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단계 스트레스 DSR시행 전격 연기

서민 내세웠지만 실상은 집값 띄우기

벼랑 끝 향해 폭주하는 주택담보대출

경제 최악인데 집값만 쳐다보는 나라

최근 가계부채가 폭증하는 상황에서 윤석열 정부가 2단계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 시행을 갑자기 두 달 연기하기로 했다. 전격적으로 발표된 이번 대책은 서울 집값이 들썩이고 주택담보대출이 폭증하는 가운데 나온 것으로 그 배경에 집값 부양이 자리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강한 의심이 든다.

국민경제를 지탱하는 각종 거시지표들이 최악인데 5월에만 가계대출이 주택담보대출 위주로 6조 원 가량 폭증하는 등 대한민국은 집값 떠받치기가 모든 이슈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는 중이다. 윤석열 정부가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수단들을 동원해 집값 부양에 올인 중이고 서울의 경우 그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윤 정부가 들썩거리게 만든 서울 집값을 보면서 주택을 소유한 집주인들은 흥분하고 주택을 소유하고 있지 않은 사람들은 한숨을 내쉰다. 모두가 집값에만 골몰하는 중인데 국민경제는 악재만 가득하다. 한국 경제에 어떤 일이 벌어져도 이상하지 않은 날들의 연속이다.

 

정부는 가계부채 폭등으로 인해 특례보금자리론과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을 줄일 수 밖에 없게 되자 신생아 특례구입대출을 신설하려 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사진은 서울시내 한 은행 점포에 걸려있는 특례보금자리론 현수막. 2023. 1.30. 연합뉴스
정부는 가계부채 폭등으로 인해 특례보금자리론과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을 줄일 수 밖에 없게 되자 신생아 특례구입대출을 신설하려 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사진은 서울시내 한 은행 점포에 걸려있는 특례보금자리론 현수막. 2023. 1.30. 연합뉴스

윤 정부, 공언했던 2단계 스트레스DSR시행을 9월로 미뤄 

금융위원회는 25일 관계기관과 협의를 거쳐 2단계 스트레스 DSR 시행일을 7월 1일에서 9월 1일로 연기하는 내용의 '하반기 스트레스 DSR 운용방향'을 발표했다. 금융위는 범정부적 자영업자 지원 대책이 논의되는 상황이고, 이달 말 시행되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성 평가 등 전반적인 부동산 PF 시장의 연착륙 과정 등을 고려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2단계 스트레스 DSR이 시행되더라도 DSR을 적용받는 모든 차주의 한도가 감소하는 게 아니라 '고DSR' 차주들의 최대한도가 감소하는 건데 자금 수요가 긴박한 분들이 많다”면서 “제2금융권 주택담보대출은 대출이 줄어드는 차주가 약 15% 정도로 분석돼 이분들의 어려움을 좀 고려했다”고 밝혔다. 금융위는 "정부의 가계부채 관리 기조는 변함이 없으며, 올해 가계부채 증가율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범위 내에서 안정적으로 관리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스트레스 DSR은 변동금리 대출 등을 이용하는 차주가 대출 이용 기간에 금리 상승으로 원리금 상환 부담이 증가할 가능성에 대비해 DSR을 산정할 때 일정 수준의 가산금리(스트레스금리)를 부과해 대출한도를 산출하는 제도다. 정부는 올해 2월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을 대상으로 기본 스트레스 금리의 25%를 적용하는 1단계 조치를 도입한 바 있다.

또한 하반기부터는 은행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2금융권 주택담보대출에 스트레스 금리의 50%를 적용하는 2단계 조치를 시행할 예정이었지만, 돌연 2개월 미뤄졌다. 전 금융권 가계대출을 대상으로 스트레스 금리를 100% 적용하는 3단계 시행일 역시 내년 초에서 내년 하반기로 연기됐다.

스트레스 금리는 과거 5년 중 가장 높았던 수준의 월별 가계대출 가중평균 금리와 현시점 금리를 비교해 결정하되, 금리변동기의 과다 또는 과소 추정을 보완하기 위해 하한을 1.5%, 상한을 3.0%로 뒀다. 이에 따라 올해 상반기 적용되는 스트레스 금리인 하한 1.5%의 25%인 0.38% 적용은 8월 말까지 이어지게 된다.

