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플랫폼의 노예들 : 대리기사 이야기 ⑩ ]

초보자와 고령자에게 떠넘기는 저가콜 운영방식

허위과장광고 일삼는 카카오 플랫폼과 대리회사

보험료 관리비, 프로그램 사용료 등 갖은 명목 털어

고객과 기사 모두 속이는 일명 칼치기 수법 횡행

픽업도 안 하는데 예전처럼 과다 수수료 20% 폭리

이득신 작가
이득신 작가

처음 대리기사 일을 시작할 당시엔 다음날 아침에 출근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지금처럼 재택근무자의 신분이 아니었기에 밤 12시 이전엔 일을 마치고 귀가를 서둘러야 했다. 당시 수도권 서부에서 인천의 부평까지 대리 운전을 수행하며 퇴근을 했다. 그러다 보니 하루에 3 ~ 4콜 정도를 수행하곤 했는데, 콜당 단가가 1만 몇 천 원 짜리가 대부분이었다. 그런 방식으로 하루 5 ~ 6만 원 정도의 소득을 올리곤 했는데, 문제는 가정경제에 크게 도움은 안 되면서 체력 소모는 상당하다는 점에 있었다. 밤샘을 각오한 주말에도 나에게 배정된 콜은 이른바 똥콜이라고 부르는 저가 콜이 대부분이었다. 당시 나에게 대리기사를 권유한 이들도 경험이 많지 않았기에 노하우 같은 것을 전수해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대리운전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기 시작하면서 나는 고심 끝에 특별한 상황을 제외하고는 2만원 미만의 저단가 콜은 거부하기로 했다. 그런 방식으로 해보니 1만 원대 콜 대신 상대적으로 단가가 높은 콜을 배정받기 시작했다.

, 그랬던 것이다. 초보 대리기사는 경험이 없으니 해당 운행이 거리 대비 적정 가격인지의 여부를 정확히 알지 못한다. 처음엔 콜을 배정해주는 대로 무조건 받아서 수행하게 되는데, 몇 개월의 경력만 쌓여도 저단가의 콜이 수입에 도움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하지만 대리운전회사 입장에서는 저단가의 수요도 수행을 해야 하기에 지속적으로 초보 기사를 모집할 수밖에 없는 구조로 흘러간다. 경력이 조금만 쌓여도 똥콜은 잡지 않게 되니, 저가 콜은 초보 기사나 나이 많은 기사에게 떠넘기는 방식이다. 그러나 대리기사를 지속적으로 모집하는 것이 이렇게 순진한 이유만 있는 것은 아니다.

코로나 시국에선 잠시 그 증가세가 주춤했지만, 심각한 경기 위축이 계속되면서 전국의 대리기사는 이미 30만 명에 근접하고 있다. 대리운전회사도 전국적으로 4천여 개가 난립하고 있으며, 회사들이 사용하는 번호도 5~ 7천개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우리나라의 자동차 등록대수가 25백만대를 돌파했고 투잡을 포함한 대리기사가 전국 30만명이니 대리기사 인당 84대 꼴로 시장이 정해지는 셈이다. 아주 단순하게 계산해서 대리기사의 하루 평균 운행건수가 7건 정도라고 할 때, 12일이면 자신의 몫인 84대를 모두 소진해 버리는 꼴이다. 이렇게 포화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대리기사를 모집하는 광고는 여전히 과대 과장광고가 판을 친다. 불경기를 극복하고자 투잡을 찾는 서민의 눈길을 사로잡기 위해 허위광고마저 불사한다. 심지어 카카오에서 모집하는 대리기사 광고에도 시간당 평균 임금을 4만 원 대라고 표시된 거짓 광고를 볼 수 있다.

 

카카오대리기사 모집광고 인터넷 홈페이지 갈무리. 시간당 4만원이라는 과장광고가 눈에 띈다.
카카오대리기사 모집광고 인터넷 홈페이지 갈무리. 시간당 4만원이라는 과장광고가 눈에 띈다.

그들은 왜 이리도 대리기사 모집에 혈안이 되어있는 것일까? 무엇이 그들의 자본주의 못된 근성을 긁어대는 것일까? 대리운전의 운행수수료 20% 이외 또 무엇을 노리고 있는 것일까?

