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화폐발행잔액 181조원, 증가율 3.6%에 그쳐

한은 "금리 상승 등으로 화폐 환수율 높아졌기 때문"

모바일 페이 등 비현금 지급수단 사용 증가도 원인

경기부진에 자금수요 감소도 영향…올해 3% 밑돌듯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연말 기준 화폐발행잔액은 181조 947억 원으로, 전년말보다 3.6% 증가에 그쳤다. 사진은 서울 중구 하나은행의 현금 창구. 2023.5.8. 연합뉴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연말 기준 화폐발행잔액은 181조 947억 원으로, 전년말보다 3.6% 증가에 그쳤다. 사진은 서울 중구 하나은행의 현금 창구. 2023.5.8. 연합뉴스

지난해 연말 기준으로 화폐발행잔액 증가율이 지난 2004년 이후 19년 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통화당국은 금리 상승 등으로 화폐 환수율이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하지만, 경기 침체로 시중 현금 수요가 감소한 것도 원인으로 보인다.

17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화폐발행잔액은 181조 947억 원으로, 2022년 말(174조 8623억 원)보다 3.6% 증가했다. 지난 2004년 말 1.6% 이후 가장 낮은 증가율이다.

화폐발행잔액은 시중에 공급된 화폐 중 환수되지 않고 남은 금액을 말한다. 한은이 발행한 금액에서 환수한 금액을 뺀 수치로, 환수율이 높아지면 잔액 증가율은 낮아진다.

연도말 기준 화폐발행잔액은 지난 2016년 97조 3823억 원에서 2017년 107조 9076억 원으로 100조원을 넘어선 뒤 2018년 115조 3895억 원, 2019년 125조 6989억 원 등으로 증가했다. 이어 코로나19 사태 이후 유동성 공급 확대로 잔액 규모는 2020년 147조 5569억 원, 2021년 말 167조 5719억 원 등으로 급증했다.

 

연도별 권종별 화폐발행 잔액. 자료 : 한국은행
연도별 권종별 화폐발행 잔액. 자료 : 한국은행

화폐발행잔액의 전년 대비 증가율은 2016년 12.2%, 2017년 10.8%, 2018년 6.9%로 점차 낮아지다가 2019년 8.9%로 오름세로 반전됐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최고조에 달했던 2020년에는 17.4%로 뛰었고, 2021년(13.6%)에도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이후 2022년 4.4%로 내린 증가율은 지난해 3%대까지 낮아졌다.

한은은 최근의 대면 상거래 정상화에 따른 화폐 환수율 상승이 화폐발행잔액 증가율 둔화의 주요 원인으로 분석했다. 한은 관계자는 "현금을 환수하면 금고에 보관했다가 시중은행 요청이 있으면 다시 내보낸다"며 "환수가 많이 되는 상황에서는 화폐발행잔액의 증가율이 낮아진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코로나 19 사태 당시 화폐발행잔액 증가율이 일시적으로 10%를 웃돈 것은 화폐 발행을 크게 늘린 데 따른 이례적인 상황이었다"고 덧붙였다.

화폐발행잔액 증가율 둔화를 환수율 상승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여러 원인으로 화폐 환수율이 높아졌더라고 시중의 자금 수요가 많아 은행 등 금융권의 요청으로 화폐가 다시 풀리면 그만큼 화폐발행잔액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경기가 활성화 되면 시중 자금수요는 늘어나기 마련이다.

은행권 환수율. 자료 : 한국은행
은행권 환수율. 자료 : 한국은행

 

특별한 경기 상승 반전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 올해도 화폐발행잔액 증가율이 3%대 아래로 떨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경기 부진 이외에도 고금리로 현금 보유의 기회비용이 높아졌고, 신용카드, 모바일 페이 등 비현금 지급수단 사용이 늘면서 현금 수요가 줄고 있기 때문이다.

한은은 예비용이나 가치저장 목적의 화폐 수요가 줄어 코로나19 기간 중 대규모로 순 발행한 자금이 환수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비현금 지급수단 확산 추세, 5만 원권 유통 수명 도래에 따른 손상권 증가 등도 환수율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5만 원권은 2009년 6월 최초 발행됐으며, 15년 내외인 유통 수명을 다한 손상권이 나타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화폐발행잔액 중 5만 원권은 159조 8679억 원으로 전체의 88.3%를 차지했다. 전년 대비 4.5% 증가했다. 반면, 1만 원권 잔액은 2021년 말 17조 8220억원, 2022년 말 16조 3751억 원, 지난해 말 15조 717억 원으로 3년 연속 감소했다. 지난해 말 비중은 8.7%였다. 5천 원권 잔액도 2022년 말 1조 4390억 원에서 지난해 말 1조 4384억 원으로 소폭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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