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대, 고민정, 임광현…국힘에 부화뇌동

당 대표가 주장했던 ‘횡재세’는 흐지부지

국힘, 오락가락 민주당에 감세 동참 촉구

“증세 이야기 없는 민주당도 감세 중독?”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이 밀어붙이는 종합부동산세(종부세) 폐지와 상속세 완화, 기업 세액공제 확대 등 부자 감세에 더불어민주당이 부화뇌동하고 있다. 중산층 세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으나 수십조 원의 세수 펑크로 취약층 지원을 위한 예산이 줄고 있는 데다 소득과 부의 불평등이 심해지는 상황에서 민주당마저 감세 논의에 참여하는 게 적절한지 의문이다. 세부 내용이 아무리 합리적이라도 정책에는 우선순위가 있다. 세법 개정은 단기간에 이루어질 수 있는 사안도 아니고 윤석열 정부의 부자 감세로 빈부 격차가 커진 시점에서 바람직하지도 않다.

 

더불어민주당 진성준 정책위의장이 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정책현안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4.6.4.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진성준 정책위의장이 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정책현안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4.6.4. 연합뉴스

그런데도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띄운 부자 감세 논의에 말려드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 임광현 원내부대표는 4일 원내대책회의에서 국민의힘을 향해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와 상속세 개편에 대해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물론 개편 방향은 전혀 다르다. 금투세 개편은 세금을 부담할 수 있는 부자들의 자본소득에는 정당하게 과세하되 개미투자자를 보호하자는 게 골자다.

상속세도 정부와 국민의힘이 주장하는 것처럼 최대 주주 20% 할증 과세 폐지와 가업 상속 공제 한도 확대 등이 아니라 28년째 5억 원인 일괄공제액을 조정하자는 것이다. 집값이 많이 올라 중산층도 상속세 과세 대상에 포함된 만큼 이 정도의 개편은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국세청 차장 출신인 임 부대표는 민주당 비례대표로 22대 국회에 입성했다. 자신의 전공과 전문 지식을 살려 이런 의견을 피력할 수는 있다. 그러나 지금은 세부 세법의 불합리한 항목 개정을 논의할 때가 아니다. 서민과 취약층 지원용 재원 마련을 위한 증세 논의가 더 시급하다는 점에서 전략적 실책이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와 고민정 최고위원이 각각 '1주택자 종부세 완화'와 '종부세 폐지'를 언급하자 정부와 국민의힘은 기다렸다는 듯이 상속세 완화와 금투세 폐지, 기업 세액공제 범위 확대 등 세제 개편을 위한 여론몰이에 나섰다. 민주당 일각에서 제기된 종부세 완화론을 빌미로 ‘부자 감세’ 시즌2를 감행하려는 모양새다. 국민의힘은 이들 법안을 22대 국회 주요 입법과제로 발표하고 세제 개편 특별위원회도 출범시키기로 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불붙인 종부세 개편 논의에 책임 있는 자세로 임해주기 바란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그러나 대다수 국민은 국민의힘과 민주당 등 거대 양당의 세법 개편 논의에 관심이 없다. 고물가와 고금리가 장기화하며 삶이 팍팍해진 상황에서 종부세와 상속세 개편 등은 ‘먼나라의 일’로 들릴 뿐이다. 민주당은 이런 민의를 반영해 정부와 여당의 부자 감세 폭주를 막고 오히려 취약층 지원을 위한 재정의 적극적인 역할과 세원 확보 대책을 추진하는 게 우선이다. 세제 개편은 나중에 정권을 잡고 논의해도 늦지 않다.

 

지난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주거권네트워크 관계자들이 종부세 폐지·완화 주장 거대 양당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4.6.3. 연합뉴스 
지난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주거권네트워크 관계자들이 종부세 폐지·완화 주장 거대 양당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4.6.3. 연합뉴스 

종부세만 하더라도 국민의 절반 이상은 개편 자체를 반대하고 있다.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가 지난 2일 발표한 ‘22대 국회에 바라는 조세·재정 정책 국민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52%가 ‘1주택 종부세 폐지’를 반대했다. 54%는 윤석열 정부의 감세 정책이 ‘부자 감세’라고 답했다. 참여연대는 이런 결과를 발표하며 “부자 감세에 앞장서는 민주당이 국민의힘과 뭐가 다른가”라고 질타했다.

여론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민주당은 뒤늦게 ‘신중론’으로 돌아섰다. 민주당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4일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개별적인 견해들이 나오면서 시민사회에서는 당이 종부세를 폐지하고 완화하려고 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그는 “당에서는 공식적으로 종부세 관련 논의를 진행하지 않고 있다. 졸속으로 검토할 일이 아니고 개별 의원의 소신에 의해서 할 수 있는 사안도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세법 개정은 국민 여론을 광범위하게 수렴하고 국가 재정 상황도 검토해 당론을 정할 문제이고 조세 정의와 과세 원칙이 훼손되지 않도록 하는 것도 대단히 중요하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정부와 국민의힘이 밀어붙이려는 ‘부자 감세’에 대해 명확하게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지 않고 있다. 기회주의적 행태를 버리지 못한 것이다.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종부세와 상속세 등에 대한) 세법 개정이 필요하다면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지난해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제기했던 횡재세 도입도 흐지부지되고 있다. 유럽 주요국은 현재 횡재세를 부과하고 있다. 이를 우리도 도입해야 하느냐에 대한 공방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세수 확보와 양극화 해소를 위한 ‘부자증세’ 관점에서 생각해 볼 수 있는 제도다. 부자 감세를 위한 세제 개편보다 훨씬 더 생산적인 논의가 될 수 있다.

민주당의 오락가락하는 모습에 대해 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도 쓴소리를 했다. 그는 3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에서 민주당을 이렇게 조롱했다. “민주당에서 종부세 폐지 얘기가 나오는 걸 보면 민주당도 ‘감세 중독’에 전염된 모양이다. 맨날 부자 감세, 세수 펑크를 비난하던 민주당에서 총선 압승 후 ‘증세’ 얘기는 한마디도 안 나온다.” 이재명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의원들이 뼈아프게 들어야 할 충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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