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인 미만 사업장서 1주일 사이 사망 재해만 3건

참사 속출하는데도 윤 정권은 '2년 유예'뿐 무대책

정부‧여당 요구 거부한 민주 "현행대로 확대 적용"

윤 "민생 외면" 주장에 "파렴치, 죽음의 일터 강요"

"노동자들 생명과 안전 확보가 민생을 지키는 것"

인권위 "중대재해법 잘 지키면 사고 충분히 줄여"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이수진 의원이 1일 국회에서 열리는 의원총회에 입장하다 중대재해처벌법 유예 반대 피케팅을 하고 있는 정의당과 노동계 관계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2024.2.1.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수진 의원이 1일 국회에서 열리는 의원총회에 입장하다 중대재해처벌법 유예 반대 피케팅을 하고 있는 정의당과 노동계 관계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2024.2.1. 연합뉴스

경기도 포천시 가산면의 한 파이프 제조 공장에서 50대 노동자가 공장 천장에서 떨어진 육중한 철제 코일에 깔려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2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A(52) 씨는 전날 오후 4시쯤 공장 천장에 설치된 레일을 따라 움직이는 크레인으로 약 2톤 무게의 철제 코일을 이동시키는 작업을 하던 중 코일을 묶어뒀던 벨트가 풀리면서 참변을 당했다. A씨는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이송됐지만 끝내 숨지고 말았다. 노동부와 경찰은 공장 관계자들을 상대로 사고 경위와 법 위반 여부 등을 조사하고 있다.

A씨가 일하던 회사는 상시 근로자 수가 약 25명으로, '중대 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적용 대상이다. 2022년 1월부터 50인 이상 사업장에만 우선 적용됐던 중대재해처벌법이 2년간의 유예를 거쳐 지난달 27일부터 5인 이상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서도 확대 시행되고 있는 가운데, 불과 일주일 사이에 이들 사업장에서 사망 사고가 3건이나 발생했다. 앞서 지난달 31일 부산 기장군의 폐알루미늄 처리업체에서 30대 노동자가 끼임 사고로 숨졌고, 비슷한 시간 강원도 평창군에서는 축사 지붕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던 40대 중국 국적 노동자가 추락해 숨졌다.

 

민주노총의 '중대재해처벌법 50인 미만 사업장도 반드시 적용 되어야 하는 이유' 카드뉴스  중에서. 민주노총 홈페이지
민주노총의 '중대재해처벌법 50인 미만 사업장도 반드시 적용 되어야 하는 이유' 카드뉴스 중에서. 민주노총 홈페이지

고용노동부의 '산업재해 발생 현황'에 따르면 2022년 업무상 재해로 인한 사망자 수는 2223명, 재해자 수는 13만 348명이다. 그중 5인 미만(39.1%)과 5인~49인 사업장(41.7%)의 사고사망자 비율이 80.8%로 대부분을 차지해 산업재해 사망사고 예방 및 법적 보호의 필요성이 가장 절실한 대상이다. 더욱이 사고사망자 재해 유형이 떨어짐(36.8%)-부딪힘(10.5%)-끼임(10.3%)-교통사고(9.0%)-물체에 맞음(6.5%) 순으로, 이른바 '재래형 사고'가 다수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기본적인 안전보건법규 준수와 예방적 조치를 내용으로 하는 중대재해처벌법만 제대로 지켜도 크게 줄일 수 있는 것이다.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송두환)는 지난해 12월 22일 '국회의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의견 표명'에서 이 같은 점을 들어 "중대산업재해에 가장 취약하고, 실제로 중대산업재해가 가장 빈번하게 발생하는 50인 미만 사업장의 근로자에게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할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법 적용 유예기간의 연장이 아닌, 해당 사업장에서 중대재해처벌법상의 안전보건 조치 등 의무 사항이 안정적으로 정착될 수 있도록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 기술 및 컨설팅 지원 등을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천명했다.

이처럼 50인 미만 사업장에서의 사망 재해가 속출하고 인권위의 명확한 입장 표명이 있었는 데도 윤석열 정부와 집권여당, 그리고 기업 사용자 측에 편중된 보수언론들은 그간 아무런 개선 조치도 취하지 않다가 오로지 '2년 유예' 요구만 앵무새처럼 되풀이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전날 의원총회를 거쳐 "산업 현장에서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이 더 우선한다는 기본 가치에 더 충실하기로 했다"며 2년 유예 제안을 거부하기로 했다고 밝히자 윤석열 대통령은 "민생을 외면했다"고 비난했고 국민의힘은 국회에서 규탄 대회까지 열었다.

 

1일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와 의원들이 국회 본회의 후 회의장 앞에서 중대재해처벌법 처리 촉구 규탄대회를 하고 있다. 2024.2.1. 연합뉴스
1일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와 의원들이 국회 본회의 후 회의장 앞에서 중대재해처벌법 처리 촉구 규탄대회를 하고 있다. 2024.2.1. 연합뉴스

여당이 재협상을 다그치고 있지만 민주당은 흔들림 없이 현행 확대 적용을 고수한다는 방침이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2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시행된 법안을 멈춘다는 것은 원칙적이지 않다는 게 (민주당 의원들이 유예를 반대한) 제일 큰 이유"라고 밝혔다. 이어 "최근 산업재해가 연달아 발생하는 등 정부·여당이 우리 사회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데 소홀하다는 인식도 많았다"면서 "(여당이 역제안한) 산업안전보건청 역시 관리·감독 권한이 제외된 상태에서 유명무실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됐다"고 전했다.

최혜영 원내대변인은 국회 소통관 브리핑에서 "대통령실이 중대재해처벌법과 관련해 민주당에 유감을 표명한 것은 적반하장"이라며 "오히려 민생을 외면한 것은, 죽음의 일터를 강요하는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이라고 지적했다. 또 "노동자의 안전을 지키자는 것이 민생을 외면하는 것인가? 민주당의 산업안전청 제안의 핵심인 조사·감독 기능을 뺀 산안청을 역제안한 여당이 오히려 '민생을 외면'한 것 아닌가?"라고 따져 물었다.

최 원내대변인은 "2년이나 유예기간이 있었는데 그동안 아무것도 안 하던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이 민생 외면을 운운하다니 가증스럽다. 뒤늦게 허수아비 산안청을 개청하자는 것은 중대재해처벌법을 거부하는 것과 하등 다를 바 없다"면서 "이런 정부를 믿고 중대재해처벌법을 유예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안전보건관리 체계를 구축해 노동자의 안전을 확보하는 것은 정부의 책임인데 무책임하게 시간만 허비한 정부가 실질적 대책을 제안한 야당을 비판하다니 파렴치하다"고 말했다.

민주당 전국노동위원회는 별도의 성명서를 통해 "우리가 논의해야 할 문제는 법 시행 유예가 아니라 실효성 있는 지원과 감독 방안"이라며 "민주당은 어제 결정으로 '민생을 외면'한 것이 아니라 '생명과 안전을 선택'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여당은 더 이상 국민들의 죽음을 외면하지 말라. 비용과 편의라는 이름으로 생명과 안전을 외면하지 말라"며 "이것이 젊은 소방대원들의 죽음 앞에서 정치가 가져야 할 태도"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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