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사위 도중 국힘 "고인 죽음에 전현희는 죄 없나?"
대통령 부부 '부패' 사안 다루던 '부패방지국' 국장
"무혐의 종결 강행, 양심에 반해 괴롭다" 숱한 증언
그럼에도 여권은 "민주당 때문에 죽었다" 적반하장
청문회도 거부…'가해자 뒤바꾸기'로 프레임 전환
"윤석열‧김건희가 죽였다" 본질 짚은 정당한 비유
국민권익위원회에서 김건희 씨 명품백 수수 사건 조사의 실무 책임자로 일했던 고위 간부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충격적인 비극이 발생한 지 벌써 열흘이 지났다. 그의 본질적인 사인(死因)은 외압에 의해 양심을 거스르는 업무 수행을 하며 누적된 수치심과 무기력감, 그리고 '부패 방지'에 전력을 기울여온 자신의 인생이 송두리째 부정당한 데서 오는 절망감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고인과 오랜 교분을 맺어온 지인들과 권익위 동료들은 한결같이 그렇게 증언하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한 윤석열 정권의 적반하장은 상상을 초월한다. 권익위에서 잘 나가던 핵심 국장이 돌연 왜 죽음을 택했는지, 그 고통을 헤아리고 진실을 직시하면서 집권 세력다운 무한 책임감을 공유하기는커녕 최소한의 상식과 윤리, 공감 능력조차 상실한 채 오로지 책임 회피에만 급급하는 형국이다. 수세적인 침묵이나 방어에 그치는 정도가 아니라, 공세적인 궤변과 악다구니를 불사하며 엉뚱하게 야당에 책임을 전가하고 있어 그 뻔뻔함에 기가 질릴 정도다. 과연 '소시오패스 정권'이라고 할 만하다.
윤석열‧김건희 부부의 '부패' 사안 다루던 '부패방지국' 국장
양심에 반하는 일에 괴로워했다는 숱한 증언과 죽음의 본질
권익위에서도 핵심 부서인 부패방지국에서 청렴 정책과 청렴 조사 평가, 부패 영향 분석 업무 등을 총괄 지휘했던 고(故) 김모 국장은 행정고시에 합격한 뒤 식약처에서 근무하다 권익위의 전신인 부패방지위원회로 옮겨온 이래 20년 이상 부패 방지 업무에 주력했던 '청렴 전문가'다. 영국에서 부패 방지 분야 석사학위를 받았고 최근에는 행정학 박사학위까지 취득하는 등 탁월한 전문성은 물론 업무에 대한 긍지와 자부심으로 충만했던 인물로 알려져 있다. 주변 사람들은 그가 평소 과묵하면서도 소신이 뚜렷하고 강직한 성품의 소유자였다고 여러 언론에 한목소리로 밝혀왔다.
3급 부이사관으로 연말쯤 2급 이사관 승진을 앞두고 있던 그는 상부에서 주문하는 대로, 정권의 입맛에 맞게 적당히 업무를 처리하며 '영혼 없는 공무원'으로 눈 딱 감고 지냈으면 조직에서 승승장구하고 탄탄대로를 걸었을 것이다. 하지만 김 국장은 그렇게 할 수 없었다. 그가 극심한 스트레스와 번뇌에 시달리다 세종시 한 아파트에서 외롭게 이승을 하직하고 권익위 동료에 의해 주검으로 발견된 이유는 차마 양심을 저버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권익위가 지난 6월 10일 김건희 씨 명품가방 수수 사건에 대해 "대통령 배우자는 청탁금지법상 제재 규정이 없다"며 '위반 사항 없음'으로 종결 처리한 이후 김 국장이 얼마나 괴로워했는지는 숱한 증언이 증명하고 있다.
명품백 사건을 종결하지 말고 수사기관에 보내야 한다는 의견을 견지해 왔던 그는 자신의 뜻이 좌절되자 주변에 "권익위 수뇌부 인사가 이 사안을 종결하도록 밀어붙였고, 내 생각은 달랐지만 반대할 수 없었다" "최근 저희가 실망을 드리는 것 같아 송구한 마음이다. 참 어렵다. 심리적으로 힘들다" "양심에 반하는 일을 해 괴롭다" 등의 하소연을 해왔다. 김 국장이 남긴 메모 형식의 짧은 유서에도 '너무 힘들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고 한다. 권익위 관계자들은 "(김 국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게) 김건희 여사 명품백 사건 관련 압력 때문이라는 건 권익위 선후배들 사이에 공공연한 사실이다. 자기 소신과는 맞지 않는 결정을 하면서 (상부 지시를) 따라야 하니 김 국장 성격에 정말 힘들었을 것이다" "100% 명품백 때문이다. 얼마나 마음고생이 심했으면 그랬겠느냐" "고인이 힘들어했다는 건 동료들도 다 아는 사실이었다. 종결 결정에 비판이나 조롱 댓글이 많이 달리면서 괴로워했다" "김 국장이 우울증 같은 건 없었던 것으로 안다"고 이구동성으로 전하고 있다.
