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로 따지면 훨씬 더 우리와 많이 가까이 한 분"

추미애 지지 당원들 의식한 듯 "참 말하기 어려워"

"당원 중심 정당으로 제도 개혁할 기회, 이론 없어"

'친명' 김성환, 민주 의원 중 우원식에 투표 첫 공개

"30년 지켜봐…총선 민심‧당심 가장 잘 실천할 후보"

우원식 "당원들 마음 잘 알아…민심과 당심 받들 것"

당원 권한 강화 각종 방안 봇물…'당원국' 신설할 듯

"원내대표‧국회의장 선거에 당원 투표 50%" 제안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1일 오후 7시부터 국회 본관 앞 농성장에서 열린 '해병대원 특검법, 민주당의 갈 길' 당원 난상토론에서 발언하고 있다. 오마이TV 생중계 화면 갈무리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1일 오후 7시부터 국회 본관 앞 농성장에서 열린 '해병대원 특검법, 민주당의 갈 길' 당원 난상토론에서 발언하고 있다. 오마이TV 생중계 화면 갈무리

일반적인 예상과는 달리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장 후보 경선에서 추미애 당선인이 탈락한 이후 당원들의 반발이 좀체 사그라지지 않자 '당원 권한 강화'를 위한 각종 방안이 당내에서 봇물처럼 터져나오고 있다. 이재명 대표가 앞장서 물꼬를 트는 형국이다. 이 대표는 지지층의 동요가 더 이상 확산되지 않도록 '당원국' 신설 등 제도적 보완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한편, 우원식 후보를 과도하게 매도하는 일각의 움직임에 대해서는 경계의 목소리를 내며 자제를 당부하고 있다.

이 대표는 21일 오후 7시부터 국회 본관 앞 농성장에서 열린 '해병대원 특검법, 민주당의 갈 길' 당원 난상토론에서 국회의장 후보 경선 뒤 벌어진 당원들의 탈당 사태에 대해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게 한 가지 있다"며 "이번에 탈당한 분들 중에 최근 입당한 분이 과잉 반응으로 탈당하거나 소수의 팬덤 아니냐는 지적 있는데 실제로는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최고위 때도 말했는데 저한테도 원망 문자들이 많이 온다. 잠시 일렁임 정도가 아니고 근본적인 밑바닥 흐름에서 (당심의) 변화가 감지되는 중"이라며 "이 흐름을 당이 분열하고 역량이 훼손되게 할 건가, 아니면 새 발전의 계기로 만들 건가 그 기로에 있는 것 같다. 이건 정말 근본적으로 들여다봐야 할 상황"이라고 했다.

또 "소위 '뽑은 유권자' '뽑힌 의원' '뽑힌 자들의 대표'의 3단계가 있는데 뽑은 유권자의 의지는 (뽑힌 자들의 대표를 뽑는 일에) 어느 정도 반영돼야 하는가, (뽑힌 의원들과) 똑같아야 하는가, 똑같은 게 반드시 바람직하냐 이런 논쟁들이 시작된 것"이라며 "왜 의장 선거에서 민심 혹은 당원의 일반적인 의견과 다른 결론이 났는지, 그리고 이걸 어떻게 개선할 건지 두 가지 질문이 있다"고 짚었다.

 

21일 오후 7시부터 국회 본관 앞 농성장에서 열린 '해병대원 특검법, 민주당의 갈 길' 당원 난상토론에서 김민석 의원이 이재명 대표 옆에 앉아 발언하고 있다. 오마이TV 생중계 화면 갈무리
21일 오후 7시부터 국회 본관 앞 농성장에서 열린 '해병대원 특검법, 민주당의 갈 길' 당원 난상토론에서 김민석 의원이 이재명 대표 옆에 앉아 발언하고 있다. 오마이TV 생중계 화면 갈무리

토론 참석자들은 당원 권한 강화 방안을 두고 저마다 활발한 의견을 개진했다. 이 대표의 강력한 지지 세력인 '더민주전국혁신회의' 소속 양문석 당선자는 "일반 시민 50%, 권리당원 50% 참여로 뽑힌 국회의원 후보가 총선을 통과했다"면서 "그렇다면 원내대표를 뽑을 때도, 우리 당의 국회의장 후보를 뽑을 때도 똑같이 국회의원 50%, 당원 50% 비율을 적용하면 되지 않나"라고 말했다.

