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매 대금 정산 지연으로 피해 일파만파

작년에도 미정산 문제됐는데 정부 무대책

모회사 큐텐도 자금난…지급 불능 우려

판매자 6만·이용자 870만…피해 커질 수도

온라인 쇼핑몰인 티몬과 위메프 정산 지연 사태가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다. 입점한 판매 업자들은 상품 매입 자금이 없어 도산 위기에 몰리고 소비자들은 환불받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특히 여행상품을 구매한 소비자는 판매대금을 받지 못한 여행사들이 재결제를 요구하면서 여행을 포기해야 하는 처지에 몰렸다.

 

25일 새벽 서울 강남구 위메프 본사에서 정산 지연 사태와 관련 상고객들이 환불 요청서를 작성하고 있다. 2024.7.25. 연합뉴스
25일 새벽 서울 강남구 위메프 본사에서 정산 지연 사태와 관련 상고객들이 환불 요청서를 작성하고 있다. 2024.7.25. 연합뉴스

티몬·위메프 판매대금 미정산액 1700억에 달해

대통령실과 공정거래위원회, 금융감독원 등이 나서 실태를 파악하고 피해를 줄이겠다고 했으나 이미 엎질러진 물을 담기에는 역부족이다. 업계에서는 최소 피해액이 1000억 원대에 달할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금융감독원은 25일 “티몬과 위메프의 미정산액이 1700억 원으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티몬과 위메프가 이번 미정산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지급 불능을 선언하면 판매업체와 소비자 피해액은 눈덩이처럼 커질 게 뻔하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른 가장 큰 책임은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한 티몬·위메프의 모기업 큐텐과 이 회사 창업자인 구영배 대표에 있다.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큐텐은 지난 2022년 9월 티몬에 이어 작년 3월과 4월에는 각각 인터파크커머스와 위메프를 인수했다. 올해 3월에는 애경그룹 AK플라자의 온라인 쇼핑몰 ‘AK몰’도 사들였다. 큐텐은 국내 온라인 쇼핑몰들을 연이어 인수한 뒤 공격적인 영업을 펼쳤다. 이용자를 늘리기 위해 마케팅 비용을 쏟아부었는데 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컸다. 티몬과 위메프의 재무 상태가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공정위와 금감원 등 관계 당국은 이런 상황을 면밀하게 점검할 필요가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지난 2021년 발생했던 '머지포인트' 사태 이후에도 개선되지 않은 제도적 미비점도 문제였다. 티몬과 위메프는 판매대금을 최장 70일까지 정산하지 않을 수도 있는 거래 관행을 유지했다. 실제 판매 시점과 정산 기일의 간격이 길다 보니 판매대금을 다른 용도로 빼돌릴 위험이 있었다. 이에 대한 판매업체 불만도 컸다. 일부 판매자는 1년 전부터 정산 지연 문제를 제기했다. 그런데도 정부의 감시는 소홀했다. 이번 사태를 두고 업계에서 예견됐던 일이었다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티몬·위메프 모회사 큐텐의 무리한 사업 확장이 화근

문제의 중심에 있는 큐텐은 국내 최초 오픈마켓인 G마켓 창업자 구영배 대표가 만든 전자상거래 플랫폼이다. 그는 2003년 인터파크 사내 벤처 형태로 G마켓을 설립했다. 그리고 2009년 한국에서 10년간 겸업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이베이에 G마켓을 매각했다. 구 대표는 2010년 이베이와 합작해 싱가포르에 ‘지오시스’라는 회사를 세운 뒤 동남아 시장을 겨냥해 큐텐을 출범시켰다.

