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감소율 12.3%, 수출 증가율 3.1%의 4배

수출 6개월 연속 늘었지만 수입 13개월째 감소

에너지 수입 물량도 크게 줄어 경기 위축 우려

대미 무역수지 흑자 지속…중국에는 도로 적자

산업통상자원부 최우석 무역투자실장이 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2024년 3월 수출입 동향을 발표하고 있다. 2024.4.1. 연합뉴스
산업통상자원부 최우석 무역투자실장이 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2024년 3월 수출입 동향을 발표하고 있다. 2024.4.1. 연합뉴스

지난달 우리나라 무역수지는 10개월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수출은 늘고 수입은 줄었기 때문이다. 수치로 비교하면 수입 감소율이 수출 증가율의 4배나 된다. 허리띠를 졸라맨 형국의 불황형 흑자의 모습이다. 정부는 수출이 6개월 연속 늘었다고 밝게 설명하지만, 수입은 13개월째 연속 줄었다. 특히 에너지 수입이 큰 폭으로 줄고 있어 국내 경기 위축의 결과가 아닌지 우려를 낳고 있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내놓은 '수출입 동향'을 보면 3월 수출은 565억 6300만 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3.1% 증가했다. 지난해 10월 1년 넘게 지속돼 온 감소세를 벗어낸 뒤 6개월 연속 증가다. 반면 수입은 52억 2840만 달러를 기록해 전년 동월보다 12.3%나 줄었다. 지난 2022년 12월 2.5% 감소를 기록한 이후 13개월째 계속이다. 이에 따라 3월 무역수지는 42억 7900만 달러 흑자다. 지난해 6월 12억 4300만 달러 흑자를 기록하면서 15개월 간의 긴 무역적자 터널을 빠져 나온 후 10개월 연속 흑자다.

 

수출입 추이 (2024년 3월)
수출입 추이 (2024년 3월)

수출을 품목별로 보면 핵심 주력인 반도체가 5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3월 반도체 수출액은 117억 달러로 2022년 6월 이후 21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인공지능(AI) 서버 투자 확대 등 IT 전방 산업의 수요 확대 흐름 속에서 낸드를 중심으로 반도체 단가가 상승하고 수출 물량도 늘어나면서 전체적인 수출액 증가로 이어졌다.

4대 IT 품목인 반도체, 디스플레이, 컴퓨터, 무선통신기기는 2022년 3월 이후 24개월 만에 처음으로 전 품목 수출이 동반 증가했다. 디스플레이(16.2%), 컴퓨터(24.5%) 수출은 각각 8개월, 3개월 연속으로 수출이 증가했고, 무선통신기기(5.5%) 수출도 3개월간 이어진 감소세를 끊어내고 증가세로 돌아섰다.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등 친환경선 중심 수주가 증가하는 가운데 3월 선박 수출은 102.1% 증가해 8개월 연속 플러스 기조를 이어갔다.

다만 국내외 시장에서 전기차 판매 증가세가 다소 주춤해진 가운데 3월 자동차 수출은 61억 7000만 달러로 전년 동월보다 5.0% 감소했다. 월 자동차 수출 증가율은 지난 2월부터 두 달 연속으로 감소했다.

 

연간 수출액 및 수출증감률 추이. 자료 : 통상산업자원부
연간 수출액 및 수출증감률 추이. 자료 : 통상산업자원부

지역별로는 양대 수출국인 중국과 미국으로의 수출이 동반 증가했다. 하지만 대미 수출은 두 자릿수 증가한 반면, 대중 수출은 전달 감소에서 증가로 전환됐지만 소폭에 그쳤다. 3월 대중 수출과 대미 수출은 각각 105억 2000만 달러, 109억 1000만 달러로, 각각 작년 동월보다 0.4%, 11.6% 증가했다. 대미 수출은 8개월 연속 증가세가 계속됐고, 3월 대미 수출액도 역대 3월 기준 최대였다.

미국쪽 수출이 크게 호조를 보이면서 3월에도 전월에 이어 연속으로 대미 수출이 대중 수출보다 많았다. 한중 수교 이후 한국의 최대 수출국은 중국이었지만, 지난해 12월 대미 수출이 20여년 만에 대중 수출을 추월했다. 올해 1월 다시 역전됐지만 2월에 이어 두 달 연속 다시 대미 수출이 많아졌다. 미-중간 치열한 경쟁 속에 세계 공급망이 재편되면서 무역 지형이 변화하고 있는 와중에 우리나라가 틈바구니에 끼는 모양새다.

 

연간 수입액 및 수입증감률 추이. 자료 : 통상산업자원부
연간 수입액 및 수입증감률 추이. 자료 : 통상산업자원부

지난달 수입액 감소는 주로 에너지 자원 수입이 줄었기 때문이다. 원유(-12.8%), 가스(-37.4%), 석탄(-40.5%) 등 3대 에너지 수입액이 108억 8000만 달러로 24.4% 감소하면서 전체 수입 감소에 크게 영향을 미쳤다.

정부는 에너지 수입 감소가 국제 에너지 가격 하락 때문이라고 설명하지만, 수입액만 줄어든 게 아니라 수입물량도 감소했다. 지난달 원유 도입 단가는 배럴당 83.6 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로는 2.7% 하락했고, 전월비로는 1.7% 상승했다. 원유 수입액은 68억 8200만 달러로 전년 동월비 –12.8%, 전월비 –6%를 기록했다. 도입 물량도 8200만 3000배럴로 전년 동월비 10.4%, 전월비 7.6% 줄었다. 우리나라 경기 침체로 에너지가 필요한 공장 등 시설의 가동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불황 탓으로 비(非)에너지 제품 수입도 414억 달러로 전년 동월보다 8.5% 감소했다.

 

주요 국가별 무역수지 비교. 자료 : 통상산업자원부
주요 국가별 무역수지 비교. 자료 : 통상산업자원부

3월 무역수지는 42억 8000만 달러 흑자를 나타냈다. 월간 무역수지는 지난해 6월 이후로 10개월 연속으로 흑자가 이어지고 있다. 수출이 늘어난 결과이기보다 수입이 더 크게 줄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3월 대미 무역수지는 49억 4000만 달러 흑자를 기록했지만, 대중 무역수지는 8억 8000만 달러 적자를 냈다. 지난 2월 2억 4000만 달러의 반짝 흑자를 보였지만 한 달만에 다시 적자로 돌아섰다.

한편, 올해 1분기(1∼3월) 수출은 1637억 달러로 작년보다 8.3% 증가하고, 수입은 1548억 달러로 작년 대비 11.1%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1분기 무역수지는 90억 달러로 228억 적자가 난 작년 동기 대비 318억달러 개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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