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분기 연속 흑자로 지난해 역대 최고 수익

이마트 매출 제치며 유통 업계 석권했지만

노동자 과로 방치·블랙리스트 의혹 구설수

비판 언론 ‘입막음’ 손해배상 소송도 남발

“부정적 이미지 벗지 못하면 소비자 외면”

쿠팡이 창사 이래 연간 기준으로 첫 흑자를 기록한 작년 실적을 28일 공시했다. 물류센터 노동자와 택배 기사의 연이은 과로사와 기피 직원 블랙리스트 작성 의혹 등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구설수에 오른 와중에 발표된 쿠팡의 최고 실적은 여러 측면에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지난해 쿠팡은 국내 유통업계 절대 강자인 이마트를 넘어섰다. 쿠팡의 작년 매출은 31조8298억 원(243억8300만 달러·연평균 환율 1305.41원 적용)으로 전년보다 20% 증가했다. 지난해 이마트 매출 29조 4000억 원보다 2조 원 이상 많았다. 이는 유통업계의 패권이 오프라인 위주의 이마트에서 온라인 플랫폼인 쿠팡으로 넘어갔다는 것을 상징한다.

창사 이래 처음으로 연간 흑자를 기록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한 점이다. 쿠팡은 2010년 출범 이후 물류센터와 로켓배송에 천문학적 자금을 쏟아부었다. 매출이 미미한 상황에서 거액을 투자하다 보니 누적 적자는 6조 원이 넘었다. 이런 식의 경영으로 존속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기도 했다. 13년째 이어진 적자 탓에 모기업 쿠팡Inc 주가는 2021년 3월 미국 증시 상장 당시의 반토막으로 추락했다.

 

 쿠팡 배송차량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자료사진]
 쿠팡 배송차량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자료사진]

쿠팡의 흑자전환은 기업 가치를 올리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지난 2021년만 해도 쿠팡의 연간 영업손실 규모는 1조7097억 원에 달했다. 분기 기준 흑자로 전환된 시기는 2022년 3분기다. 분기 흑자로 돌아선 것에 힘입어 쿠팡은 2022년 적자가 1447억 원으로 전년보다 92% 줄었다. 그 이후 6분기 연속 흑자를 유지하며 지난해 드디어 연간 기준 적자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쿠팡이 이날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분기에 한 번 이상 제품을 구매한 활성 고객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2100만 명에 달했다. 전년보다 16% 증가한 수치다. 충성도가 높고 수익 기반이 되고 있는 쿠팡 유료 멤버십 회원은 27%나 증가한 1400만 명을 넘었다. 고객 1인당 매출도 작년 4분기 기준으로 41만 원을 돌파했다.

쿠팡을 이용하는 소비자가 급증한 이유는 제품 가격이 싸고 배송이 빠르기 때문이다. 쿠팡은 고객 편익을 높이기 위해 전국에 물류센터를 건립했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쿠팡 로켓배송이 가능한 지역은 전국 260개 시·군·구 중 182개에 달한다. 쿠팡 물류센터는 전국 30개 지역 100여 곳이며 전체 물류센터 연 면적은 2022년 기준 축구장 500개 규모인 370만㎡에 이른다. 국내 다른 유통업체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물류 기반이 탄탄한 셈이다. 쿠팡은 물류센터를 짓는 데만 6조 원 이상의 자금을 투입했다.

전국에 구축한 첨단 물류센터와 배송시스템은 당일배송과 새벽 배송 등 빠른 배송을 가능하게 하면서 유통업계에 새바람을 일으켰다. 롯데와 신세계 등 유통업계 강자들도 쿠팡 시스템을 벤치마킹해 물류와 배송 부문을 강화했다.

쿠팡의 혁신으로 고객의 편익은 높아졌다. 젊은이들뿐 아니라 중장년층 중에도 쿠팡을 이용하는 소비자가 꾸준히 늘고 있다. 소비자들은 빠른 배송과 다양한 제품 구성 등 쿠팡이 제공하는 편리함에 익숙해졌다. 창업자 김범석 의장은 이날 실적을 발표하며 “쿠팡 없이 어떻게 살았을까 묻는 세상을 만들 것”이라고 했다. 

 

  쿠팡 연도별 실적 추이. 연합뉴스
  쿠팡 연도별 실적 추이. 연합뉴스

그러나 쿠팡의 질주 뒤에는 물류센터에서 일하는 노동자와 택배 기사의 과로사와 비정규직 기피 직원에 대한 블랙리스트 작성 의혹, 입점·납품 업체에 대한 갑질, 비판 언론에 대한 무차별적 소송 제기 등 비윤리, 반노동 경영의 흑역사가 자리 잡고 있다. 최근에도 쿠팡의 물류 자회사인 쿠팡풀필먼트서비스(CFS)가 기피 인물의 재취업을 막고자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관리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 되고 있다.

쿠팡은 이를 완강히 부인하며 이를 보도한 방송사와 관련자들을 고소했다. 시민단체들은 언론의 정당한 비판을 입막음하려고 쿠팡이 또 억대 손해배상을 청구했다며 반발하고 있다. 앞서 쿠팡은 한겨레와 한겨레 기자를 상대로 자사 비판 기사에 대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쿠팡의 비윤리, 반노동 경영은 몇 년째 이어지고 있다. 2020년 이후 쿠팡 물류센터에서 과로로 사망한 노동자가 속출했다. 많은 언론이 이 문제를 다뤘다. 그때도 쿠팡은 언론사를 상대로 거액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며 잘못을 감추려고 했다. 오죽했으면 2021년 한국기자협회·방송기자연합회·전국언론노조 등 언론 단체들은 쿠팡 본사에서 이런 행태를 비난하는 기자회견을 열어겠나. 2021년엔 물류센터 화재로 인명피해가 발생했는데 쿠팡의 부실한 안전 시스템이 원인이었다. 작년에도 쿠팡 하청기업 소속 60대 택배 노동자 과로로 쓰러지는 비극이 일어나 사회적인 공분을 샀다.

쿠팡이 흑자전환에 성공했으나 윤리경영에 실패하면 미래를 장담할 수 없다. 노동자 과로를 방치하고 블랙리스트를 만드는 악덕 기업으로 낙인찍히면 소비자들은 미련 없이 돌아설 것이다. 쿠팡을 대체할 경쟁 플랫폼은 얼마든지 있다는 사실도 명심해야 한다. 지금은 고전하고 있으나 신세계와 롯데쇼핑 등 기존 유통기업이 온라인 사업을 강화하고 있고 알리익스프레스 같은 신흥 강자들이 부상하고 있다. 쿠팡은 6조 원이 넘는 누적 적자를 해소하기 위한 수익 사업 기반이 여전히 약한 편이다. 

쿠팡은 출범 초기 비윤리적 행위를 원천 차단하기 위해 명함에 내부 감사팀 연락처를 명시한 적이 있다. 김범석 의장도 윤리경영을 강조했다. 하지만 말뿐이었다. 국내 유통업계 선두라는 위상에 맞는 모습을 보이지 못하면 쿠팡의 ‘유통 혁명’은 물거품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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