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스트> 중동전쟁 확산 우려 경고 메시지

“미국 서방과 아랍국들 지원 막는 네타냐후 떠나야”

중동 재편 속 “네타냐후 자해행위 대실책” 위기의식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지난해 12월 17일(현지시간) 텔아비브 국방부에서 각료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는 전날 군의 오인 사격으로 사망한 인질 가족들을 위로하는 한편 "가자지구 지상전은 하마스를 뿌리 뽑을 때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2023.12.18. AFP 연합뉴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지난해 12월 17일(현지시간) 텔아비브 국방부에서 각료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는 전날 군의 오인 사격으로 사망한 인질 가족들을 위로하는 한편 "가자지구 지상전은 하마스를 뿌리 뽑을 때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2023.12.18. AFP 연합뉴스

뉴욕 경찰은 8일 오전 맨해튼과 뉴저지를 잇는 터널과 다리 등 4곳의 입구에서 가자지구 전투 “즉각 휴전”을 요구하며 연좌농성을 벌이던 325명의 시민을 교통 방해죄로 체포했다. 시민들은 가자지구를 공격하고 있는 이스라엘군과 무기 등을 공급하며 이를 지원하고 있는 바이든 정권에 항의했다.

 

지난해 12월 11일(현지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 시내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의 방문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하마스 간 휴전을 촉구하는 종이 팻말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미국은 최근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 휴전을 위한 안보리 결의안을 부결시켰다. 2023.12.12 AFP 연합뉴스
지난해 12월 11일(현지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 시내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의 방문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하마스 간 휴전을 촉구하는 종이 팻말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미국은 최근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 휴전을 위한 안보리 결의안을 부결시켰다. 2023.12.12 AFP 연합뉴스

뉴욕 시민 연일 이스라엘 가자 공격 항의시위

경찰 출신의 뉴욕 시장 에릭 애덤스는 “항의할 권리는 있지만, 다리와 터널을 막을 권리를 준 건 아니다”며 일터로 가는 사람들과 긴급사태 대처를 위해 그들을 체포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뉴욕에서는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에 항의하는 이런 시위들이 매일 벌어지고 있다. 이날 월스트리트에서도 “팔레스타인에 자유, 자유를!”을 외치며 즉각 휴전을 요구하는 시위 행진이 이어졌다.

 

지난해 12월 11일(현지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 시내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의 현지 방문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팔레스타인 기를 들고 행진하고 있다. 미국이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 휴전을 위한 안보리 표결에 반대표를 던지는 등 미국이 일방적으로 이스라엘을 지지하면서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도가 계속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도를 밑돌고 있다. 2023.12.12. AFP 연합뉴스
지난해 12월 11일(현지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 시내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의 현지 방문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팔레스타인 기를 들고 행진하고 있다. 미국이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 휴전을 위한 안보리 표결에 반대표를 던지는 등 미국이 일방적으로 이스라엘을 지지하면서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도가 계속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도를 밑돌고 있다. 2023.12.12. AFP 연합뉴스

“네타냐후가 모든 걸 망치고 있다”

“레바논에 대한 선제공격은 군사적 수렁으로 빠져들게 할 수 있다. 레바논 국가의 완전한 붕괴를 촉발할 수 있으며, 미국과의 관계를 파탄시킬 수도 있다. 외교를 통해 (이란이 지원하고 있는) 헤즈볼라와 이스라엘 국경 사이에 완충지대를 만들 수도 있지만, 이란을 억제하고 저지하려면 지역 차원의 계획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미국과 다른 서방 동맹국, 그리고 바람직하게는 걸프지역 아랍 국가들의 지원이 필요하다. 그런데 네타냐후가 이 모든 것을 불가능하게 만들고 있다.”

<이코노미스트>가 지난 3일 내보낸 기사의 한 구절이다. 그 기사의 제목이 신랄하다. “베냐민 네타냐후가 가자전쟁을 망치고 있다. 그를 해고할 때가 됐다.”(Binyamin Netanyahu is botching the war. Time to sack him) 그리고 “이스라엘의 안전을 위해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부제를 달았다.

전날인 2일 이스라엘군이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외곽의 하마스 사무실을 공습해 하마스 서열 3위로 알려진 살레흐 알아루리를 비롯한 6명을 살해한 사건에 열받은 나머지 쓴 글로 보인다.

바로 다음날인 3일에는 이란에서 폭탄테러로 1백여 명이 숨지는 참사가 벌어졌다. 이슬람국가(IS)가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나중에 밝혔지만, 이란은 처음에 테러범들을 비난하다가 미국과 이스라엘까지로 비난대상을 확대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지난해 12월 10일(현지시간) 예루살렘 총리실에서 주례 각료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가자지구에서의 싸움은 전력을 다해 계속할 것"이라며 국제사회의 휴전 요구를 일축했다. 2023.12.11. AFP 연합뉴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지난해 12월 10일(현지시간) 예루살렘 총리실에서 주례 각료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가자지구에서의 싸움은 전력을 다해 계속할 것"이라며 국제사회의 휴전 요구를 일축했다. 2023.12.11. AFP 연합뉴스

“중동 재편 속에 네타냐후가 자해행위 대실책” 위기의식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10월 7일 이스라엘을 기습공격해 1천여 명을 살해해 이번 ‘가자 사태’를 촉발한 하마스의 제거를 지지하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지만, 이스라엘이 국제적 비판여론을 무시한 채 가자 주민들을 대량 살상하는 공격을 멈추지 않고 요르단강 서안과 헤즈볼라 본거지가 있는 북쪽 레바논까지 전쟁을 확대하려는 조짐을 보이자 위기의식을 표출했다.

