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신고자 보호'도 뒷전…수뇌부 행태 점입가경

유철환, MB 시절 한나라당 지역구‧비례 공천 신청

새누리당 경선 탈락 이어 자한당 이력 등 골수 보수

문 정부 땐 "모든 분야 총체적 위기…구국의 사명감"

국정감사장서 "수사 중인 사건은 보호 대상 아냐"

방심위 류희림 면죄부, 공익제보자들은 압색 고통

이재명 헬기 이송에 '닥터 헬기' 지침 적용 고발돼

참여연대 "권익위 더 무너뜨리지 말고 사퇴해야"

"수사 중인 사건은 공익신고자 보호 대상이 아니다." (유철환 위원장)

"김건희 여사 '가방 사건'은 몰카 사건이고 정치공작 사건이다." (박종민 부위원장)

"권익위 국장 죽음은 이재명 대표 헬기 사건 때문이다. 나를 고발한 야당 의원들을 전부 고소하겠다." (정승윤 부위원장)

'부패 방지'라는 본연의 사명은 저버린 채 윤석열 정권 호위 부대로 전락한 국민권익위원회 수뇌부의 언동이 점입가경이다. '친윤' 일색인 이들 가운데 좌장인 유철환 위원장은 윤석열 대통령의 서울대 법대 79학번 동기이고, 전직 검사 정승윤 부위원장와 전직 판사 박종민 부위원장은 윤석열 대선 캠프 출신이다. 차관급 부위원장 세 자리 중 한 자리는 공석인데, 김태규 전 부위원장은 방송통신위원회로 옮기자마자 이진숙 방통위원장과 쌍벽을 이룰 정도로 맹활약하고 있다. 권익위가 윤석열 정부에서 검찰, 감사원 못지않게 맹위를 떨치는 모양새다.

 

유철환 국민권익위원장(오른쪽)이 8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박종민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과 대화하고 있다. 뒤쪽 중앙엔 정승윤 부위원장이 앉아있다. 2024.10.8. 연합뉴스
유철환 국민권익위원장(오른쪽)이 8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박종민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과 대화하고 있다. 뒤쪽 중앙엔 정승윤 부위원장이 앉아있다. 2024.10.8. 연합뉴스

그 중심에는 유철환 위원장이 존재한다. 판사 이력에 가려 잘 안 알려져 있지만 유 위원장은 지난 2008년 "이명박 대통령과 함께 발전하는 관악을 만들겠다"며 한나라당 서울 관악을 지역구에 공천을 신청했다 떨어진 바 있다. 한나라당에 다시 비례대표 신청을 했지만 연거푸 고배를 마셨고, 2016년 새누리당 충남 당진 지역구 경선에서도 탈락했다. 이후 자유한국당에서 충남도당 부위원장과 법률지원단장을 지낸 골수 보수 인사다.

그는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9년 8월 "위기에 처한 나라를 구해야 한다는 절박한 사명감"을 이유로 자유한국당에 입당하면서 "지금 우리나라는 외교, 안보, 경제, 내치 등 모든 분야가 총체적 위기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체제라는 헌법적 가치를 수호하기 위해서라도 내년 총선에서 보수정당이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며 "보수진영의 대통합이라는 시대적 소명에 부응하기 위해 작은 밀알이 되겠다"고 결의를 다지기도 했다.

그는 윤석열 대통령 지명으로 권익위원장에 부임한 이래 김건희 씨의 명품백 수수 사건을 '청탁금지법 위반 사항 없음'으로 종결 처리하는 등 정권의 기대에 충실히 부응해 왔지만, 권익위가 부패 방지 주무기관이자 공익신고자 보호기관임을 망각한 행태들로 인해 야권과 시민사회단체로부터는 사퇴를 요구받고 있다. 최근 유 위원장은 공익신고자의 제보가 있더라도 수사 중인 사건은 보호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발언까지 해 정권 보위에 치우친 나머지 권익위 수장으로서는 얼마나 '무개념'인지 스스로 입증했다.

