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4~7월 137조 엔 '달러 매도 앤 매입' 시장개입
엔 시세 1달러=161엔대에서 149엔대로 급상승
시장개입 실무 책임자인 재무성 재무관 교체
일본정부와 일본은행, 미국 국채 팔아서 시장개입
누가 미국 대통령 되든 엔 약세 흐름 바꾸기엔 불리
일본 엔 시세가 미국의 금리 인하 전망과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 조치 뒤 반등세를 보이면서 이제까지의 엔 약세 흐름이 바뀔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들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최근 엔 시세 반등은 일본은행의 대규모 엔 매입 시장개입에 따른 것으로, 이제까지의 엔 약세 흐름이 바뀔 것이라고 속단하기는 이르다는 지적들도 많다.
엔 시세 1달러=161엔대에서 149엔대로 급상승
엔은 1일 오전 8시 30분께 도쿄 외환시장에서 1달러=149.98~150엔에 거래돼 전날 오후 5시에 비해 달러 대비 92전(0.92엔) 올랐다. 이는 지난 달 11일 밤 뉴욕 외환시장에서 1달러=161.50엔 전후까지 떨어졌던 것에 비하면 엔 시세는 달러 대비 10엔 이상 오른 것이다.
이런 엔 시세 변동은 8월부터 금리를 기존 0~0.1%에서 0.25%로 올리기로 했다는 일본은행 금융정책결정회의의 7월 31일 발표와, 같은 날 “빠르면 (연방 공개시장회의가 열리는) 9월에 (정책금리를) 내릴 가능성이 있다”고 한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 발언의 영향으로 미국과 일본의 금리격차가 줄어들 가능성이 커졌다는 시장의 전망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 많았다. 그 뒤 도쿄와 뉴욕 외환시장에서 엔 시세는 급등세를 보였으나, 이에는 일본은행의 대규모 엔 매입 달러 매도 시장개입 영향도 작용했다.
일본정부와 일본은행 4~7월 137조 엔 시장개입
일본 재무성은 지난 31일 일본정부와 일본은행이 6~7월에 실시한 외환시장 개입액이 5조 5348억 엔이었다고 발표했다. 개입 대상 기간은 6월 27일~7월 29일로 약 1개월간이다.
엔 매입(사기) 달러 매도(팔기) 개입 결과로 보이는 엔 시세 변동이 있었던 것은 7월 11일과 12일로, 11일 밤(일본 시각) 뉴욕 외환시장에서 엔 시세는 1달러=161.50엔 전후였다가 한때 1달러=157엔대까지로 급상승했으며, 이어 12일 밤에도 1달러=159엔대에서 157엔대 전반까지 급등했다.
일본정부와 일본은행은 올해 4~5월에도 9.7조 엔 규모의 시장개입을 실시했다.
따라서 4월 이후 일본정부와 일본은행의 엔 매입 달러 매도 외환시장 개입액은 6~7월에 약 5.5조 엔에다, 4월 이후 최근까지의 시장개입까지 합해서 총액 15조 엔(약 137조 원=약 1000억 달러)이 넘는다.(<마이니치신문> 7월 31일)
또 시장개입할 기회는 “10월 하순까지 한 번뿐”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시장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일본정부와 일본은행이 앞으로 이런 시장 개입을 또 할 수 있는 것은 “10월 하순까지 한 번”뿐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시장 관계자들이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은 국제통화기금(IMF)의 ‘3회 룰(규칙)’이다. 이는 외환시장 영업일수 3일 이내에 시장개입을 할 수 있는 것은 한 번, 반년간(6개월) 최대 3번(3회)까지 용인된다는 규칙이다. 이처럼 IMF가 시장개입 회수를 제한하고 있는 것은 각국이 수출 등에서 자국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환율을 조작(자국 통화가치 떨어뜨리기)에 경쟁적으로 나서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4회째 개입부터는 IMF에 보고해야 한다.
일본에서 외환시장 개입 움직임이 있었던 것은 지난 4~5월과 7월이다. 모두 휴일과 겹치는 며칠 동안 개입이 이뤄졌다. IMF 룰에 따르면, 일본의 경우 그때의 개입을 각각 1회로 계산해서, 앞으로 반년 내에 개입할 수 있는 기회는 한 번 남은 셈이 된다.