이런 식으로 가다가는 전쟁이 중동 전역으로 확산될지도 모르고, 그럴 경우 서방 전체의 이익을 해치고 감당하기 어려운 위기를 부를 중대 사태가 전개될 수도 있다고 보지 않았을까.

기사의 주장을 따라가 보자.

 

이스라엘군은 18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작전 중인 병사들의 사진을 공개했다. 이스라엘은 현재 가자지구 북부를 거의 장악한 데 이어 남부 주요 도시에서도 지상 작전을 벌이고 있다. 2023.12.18. 로이터 연합뉴스
이스라엘군은 18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작전 중인 병사들의 사진을 공개했다. 이스라엘은 현재 가자지구 북부를 거의 장악한 데 이어 남부 주요 도시에서도 지상 작전을 벌이고 있다. 2023.12.18. 로이터 연합뉴스

“중동이 아수라장이 됐다”

그런 사태를 막기 위해서는 거의 막무가내로 전쟁을 강행하고 있는 이스라엘 극우세력과 그 구심점인 네타냐후를 제거해야 한다.

문제의 그 기사는 이렇게 시작한다. “중동이 아수라장이 됐다. 가자에서 전쟁에 난타당한 2백만 주민들이 기아 위기에 처해 있다. 후티 반군은 화물선들을 공격해 세계 무역을 위협하고 있다. 1월 2일 베이루트에서 일어난 하마스 간부 살해 뒤 이스라엘 북부 국경엔 긴장이 높아간다. 하루 뒤 이란에서는 두 번의 폭발로 약 100명이 목숨을 잃었다.”

그리고 이란이 처음엔 테러범들을 비난하다가 미국과 이스라엘까지 비난 대상을 확대한 것을 언급하면서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에 전쟁이 일어날 수 있다며, 두 가지 사실이 분명해졌다고 썼다. 하나는 10월 7일 하마스 기습공격으로 중동이 재편되고 있다는 것, 그리고 네타냐후 리더십 아래 이스라엘이 스스로의 안전을 허물어뜨리는 대실책을 범하고 있다는 것.

 

지난해 12월 14일(현지시간) 가자지구 남부 라파에서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화염이 치솟고 있다. 이스라엘은 미국 등 국제사회의 휴전 압박에도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제거를 목표로 지상전을 이어가고 있다. 2023.12.15. AFP 연합뉴스
지난해 12월 14일(현지시간) 가자지구 남부 라파에서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화염이 치솟고 있다. 이스라엘은 미국 등 국제사회의 휴전 압박에도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제거를 목표로 지상전을 이어가고 있다. 2023.12.15. AFP 연합뉴스

작동하지 않게 된 반팔레스타인 정책 재고했어야

기사는 하마스의 기습공격 이후 이스라엘은 장기간 지속해 온 안보정책을 재고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것은 높은 장벽을 둘러치고 기술을 통해 미사일 공격과 침투를 차단하면서 팔레스타인과의 평화공존을 포기하는 정책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팔레스타인인들은 과격해졌고, 장벽은 10월 7일의 참사를 막지 못했다. 이스라엘 방공망은 이란의 지원을 받는 레바논과 예멘 등의 무장세력의 점차 정교해지는 미사일들에 압도당할 수 있다.

보복대상 한정하고 주민을 지원해야 미국 지원 지속

새로운 이스라엘 안보정책은 어떻게 작동돼야 할까. <이코노미스트>는 가자 주민들을 억압하고 착취하는 하마스를 몰아내야 한다는 걸 지지한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이스라엘이 대적하는 대상이 테러리스트들이라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며, 이는 (대상을 한정해서) 군사력을 현명하게 행사하면서 (주민에 대해) 더 많은 지원을 해야 한다는 걸 의미한다고 했다.

그리고 그렇게 접근을 해야 이스라엘에 대한 미국 등의 지지를 계속 얻어낼 수 있을 것이라며, 그래야 미국이 이란을 억제하고, 이란의 영향력을 차단하기 위한 이스라엘과 걸프지역 국가들 간의 화해(데탕트)를 지원해 줄 수 있다고 강조한다. 무엇보다 그것이 이스라엘 자신의 안보를 보장해 줄 것이라고 했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남단 라파의 주민이 지난해 12월 14일(현지시간) 이스라엘군의 공격으로 사망한 이들의 장례식에서 하늘을 쳐다보며 기도를 올리고 있다. 라파는 이스라엘군의 공격을 피해 온 피난민들이 계속 몰리면서 심각한 인도적 위기를 겪고 있다. 2023.12.14. 로이터 연합뉴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남단 라파의 주민이 지난해 12월 14일(현지시간) 이스라엘군의 공격으로 사망한 이들의 장례식에서 하늘을 쳐다보며 기도를 올리고 있다. 라파는 이스라엘군의 공격을 피해 온 피난민들이 계속 몰리면서 심각한 인도적 위기를 겪고 있다. 2023.12.14. 로이터 연합뉴스