사망의 모든 전후 사실과 인과관계는 대통령 부부 가리켜
"윤석열‧김건희가 죽였다" 타당…과장이라도 가능한 수사
그렇다면 김 국장이 김건희 씨 무혐의 종결 처리를 전후해 견디기 어려운 고통을 겪다 심리적 벼랑에 몰려 목숨을 끊은 것이라는 점은 명약관화하다. 그 과정에서 윤석열 대선 캠프 출신인 권익위 수뇌부 및 권익위 업무를 관할하는 대통령 비서실(시민사회수석실) 등에서 얼마나 직간접적 압박을 가했는지는 향후 국회 청문회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조국혁신당은 권익위 정승윤 부위원장을 공수처에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했다)를 통해 구체적으로 규명돼야 하지만, 그간 윤석열 정권 행태로 봤을 때 김 국장이 어떤 고초를 겪었을지는 충분히 유추할 수 있다. 채 상병 순직 사건을 수사하다 항명죄로 기소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 세관 직원들까지 연루된 대규모 마약 사건을 수사하다 '용산'에 찍혀 좌천된 백해룡 전 영등포경찰서 형사과장 등 법과 원칙에 따라 본분에 충실했던 공무원들이 이 정권에 의해 핍박받아온 사례가 웅변해주기 때문이다.
김 국장 사망의 모든 전후 과정과 인과관계는 윤석열‧김건희 부부가 직접 당사자인 사건을 처리하던 한 양심적 공무원이 자괴감과 모멸감 속에 죽음으로 내몰렸다는 사실을 뚜렷이 가리킨다. 그래서 '정치적 타살'이라는 분석도 나오는 것이다. 따라서 "윤석열‧김건희가 권익위 국장을 죽였다" "김건희가 살인자"라는 명제는 진실을 담은 비유로서 정당하다. 설혹 과장이 섞였을지언정 수사(修辭)적으로 어디까지나 허용 가능한 범위다. 국민의힘 인사들의 역대 어록을 살펴보면 이보다 훨씬 과격한 표현들이 즐비하다. 과거 노무현‧문재인 정권 시절 국민의힘 전신인 보수 야당 측에서 온갖 이유를 들어 "권력에 의한 살인" "살인 정권"이라고 비난했던 사례까지 역지사지하자면 이 정권은 더더욱 할 말이 없어야 한다.
법사위 도중 '살인자'라는 절규 나오게 된 자초지종 봐야
"전현희는 죄가 없나? 김 국장 고생시켜" 국힘 의원 도발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의힘과 대통령실의 대응을 보면 처음부터 끝까지 극단적 몰염치로 일관한다. 김 국장의 억울한 죽음도 그렇지만 더불어민주당 전현희 의원이 '살인자'라는 격정 토로를 하게 된 원인도 애초에 여권이 제공한 것이었다. 자초지종은 이렇다. 지난 1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전 의원이 의사진행발언을 신청해 처음 꺼냈던 발언은 다음과 같다.
"고인은 평소에 양심에 반하는 일을 하고 있어서 괴롭다, 권익위 부패 방지 업무를 해온 20년간의 내 삶이 부정되는 것 같다고 호소했다고 한다.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와 윤석열 대통령의 청탁금지법 위반을 덮기 위해서, 권익위 수뇌부가 김건희‧윤석열 부부를 비호하기 위해 유능하고 강직한 공직자 1명이 억울하게 희생된 거라고 생각한다. 민주당 정무위원님들을 중심으로 진상 규명을 위한 청문회를 추진하고 있는데, 정무위 위원장이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이라 청문회를 거부하고 있다."
김 국장의 비통한 죽음을 되짚어보고 진상 규명을 강조하기 위해 그 자신이 권익위원장 출신인 전 의원이 충분히 할 수 있는 발언이었다. 그런데 국민의힘 송석준 의원이 이를 못 참고 끼어들어 "이게 의사진행발언은 아니다. 여기가 권익위 상임위장이 아니고 법사위에서 할 의사진행발언이 아니다"라고 전 의원의 발언을 막무가내로 방해했다. 전 의원이 "조용히 하시라. 지금 발언하고 있지 않느냐"며 강력 항의하는데도 계속해서 고성을 지르던 송 의원은 급기야 이런 말을 내뱉었다.
"본인부터 반성하라. 본인이 그분한테 고생시킨 것 생각하라. 그분의 죽음에 본인은 죄가 없나? 본인은 기여 안 했나? 본인은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없다. 책임 정치를 무시하고 지속적으로 대통령 직무 수행을 방해했다. 전현희 당신, 권익위원장 때문에 얼마나 고생했는지 아나. 반성문을 내라. 권익위 직원들한테 한번 물어보라. 속앓이를 누구 때문에 더 많이 했는지."
