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개혁연대, 이사회 독립성 등 5대 제안

권고적 주주제안 도입해 주주 참여 늘리고

보수심의제로 사주 일가 과도한 보수 차단

‘세이온클라이밋’은 기후변화 대응에 필요

“기업들 공감하면서도 정관 반영은 꺼려”

세계 무대에서 활동하는 대기업은 ESG(환경·사회적 책임·기업지배구조) 경영을 피할 수 없다. 환경을 파괴하거나 반인권적 노동으로 구설수에 오르면 글로벌 공급망에서 퇴출당할 수 있다. 이뿐 아니라 주주 친화적 지배구조를 갖추지 못하면 기업 가치를 올릴 수 없다. 이런 측면에서 우리나라 대기업은 부족한 점이 많다. 경제개혁연대(소장 김우찬 고려대 교수)가 2022년부터 매년 한국을 대표하는 대기업에 건전한 지배구조를 위한 정관 변경 안건을 제안하는 것도 이런 필요성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개최된 대한투자공사·대한상의 주최 ESG와 주주권리 세미나. [대한상의 제공] 연합뉴스.
지난해 12월 개최된 대한투자공사·대한상의 주최 ESG와 주주권리 세미나. [대한상의 제공] 연합뉴스.

경제개혁연대는 올해도 삼성전자와 SK, 현대차, LG, 포스코홀딩스, 롯데지주, 한화, GS, 한국조선해양, 신세계, KT, CJ 등 12곳에 5개 안건을 요청했다. 새로 추가한 세이온클라이밋(Say on Climate) 허용을 비롯해 △감사위원 과반수를 분리 선출 방식으로 선임해 경영진에 대한 견제를 강화할 것 △임원 결격 요건을 명시해 경영에서 배제할 것 △권고적 주주제안을 통한 환경, 사회적 책임 강화 △지배주주의 과도한 보수 지급을 막기 위한 주주총회 보수심의제(Say on Pay) 도입이 그것이다.

경제개혁연대에 따르면 현행 상법은 정관에 분리 선임한 감사위원을 2명 이상으로 정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분리 선임되는 감사위원을 과반수는커녕 2명 이상으로 정한 경우도 찾아보기 어렵다. 감사위원회는 회계와 업무감사를 통해 최고경영진을 견제하는 역할을 한다. 이에 경제개혁연대는 감사위원회가 독립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감사위원회 구성 때 분리 선임되는 감사위원을 과반수 이상 확대할 것을 제안했다.

임원 결격 요건 명시는 윤리경영에 꼭 필요한 조항이다. 한국 대기업은 횡령과 배임 등으로 회사에 손실을 끼친 기업인의 경영 복귀를 허용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이는 기업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고 준법 경영 명분을 훼손한다. 기업 가치에 악영향을 주면서 주주 피해로 돌아온다. 일부 기업은 ‘금고 이상 형의 선고가 확정된 때’를 이사의 결원으로 규정하고 유죄판결을 받은 임원이 회사에 복귀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이처럼 유죄 판결을 받은 임원(미등기임원 포함)의 자격을 제한하는 규정을 마련해야 주주 보호를 위한 최소한의 장치를 마련할 수 있다.

광범위한 주주제안도 중요한 문제다. 지금은 법령과 정관에 정한 주주총회의 결의사항에 대해서만 주주의 의견을 피력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주주제안 제도가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 주주제안 제도는 주주와 경영자 간 의사소통을 촉진하고 기업에 대한 주주의 견제와 감시를 일정 부분 가능하게 하는 장점이 있다. 미국 등 주요국은 주주제안의 범위가 한국에 비해 광범위하고 권고적 주주제안이 가능하다. 최근엔 환경과 사회 문제와 관련해 주주제안 제도를 적극 활용해 경영진의 사회적 책임경영을 유도하고 있다. 한국도 이 제도를 도입할 수 있고 이를 통해 ESG 경영을 한 단계 발전시킬 수 있다.

주주총회 보수심의제는 회사의 보수정책과 대표이사 등 임원진의 보수 산정에 대해 심의하는 제도다. 강제력이 없는 권고적 주주제안 중 하나다. 주요국에서 시행되고 있는데 지배구조 개선과 함께 기업 성과와 경영진 보상 간 연계성을 높이는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주주총회 보수심의제도를 정관에 신설하면 임원 보수 산정이 투명해지고 과도한 보수가 책정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올해 새로 추가한 세이온클라이밋 허용은 최근 기후변화에 따른 위험이 증가하고 있는 점을 고려한 제안이다. 기업의 재무적 성과뿐 아니라 비재무적 성과로 기후 관련 정보와 회사 대응은 이제 기업 가치와 직결된 문제가 되고 있다. 세이온클라이밋은 온실가스 배출 현황과 기후변화 대응 계획, 전환 전략과 감축 목표 등 환경 경영 정보를 공개하고 이에 대해 주주총회에서 권고적 표결 형태로 주주 의견을 수렴한다. 세이온클라이밋 역시 법적 구속력이 없는 권고적 효력을 갖는다. 현재 유럽과 호주 기업들이 세이온클라이밋을 통해 기후변화 관련 정보를 공개하고 주총에서 심의받고 있다. 기업의 기후 관련 책임과 정보공개를 강화하는 국제적 흐름에 비추어볼 때 앞으로 이러한 흐름은 더욱 확산할 것으로 예상된다.

 

 자료 : 경제개혁연대. 대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정관 변경 5개 안건.
 자료 : 경제개혁연대. 대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정관 변경 5개 안건.

경제개혁연대는 기업 상황에 맞는 맞춤형 제안도 했다. 현대차와 롯데지주, 한화, GS, 신세계, CJ 등 6개 기업에 대해서는 지배주주의 계열사 임원 겸직으로 인한 과다·중복보수 지급을 문제점으로 지적하고 주주총회 보수심의제 허용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올해 처음으로 정관 변경을 요청한 포스코홀딩스에 대해선 고탄소 배출산업인 철강업을 영위하는 만큼 ESG 이슈에 관한 권고적 주주제안 도입과 세이온클라이밋 허용을 요구했다.

지난해 대표이사 선임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는 KT에는 이사회 구성과 관련한 개선책을 요청했다. 경제개혁연대 김우찬 소장은 “지난 2년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제안한 결과 많은 회사가 안건 요청의 취지와 방향성에 동의했다”며 “그런데도 현실적 여건을 핑계로 실제 정관 변경 안건으로는 상정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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