 

 스트레스 DSR 단계별 시행 방식. 연합뉴스
 스트레스 DSR 단계별 시행 방식. 연합뉴스

서민은 핑계고 정작 윤 정부 속내는 집값 띄우기

정부가 스트레스 DSR을 단계적으로 도입하려 한 이유는 가계대출이 터지기 직전의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기 때문이었다. 부풀 대로 부풀어 오른 가계대출은 5월 주택담보대출 위주로 무려 6조원가량 폭증하면서 브레이크 없는 기관차처럼 폭주하는 등 설상가상이다. 사정이 이와 같은데도 윤 정부는 예정된 2단계 스트레스 DSR시행을 전격적으로 연기하는 납득 불가의 선택을 내렸다. 정부는 '서민의 어려움을 살폈다'는 식의 명분을 내세우지만, 이걸 믿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윤석열 정부의 2단계 스트레스 DSR 전격 연기 결정은 전 방위적 집값 부양책에 힘입어 서울 집값이 조금 꿈틀거리자 거기에 기름을 붓기 위한 것이라고 해석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금융권 관계자는 "한쪽에서는 대출 총량을 엄격하게 억제하겠다는 방침을 내세우면서 다른 한쪽에서는 대출 시장이 전반적으로 위축될까 봐 우려하는 듯한 모습을 비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장에서도 정부의 이율배반에 의구심을 갖고 있는 것이다.

또 다른 은행권 관계자도 “일부 차주의 숨통이 트이는 효과는 있겠으나, 결국 집 사고 싶은 사람 대출 일으키는 것을 몇 달간 더 도와주겠다는 취지로 이해된다”고 말했다. 김상봉 한성대 교수는 "최근 대출 증가 원인의 대부분은 담보대출이고 부동산 가격도 코로나19 팬데믹 이전과 거의 비슷한 상황"이라며 "이번 시행 연기는 가계에 두 달 동안 더 빚을 내라고 부추기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정부가 서민·자영업자 어려움, PF 부실 등을 이유로 들어 시행을 연기했는데 이들이 담보대출과 무슨 상관이 있는지 이해가 안 된다"며 "정책 일관성을 떨어뜨리면서 시행 연기의 성과를 따로 보지도 못하는 잘못된 정책"이라고 말했다.

터지기 일보 직전처럼 위태롭기 여겨지는 가계대출 증가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 한국이 으뜸을 다투는 가계대출은 벼랑 끝을 향해 질주하는 폭주기관차의 기세를 이어가는 중이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5월 말 기준 예금은행의 가계대출(정책모기지론 포함) 잔액은 1천109조 6000억 원으로 한 달 전보다 6조 원 많았다. 은행권 가계대출은 올해 3월(-1조 7000억 원) 1년 만에 뒷걸음쳤다가 4월(+5조 원) 반등한 뒤 두 달째 증가세를 유지했다. 더구나 5월 증가 폭(+6조 원)은 지난해 10월(+6조 7000억 원) 이후 7개월 만에 최대 기록이다. 가계대출 종류별로는 전세자금대출을 포함한 주택담보대출(870조 7000억 원)이 5조 7000억 원, 신용대출 등 기타 대출(237조 8000억 원)이 3000억 원 각각 늘었다.

상황이 한결 심각한 건 가계대출 증가세가 전혀 멈추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달 들어 20일 만에 5대 은행의 가계대출은 이미 4조 원 이상 또 불었다. 거기에 더해 기준금리 인하 기대로 최근 시장금리가 큰 폭으로 떨어지면서 주요 시중은행들의 대출금리 하단이 속속 2%대까지 내려앉고 있다. 약 3년 전 금리 수준으로, 대출자 입장에서는 5억 원을 빌렸을 때 작년 말보다 연 원리금 상환액이 수백만 원 줄어든 상태다. 금융 당국은 최근 가계부채 점검 회의 등에서 주요 은행에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이내 가계대출 증가 관리'를 당부했는데, 지금까지 5대 은행의 증가율은 2.2%(작년 말 692조 4094억 원→707조 6362억 원) 수준이다. 상반기가 다 지나지 않았지만 이미 한국은행의 올해 GDP 성장률 전망치(2.5%)에 거의 근접한 상태다.

 

최악의 경제지표들에 포위된 채 집값에만 목맨 대한민국

지금 대한민국은 1400원을 위협하는 원 달러 환율(원화가치의 폭락), 여전히 높은데다 체감상으로는 살인적인 고물가, 주로 부자 감세에 연유한 국가재정의 파탄, 기저효과로 인한 착시에 기인한 무역수지, 고령자 위주의 고용이 이뤄지는 고용시장의 질 저하, 이미 도착한 인구절벽, 4차 산업혁명에 능동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는 산업구조 등 최악의 경제지표들에 둘러싸여 있다.

사정이 이와 같은데도 윤석열 정부는 특히 가계부채를 폭증시키는 방식을 통한 집값 띄우기에만 온통 혈안이다. 거기에 거의 대부분의 레거시 미디어들이 마치 완판임박을 떠들며 호객을 하는 쇼호스트처럼 시민들을 부동산 매수에 끌어들이는 삐끼 노릇을 하고 있다. 그 물결에 부화뇌동하는 시민도 일부 있다. 현재의 성장동력을 탕진 중인데다 미래 성장동력의 준비에는 지리멸렬인 대한민국이 서울 집값에만 눈을 고정시킨 채 일희일비하는 것보다 더 무참한 장면도 드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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