 늘었기 때문이다. 국내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도 7월말 기준 715조 7383억 원으로 한 달 사이 7조 1660억 원이 불었다.

가계부채가 크게 늘어나 우려의 소리가 높아지자 정부가 이번에는 자금수요를 억제한다며 은행들로 하여금 대출금리를 계속 올리도록 압박했다. 주요 시중은행들은 한 달 새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5~6차례나 올렸다. 은행들로서는 대출 자산이 크게 늘어난 데다 금리를 올리는 그야말로 '도랑 치고 가재 잡은' 셈이다.

 

가계신용 잔액 추이 및 5대 시중은행 가계부채 잔액 추이
가계신용 잔액 추이 및 5대 시중은행 가계부채 잔액 추이

상반기 국내은행의 비이자이익은 3조 4000억 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4000억 원(11.4%) 감소했다. 수수료이익, 유가증권관련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증가했지만 외환·파생관련이익이 줄었기 때문이다. 판매비와 관리비는 12조 800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000억 원(2.3%) 증가했다. 대손비용은 2조 600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000억 원(15.9%) 줄었다. 영업외손익은 주가연계증권(ELS) 관련 충당부채 적립으로 전년 동기(1조 원) 대비 2조 3천억원 줄어 1조 4000억 원 적자를 기록했다.

상반기 국내은행의 총자산순이익률(ROA)은 0.67%로 전년 동기 대비 0.12%p 하락했으며, 자기자본순이익률(ROE)은 9.03%로 같은 기간 1.82%p 떨어졌다. 금감원은 국내은행의 상반기 순이익 감소세와 관련해 "ESL 관련 충당부채(1조 4000억 원) 등 비경상적 손실이 발생했기 때문"이라며 "이자이익은 소폭 증가했으나 금리 하락에 따른 NIM 축소 등으로 이자이익 증가세는 둔화됐다"고 덧붙였다.

은행들은 여러 경영 분야에서 허점을 드러내고 손실을 봤지만 정부의 오락가락 부동산 정책을 등에 업고 막대한 이익을 냈다. 은행들이 예금금리는 그대로 둔 채 대출금리는 올려 예대마진을 키우는 해묵은 돈벌이를 하는 동안 내집 마련 걱정에 전전긍긍하는 서민들만 등이 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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