고인이 전 의원 때문에 고생하고 속앓이를 하다가 죽었다는 것이다. 정청래 법사위원장의 제지에도 불구하고 송 의원은 이런 밑도 끝도 없는 덮어씌우기 주장을 전 의원 면전에서 최대한 목청을 높여 큰 소리로 떠들었다. 논리적 설득과는 무관한 황당무계한 비약을 통해 의도적으로 전 의원과 야당 측을 자극하는 것으로 보였고, 전 의원 또한 분노가 극에 달한 상황에서 "김건희가 살인자다. 김건희·윤석열이 권익위 국장을 죽였다"고 절규하게 된 것이다.
제명 촉구에 고발까지…'가해자 뒤바꾸기'로 프레임 전환 시도
대통령실도 "죽음 이르게 한 건 민주당"…전도된 '인권 유린'
이후로 국민의힘은 김 국장 사망의 프레임을 전환하고 어떻게든 정국 반전의 기회로 만들겠다는 듯 거당적인 정치 공세에 돌입했다. 전 의원의 발언이 '범죄적 막말' '반인륜적 폭언'이라며 소속 의원 108명 전원 명의로 국회에 전 의원 제명 촉구 결의안까지 제출했다. 시민단체를 빙자한 어용단체들도 전 의원을 인권유린, 직권남용, 모욕,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등 혐의로 서울경찰청에 잇따라 고발했다. '가해자 뒤바꾸기'를 겨냥한 전형적인 여론 조작술의 일환이라고 할 수 있다.
대통령실도 가담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전 의원이 면책특권 뒤에 숨어 국가원수인 대통령의 영부인에게 이성을 상실한 패륜적 망언을 퍼부었다"고 했다. 특히 TV조선 출신 정혜전 대변인은 14일 공식 브리핑에서 "공직사회를 압박해 결과적으로 고인을 죽음에 이르게 한 것은 다름 아닌 민주당"이라고 규정했다. 김 국장이 민주당 때문에 죽었다는 궤변을 대통령실 차원에서도 대놓고 구사한 것이다. 정 대변인은 또 "한 인간(김건희)에 대한 인권 유린이고 국민을 향한 모독"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 정권이 일상적으로 저지르는 행위가 인권 유린이고 국민 모독이라는 사실에 대해 인식 자체가 없는 것이다.
앞서 김 국장의 직속상관으로 누구보다 고인의 죽음에 책임을 통감해야 할 권익위 정승윤 부위원장은 지난 9일 장례식장에서 전 의원을 향해 "도대체 우리가 뭘 잘못했느냐?"고 고함을 친 바 있다. 이어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에 대해 종결 처분한 것은 권익위가 원칙대로 잘한 일인데 그게 잘못됐다고 야당이 문제를 삼아서 김 국장이 저렇게 된 것 아니냐"는 취지로 따졌다고 한다. 전 의원이 주변에 있던 윤석열 정권 고위직들에게 "반드시 이 억울한 죽음에 대한 죗값을 치러야 할 것"이라고 일갈하자 일말의 자책감이나 성찰도 없이 '야당 때문에 김 국장이 죽었다'고 대거리를 하고 나선 것이었다.
'평생 욕설 한번 해본 적 없는 범생이'도 격해질 수밖에 없어
묻혀만 가는 참담한 죽음의 진실…무도한 정권에 할 말 한 것
앞뒤 상황이 이와 같다. 그러니 '평생 욕설 한번 해본 적 없는 범생이로 살아왔던' 전 의원이 이런 소시오패스 같은 집단 앞에서 감정이 격해질 수밖에 없었던 것도 무리가 아니다. 그 사정을 상식적인 시민들은 충분히 이해할 것이다. 공직 입문 이래 부패 방지에 온 힘을 다해왔던 권익위 간부가 다른 사람도 아닌 대통령 부부의 부패 관련 사안을 처리하다 압박감과 무력감에 스스로 삶을 마감했지만 이 정권은 고인의 명예를 회복해주기는커녕 능멸하고만 있다. 여당이 권익위 청문회마저 거부하면서 그 참담한 죽음의 진실과 본질은 묻혀만 간다. 전 의원은 이런 무도한 흐름 속에서 해야 할 말을 한 것이다.
"아끼고 존경했던 강직한 부하직원의 믿기지 않는 참담한 죽음에 상관이었던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요? 눈물만 흘리고 있을 수만은 없는 일입니다. 고인의 애달프고 안타까운 희생에 제가 나서야 하는 것은 어쩌면 운명입니다. (…) 윤석열 정권과 국힘은 아무런 반성 없이 오히려 야권 책임으로 적반하장식으로 덮어씌우고 있습니다. 젊은 국장이 희생된 그 사건의 본질은 무엇입니까? 도대체 누가 패륜입니까? 도대체 누가 김 국장을 죽음에 이르게 한 것입니까?" - 전 의원 페이스북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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