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친구, 판·검사 출신 권익위 수뇌부 작태
어이 없는 김건희 방탄 사건 종결 결정 배경엔
친윤 권익위원장과 부위원장의 편파적 운영
김건희·류희림 신고는 6개월 간 조사하면서
김혜경 법카 의혹은 한 달만에 검찰에 이첩
명품백을 수수한 김건희 씨가 지난 10일 '에코백'을 들고 중앙아시아 3개국(투르크메니스탄·카자흐스탄·우즈베키스탄) 국빈 방문에 동행하기 위해 출국한 가운데, 국민권익위원회(권익위)가 김 씨의 명품백 수수에 대해 '청탁금지법 위반 사항이 없음'으로 사건을 종결 처리해 파문이 일고 있다. 지난해 12월 김건희 씨 비위 신고 사건을 접수한 권익위는 6개월째 제대로 조사도 하지 않고 있다가 김 씨 출국날에 맞춰 브리핑을 열고 종결을 발표했다. 전국민이 <서울의소리>를 통해 명품백 수수 장면을 지켜봤고, 이원석 검찰총장까지 수사 의지를 밝힌 사안에 대해 권익위가 나서서 면죄부를 준 셈이다. 대통령 부부는 출국하는 날까지 이에 대해 사과 한마디조차 하지 않았다.
권익위의 설명도 가관이었다. 권익위 정승윤 부위원장 겸 사무처장은 "청탁금지법상 공직자 등의 배우자에 제재 규정이 없기 때문에 종결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청탁금지법 제8조 4항은 "공직자 등의 배우자는 공직자 등의 직무와 관련하여 공직자등이 받는 것이 금지되는 금품 등을 받거나 요구하거나 제공받기로 약속해서는 아니 된다"고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다. 단지 배우자 제재 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사건을 종결하는 자체를 국민들이 납득하긴 어렵다. 사건을 무마하기 위한 궤변에 가깝다. 국민의 권익을 대변하는 권익위가 아니라 김건희 씨 이익을 대변하는 '건익위'라는 비아냥이 나오는 대목이다.
게다가 김건희 씨에게 명품백을 주고 인사 청탁 등을 한 최재영 목사는 김창준 전 미국 연방하원 의원의 국정자문위원 임명 및 국립묘지 안장, 통일TV 송출 재개 등을 김건희 씨에게 청탁한 것과 관련해 "(김건희 씨가) 대통령실과 국가보훈처(현 국가보훈부) 직원을 연결해 주려 노력했다"고 밝히면서, 대통령실 총무비서관실 조모 과장과의 통화 녹취록과 문자, 국가보훈처 직원과의 통화 녹취 등도 검찰에 제출했다. 최 목사의 발언이 사실이라면 김건희 씨에겐 알선수재 혐의까지 적용 가능하다. 그런데도 권익위는 각종 의혹의 핵심에 있는 대통령 배우자의 행위에 정당성을 부여한 것이다.
위원장은 서울 법대 79학번 동기
부위원장은 친윤, 강성보수 일색
권익위가 국민 다수의 상식과 동떨어진 결정을 내리면서 '친윤' 일색인 권익위 위원장과 부위원장에 다시 시선이 쏠린다. 전현희 전 권익위원장(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권익위의 독립성·중립성을 이유로 윤석열 정권 출범 뒤에도 자리를 지키던 시절부터, '김건희 방탄' 권익위는 이미 예견됐던 일로 보인다. 전 전 위원장 사퇴를 압박하기 위해 윤 대통령이 부위원장(차관급 3명) 등 보수 성향 인사들로 차곡차곡 채웠기 때문이다. 특히 현행법상 권익위 인사는 청문 절차도 없어 대통령이 마음대로 좌지우지할 수 있다. 총 15명이 참여하는 권익위 전원위원회는 △대통령이 임명하는 위원장(1명)과 부위원장(3명), 상임위원(3명) 등 상임위원 7명 △국회 여야 및 국회 사무처 추천 3명, 대법원장 추천 3명 등이 포함된 비상임위원 8명으로 구성된다. 상임위원과 여당만 틀어쥐면 대통령의 정치 편향에 따라 얼마든지 편파적인 운영이 가능한 구조다.
