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시급 50엔 올린 1054엔 최종조정 돌입
현재는 한국이 5천 원 가까이 더 많아
일본 현장에선 한국행 노동자 늘어 고민
일본 후생노동성의 중앙최저임금심의회는 올해 최저임금 인상을 전국 가중평균치로 사상최고인 50엔(5%)을 올린 1054엔(약 9370원)으로 하기로 하고 최종조정에 들어갔다고 <아사히신문>이 24일 전했다.
일본 올해 최저임금 사상최고인 5% 인상 상정
일본의 최저임금은 노사 대표와 공익대표 유식자들로 구성된 중앙심의회가 매년 도도부현 광역자치단체를 3단계로 나눠 인상액 기준을 제시하면, 자치단체들이 이를 참고해 각기 지방심의회에서 결정한다. 지난해에도 사상최고치인 43엔을 올린 1004엔(약 8926원)으로 최종확정돼 처음으로 1천 엔을 넘어섰다.
한국과의 외국인 노동자 확보경쟁도 영향
일본이 이처럼 큰 폭의 최저임금 인상을 서두르는 것은, 장기간의 무제한 금융완화정책(아베노믹스)가 초래한 엔 약세로 인한 경제 왜곡상태를 벗어나기 위해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이 제시해 온 ‘물가(인플레) 2% 이상 인상’과 지속적인 ‘임금인상’ 요건을 충족시키려는 의도가 크지만, 초저출산률의 인구변동 속에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는 이웃 한국 등과의 해외 노동력 확보 경쟁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5월까지 일본 실질임금 26개월째 연속으로 줄어
올해 일본 중앙심의회에서 노동자 쪽은 올해 춘투에서 정해진 정규직 임금인상률(정기승급 포함)이 대기업 중심의 연합집계로 평균 5.10%로, 사상 최고치였던 점을 근거로 최저임금도 지난해보다 높은 인상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사용자 쪽은 일정한 인상에 이해를 표시하면서도 비용 증가를 충분히 가격에 전가할 수 없는 중소 영세 기업들 사정을 이유로 큰 폭의 인상에는 신중한 자세를 보였다.
물가 상승 영향을 뺀 실질임금은 지난 5월까지 사상 최장인 26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이런 가운데 일본정부는 최저임금에 대해 “2030년대 중반까지 1500엔(약 1만 3335원)”을 앞당겨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내걸고 있다.
시급이 일본보다 5천 원 가까이 더 많은 한국
“조선업계에서 한국의 아시아 인재 몰아가기가 도를 넘고 있다.”
23일 <아사히신문>이 지난 5월 외국인 노동자를 받아들여 기업들에 파견하고 있는 단체 직원으로부터 들은 것이라며 인용한 말이다. 해당 기사를 취재한 기자에 따르면, 그 단체는 다음 달(8월)에 히로시마 현 내의 조선과 용접 관련 4개 회사에 인도네시아인 10명을 파견할 예정이었으나 그들 중 5명이 거기에서 빠졌다. 나중에 알고 보니 한국 조선회사에서 그들 5명을 모두 빼내 가버렸다. “이쪽(일본)이 제시한 시급은 1200엔(약 1만 668원). 한국 쪽은 1700엔(약 1만 5113원)이다. (그러니 한국 쪽이) 데려가도 어쩔 수가 없다. 예전에는 이런 적이 없었다.”(<아사히> 7월 23일)
한일간의 노동자 시급이 5천 원 가까이 차이가 나니 외국인 노동자들이 한국으로 가는 걸 막을 수 없다는 얘기다.
“한국으로 가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날 외국인 노동자 확보 경쟁 관련 기획특집 연재를 시작하면서 <아사히>는 ‘한국편’을 첫 번째로 앞세웠다. 취재기자는 히로시마 현 오노미치 시의 인노시마 철공업단지 협동조합을 찾아갔다. 그곳은 선체를 파트별로 분해한 ‘선체 블록’ 생산량이 일본에서 가장 많은 곳이다. 단지 내에서 일하는 약 700명의 노동자들 중 약 270명이 외국인 노동자들이다. 그 중에 인도네시아인들이 약 100명으로 가장 많다. 선체 블록과 제관(製罐)기계를 만드는 공장에서 인도네시아인들을 비롯해 약 60명의 외국인 노동자들은 없어서는 안 될 존재들이었다. 기자는 용접일을 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을 이끄는 인도네시아인 남성(37)을 취재했다. 2008년에 일본에 온 그는 일시 귀국했다가 다시 와 기능실습생 등으로 6년간 한 회사에서 일하고 있었다. 지난해 5월 기술력 향상 등을 인정받아 더 오래 체류할 수 있는 ‘특정기능’ 자격을 얻었다. 장차 처자까지 불러들일 생각을 갖고 있는 그는 “한국에 갈 생각은 없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유창한 일본어로 “없다. 젊지도 않은데 이제부터 한국어를 익히기는 어렵다”고 대답했다. 그리고 덧붙였다. “한국은 잔업이 있어서 급료가 높다고 들었다. 최근 인도네시아에서 한국으로 가는 사람이 늘고 있다.”