 

지난 9월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열린 '류희림 방심위원장 민원사주 공익신고자 공개 기자회견'에서 지난해 12월 류 위원장의 '민원 사주' 의혹을 국민권익위원회에 부패 신고한 방심위 직원들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9월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열린 '류희림 방심위원장 민원사주 공익신고자 공개 기자회견'에서 지난해 12월 류 위원장의 '민원 사주' 의혹을 국민권익위원회에 부패 신고한 방심위 직원들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앞서 권익위는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의 '민원 사주' 의혹 신고 사건에 대해 류 위원장의 가족관계 등 기초적인 사실관계도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채 "참고인들 간 진술이 엇갈린다"는 이유로 사건을 방심위로 돌려보내는 어처구니없는 조치를 취한 바 있다. 도둑을 잡아달라고 신고했더니, 되려 도둑과 한통속이 돼 몽둥이를 들고 신고자를 잡겠다고 나선 격이다. 게다가 이 사건의 공익신고자들이 보호 조치를 신청한 지 9개월이 넘도록 '공익신고자의 요건'만 운운하며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

그러나 이해충돌방지법과 부패방지권익위법은 신고 내용이 거짓이라는 사실을 알았거나 금품을 요구하는 등 부정한 목적의 신고가 아닌 이상 공익신고자 지위를 인정하고 있다. 특히 공익신고자보호법은 내부 공익신고자가 신고 당시 '공익 침해 행위가 발생했다고 믿을 합리적인 이유'를 가지고 있다면 신고 내용의 사실 인정 여부와 무관하게 보호 조치 결정을 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이런 상황에서 유 위원장은 지난 8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공익제보자들이 압수수색을 당하는 등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으로 경찰 수사를 받는 데 대해 "수사 중인 사건은 보호 대상이 아니다"라고 단언했다. 이에 민주당 조승래 의원은 "사실상 보호를 외면하고 우리는 모르겠다고 하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고, 김남근 의원도 "권익위가 이렇게 유권해석을 하면 공익신고 대상 기관들이 앞으로 다 공익신고자를 고발하지 않겠냐"고 어이없어했다. 사회민주당 한창민 의원은 "류희림 위원장의 가족과 지인이 오탈자까지 같은 민원을 넣어 민원 사주가 명확한데도 공익제보자들은 신분이 노출되고 압수수색을 두 번이나 대대적으로 받았다"고 목청을 높였다.

참여연대도 논평을 내고 "피신고자의 소송 등을 이유로 공익신고자 보호에 뒷짐만 지고 있겠다는 권익위 지도부는 공익신고자 보호 주무 기관을 이끌 자격이 없다"면서 "유철환 위원장은 반부패 총괄기구로서 권익위의 역사와 권위를 더 이상 무너뜨리지 말고 스스로 사퇴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아울러 "수사 중인 사건은 보호 대상이 아니라는 유철환 위원장의 답변은 현행법 규정에 명백히 위반되는 것으로, 공익신고자 보호를 해야 할 권익위 수장의 답변이라고 믿기조차 힘들다"고 했다.

참여연대에 따르면 현행법 어디에도 '수사 중인 사건은 보호 대상이 아니다'라고 규정하고 있지 않다. 오히려 공익신고자보호법과 부패방지권익위법은 신고와 관련해 발생한 범죄행위에 대해 '책임 감면'을 할 수 있도록 했다. 공익신고자들이 수십 건의 고소‧고발에 시달리며 고통받는 사례가 늘고 있는데도 권익위 최고 책임자가 엉뚱한 핑계만 대며 이들의 보호에 어떤 역할도 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버젓이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국민권익위원회 정승윤 부위원장이 2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응급의료헬기 이용 신고 사건과 관련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4.7.23. 연합뉴스
국민권익위원회 정승윤 부위원장이 2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응급의료헬기 이용 신고 사건과 관련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4.7.23. 연합뉴스