그 이후 싱가포르를 비롯해 일본과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중국, 홍콩 등 아시아 지역에서 인터넷 쇼핑몰을 운영하고 2019년에는 인도의 오픈마켓 샵클루스를 인수했다. 이들 온라인 쇼핑몰의 상품 배송을 담당할 물류 자회사 큐익스프레스를 만들었는데 이 회사가 화근이 됐다. 구 대표는 큐익스프레스의 미국 나스닥 상장을 추진했다. 쇼핑몰 해외 직구 물량을 전담하고 있어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나 너무 성급한 게 문제였다. 큐익스프레스 나스닥 상장을 위해 단기간에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온라인 쇼핑몰을 사들였다. 지난 2월에는 미국 시장을 기반으로 하는 ‘위시’를 1억 7300만 달러(약 2300억 원)에 인수했다. 이렇게 많은 돈을 투입한 상황에서 큐익스프레스 상장이 지연되며 큐텐은 자금난에 봉착했다. 티몬과 위메프 정산이 중단되자 판매자들은 정산할 대금을 위시 인수에 사용한 것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류화현 위메프 대표이사가 25일 새벽 서울 강남구 위메프 본사에서 정산 지연 사태로 상품을 환불받으려는 고객들을 응대하고 있다. 2024.7.25. 연합뉴스
류화현 위메프 대표이사가 25일 새벽 서울 강남구 위메프 본사에서 정산 지연 사태로 상품을 환불받으려는 고객들을 응대하고 있다. 2024.7.25. 연합뉴스

신속한 대금 정산·환불 약속했지만 불확실성 여전

위메프 측은 25일 “고객이 급하게 원하는 환불을 완수하고 판매대금도 지급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재무 상태와 수익성이 모두 좋지 않다는 점에서 약속을 지킬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티몬은 2017년부터 자본잠식 상태에 있다. 2022년 재무제표 기준 유동자산은 1309억 6000만 원에 불과한데 유동부채는 7193억 3000만 원이 넘는다. 위메프 역시 지난해 말 기준으로 유동부채가 3098억 원으로 유동자산의 5배에 이른다.

지난해 위메프 재무 감사를 맡은 삼일회계법인은 계속기업으로 존속 능력에 유의적 의문을 제기할 만한 중요한 불확실성이 존재한다고 했다. 티몬은 지난해 재무 현황을 볼 수 있는 감사보고서를 4개월째 제출하지 못하고 있다. 티몬과 위메프가 선불 충전금과 각종 상품권을 선주문 후사용 방식으로 할인판매하는 마케팅을 채택한 것도 유동성 부족해 급하게 현금을 마련하기 위한 고육책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티몬과 위메프의 판매업체는 6만 개가 넘는다.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 티몬과 위메프의 월평균 결제추정액은 각각 6600억 원과 2850억 원에 달한다. 하루 평균 금액으로는 각각 210억 원, 90억 원 수준이다. 티몬과 위메프의 월간 활성 이용자도 6월 기준 각각 437만 명, 432만 명에 달한다. 쿠팡을 제외하면 국내 온라온 쇼핑몰에서 선두 그룹에 속한다. 그만큼 피해자가 많을 수 있다는 의미다. 

티몬과 위메프가 판매대금 지급 불능 상태에 빠지면 당장 영세 판매업체들은 상품 매입 자금이 없어 연쇄 도산할 수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판매업체에 따라 이달에만 최소 2000만 원에서 최대 70억 원까지 물려 있다. 특히 거래액이 큰 여행사들 피해가 심각할 수 있다. 

 

여야 “정부는 이렇게 될 때까지 뭘 했나”

이번 사태로 티몬과 위메프는 매출과 거래액이 급감할 게 뻔하다. 이미 창고에서 물건을 회수하는 판매자들과 탈퇴하는 이용자가 줄을 잇고 있다. 은행들도 판매자에 대한 전 정산 대출을 중단했다. 정치권에서는 여야를 막론하고 이렇게 될 때까지 아무 일도 하지 않은 정부의 무대책과 무능, 무책임을 질타하고 있다. 예견할 수 있는 사태였는데도 손을 놓고 있었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김재섭 의원은 25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이복현 금감원장에게 “티몬과 위메프의 시장 위치나 지위를 생각하면 더 주의를 기울였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 박상혁 의원은 “큐텐의 정산 지연은 1년 전부터 있었는데 점검과 확인이 늦었던 금감원의 시스템적 문제가 아니냐”고 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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