기사에 따르면, 한국의 대형 조선사 관계자가 어느 일본 조선회사 간부에게 “정보교환을 하지 않겠느냐”며 접근해 와 그 간부가 만나보니 “사람을 확보하려면 아시아의 어느 나라에 가면 되느냐”고 조언을 구했다. 라이벌 일본기업 쪽에 상담을 할 정도로 한국 조선회사도 인재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모양이라고 기자는 썼다.
그는 아시아 각국 노동자들 사이에서 돈벌이 나갈 국가로 한국의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며, 합계출산률 0.72(일본은 1.20)까지 내려가 빠른 속도로 초저출산 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는 한국에서 한국인들은 “일이 고되다”며 조선업계를 기피하고 있다고 했다. 그런 현상은 조선업계에만 국한되지 않고 폭넓은 분야에서 진행돼 아시아의 노동자들을 끌어들이고 있다며, 그들이 한국에 영주하는 길도 넓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은 고용허가제로 외국인 노동자 수입을 급속히 확대하면서 매년 그 상한 수를 설정하고 있는데, 2022년에는 약 7만 명이었으나 2023년에는 12만 명, 올해는 16만 5천 명까지로 늘려, 인구가 한국의 약 2배인 일본의 기능실습제도를 통한 입국자수와 거의 같은 규모가 됐다. 한국은 제조업과 농축산업, 건설업 등에다 올해부터 ‘한국요리점 주방 보조’를 시험 도입하는 음식점과 임업 등으로도 수입 대상 영역을 넓히고 있다.
고용허가제로 한국에 체류할 수 있는 것은 최장 4년 10개월씩 2차례다. “고용허가제가 없으면 중소기업은 살아갈 수 없다. 한국에서는 기능을 지닌 인재도 줄고 있다. 숙련 (외국인)노동자에게는 영주권을 주는 것이 당연하다”고 화성 시의 금속가공업체 최고경영책임자는 말했다.
지난해 12월 “이민정책을 도입할지 말지 고민하는 단계는 지났다. 도입하지 않으면 국가 소멸 운명을 피할 수 없다”고 한 당시 한동훈 법무장관의 말까지 인용했다.
일본과 한국은 모두 동남아시아 쪽에서 부족한 노동력을 많이 수입하고 있는데, 이 두 나라에 노동력을 송출하고 있는 미얀마와 네팔의 인재회사 담당자들은 “해외 취업을 희망하는 젊은이들 사이에는 한국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는 말들을 한다고 <아사히>는 전했다.
한국 노동자 시급, 일본 최고인 도쿄 시급보다 높아
그 이유 중에하나는 임금이다. 미쓰비시UFJ 리서치&컨설팅의 관계자는 2023년의 평균월급이 일본의 기능실습생은 21.7만 엔(약 193만 원), 특정기능자가 23.5만 엔(약 209만 원)이라고 했다. 이에 비해 한국은 숙련도가 낮은 노동자라도 28.5만 엔(약 253만 원)이었다. 한국의 2024년 최저임금은 전국적으로 동일한 (시급)9860원(약 1115엔)으로, 최근 환율 기준으로 일본에서 가장 높은 도쿄의 시급을 능가할 정도로 높은 수준이다. 언어 면에서도 한자에다 히라가나, 가타카나까지 뒤섞여 있는 일본어에 비해 한국어는 한글만 익히면 되기 때문에 습득하기 쉽다는 얘기들이 현지에는 많다면서 <아사히> 기자는 다음과 같이 기사를 마무리했다.
“일본이나 한국 모두 외국인 노동자의 존재가 필수불가결한 경제, 사회가 돼 가고 있다. 어느 쪽이 ‘선택받는 나라’가 될까. 인재 쟁탈전이 더욱 거세질 것 같다.”
관련기사
- 최저임금 1만원이 '패닉'이라는 양심불량 언론들
- 살인적 생활물가에 빛바랜 '최저임금 1만원 시대'
- 노동시간 단축이 가진 여러 불편한 진실들
- 일본 “트럼프 당선되면 엔은 더욱 약세” 걱정
- 산으로 가는 최저임금 논의…재계·국힘당 '차등적용론'
- 월급 올랐다?…물가 더 올라 1분기 실질임금 1.7%↓
- 한국은 왜? 저출산이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진행될까
- 일본 엔 시세 반등 지속될까? 시장개입 효과 예측불허
- 방글라데시 하시나 정권 강권통치 민중봉기로 붕괴
- 춤추는 엔과 주가, 물가-임금인상 선순환구도 제약
- 엔과 주가 요동, 일본은행과 투기꾼들의 합작품
- '금리 있는 세계'로 가는 일본, 정부 빚 감당할 수 있나?
- 일본 반도체산업 부활의 꿈 '라피더스' 어디까지 갔나?
- 주가 하락 ‘범인’되기 싫은 일본은행 난해한 금리정책
- 한국 1인당 GDP 2022년부터 일본 추월
개의 댓글
댓글 정렬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