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임시국회 마지막 날인 1월 9일 처리하기로
여당, 정부 설득할 시간 달라 협상에 나섰지만…
중재안 특검 조항 삭제, 유가족 요구안과 멀어져
대통령 거부권 행사 우려에 눈물 삼키는 유가족
"국회는 합심하여 진상규명 진정성 증명해야"
"다시 한 번 간곡히 호소한다. 국회는 특별법 제정 없이 2024년 새해를 맞이해야 하는 유가족들의 심정을 헤아려야 한다. 참사 발생 426일이 되도록 제대로 된 진상규명의 첫발도 떼지 못해서 하늘의 별이 된 가족 볼 면목이 없다며 분을 삭히고 또 삭히며 국회를 등지고 돌아서는 유가족들이 흘린 뜨거운 눈물을 여야는 똑똑히 기억해야 할 것이다."
28일 올해 마지막 국회 본회의가 산회한 뒤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이 낸 입장문 마지막 문단이다. 이태원 유가족은 영하 10도를 밑도는 세밑 한파에도 머리가 땅에 닿도록 온몸으로 '오체투지'를 하며 이태원 참사 특별법 통과를 촉구했다. 하지만 이날도 법안은 본회의장에 오르지도 못했다. 유가족은 또다시 분루를 삼키며 인고의 시간을 보내야 한다.
국회는 이날 이태원 참사 특별법 처리 '데드라인'을 12월 임시국회의 마지막 본회의가 열리는 다음 달 9일로 정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처리 시한인 9일까지 합의되지 않으면 원안대로 의결하기로 하고, 여야 합의가 된다면 원안에서 특검 관련 조항을 없애고 시행 시기를 총선 이후로 연기하는 김진표 국회의장 중재안대로 처리하기로 했다.
당초 민주당은 이날까지 여당과 합의하지 못하면 오후 본회의에서 김 의장 중재안을 반영해 단독 처리할 방침이었다. 그러나 원내대표 간 회동 후 국민의힘이 기존 입장에서 한발 물러서면서 일부 상황이 바뀌었다.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는 회동에서 지도부 교체 등으로 정부를 설득할 시간이 부족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임오경 원내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가 여당 지도부 교체 등으로 정부와 협의할 시간이 없었으니 의장 중재안을 갖고 정부를 설득해 처리할 수 있도록 할 테니 1월 9일까지 시간을 달라고 요청했다"면서 "합의가 되면 9일 의장 수정안을 처리하지만, 합의를 못 하면 민주당 안으로 처리하기로 김 의장이 약속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이태원 특별법 처리에 완강하게 반대해왔던 국민의힘이 뒤늦게 전향적인 태도를 보인 것은 다행이지만, 159명의 목숨을 앗아간 참사의 진상규명을 위한 법안이 '정치적 거래' 수단이 된 점은 유감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유가족이 애초 바라는 바는 여야 합의에 따른 원안 통과지만, 김 의장의 중재안은 이를 훼손하기 때문이다.
유가족들도 지난 26일 입장문에서 김 의장의 중재안에 대해 "특별조사위원회에 특별검사 요구 권한을 부여하는 조항은 필요시 수사의 공정성을 위해 신속히 특검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으로 이미 세월호 참사 특별법에도 있었던 조항"이라며 "특검 요구 권한을 삭제하고 법 시행 시기를 내년 4월 총선 이후로 연기하자는 국회의장의 중재안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한 바 있다.
의장실 관계자는 <민들레>와 통화에서 "김 의장이 중재안을 낸 것은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염려해서"라고 설명했지만, 대통령 거부권 행사 가능성 때문에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가 당연히 통과시킬 법안조차 미루는 것은 한국 정치의 민낯을 그대로 드러낸다. 참사의 진상을 아직까지 밝히지 못했는데, 대통령 거부권 행사 위험 때문에 진상규명을 위한 필수 조항을 삭제한다는 것도 납득하긴 어렵다.
유가족들은 이날 입장문에서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국회의장 중재안으로 정부를 설득하고 진상규명 특별법 합의 제정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사실상 약속한 것으로 만시지탄이지만 그동안 고수해 온 여당 입장의 변화를 시사한다는 점에서 유의미한 진전임은 분명하다"고 평가했지만, 여야 합의로 중재안이라도 통과시키기 위한 절박함으로 해석된다.
다음 본회의까지 10여 일이 남았지만, 권한없는 윤 원내대표가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의 '승인'을 받아 정상적으로 합의에 이를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국민의힘은 그동안 쟁점 법안을 앞두고 수차례 태도를 바꿔왔다. 그렇기에 유가족도 마지막까지 여당을 향해 진정성 있는 태도로 협상에 나서줄 것을 거듭 주문하고 있다.
유가족은 "국민의힘은 임시국회 마지막 본회의까지 남은 시간이 유가족과 시민들이 허락한 마지막 기회임을 명심하고 진정성 있는 태도로 협의에 나서야 한다"며 "여당이 특별법 협의에 적극 나서기로 한 것은 유가족들에게 특별법 본회의 통과 이후 순조롭게 공포될 것이라는 기대를 가능케 하는 것으로, 이번에야 말로 국회는 합심하여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에 대한 진정성을 증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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