지난 2022년 10월 감사원의 권익위 감사에 이정희 전 부위원장이 물러나자, 윤 대통령은 김태규 전 부산지법 부장판사를 권익위 부위원장에 임명했다. 그는 대북전단 살포 금지법, 5·18 민주화운동 등에 관한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5·18 역사왜곡처벌법)에 대해 공개 비판한 인물이다. 또 법복을 벗은 뒤에도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비판 글을 신문에 기고하고, 윤 대통령 지지 모임인 '공정과 상식 회복을 위한 국민연합'의 토론회에 토론자로 참석했다. 그러나 대통령실은 "법률적 전문성을 충분히 갖추고 있고, 고충처리에 있어 균형감 있게 판단할 것"이라고 홍보했다.
지난해 1월 임명된 검사 출신 정승윤 부위원장 겸 사무처장은 지난 대선 윤 대통령의 공약집에 여성 경찰관이 범죄 현장에서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다는 뜻으로 여성혐오 표현인 '오또케'를 써 물의를 빚자 선거대책본부에서 해촉됐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해촉한 지 한 달 만에 대통령직인수위원회로 복귀시켰고, 이후 권익위 부위원장을 맡겼다. 당시 인사 보도자료에는 여성혐오 관련 논란을 의식한 듯 통상 소개되는 이력 설명도 생략됐다. 바로 이어 2월에 임명된 판사 출신 박종민 변호사 역시 윤 대통령 선거 캠프와 대통령직 인수위 자문위원 출신 인물로 독립성이나 중립성과는 거리가 멀었다.
장관급인 권익위원장 자리는 사실상 위원회를 정파적 운영하겠다는 뜻을 강조한 듯한 인사들로만 채웠다. 전 전 위원장 퇴임 이후 임명된 김홍일 위원장(현 방송통신위원장)은 대검 중수부장 시절 윤 대통령을 직속 부하로 거느린 대통령의 전직 상관으로, 윤 대통령의 '형님' 인맥으로 분류되는 인물이었다. 후임인 유철환 위원장(현 권익위 위원장)도 윤 대통령의 서울대 법대 79학번 동기로, 서울 관악갑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 예비후보,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충남도당 부위원장 등을 지낸 전형적인 '친윤 보수'인사였다. 유 위원장 임명 전부터 이미 감사원 감사위원, 법제처장, 민주평통 사무처장, 방통위 상임위원,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처장, 헌법재판소장 등 주요 직위에 대통령의 서울대 법대 79학번 동기가 연이어 임명되면서 '79학번 카르텔' 비판이 제기됐지만, 대통령은 거리낌없었다.
김건희, 류희림은 6개월간 조사만
김혜경 법카는 한 달 만에 검찰 이첩
사실상 대통령 친위대로 전락한 권익위는 김건희 씨 명품백 사건 외에도 여러 사안에 대해 이미 편항적인 운영을 하고 있다. '부패방지 및 국민권익위원회의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부패방지권익위법) 제59조 8항은 권익위가 신고사항을 60일 이내 처리해야 하며, 보완 등이 필요할 경우 30일 이내 연장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최장 90일로 처리 기한을 정하고 있지만, 정권과 관련된 신고들은 하세월이다. 지난해 12월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 내부 공익제보자는 류희림 위원장이 가족, 지인 등을 동원해 심의 민원을 넣었다며 '민원 사주 의혹'을 신고했지만 아직도 조사만 진행 중이다.
권재홍·최철호 22대 총선 선거방송 심의위원들의 '셀프 민원심의' 의혹에 대해서도 지난 2월 민주노총 언론노조가 신고했지만, 권익위는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조사기간을 연장했다(경향신문 5월 19일자, [단독]선방위 ‘셀프심의 의혹’ 조사 권익위, 결론 못내고 기한 연장). 반면,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배우자 김혜경 씨 법인카드 의혹과 관련해선 약 1개월 만에 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을 내리고, 대검찰청에 신속하게 이첩했다. 사안이 비교적 명확하고 단순한 김건희 씨 명품백 수수와 관련해선 6개월 넘게 결론을 내리지 않은 점을 비춰볼 때, 권익위가 사실상 정권의 의중에 따라 운영된다고 밖에 볼 수 없다.
