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정부 "종부세 폐지 검토"…언론 앞다퉈 호응 나서
헌재 합헌 결정에도 언론 '징벌과세' '중산층과세' 주장
"종부세는 정의로운 세금"…'중산층 부담'도 과장·억지
이파트 광고수익·집값상승 노리는 경제지·토건 언론들
세수부족·부동산 거품 따른 국가경제 위기 관심 없어
최근 더불어민주당 일각에서 1주택자에 대한 종합부동산세 폐지 주장이 나왔다. 지난달 30일에는 헌법재판소가 강남 부동산 부자들이 낸 종부세 위헌 소송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다. 다음날 대통령실이 종부세 폐지 등을 포함한 세제개편안을 마련 중이라고 말하자 일부 주류 언론들이 기다렸다는 듯 종부세 폐지론을 들고 나왔다.
노무현 정부 때인 2004년 종부세가 처음 거론됐을 때부터 줄곧 종부세를 악마화하고 흔들어온 주류 언론들은 윤석열 정부 때인 지금이 종부세 폐지의 적기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대통령실이 “종부세 폐지는 윤석열 대통령 대선 후보 당시 공약”이라고 하자 언론은 “공약을 지키는 것”이라며 맞장구를 치고 있다. 헌재의 종부세 합헌 판결과 세수 부족으로 인한 나라 경제위기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다.
특히 경제지들과 건설회사 소유의 언론들은 지난달 헌재의 종부세 합헌 결정에 대해 억지 논리를 들이대며 종부세 폐지 주장을 폈다. 매일경제는 30일 “종부세 합헌 결정 나왔지만 재산세와 합치는 게 옳다” 제목의 사설에서 “중산층 부담을 줄여주고 이중과세, 징벌적 과세 논란을 해소할 수 있도록...종부세를 폐지하고 재산세로 일원화하는 것이 옳다”는 주장을 폈다. 이 신문은 “집 한 채가 전재산인데...강남 아닌 강북주민이 서울 종부세 40% 낸다”(6.2), “서울에 집 있으니 내라고?...부자도 아닌데 내는 종부세에 부글부글”(5.31) 등의 기사에서 ‘중산층 세금폭탄’이란 논리로 종부세 흔들기에 나섰다.
서울경제도 같은 날 사설에서 “헌재는 종부세 적법성 여부를 판단한 것이지 경제현실과 국제기준에 맞는 것인지를 따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헌재 결정과 무관하게 종부세를 폐지하거나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경제는 “종부세 폐지·상속세 완화, 국회에서 제대로 붙어보라” 제목의 사설에서 “(종부세 폐지는) 맞는 말”이라고 단정하고 역시 ‘이중과세’ ‘징벌적 중과’라는 이유로 종부세가 ‘불합리하고 기형적’이라고 주장했다.
조중동은 대통령실의 종부세 폐지 검토 방안을 전달하며 이를 기정사실화하는 기사를 썼다. 호반건설이 주인인 서울신문은 “종부세·상속세 완화로 경제 활력 불어넣길”이란 제목에서 마치 종부세 때문에 경제가 어렵다는 듯한 황당한 주장을 내놨다. 일부 언론은 종부세제가 '누더기'가 되어 아예 폐지하자는 주장도 내놓았다. 종부세가 '누더기'가 된 것은 종부세를 흔들어댄 토건세력과 언론 때문이다.
한마디로 헌재의 합헌 판결은 무시하자면서 ‘중산층 세금’ ‘이중과세’ ‘징벌적 과세’ ‘경제활력’ 등 억지 논리로 종부세를 흔들고 있는 것이다. 헌재가 서울 강남 다주택자들의 위헌 주장을 인정하지 않은 것은 종부세가 부동산 투기 억제와 시장안정에 기여하고 지역 간 균형발전에도 기여하는 등 부과에 합리적 이유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또 일정가액 이상의 부동산 보유에 대한 과세라서 ‘과잉금지 원칙’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했다. 언론의 ‘이중과세’ ‘징벌적 과세’ 등의 주장이야말로 과장됐다는 것이다.