대리운전 회사는 단순히 운행수수료 만으로 그들의 이익을 충당하는 게 아니다. 그보다 훨씬 많은 부당하고 편법적인 방식으로 대리기사의 삶을 옭아매고 있다. 지난 회 대리기사 주머니를 이중으로 털어가는 회사들에서도 이야기 했듯이 대리운전 회사는 보험료를 보험회사와 나눠먹기 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얻는다. 보험회사 입장에서는 보험료를 직접 거두는 불편함과 비용 부담을 해소하고 대리운전회사는 자신들이 직접 대리기사에게서 보험료를 받아 그 일부를 편취하는 방식이다. 9만원 또는 일 3천원의 보험료 명목으로 뜯어내는 금액 중 절반 정도를 대리운전회사가 부당이득을 취하고 있는 것이다.

보험으로 편취하는 비용은 비단 이뿐만이 아니다. 대리운전 회사가 가입하는 단체보험을 통해 부당한 이익을 노리기도 한다. 소속회사의 대리기사가 100명이라고 한다면, 그 중 70명만 대리운전 단체보험에 가입시킨다. 대리운전 단체보험료를 착복하여 부당이득을 취하는 것이다. 나머지 가입되지 않은 30명은 자신이 대리운전 보험에 가입되어 있다고 믿으며 대리기사 일을 수행한다. 대리운전 보험에 가입되지 않은 30명 중 1인이 사고를 내면 보험가입된 70명 중 1인과 바꿔치기를 한다. 그런 방식으로 부당이득을 취하던 대리운전 회사가 군산의 모처에서 적발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아직도 일부 대리운전 회사가 이런 방식으로 부당이득을 취하며 영업하고 있다. 이런 이유들 때문에 대리기사의 인당보험 가입 전환이 절실한 것이다.

대리기사가 대리운전 회사에 납부할 돈은 이뿐만이 아니다. 매일 관리비 또는 출근비 명목으로 1천원을 뜯어간다. 한 달 기준 3만원 꼴이다. 무엇을 관리해주느냐고 물으면 콜을 배치해 주는 비용과 기타 등등이라고 말한다. 사실상 콜센터 운영비를 대리기사에게 전담시키는 셈이다. 그러나 콜센터 운영은 대리운전 운행 수수료 20%로 충분히 해결 가능한 부분이다. 월간 보험료 9만원도 이해되지 않는데 거기에 관리비 명목으로 3만원을 더 부담해야 한다는 것은 더욱 납득하기 어렵다.

대리운전 회사들은 로지라는 어플을 공동으로 이용한다. 이 로지 어플을 사용하기 위한 프로그램 사용료 15,000원을 대리기사는 또 부담을 해야 한다. 그런데 로지는 로지1, 로지2 ... 로지6 라는 이름으로 몇 개의 어플을 운영한다. 지역이나 시간대에 따라서 조금씩 콜이 다르게 울리기 때문에 이 6개 중 3개의 어플을 이용하면 훨씬 유리하다는 말도 곁들인다. 심지어 서버의 과부하 때문에 어플을 6개로 나누어서 운영한다는 거짓말도 곁들인다. 서버의 과부하는 서버를 증량하면 될 일이다. 어플을 6개로 분할할 이유는 아닌 것이다. 따라서 로지 어플 3개를 사용할 경우 대리기사는 45,000원 비용을 또 추가해야 한다. 이 로지 어플 사용료 개당 15,000원 중 1/35,000원 정도를 대리운전회사가 가져간다. 이런 방식으로 대리기사를 착취한다. 이렇게 대리운전을 하기 위해서는 매월 최소 15만 원 정도의 비용을 회사에 납부해야 한다. 대리운전 회사의 영업은 수익률 장사가 아니라 사람장사라는 말이 그저 생긴 말이 아니다.

대리운전 회사는 ‘Alliance'라는 이름으로 몇 십 개가 모여 연합체를 형성한다. 그 연합끼리 콜센터를 운영하기도 하고 고객의 대리콜을 공유하기도 한다. 고객의 대리운전 수요가 발생하면 로지라는 어플에 올리게 되는데, 자신의 소속회사 대리기사에게 우선 배정하고 순차적으로 로지를 이용하는 다른 대리기사에게도 보여 지는 방식이다. 이런 이유로 더 많은 수익을 위해 대리기사 한명이 연합이 서로 다른 여러 회사에 소속되기도 한다. 한편 이렇게 형성된 연합체들도 더 많은 대리기사를 보유한 대장회사가 더 큰 이익을 챙긴다. 로지 사용료 중 일부인 5,000원 그 이상의 이익을 누린다. 대리운전 회사는 그런 저런 이유로 끝없이 대리기사를 모집하는 것이다.

