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명계 "섭섭할 순 있지만…친명 체제는 더 강화"
"개혁성향 강한 인물…온화한 성품도 장점될 듯"
기성언론 '이재명 일극체제' 프레임 무색
이재명, 일부 반발 수습 위해서 리더십 발휘해야
민주당몫 국회부의장엔 친노·친명 4선 이학영 의원
제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선출에 이변이 벌어졌다. 4·10 총선에서 5선에 성공한 더불어민주당 우원식(67) 의원은 16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당선자 총회에서 예상을 깨고 재적 과반을 득표, 추미애(66) 당선자를 누르고 전반기 국회의장 후보로 뽑혔다. 국회의장은 다음 달 5일로 예정된 22대 국회 첫 본회의에서 표결을 거쳐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22대 국회 당선자의 압도적 과반이 민주당인 만큼 사실상 확정이다.
우 의원은 수락 인사에서 "이번 선거는 너무나 분명한 민심을 국민들이 우리에게 알려줬다. 민심의 뜻을 따라서 국회가 할 일을 해야 한다"면서 "민주당 출신의 국회의장과 부의장이 함께 이끌어가는 국회는 반드시 나라를 나라답게 하고 국민을 살기 좋게 하는 국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에서 제시하는 방향, 제기하는 법안들이 국민의 뜻과 함께 국회에서 실현되는 것이 대한민국의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낼 수 있는 길"이라며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가 도움이 되지 않는가, 옳은가 옳지 않은가를 기준으로 22대 국회 전반기를 잘 이끌겠다"고 다짐했다.
우 의원은 특히 "앞의 국회와는 완전히 다른 국회가 될 것"이라면서 "올바른 일이 있으면 여야간 협의를 중시하지만, 민심에 어긋나는 퇴보나 지체가 생긴다면 여야가 동의해서 만든 국회법에 따라서 처리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립은 몰가치가 아니다. 중립은 국민의 삶을 편안하게 만들고 국민의 권리를 향상시켜나갈 때 가치가 있다"며 "국회의장은 단순한 사회자가 아니다. 민심을 그대로 반영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개혁입법 의지를 재차 강조했다. 그는 "구름 위에 떠있는 국회의장이 아니라, 국민의 삶 안에 깊숙이 발을 붙이고 국민과 함께 고통을 나누면서 사회적 약자의 권리를 보장해나가는 길로 나아가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번 국회의장 선출은 '반윤' 상징성이 강한 추미애 당선자에게 민심과 당심이 기울었다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었다. 여론조사꽃이 지난달 26~27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1명으로 대상으로 한 자동응답방식(ARS) 조사 결과에 따르면 차기 국회의장 적합도 질문에 △추미애 45.8% △박지원 9.5% △조정식 5.3% △정성호 4.5% △우원식 3.7% 순으로 나타났다. 지난 14일엔 추미애 당선자를 지지하는 2만 1054명의 민주당원이 온라인 서명을 통해 추 당선자를 국회의장으로 추대하라며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민심과 당심이 추 당선자에게 기울었던 만큼 이날 선출 결과에 실망한 일부 당원들이 "실망스럽다" "탈당하겠다"며 반발하기도 했다.
예측과는 다른 결과가 나왔지만, 민주당 원내에선 현역인 우 의원이 조직력 등이 강점으로 작용했다는 분위기다. 총회에 참석한 재선 의원은 <시민언론 민들레>와 통화에서 "추 당선자는 4년간 공백이 있었지만, 우 의원은 연속성을 갖고 소통을 잘 해온 게 통한 것 같다"며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잡음이 일부 있었던 것과 22대 국회 운영과 관련해 나름의 정무적 판단을 한 것 아닌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민심, 당심과 위배된 것 아니냐는 물음엔 "일부 국민이나 당원들께서 그러실 수 있지만, 우원식 의원 자체가 당내에서 개혁적인 사람으로 손 꼽히기 때문에 (당원들도) 기대를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친명계 재선 의원도 <민들레>와 통화에서 "원내에선 우 의원이 압도적으로 유리한 상황이었다"며 "추 당선자는 이제 막 국회로 복귀했고, 우 의원은 21대 국회에서 원내대표와 예산결산특별위원장 등을 맡으면서 조직이 전부 살아있었기 때문에 추 당선자가 오히려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민심, 당심과 결과간 차이에 대해선 "비명이었다면 절대 안 됐겠지만, 당선자들 입장에서 추 당선자와 우 의원 모두 개혁이라는 측면에서 별 차이가 없었다"고 덧붙였다.
우 의원은 당내에서 개혁성향이 강한 인사로 손 꼽힌다. 우 의원은 민주당 '을지로위원회(을乙 지키기 민생실천위원회의)를 오랫동안 이끌며 현장을 누비며 실천력을 보여주기도 했다. 때문에 국회의장 선출 전부터 추미애든 우원식이든 개혁 드라이브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될 것이라는 게 야권 내 전망이었다. 우 의원은 의장 선출 전에도 입장문을 내고 "폭주하는 검찰 권력을 저지하기 위해 검찰개혁 시즌3를 추진하는 책임 의장이 되겠다"며 "검찰수사권 분리를 위한 로드맵을 의장 임기 내 주도하겠다. 대검찰청의 지방 이전을 임기 내 확정하고 추진해 서초동 검찰시대를 종식하겠다"고 강조했었다.
