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담대 7조 늘어 3년6개월만에 최대 증가

가계대출 잔액도 1075조로 사상 최대 경신

상환능력 넘어선 과잉 대출 가파르게 늘자

50년만기 주담대·특례보금자리론 요건 강화

금융당국이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주담대)에 대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산정 만기를 최장 40년으로 제한하고 특례보금자리론에 대한 기준도 강화하는 등 대출 규제에 나섰다. 주담대를 중심으로 가계대출이 급증하자 뒤늦게 대응에 나선 것이다. 고금리 상황에서 집값이 하락하는 것을 막기 위해 과도하게 대출 규제를 풀었다가 다시 돈줄을 조이는 금융당국의 오락가락 행정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가계대출에 기름부은 50년만기 주택담보대출이 논란이 되고 있다. 2023.7.13. 연합뉴스
가계대출에 기름부은 50년만기 주택담보대출이 논란이 되고 있다. 2023.7.13. 연합뉴스

지난달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은 3년 6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 은행 가계대출은 5개월 연속 늘면서 잔액 기준으로 또다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한국은행이 13일 발표한 ‘8월 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예금은행의 가계대출(정책모기지론 포함) 잔액은 8월 말 기준 1075조 원으로 전달보다 6조9000억 원 증가했다. 7월에 이어 다시 역대 최대 기록을 경신했다. 증가 폭은 2021년 7월 9조7000억 원 이후 2년 1개월 만에 가장 컸다.

전달 대비 은행권 가계대출은 올해 들어 지난 3월까지 감소세를 보이다가 4월 2조3000억 원이 늘더니 8월까지 다섯 달째 증가했다. 가계대출 급증은 주담대가 주도하고 있다. 8월 은행 주담대는 7조 원이나 늘었다. 2020년 2월 7조8000억 원 이후 3년 6개월 만에 가장 큰 증가세다. 주담대는 올해 들어 2월 소폭 감소한 것을 제외하면 3월부터 6개월 연속 증가 중이다. 한국은행은 “주택 경기가 올해 들어 회복 흐름을 보이면서 주택 구입 관련 자금 수요가 늘어난 게 주담대 수요를 유발하는 근본적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주담대 중 전세자금대출은 지난 6월 잠시 증가했다가 두 달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6월을 제외하면 지난해 11월 이후 감소세를 지속하고 있다. 신용대출 등 기타 대출은 높은 대출금리와 DSR 규제로 8월에도 1000억 원 줄었다. 지난 2021년 12월 이후 1년 9개월째 감소세다.

 

 은행 가계대출 추이. 자료 : 한국은행.
 은행 가계대출 추이. 자료 : 한국은행.

은행을 포함한 전체 금융권 가계대출도 증가하고 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의 ‘8월 가계대출 동향’에 따르면 전 금융권 가계대출은 6조2000억 원 늘어 5개월 연속 증가했다. 주담대가 6조6000억 원 늘며 전월의 5조6000억 원보다 증가 폭이 커졌다. 은행권이 큰 폭으로 늘어난 데 반해 제2금융권은 주담대가 4000억 원 줄었다.

주담대 중심으로 가계대출이 급증하자 금융당국이 규제에 나섰다. 특히 50년 만기 주담대가 가계대출의 과도한 증가의 원인으로 보고 DSR 산정 만기를 최장 40년으로 제한하고 가산금리도 적용하는 등 대출 한도를 축소하기로 했다. 과잉 대출 여지가 있는 특례보금자리론에 대한 기준도 강화해 일반형 상품의 지원 대상자와 일시적 2주택자는 신청 자격에서 제외할 방침이다. 금융위원회는 13일 이세훈 사무처장 주재로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 한국은행, 금융감독원, 주택금융공사, 은행연합회, 금융연구원 등 유관기관과 함께 ‘가계부채 현황 점검 회의’를 열고 이런 내용의 대책을 발표했다.

금융당국은 가계부채 증가세를 주도한 은행들의 50년 만기 주담대와 특례보금자리론의 요건을 강화해 서민과 실수요층 지원에 집중하기로 했다. 장기 주담대가 ‘상환능력 내 대출’이라는 원칙을 훼손하지 않도록 제도를 개선하는 데 중점을 두겠다는 취지다. 당장 13일부터 대출 전 기간에 걸쳐 상환능력이 입증되기 어려운 경우 DSR 산정 만기를 최대 40년으로 제한하기로 했다. 다만 개별 차주별로 상환능력이 명백히 입증되면 50년 만기 대출이 가능하다.

은행권 자체적으로도 40~50년 만기 대출 상품을 취급할 때 과잉 대출이나 투기 수요로 악용되지 않도록 관리하고 집단대출이나 다주택자, 생활 안정 자금 등 가계부채 확대 위험성이 있는 대출을 취급할 때 주의하도록 했다. 변동금리 대출에 대해서는 향후 금리 상승 가능성을 고려해 DSR 산정 때 일정 수준의 가산금리를 적용하는 ‘스트레스 DSR 제도’를 도입할 계획이다.

1년간 한시적으로 공급하기로 했던 일반형 특례보금자리론 상품의 지원 대상자(부부합산 연 소득 1억 원 초과 차주 또는 6억 원 초과~9억 원 이하 주택 대상)와 기존에 주택을 보유한 일시적 2주택자는 오는 26일까지 신청을 받고 27일부터 접수를 중단한다. 서민과 실수요층에 해당하는 우대형(부부합산 연 소득 1억 원 이하 및 주택가격 6억 원 이하) 특례보금자리론은 계속 공급된다. 금융당국은 “상환능력 중심의 여신심사 관행을 유도하고 은행권 가계대출 현장점검으로 제도개선 과제를 추진해 하반기 가계대출을 안정적으로 관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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