총선 상황실장이었던 김민석 의원은 "어려운 언론 상황 등에도 불구하고 총선에서 민주당이 이긴 건 당원의 힘이 가장 뿌리의 힘이었다. 그러면 우리가 갈 길도 그걸 더 확대‧강화하는 것이 근본"이라며 "구석기 시대에서 신석기 시대로 가는 것 같은 새로운 변화가 시작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현역 의원들이 투표하는 국회의장·원내대표 경선 등에서 권리당원 의견을 10% 이상 반영할 수 있도록 당헌·당규를 개정하자는 '10퍼센트 룰'을 제안했다.

이재명 대표가 경기도지사일 때 정무수석을 지낸 윤종군 원내대변인은 '전국대의원대회(전당대회)' 명칭을 '전국당원대회'로 바꾸자는 등의 해법을 내놨다. 앞서 윤 원내대변인과 권향엽·김태선·이기헌·정을호 등 민주당 당직자 출신 당선인 5인은 20일 성명을 통해 ▲국회의장단 후보 선출 방식 변경(당원 참여 비율 보장) ▲원내대표 선출 선출 방식 변경(당원 참여 비율 대폭 확대) ▲지도부 선출 위한 방식 변경(예비경선시 당원 참여 제도화) ▲지방선거 후보 선출시 경선 원칙 명문화 ▲'전당대회'를 '전국당원대회'로 변경 등 6가지 제도 개선안을 제시한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왼쪽)가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당대표실에서 이날 국회의장 후보로 선출된 우원식 의원을 만나 포옹하고 있다. 2024.5.16.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왼쪽)가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당대표실에서 이날 국회의장 후보로 선출된 우원식 의원을 만나 포옹하고 있다. 2024.5.16. 연합뉴스

이 대표는 이런 여러 의견들 들은 뒤 "당원 역할에 관해 최고위에서 김윤덕 사무총장이 의견을 하나 냈는데, '당원국'을 하나 만들자고 한다. 당원이 100만 명이 넘고 당비가 연간 180억 원이 넘는데 당원들과 소통하는 전담 당직자가 없다"면서 "지금 당직자 수가 제한돼 있기 때문에 실제로는 업무를 할 수가 없다. 조직 관리 자체가 거의 어려울 정도인데, 그런 고민도 하고 있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또 "이 나라 운명이 걸린 정말 심각한 문제니까 (민주당이) 조금 부족한 게 있더라도 서로 이해하고 서로 수용도 해주고, 화나고 억울하니까 뭐 욕도 좀 하시고 하되 파탄은 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당원들에게 당부하면서 "이제 이런 상황이 더 생기지 않도록, 혹시 생기더라도 최소화될 수 있도록 제도를 만들고 개혁을 해내는 일을 열심히 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아울러 "우리가 공천혁명, 선거혁명도 이뤄냈고 당원들 자긍심도 커지고 거기에 맞춰서 당선자들이 임기 개시도 되기 전에 텐트 치고 열심히 싸우는 걸 보면서 야 이제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 싶었는데, 갑자기 당원들 입장에서 받아들이기 어려운 상황이 벌어져서 급제동이 됐다"며 "그러나 그것 역시 새로운 변화, 새로운 세상을 여는 진통이라고 생각해 달라. 이걸 기회로 우리가 더 강하고 더 빠르고 더 국민과 당원들 정서에 맞는 정당으로 나아갈 수 있을 거다. 당원 중심 정당으로 제도를 개혁하는 것에 대해서는 이론이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마지막으로 "우원식 의장 후보도 잘하실 것"이라며 "거리로 따지면 우원식 후보가 (추미애 후보보다) 훨씬 더 우리하고 많이 가까이 하셨던 분 아니냐"고 말했다. 그러다가 추미애 후보를 지지했던 당원들의 예민한 정서를 의식한 듯 "뭐 이상하게 해석하지 말고 그냥 있는 대로 받아들여 주면 좋겠다. 누구나 (국회의장을) 잘할 분"이라며 "그러나 분명히…참 진짜 말하기 어렵다. 이렇게 어려운 건 처음"이라고 웃으면서 난감한 심경을 내비쳤다.

