받은 김건희 불기소, 준 최재영 기소 권고
김건희 불기소하려던 검찰 ‘1표차 제동’
직무 연관성 확인된 듯…알선수재 수사해야
동력 떨어진 중앙지검…공수처에 쏠리는 눈
야권, 명품백 포함한 특검법 수용 촉구할 듯
대통령 또 거부하면 10%대 지지율 전망돼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검찰 수사심의위원회(수심위)가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씨에게 명품 가방을 전달한 최재영 목사에 대해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기소할 것을 권고했다. 앞서 열린 김건희 씨 수심위에서 '불기소 권고' 의견을 낸 것과 정반대 결론이다. 수심위가 동일한 혐의에 대해 상반된 의견을 낸 상황에서 검찰의 김건희 '무혐의' '불기소' 처분 시나리오에도 제동이 걸린 모양새다.
수심위는 24일 오후 2시부터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17번째 회의를 열고 약 8시간 논의 끝에, 최 목사의 청탁금지법 위반에 대해 '기소 권고'로 의결했다. 15명의 위원 중 기소 의견이 8명, 불기소 처분 의견이 7명으로 팽팽했지만, 1표 차이로 기소 쪽으로 결론이 기울게 됐다.
최 목사는 윤 대통령 취임 직후인 2022년 6∼9월 청탁 목적으로 김건희 씨에게 500만원 상당의 금품을 건넸다. 그는 2022년 6월 20일 김건희 씨와 만나 샤넬 향수(28만 원)와 화장품 세트(151만 8000원) 등 총 179만 8000원의 금품을 제공하고, 같은 날 오후 김건희 씨에게 카카오톡(카톡) 메시지를 보내 지인인 김창준 전 미국 하원의원을 '국정자문위원'으로 임명해달라고 청탁했다.
최 목사는 샤넬 향수와 화장품 세트를 건넨 뒤에도 지속적으로 김건희 씨를 만날 목적으로 40만 원 상당의 듀어스 27년산 고급 위스키를 비롯해 책, 램프, 전통주 등을 제공했고, 2022년 7월 29일 최 목사의 후배 작가가 만든 미술 작품을 대통령 공관에 비치해달라는 취지의 청탁을 하기도 했다..
최 목사는 반복되는 금품 제공에도 김건희 씨를 만나게 어렵게되자 2022년 9월 13일 고가인 300만 원 상당의 디올 가방을 선물했다. 최 목사는 김건희 씨에게 가방을 직접 건넨 뒤에도 김창준 전 하원의원의 사후 국립묘지 안장과 통일TV 재송출 등을 청탁했다. 이후 최 목사는 2022년 10월 17일 대통령실 조모 과장으로부터 국립묘지 안정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보훈부 담당자의 연락처를 받았다.
아울러 최 목사는 2023년 7월, 9월 두 차례에 걸쳐 김건희 씨에게 통일TV 재송출과 관련해 카톡 메시지를 보냈고, 최 목사는 이 문제로 대통령실 조모 과장과 직접 통화도 했다. 최 목사 쪽에 따르면 이 시기까지 최 목사는 김건희 씨와 단절없이 연락을 하고 지냈으며, 대통령실 조모 과장과의 통화도 김건희 씨가 연결해줘서 이뤄진 것이었다.
이 같은 내용은 지난해 11월 이후 <서울의소리>가 손목시계 카메라로 촬영한 영상을 공개한 뒤, 차례대로 밝혀지게 됐고, 검찰은 지난해 12월 김건희 씨에 대한 고발장을 접수해 총선이 끝난 올해 5월에야 전담수사팀을 꾸렸다. 그러나 이 사건을 수사한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김승호 부장검사)는 김건희 씨에 대해 단 한 번 비공개 수사하고 '무혐의'라고 잠정 결론을 내렸다.
특히 이 과정에서 '특혜 수사' 시비가 불거졌다. 김건희 씨는 지난 7월 담당 검찰의 휴대전화와 신분증 등을 모두 압수한 상태로 무장 병력이 있는 대통령경호처 부속시설에서 비공개로 '황제 출장 수사'를 받았고, 수사의 공정성·형평성 문제가 제기됐다. 서울중앙지검은 이원석 당시 검찰총장에게 대통령 부인 수사에 대해 보고도 하지 않았다. 이로 인해 김건희 씨에 대한 수심위가 열리게 됐다.
하지만 검찰은 국민들의 반발을 의식해 총장 직권으로 지난 6일 수심위를 열었지만, 무혐의를 주장하는 김건희 씨 쪽과 검찰 쪽 의견만 듣고 불기소 결론을 내리면서 김건희 씨에게 '면죄부'만 주는 꼴이 됐다. 이에 청탁금지법 처벌을 주장하는 최 목사가 자신에게도 진술 기회를 달라고 대검에 소집을 신청하면서 이번 수심위도 열리게 됐다.