 

대리기사를 노예 취급하는 현실을 AI로 그린 그림. 전국대리운전노동조합
대리기사를 노예 취급하는 현실을 AI로 그린 그림. 전국대리운전노동조합

대리운전 회사가 대리기사의 몫을 갈취하는 것은 이 뿐만이 아니다. 예를 들어전화로 대리기사를 부른 손님에게는 5만원의 비용을 카드로 결제하게 한다. 그리고 대리기사에게 보여 지는 콜 카드에는 3만원으로 노출시킨다. 이런 식으로 대리기사의 노동력 2만원을 몰래 갈취한다. 물론 카드 결제를 위해 사전에 대리운전 회사에 신용카드를 등록한다. 대리기사는 운행 종료 버튼만으로 카드 결제를 완성한다. 운행 중 고객은 자신이 납부할 정확한 비용을 언급하지 않으면 대리기사는 그 진실된비용을 알 수가 없다. 대리운전 회사는 고객과 대리기사를 모두 속이는 것이다. 또한 다수의 고객은 차량 탑승과 함께 꿈나라로 가는 상황이라 고객이 대리비용을 말하지 않는다면 대리기사는 자신의 노동력이 갈취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

이런 방식으로 대리기사의 정당한 대리운임을 갈취하는 것을 일명 칼치기라고 부른다. 이러한 칼치기는 비단 카드결제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고급 음식점이나 대형 유흥업소는 자신들의 손님에게 서비스의 일환으로 대리기사를 불러주곤 한다. 그 비용은 업소 측에서 후불로 납부한다. 물론 사전에 특정한 대리운전회사와 계약을 맺고 진행한다. 그런데 이런 과정에서 칼치기가 일어난다. 예를 들면 강남에서 수원까지 책정된 6만원을 업소는 대리운전 회사에 지불하지만 회사는 기사에게 3만원만 지급하는 형식으로 칼치기가 발생하는 것이다. 이러 저런 방식으로 대리운전 회사는 끝없이 대리기사를 등쳐먹는다.

건당 20%로 발생하는 수수료가 대리운전 회사의 주된 수입원이다. 대리운전 초창기엔 지금처럼 대리운전이 전국적인 네트워크가 아닌 대리운전 회사가 위치한 지역 중심으로 운행하는 방식이었다. 대리기사도 자연스럽게 단일 소지역 중심으로만 운행할 수밖에 없었다. 네비게이션이 없는 시절이라 지역의 지리를 잘 알아야만 운행이 가능하다는 점도 고려해야 할 부분이었다. 따라서 당시엔 대리기사가 운행을 종료하면 대리운전 회사가 셔틀버스를 돌리며 기사를 픽업해야만 했다. 상황이 그러하니 회사가 운행 수수료 20%를 가져가는 것이 오히려 자연스러운 현상이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과거와는 달라져 있다. 우선 대중교통이 활성화되면서 밤 1230분 정도까지 지하철이 운행된다. 또한 서울의 경우엔 심야버스가 운행된다. 대중교통의 시작도 새벽 4 ~ 5시부터 운행한다. 게다가 카카오로 부르는 콜택시도 있다. 또한 전국의 주요도로엔 대리기사 전용 셔틀버스가 3 ~ 4천원의 요금을 받는 유료로 운행된다. 물론 대리기사의 안전한 퇴근길이 현재의 체계로서 모두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대리운전 회사가 과거처럼 셔틀버스를 운행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다. 그런데도 대리운전 회사는 아직도 예전의 관행처럼 20%의 수수료를 떼어 가고 있다.

이런 저런 이유와 구실을 붙여 대리운전 회사는 대리기사를 호구삼아 끝없는 만행을 저지르고 있다. 대리기사는 전국으로 흩어져서 자신들의 일을 수행하기 때문에 단결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사실을 악용하여 대리운전 회사와 카카오, 로지 등의 플랫폼 운영사는 대리기사를 봉으로 여기며 이해불가한 폭리를 취한다. 또한 어떠한 규제도 없이 무분별하게 확산 중인 대리운전회사의 무한경쟁을 빌미로 대리기사만 시달리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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