이 대표는 지난 19일 대전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충청 당원 콘퍼런스에서도 "당원 동지 여러분, 최근에 당에 대해 섭섭하고 아프고, 그런 사연도 꽤 있지요? 그러나 사람들의 생각은 다 다를 수 있다. 내 생각은 옳고, 여기에 부합하지 않는 다른 생각은 틀리다가 아니라, 다를 뿐이라는 점들을 생각해주시면 좋겠다" "우리가 차이가 있다고 해서, 다르다고 해서, 그것이 틀린 것이라고 단정하고 외면하면 그대로 끝이다. 노력해야 한다" 등의 발언을 통해 이번 국회의장 경선 결과에 대한 이분법적 시각을 거듭 경계하는 메시지를 발신한 바 있다.

 

우원식 의원(가운데)을 비롯한 더불어민주당 의원 30여 명이 22일 서울 일본대사관 앞에서 문전박대를 당하자 폭우를 맞으며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왼쪽은 김성환 의원. 2023.8.23. 이해식 의원 페이스북
우원식 의원(가운데)을 비롯한 더불어민주당 의원 30여 명이 22일 서울 일본대사관 앞에서 문전박대를 당하자 폭우를 맞으며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왼쪽은 김성환 의원. 2023.8.23. 이해식 의원 페이스북

소위 친명계이자 지난 총선 때 당 인재영입위원회 간사로 활약했던 김성환 의원은 22일 당선자들 가운데 처음으로 국회의장 후보 경선에서 우원식 의원에게 투표한 사실을 공개했다. 김 의원은 페이스북에 '제가 우원식 후보에게 투표한 이유'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려 "지난 총선에서 다수 국민은 윤석열 정부의 오만과 독선에 대해 민주당이 국회에서 결연히 싸워달라고 하셨다. 국회의장 선거에서 당원들의 요구도 같았다고 생각한다"며 "투표 당시 고민이 많았다"고 전했다.

이어 "제가 30년 전부터 지켜본 우원식 후보는 단 한 번도 개인의 이익을 위해 국민과 당의 이익을 훼손해 본 적이 없었다"면서 "해외연수 때만 보이는 의장이 아니라 개혁과 민생의 현장에서 함께하는 새로운 의장이 될 것이라는 생각. 총선의 민심과 당심을 누구보다 잘 실천할 것이라는 믿음. 제가 고민 끝에 우원식 후보를 선택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국가의 주인은 국민이고, 당의 주인은 당원이다. 저는 당원의 권리가 더 확대되어야 하는 취지에 전적으로 동의한다"며 "이번 국회의장 선거 과정에서의 선택도 다수 당원의 요구와 근본적으로 다르지 않다고 저는 생각한다. 저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하기 위해서라도 더 열심히 하겠다"고 했다.

우원식 후보도 페이스북에서 "21대 국회와는 완전히 다른 22대 국회를 만들어달라는 그 기대가 국회의장 후보 선거 과정에서도 있었다. 국민들과 당원들의 그 마음을 잘 알기에 저 또한 새롭게 각오를 다진다"며 "민주주의 후퇴, 삼권분립 훼손에 단호히 맞서 달라는 당심과 민심을 받들어 개혁국회를 만들겠다. 국민의 삶을 도탄에 빠트리고 있는 윤석열 정권과 싸워달라는 민심과 당심을 받들어 민생국회를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0일 오전 국회 본청 앞에서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철회를 촉구하며 15일째 단식 농성 중인 우원식 의원을 찾아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23.7.10.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0일 오전 국회 본청 앞에서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철회를 촉구하며 15일째 단식 농성 중인 우원식 의원을 찾아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23.7.10.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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