아울러 유 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헬기 이송과 관련한 권익위의 부당한 결정으로 고발까지 된 상태다. 앞서 정승윤 부위원장은 이재명 대표가 지난 1월 부산 가덕도에서 살인미수 테러를 당한 뒤 부산대병원에서 응급치료를 받고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되는 과정에 특혜가 있었다며 병원 및 소방 관계자들이 공직자 행동강령을 위반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권익위는 이 대표가 일반 소방 헬기를 이용했음에도 '닥터 헬기' 운영 기본지침을 잘못 적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당은 지난 11일 보도자료를 통해 유 위원장을 직권남용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했다면서 "이재명 대표를 이송한 헬기는 '닥터 헬기'가 아니라 일반 응급의료헬기인 만큼 응급의료 전용 헬기 규정을 적용하는 것은 부당하다. 따라서 '닥터 헬기'를 권한 없는 자가 요청했다는 국민권익위원회의 판단은 위법한 의결에 지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 권익의 보호와 청렴한 사회 구현을 위해 누구보다 앞장서야 할 국민권익위원회가 적법한 피해자 이송을 불법 특혜로 규정해 직권을 남용하는 위법을 저질렀다"면서 "공수처가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를 통해 진상을 규명해줄 것을 요청한다"고 전했다.

심지어 부산대병원 측은 권익위의 징계 요구에도 불구하고 이미 소속 의사에 대해 별다른 혐의가 없다고 결론 지었다. 민주당 박상혁 의원이 부산대병원으로부터 받은 '징계 의결서'에 따르면, 병원 측은 최근 인사위원회를 열어 진료부문과 의사 A 씨에 대해 "혐의가 없다"고 의견을 모으고 '주의'만 주기로 결정했다. '주의'는 징계는 물론 불이익 처분에도 해당하지 않는다고 한다.

당초 권익위는 A 씨가 이재명 대표 이송 당시 휴무라 권한이 없는데도 부산소방재난본부의 핫라인 회선을 무단 사용해 특정 정당의 부탁을 들어 119응급의료헬기 출동을 요청한 사실이 확인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병원 인사위원회가 관계자들 진술을 종합한 결과 A 씨는 응급의학과 과장으로서 당시 이 대표의 진료 현장에 있었고, 응급 상황이나 예기치 못한 상황 등에서 필요하면 주치의가 아니더라도 현장에 있던 의료진이 헬기 요청을 문의할 수 있기 때문에 핫라인 회선을 무단으로 사용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허석곤 소방청장도 지난 10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소방 응급구조 헬기를 병원 간 이송에 활용하는 것은 소방청의 일반적인 사항"이라며 "매뉴얼상 위반된 것은 없었다"고 잘라 말했다. 허 청장은 "의사의 요청이 있었고, 시계(視界)나 구름, 바람 등 헬기가 뜰 수 있는 조건이면 소방 헬기를 띄울 수 있다"고 재차 분명한 입장을 밝힌 뒤 "권익위에서 징계와 제도 개선을 통보했는데, 닥터 헬기는 저희 (소방 헬기) 매뉴얼과 다른 부분이 있어 그 점을 포함할지 여부는 현재 의견을 수렴 중"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민주당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을 통해 "부산대병원의 이번 결정은 권익위의 징계 요구가 얼마나 엉터리였는지 다시 한 번 확인시켜 준다"면서 "국정감사에 출석한 소방청장도 이재명 대표 피습 당시 헬기 이송이 매뉴얼 위반이 아니라고 했다. 권익위의 징계 요구를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패륜적 정치 공세에 눈이 멀어 의료진과 구급대원마저 희생양으로 삼으려 했던 권익위는 의료진과 이재명 대표에게 공식 사과하고 공수처 수사에 성실히 임하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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