우 의원은 총회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대통령의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에 대해 "국민에게 꼭 필요한 법을 지속적으로 거부하는 건 헌법에서 정한 입법권을 부정, 침해하는 일"이라며 "대통령의 거부권은 아주 제한적으로, 국민이 동의할 만한 사유가 있을 때 행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개헌에 대해서도 "우리 사회가 고민하고 있는, 또 헌법 미비로 생겨나는 문제를 해소하는 데 가장 중요한 첩경"이라며 "권력구조 개편, 입법부 삼권분립을 분명하게 하는 문제 등 부분들이 개헌안에 당연히 담겨야 한다"고 말했다. 또 "윤석열 정권 들어서고 국회 압수수색이 22번 있었는데 그중에 95%가 민주당과 관련된 압수수색"이라며 "압수수색에 국회의장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아주 엄격하게 꼭 필요한 일인지 살펴보고 하겠다"고 말했다.
친이재명계 인사들은 우 의원이 추 당선자에 비해 더 '친명' 성향이 강하고, 이 대표 입장에서도 추 당선자보다 우 의원이 '심리적 거리'가 가깝다고 보고 있다. 단적인 예가 지난 대선 국면이다. 추 당선인은 당시 이 대표의 라이벌 경선 후보였다. 반면 고(故) 김근태 전 상임고문 계파인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련) 출신인 우 의원은 당내 경선부터 총괄선대위원장으로 이 대표와 호흡을 맞췄다. 이 대표의 '경기도 라인' 인사는 <민들레>와 통화에서 "우 의원은 민평련에서 일부 반명 기류가 있었음에도 가장 먼저 뛰쳐나와 경선 때부터 이 대표를 지지한 친명으로 볼 수 있다. 우 의원과 이 대표는 매우 가까운 사이"라고 말했다.
이 인사는 "일부 당원들은 추 당선자가 될 것이라는 예상이 빗나가서 섭섭할 수 있겠지만, 오히려 우 의원 선출은 '친명'이 강화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 인사는 우 의원의 온화한 성품도 강점으로 꼽았다. 그는 "우 의원의 인품이 좋은 점과 푸근한 이미지도 (당내 투표에서) 유효했던 것으로 보인다"면서, 추 당선인과 함께 개혁 성향의 의장으로 꼽히면서 국회 운영 측면에선 여당인 국민의힘을 컨트롤하는 데 우 의원이 더 강점을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우 의원이 당선되면서 언론과 정치권의 '이재명 일극체제' 비판이 과도했다는 점도 확인됐다. 그동안 기성 언론과 반이재명계 인사들은 '추미애=친명, 명심'이라는 자의적이고 인위적인 프레임을 만들어, 의전 서열 8위 야당 대표가 서열 2위 국회의장 후보를 '교통 정리' 한다며 친명계와 이 대표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러나 그들이 말하는 '이재명 일극체제' 기준에 따르면 우 의원도 단일화 과정에서 정리되거나 떨어져야 했지만, 역설적으로 끝까지 완주해서 대이변을 만들어냈다.
'일극체제'라 비판하던 언론들은 이제 타깃을 바꿔 우 의원 선출이 친명계에 제동을 건 것이라 해석하며 당내 분열을 예고하고, 이 대표의 리더십 균열을 언급하지만, 이 역시 자의적이고 인의적인 기준에 따른 과한 해석이라 볼 수 있다. 앞서 설명한대로 우 의원은 GT계이면서도 친명계이기 때문이다. 다만 상징성이 강한 추 당선자의 낙선으로 당원의 반발이 강한 만큼, 당심·민심을 수습하는 것은 이 대표에게 하나의 과제로 남게 됐다. 22대 국회 개원 전에 내부의 작은 차이를 극복하고 분위기를 쇄신하기 위해 이 대표가 리더십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이날 국회의장 경선 뒤 기자들을 만나 '그동안 당심이 추 당선인에게 있다는 분석이 많았는데 결과는 다르게 나왔다'라는 질문을 받고 "당선자들이 판단한 것이니 이 결과가 당심이라고 봐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떤 후보도 국회의장 역할을 아주 훌륭하게, 국민의 뜻에 맞게 잘 수행할 것으로 생각한다"강조했다. 이 대표는 의장 선거에서 당 대표 의중이 반영됐다는 지적엔 "저도 (다른 당선인들과 같은) 한 표다"라고 짧게 말하며 선을 그었다.
한편 이날 22대 국회 전반기 민주당 몫 국회부의장 후보로는 이학영 의원이 선출됐다. 이 의원은 시민사회운동가 출신 4선 의원으로 학생운동에 이어 시민운동에도 투신해 '시민사회의 대부'로 불렸다. 2012년 19대 총선을 시작으로 경기 군포에서 내리 4선을 했다. 제도 정치권 입문 이후 사회·경제적 약자 권리 보호에 집중해 왔다. 2016∼2018년 민주당 을지로위원장을 맡으며 제주 음료공장에서 발생한 현장실습 고교생 사망사고를 공론화했고, 학교 인근 도박장으로 논란이 됐던 서울 용산구 화상경마장 폐쇄를 이끌었다. 2009∼2011년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 이사를, 2015년부터는 상임고문을 맡는 등 대표적인 친노(친노무현)계 의원이며, 친명(친이재명)계로도 분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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