그러나 이 룰에는 벌칙이 없다. IMF는 시장이 기능부전에 빠질 경우에는 외환시장 개입을 용인한다는 견해도 보여 주고 있다. 따라서 룰은 “지침과 같은 것”(IMF)이다.
시장개입 실무 책임자인 재무성 재무관 교체
최근 단기간에 여러 차레 시장개입을 거듭해 온 일본정부와 일본은행의 움직임은 IMF의 이런 시장개입 룰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일본 재무성도 “시장은 무엇이든 (투기)재료로 삼을 뿐”이라며 지켜보고 있다. “필요하면 언제라도 적절한 행동을 취한다”(간다 마사토 전 재무관)는 입장을 보여 온 일본정부와 일본은행의 자세에 변화는 없다고 일본 언론은 전하고 있다.
그런데 일본의 이런 외환시장 개입의 실무 책임자라 할 재무성 재무관 자리가 7월 31일 간다 마사토에서 미무라 아쓰시로 바뀌었다. 이에 따라 지금까지의 외환시장 개입 방식에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1998년 이후 24년만인 2022년에 엔 매입 시장개입에 나선 뒤 올해도 사상 최대규모의 엔 매입 시장개입을 실시한 간다 재무관을 대신한 미무라 신임 재무관은 금융청과 국제결제은행(BIS) 직무를 거쳐 재무성에서 국회 대응 문서과장 등의 요직을 맡아 온 사람으로, 간다 전 재무관과는 스타일이 다르다. 언론매체들에 시장개입 관련 정보를 스스로 발신함으로써 시장(의 투기꾼)을 견제해 온 간다 스타일을 미무라는 답습하지 않을 것이라는 보도들이 나왔다. 일본 재무성 내에서 “간다 씨와는 다른 타입으로, 수완가”라는 평을 듣는 미무라를 두고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개입해서 효과를 내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고 예상하는 사람도 있다. 간다 전 재무관과는 대조적으로 (미무라의) 움직임을 읽기 어렵다는 점이 시장(투기꾼)에 대한 견제력을 발휘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개입 여부는 정부의 판단이고, 간다 씨여서 (그런 식으로) 개입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니다. 재무관이 바뀌더라도 정부의 기본노선은 변함이 없을 것”이라는 시각이 대세를 이룬다.
재무관까지 교체하기에 이른 일본정부의 시장(투기) 견제 노력은 절박해 보이지만, 그것만으로 얻을 수 있는 효과는 별로 없을 것이라는 얘기다.
일본정부와 일본은행, 미국 국채 팔아서 시장개입
일본정부와 일본은행은 시장개입을 할 여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애를 쓴다. 시장관계자에 따르면, 2022년 이후의 개입은 외화(달러 등) 예금을 빼내서 한 것이 아니라 보유 중인 미국 국채를 팔아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국채를 매각하면 미국의 장기금리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미쓰비시UFJ 모건 스탠리 증권의 환율 전락가 류 쇼타는 그런 미국 국채 매각을 통한 시장개입이 “(일본)정부로서는 (미국 국채를 매각해도 괜찮다는) 미국의 이해를 얻고 있고, (개입할) 자금도 아직 있다는 것을 (시장에) 보여주고자 하는 의도가 있다”고 본다.(<마이니치> 7월 31일)
일본은행은 지난 7월 12일 유럽연합의 유로에 대해서도 시장개입을 준비하고 있다는 자세를 드러냈다. 그날 일본은행은 사상 처음으로 엔 매입 유로 매도 시장개입을 할 태세(환율 체크)를 보임으로써 외환시장 투기꾼들을 견제했다.
11월 미국 대선도 엔 시세 좌우할 불안정 요소
한편 일본 엔 시세 흐름에 형향을 주는 또 하나의 중요한 불확정 요소가 11월의 미국 대통령선거다. 만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겨 재집권하게 될 경우 엔 약세 기조가 다시 재연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전망은 미국의 무역적자를 싫어하는 트럼프가 엔 약세를 그냥두지 않겠다고 한 최근 발언과 상충되는 것이어서 의외지만, 트럼프가 공언하고 있는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 대폭 인상과 대형 감세 조치가 인플레 요인이 되기 때문에, 그럴 경우 미국이 금리를 대폭 인하하기 어려울 것이고 이에 따라 엔 약세의 최대 요인 가운데 하나인 미국과 일본의 금리 격차가 좁혀지지 않을 것이며, 결국 엔 약세 달러 강세가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에 따른 것이다.