‘중산층 세금’이라는 언론의 보도도 심각한 왜곡이다. 정부 자료를 보면 2023년 종부세 납부자(주택분)는 41만명 정도로, 전체 인구 5천만명의 1%도 되지 않는 소수의 부자들이다. 전체 가구수 2천1백만의 1.9%, 전체 가구 중 주택을 소유한 가구 1천2백만 가구의 3.3%에 해당된다. 종부세를 낼 만큼 비싼 아파트를 소유한 최상위 자산가들인 것이다. 그런데도 일부 언론들은 종부세를 ‘중산층 세금’이라고 한다. 도대체 우리나라 중산층은 누구인가?
주류 언론들이 과거 노무현 정부 때부터 지금까지 줄곧 ‘종부세는 중산층·서민 잡는 세금폭탄’이라고 주장할 때 자주 불러오는 사례가 있다. 1주택자로 소득이 없거나 적은 노인층, 혹은 월급쟁이 직장인의 사례다. 버는 돈도 없는데 종부세 대상에 해당돼 ‘세금폭탄’을 맞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사례가 얼마나 될까? 게다가 1주택자의 경우에도 이미 종부세 공제금액 기준(공시가격)을 9억 원에서 12억 원으로 높여놓아, 실거래가 15억 원이 넘는 고가 주택 보유자가 과세대상이 된다. 여기에다 세율도 낮아져 실거래가 15억 원 초과 주택보유자가 내야하는 종부세 금액은 크지않다.
지난해 언론은 “종부세 226만 원을 내던 강남 대치동 은마아파트 집주인이 한푼도 내지 않게 되어 종부세 지옥에서 탈출했다”며 환호성을 부르기도 했다. (관련 기사 "종부세 감소에 환호…2%를 대변하는 언론들") 1주택자인데도 종부세가 부담스러울 정도로 너무 비싼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다면 조금 가격이 낮은 아파트로 바꾸면 된다. 이렇게 되면 집값 하락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종부세 납부자 수와 세액은 문재인 정부 때에 크게 늘었다. 집값이 급격히 상승한 것이 가장 큰 이유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 들어 과세대상과 납세금액이 대폭 줄었다. 윤 정부가 주택 공시가격 현실화율과 세율을 낮추고 기본공제는 인상하는 감세조치를 추진했기 때문이다. ‘덕분에’ 지난해 종부세 납세자 인원은 전년 120만 명에서 3분의 1로 줄고 3조 가량의 세액도 1조5천억으로 반토막 났다. 이미 이 정부가 부자감세로 그야말로 ‘최상위층 집 부자’가 아니면 웬만한 부자도 종부세 과세 대상에 포함되지 않도록 해놓은 것이다. 그런데도 언론은 아직도 ‘종부세는 중산층 세금’이라는 황당한 주장을 하고 있다.
시민단체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지난달 29일 발표한 자료를 봐도 ‘종부세=중산층 서민’ 주장은 터무니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경실련이 국세청 국세통계를 분석한 자료를 보면, 종부세 납부액의 80%정도가 2주택 이상 보유자들이다. 역시 최상위층이 종부세의 대부분을 부담하고 있다는 것이다. 경실련은 이 자료에서 “종부세가 중산층 세금폭탄이라는 주장이 황당한 기만임과 동시에 종부세 폐지는 결국 자산가들을 위한 부자감세라는 점을 명백히 보여주는 증거”라고 밝혔다.
‘이중과세’ ‘징벌과세’ ‘중산층 세금폭탄’이라는 종부세 폐지의 억지 논리만 문제가 아니다. 윤 정부의 부자감세로 작년 51조 원의 ‘세수펑크’가 발생했다. 올해는 1~4월에만 또다시 8조 원의 세수부족이 예상되고 있다. 부자감세로 세수가 줄면 경제 회복이나 중산층·서민 복지, 그리고 종부세 수입을 활용한 서민 주거복지와 지역균형발전이 축소될 수 밖에 없다. 종부세 폐지가 투기꾼과 토건족들에게 기회로 작용해 또다시 아파트 시장이 들썩이고, 가계부채가 늘고, 부동산PF 대출이 살아나면 부동산 거품으로 인한 한국 경제 몰락은 어쩔 것인가?
그런데도 주류 언론은 종부세 폐지라는 감세 정책을 열렬히 지지하고 있다. 부동산 시장에 불을 붙여 언론사 대주주인 건설회사가 돈을 벌고 언론사는 광고수익만 챙기면 나라 경제가 위태로워져도 상관없다는 것인가. 종부세를 끝내 무력화하려는 정부와 토건세력, 그리고 이를 견제하기는커녕 부채질하고 있는 언론이 나라를 망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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