민주당은 이번 김건희 씨 사건 종결에 대해 "김건희 특검법만이 답"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하고 있지만, 권익위가 운영 방식을 바꿀 생각은 없어 보인다. 아래는 유철환 권익위원장이 윤 대통령 부부가 출국한 지난 10일 오전 10시 브리핑에서 여러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답변한 정부 속기록이다. 유 위원장의 답변은 권익위가 앞으로도 비판적인 목소리에 귀를 막고 자신들이 갈 길을 가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질문> (온라인 질의 대독) 지금부터 기자님들이 사전에 주신 질문을 모두 소개하고 이에 대한 답변을 드리겠습니다. KBS 기자님이 질문 주셨습니다. 김건희 여사 명품 가방 수수 의혹 사건이 신고된 이후로 6개월이 다 되어 가고 있습니다. 다른 신고 사건들에 비해 조사가 지연되는 이유가 무엇인지요?
다음으로, MBC 기자님 질문하셨습니다. 권익위가 김건희 여사 명품 가방 수수 사건 처리 시한을 연장해 조사를 미루고 있다는 지적에 대한 권익위 입장은 무엇입니까?
김건희 여사 명품 가방 수수 사건 처리 연장이 결정된 뒤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을 추가로 조사했나요? 김건희 여사에 대해 대면 조사 요청을 했거나 할 계획이 있습니까?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의 민원 사주 의혹에 대한 조사 기한을 연장한 이유가 무엇인가요? 류 위원장 임기가 끝나기 전 조사를 마무리할 예정입니까?
류 위원장이 공익제보자를 찾겠다고 방심위 내부를 감사했는데 제보자 보호를 위해 권익위는 어떤 조치를 취하고 있습니까?
22대 총선 선거방송 심의위원들의 셀프 민원심의 의혹에 대한 조사도 방심위 노조가 권익위에 신고한 지 업무일 기준으로 70일을 넘겼습니다. 조사가 지연되고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은데 기한 연장 사유가 무엇입니까?
지금까지 기자님들이 사전에 주신 질문을 소개해 드렸습니다. 유철환 위원장께서 질문에 대한 답변을 해드리겠습니다.
<답변> 기자님들께서 질문하시는 사항들은 현재 진행 중인 신고 및 신고자 보호 사건 관련입니다. 당연히 기자님들께서 세부적인 진행 상황에 대해서 궁금해 하신다는 것은 잘 알고 있으나 지난번에도 말씀드린 바와 같이 국민권익위원회는 신고 사건에 대해 비밀누설 금지, 신고자 보호 등을 위해 진행 중인 사건 관련 내용은 공개하지 않고 있음을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모든 신고 사건은 부패방지권익위법, 청탁금지법, 공익신고자보호법 등 법과 원칙에 따라 처리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씀드리며, 빠른 처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끝>
관련기사
- ‘악어의 눈물’ 흘리는 숙명여대 장윤금 총장
- 김건희 논문 검증 3년째…숙대, 참담한 권력 눈치보기
- '찐윤' 서울지검장 취임에 김건희도 안심하고 등장?
- 용산, '방탄 모드' 돌입…김건희 잠행 깨고 나오나
- 징역 5년 이상 범죄인데…곧 풀려나는 윤 장모 최은순
- '뇌물은 배우자에게?' 국민 분노에 입 다문 주류 언론
- 원 구성 쪽수로 밀리자 헌재로 달려간 추경호·국힘
- "행정관이 깜빡" 아무말 대잔치…결국 검찰과 '약속대련'
- 권익위 간부 "너무 힘들다"…윤 정권이 죽음 내몰았나
- 권익위 국장 죽음에도 "뭘 잘못했나"…소시오패스 정권
- 박정훈→백해룡→김국장…다음 희생 공무원은 누구?
- "김건희가 살인자" 전현희는 할 말을 했다
- 맛이 간 권익위…"배우자 통하면 추석선물 무제한 가능"
- '정권 보호'가 본업이 된 권익위…위원장이 이 모양이니
개의 댓글
댓글 정렬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