그러나 검찰이 애초 명품 가방을 받은 사실이 있는 김건희 씨에 대해 '무혐의'를 주장하면서, 수심위는 시작하기 전부터 코미디가 됐다. 김건희 씨 기소를 주장하는 최 목사는 이 사건의 피고인임에도 '자신을 처벌해달라'고 했고, 검찰은 피고인이 증거까지 들고와 자신을 처벌해달라고 요청함에도 '혐의가 없다'고 부인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졌다.
최 목사 쪽과 검사 쪽은 결국 이날 각각 2시간 넘는 발표와 질의응답을 하며 치열하게 공방했고, 수심위는 최종적으로 최 목사 쪽의 손을 들어줬다. 금품 전달과 청탁 시점 등을 따져볼 때 단순한 취임 축하 선물이나 접견을 위한 수단으로 봐야 한다는 수사팀의 결론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특히 수심위는 최 목사 변호인이 제시한 추가 증거 영상 등을 토대로 김건희 씨에게 준 선물에 윤 대통령 직무와 관련성이나 대가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최 목사의 법률대리인인 류재율 변호사는 이날 수심위 회의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까지 언론에 노출되지 않았던 증거들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수심위에서 불기소가 나오면서 조만간 사건을 종결하려 했던 검찰의 계획에는 제동이 걸린 모습이다. 수심위 의결은 수사팀에 권고적 효력만 갖지만, 사건이 갖는 정치적 파장을 고려할 때 수사팀이 이를 무시하긴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만약 '뇌물을 준 사람은 기소, 받은 사람은 불기소'라는 말도 안되는 상황을 만든다면 거센 국민 비난에 직면할 뿐 아니라 검찰의 존재 이유 자체가 흔들리기 때문이다.
아울러 이번 수심위를 통해 김건희 씨의 명품가방 수수 행위와 윤 대통령의 직무 연관성이 인정됐다면, 윤 대통령도 배우자의 금품 수수를 신고하지 않았기 때문에 퇴임 후 처벌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현직 대통령 형사소추 불가). 또 대통령의 직무 연관성이 인정된다면 배우자인 김건희 씨에 대해 변호사법 위반 및 알선수재 혐의로 처벌도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미 특혜 수사 비난 속에서도 무혐의 결론을 내린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김건희 씨에 대해 추가 수사를 할 동력이 있는지는 의문이다. 검찰이 수심위 권고에 따라 직무 관련성에 대한 판단을 바꾸더라도, 청탁금지법상 금품을 수수한 공직자 배우자의 처벌 규정이 없다는 이유를 대며 김 여사의 무혐의 결론을 유지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심우정 검찰총장 역시 인사청문회에서 "살아 있는 권력에 동일한 법과 원칙 따라서 수사를 해야 된다"고 했지만, 애초 윤 대통령이 '특수통'인 이원석 전 총장을 밀어내고 '기획통'인 심 총장을 앉힌 것도 말 잘 듣는 '충성 총장' '예스맨'이 목적이었고, 심 총장 본인도 김주현 대통령실 민정수석을 여러 차례 상관으로 모시고 일했던 만큼 공정한 결론을 기대하긴 어렵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이에 따라 시선은 김건희 씨의 알선수재 수사를 하는 고위공직자범죄처(공수처)와 김건희 특검법으로 향하고 있다. 앞서 조국혁신당은 김건희 씨를 알선수재 및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공수처에 고발한 바 있다. 오동운 공수처장은 지난달 국회에서 "알선수재 성립 여부에 대해 검토하겠다. 적극적으로 범죄가 성립된다면 원칙에 따라 수사할 예정"이라며 검찰과 별도로 수사할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정치권에서는 명품가방 수수 의혹을 포함한 '김건희 특검법'을 본회의에서 통과시킨 만큼 이번 수심위 기소 의견에 더해 대통령의 특검 수용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윤 대통령은 지난 1월에도 김건희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하며 가족 수사를 방해한 만큼 또다시 이번에도 거부할 것으로 보이지만, 최근 김건희 씨의 공천개입 의혹이 점화된 상태에서 특검까지 거부한다면 심리적 탄핵으로 일컬어지는 10%대 지지율까지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한편 이날 수심위는 최 목사의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에 대해 기소로 권고했지만, 국민의힘이 고발한 명예훼손 혐의에 대해선 공소제기 1명, 불기소 처분 14명 의견으로 불기소 처분을 권고했다고 전했다. 또 보수단체인 서민민생대책위원회 등이 고발한 주거침입,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에 대해서도 만장일치로 불기소 처분 권고를 의결하며, 애초 법리도 맞지 않은 정치적인 목적의 고발이었음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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