따라서 일본과 미국의 향후 금융정책, 그리고 미국 대통령선거 결과에 따라 일본정부와 일본은행의 시장개입 가능성이 다시 높아질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시장개입을 한다고 해도 그 효과는 개입 빈도에 반비례해서 약해질 가능성이 크다. 환율 전략가 류 쇼타는 “개입은 되풀이될 때마다 시장이 익숙해지게 된다. 한 번 할 때마다 효과는 약해져, 개입 전의 시세로 되돌아가기 쉬운 상태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일의 금융정책과 미국경제 상황에 따라 달라져
외환시장에서는 2022년 3월 이후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금리를 급속도로 올려 미국과 일본의 금리차가 크게 벌어지면서 엔 매도 달러 매입 움직임이 거세졌다. 달러 대비 엔 시세는 금리 인상이 시작되기 전의 1달러=115엔에서 올해 7월 상순 37년만의 최고치인 1달러=161엔대 후반까지 떨어졌다.(엔 환율 상승) 최근 2년간의 엔 약세 국면에서는 일본정부와 일본은행이 엔 매입 달러 매도 시장개입으로 급속한 엔 약세 진행에 제동을 걸기 위해 애를 썼다. 7월 31일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 조치와 미국 FRB 파월 의장의 9월 금리 인하 가능성에 대한 언급으로 미국과 일본의 금리격차가 축소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엔 시세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흐름(엔 강세)을 탈 가능성이 생겨났다.
과거에도 미국 FRB가 금리를 인하하면서 엔 강세가 진행된 경우가 있었다. 서브프라임(비우량 주택담보 대출) 문제가 심각해지기 시작한 2007년 9월 이후 FRB는 리먼 쇼크(2008년의 월스트리트발 세계 금융공황) 전까지 총 3%가 넘는 금리 인하를 단행했다. 금리 인하 개시 뒤의 반년간 엔 시세는 달러 대비 12엔 정도 올라갔다.
미국경제의 연착륙을 겨냥한 1995년 7월 이후의 금리 인하 국면에서는 정책금리의 인하 폭이 총 0.75%에 그쳤다. 미국경기가 급격한 감속을 피하면서 금리 인하 뒤 반년간 엔 시세는 달러 대비 19엔 정도 내려갔다. 금리 인하 속도와 배경에 있는 경제정세에 따라 환율(환 시세)의 반응이 이처럼 달라지는 것이다.
제롬 파월 FRB 의장은 7월 31일 기자회견에서 향후 금리 인하 속도에 대해 “구체적인 선행 지침은 내지 않겠다”고 했다. 미국 금리 선물시장에서는 9월 이후 11월과 12월 등 연속 3차례의 연방 공개시장회의에서 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JP모건 체이스의 마이클 펠로는 “노동시장 사정이 위축돼 실업률이 계속 악화되면 회의 때마다 금리를 인하할 수도 있다”고 했다. (<닛케이> 8월 1일)
이처럼 엔 약세 흐름의 반전이 더욱 분명해질지의 여부는 일본은행의 추가 금리인상 동향에 의해 좌우되는 면도 있다.
일본은행은 엔 매도에 대한 견제로 금리 인상을 내비치는 한편으로, 일본경제가 일단의 금리 인상을 감내할 수 있을지 불안이 남아 있다고 <닛케이>는 1일 기사에서 지적했다. 미국의 생명보험회사인 브루덴셜 파이낸셜의 자산관리 업체인 PGIM(프루덴셜 투자관리)의 로버트 티프는 미국과 일본의 정책금리 격차가 아직 5%라는 점을 지적하면서 “이것이 앞으로 적어도 1%는 축소돼야 엔 시세가 안정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닛케이>)
누가 미국 대통령이 되든 엔 약세 흐름 바꾸기엔 불리
여기에다 미국 대통령선거도 그 결과가 어떻게 되든 일본 엔 시세가 약세에서 벗어나는데 유리하지 못하다는 전망이 많다. 앞서 살펴봤듯이 트럼프가 이길 경우, 그가 엔 약세를 싫어함에도 불구하고 중국산에 대한 관세 대폭 추가인상과 대규모 감세조치 연장 등으로 인플레와 금리가 계속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당선된다면 바이든 정권과 마찬가지로 달러 강세를 용인하는 자세를 계속 취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지금과 같은 과도한 엔 약세 흐름이 바뀔 수 있을지 여부는 여전히 예측 불허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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