불필요한 주민희생 강요하는 네타냐후 전술

그런데 네타냐후가 가자에서 이런 이치를 외면한 채 주민들 삶을 경시하는 불필요한 전술을 펼치고 있다. 하마스 보건부에 따르면 2만 2천 명이 넘는 주민과 전투원들이 목숨을 잃었다. 유엔은 이들 외에 7천 명이 무너진 건물 더미 아래 깔려 있다고 한다. 이스라엘은 8천 명의 테러리스트들을 죽였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가자의 팔레스타인 쪽 사망자만 이미 4만 명에 육박한다. 가자에 반입되는 음식과 물, 약품은 너무 적어, 그곳에 민간인들을 위한 진짜 안전한 지대는 어디에도 없다.

‘전쟁 이후’ 계획 없이 무정부상태 점령만

게다가 네타냐후는 전쟁 이후(post-war)를 위한 계획이 전혀 없는 것 같다. 무정부상태와 점령밖에 없다. 그는 가자에 대한 팔레스타인 임시정부(PA)의 통치를 배제했다. 그의 연립정부 내의 극우인사들은 팔레스타인인들을 봉쇄된 가자지구에서 영구 추방해야 한다는 얼토당토 않은 얘기를 한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남부 중심도시 칸 유니스 주민들이 14일(현지시간) 이스라엘군의 폭격으로 무너진 건물 잔해 더미를 헤집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 북부를 거의 장악한 데 이어 최근에는 남부에서도 지상전을 확대하고 있다. 2023.12.14. 로이터 연합뉴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남부 중심도시 칸 유니스 주민들이 14일(현지시간) 이스라엘군의 폭격으로 무너진 건물 잔해 더미를 헤집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 북부를 거의 장악한 데 이어 최근에는 남부에서도 지상전을 확대하고 있다. 2023.12.14. 로이터 연합뉴스

암울한 이스라엘의 선택

이런 근시안은 무엇을 말해 주고 있나? 이스라엘 여론이 팔레스타인인들에게 거의 동정심을 보이지 않고, 가자지구를 없애는 것이 이스라엘의 억지력을 회복하는데 보탬이 된다고 여기는 게 분명하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네타냐후의 (정치적) 취약성이다. 총리직 유지에 급급한 나머지 그는 연정 내의 극우세력과 선거구민에 영합하면서 미국의 인내력과 아랍 국가들의 혐오를 시험하고 있다. 이는 가자에서 반발을 부르고 이스라엘이 더 폭넓은 안보외교를 펼치는 걸 방해하고 있다.

북부 국경 쪽을 보면, 헤즈볼라의 침공 또는 미사일 공격 위협은 이스라엘이 (정착민들을 철수시켜) 지금 북부지역을 무인지대로 만들었다는 걸 의미한다. 하지만 이스라엘의 선택은 암울하다. (이스라엘의) 레바논 선제공격은 군사적 수렁으로 이어질 수 있고, 레바논의 국가 붕괴와 미국과의 관계 파산을 촉발할 수 있다.

 

이스라엘을 방문한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이 지난 18일(현지시간) 텔아비브 키리야 군사기지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를 만나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 자리에서 가자지구 전쟁을 "야만과의 싸움"이라고 규정하면서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에 반드시 승리하겠다고 밝혔다. [주이스라엘 미국대사관 제공] 2023.12.19. EPA 연합뉴스
이스라엘을 방문한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이 지난 18일(현지시간) 텔아비브 키리야 군사기지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를 만나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 자리에서 가자지구 전쟁을 "야만과의 싸움"이라고 규정하면서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에 반드시 승리하겠다고 밝혔다. [주이스라엘 미국대사관 제공] 2023.12.19. EPA 연합뉴스

미국 등 서방과 아랍국들 지원 막는 네타냐후 떠나야

외교를 통해 헤즈볼라와 이스라엘 국경 사이에 완충지대를 만들 수 있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이란을 억제하고 저지하기 위한 지역 차원의 계획이 필요하다. 그렇게 하려면 미국과 다른 서방 동맹국들, 그리고 바람직하게는 걸프지역 아랍국가들의 지원을 받아야 된다. 하지만 “네타냐후가 이 모든 것을 불가능하게 만들고 있다.”

네타냐후의 이스라엘 국내 지지율은 바닥을 치고 있다. 이스라엘 대법원은 그의 말썽많은 사법개혁을 기각했다. “이스라엘을 위해 그는 떠나야 한다.”

10월 7일의 트라우마 때문에 그의 후임은 안보에 관해 유연한 자세를 취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더 현명한 이스라엘 지도자는 가자에서의 굶주림과 무정부 상태 또는 무제한 점령, 그리고 미국의 지원 약화가 이스라엘을 더 안전하게 만들지 못하리라는 것을 이해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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